소설리스트

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61화 (61/161)

61화 Chapter 60

“이게 무슨 짓인가?!”

대경한 트리탄이 나를 위협적으로 노려본다.

물론 주위에 있는 병사들 또한 마찬가지.

“쯧!”

그런 그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건 혀를 차는 일이었다.

“하여간 이것들은 잘해 주면 사람을 만만하게 본다니까.”

약간(?)의 노력을 들여 언데드 군단을 처리해 줬더니 입을 싹 닦으려고 한다.

“내가 뭐 대단한 걸 바란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정당히 일한 것에 대한 보수를 요구했을 뿐인데 뭐?”

나는 내 손에 붙잡힌 영주 녀석을 응시했다.

“영지민들을 구한 것이니 보수를 바라지 마? 이게 말이야, 똥이야.”

힘을 주어 무거운 녀석의 육신을 더욱 높이 들어 올렸다.

“커컥…….”

숨이 막히는지 고통에 찬 신음과 함께 녀석의 눈이 뒤집히기 시작했다.

“무슨 짓인가. 당장 영주님을 놓아주게!”

영주의 위기를 본 트리탄이 위협적으로 말했다.

스윽- 나는 몸을 돌려 트리탄을 응시했다.

“싫다면?”

그리 말하며 약한 기세를 발산했다.

쿠쿠쿠쿠쿠!

“크윽…….”

폭풍과도 같이 휘몰아치는 그 기세를 감당하지 못한 트리탄과 병사들은 인상을 쓰며 몸을 떨었다.

“너희도 이 녀석이랑 똑같아. 영주가 잘못된 길을 가면 바로잡지는 못할망정 동조나 하고 있다고?”

트리탄은 그나마 멀쩡한 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 전 영주의 발언에 침묵으로 그 뜻에 동의하는 게 아닌가.

만약 녀석이 영주를 말리고 정당한 보수를 제안했다면 일이 이토록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주제를 알아야지. 불과 조금 전에 언데드 군단을 그렇게 박살 냈는데, 도대체 뭘 믿고 내게 덤비려는 거야? 아! 혹시 전부 뒈지고 싶은 건가?”

콰콰콰콰!

기세를 더욱더 높였다.

“으아아…….”

“크으으…….”

공포에 질린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마 이대로 더 기세를 발산한다면 내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죽음에 이르고 말 것이다.

“그, 그만!”

병사들의 상태를 확인한 트리탄이 절규했다.

뚝!

죽이고 싶은 마음까지는 없었기에 곧장 기세를 거둬 녀석들이 숨을 쉴 수 있도록 허락했다.

“한 번만 더 내 심기를 건드리면 지금과 같은 용서는 없을 테니까 잘 알아 둬.”

“…….”

힘의 차이를 깨달은 그들의 눈에서 적의가 사라졌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이따위 영주 성 따위는 가볍게 날려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조용해진 녀석들을 바라보다가 다시금 영주를 응시했다.

그리고.

쿵!

곧바로 녀석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

“컥!”

엉덩방아를 찧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녀석에게 다가가서는.

짝!

가볍게 뺨을 쳤다.

“이, 이놈…….”

엉덩방아를 찧은 고통보다 모욕감이 더 심했는지 곧장 나를 노려본다.

“그래서, 보수를 못 주겠다?”

“감히 네 녀석이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나는 소튼 왕국의 귀족. 평민이 귀족에게 항명한 죄는 국법으로 다스리…….”

짜악!

녀석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그대로 반대쪽 뺨을 쳤다.

아니, 한 대로 만족할 수는 없지.

짝, 짜악!

오른손과 왼손으로 번갈아 녀석의 뺨을 후려쳤다.

“이, 이놈. 왕국의 법이 무섭지…….”

“어, 안 무서워.”

왕국은 개뿔.

제국도 한바탕 뒤집어엎었는데, 왕국 따위가 무섭겠냐.

그리고 그 왕국의 왕이 내 동생이야, 인마.

물론 녀석은 그러한 사실을 죽어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말아야. 네 녀석과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을 죽여 입을 막는다면 국가의 법이 무슨 소용이겠어.”

미약한 살의를 주변으로 발산했다.

부르르- 마치 감전된 쥐새끼처럼 몸을 부르르 떠는 녀석.

“…….”

그러곤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

녀석과 눈이 마주친 트리탄과 병사들 모두가 그 시선을 애써 외면했다.

괜히 자존심을 내세웠다간 내 말처럼 모두가 죽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보수, 보수를 지급하면 되겠나?”

녀석 또한 처한 상황을 깨달았는지 더는 자존심을 부리지 않았다.

“이제야 말이 좀 통하는 것 같네.”

나는 미소 지었다.

이번 일에 대한 보수만 제대로 지급한다면 굳이 녀석들을 죽일 생각은 없다.

물론 ‘제대로’ 보수를 지급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어야겠지만 말이다.

“이번 일에 대한 상세한 보고를 받았을 거야. 만약 내 마음에 차지 않는 보수를 지급한다면…….”

나는 일부러 말을 끊고서 녀석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나머지는 상상에 맡길게.”

꿀꺽.

내 말의 의미를 깨달은 녀석이 마른침을 삼켰다.

“자, 잠깐만 기다려 줄 수 있겠나?”

아마도 숨겨 둔 보물을 찾으러 가는 모양.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고, 녀석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빠르게 움직였다.

“이, 이것을…….”

헐레벌떡 다녀온 녀석은 내게 반짝이는 무언가를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가만히 살펴봤고.

“호오?”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좀처럼 볼 수 없는 푸른 광택을 발산하고 있는 다이아몬드였다.

크기도 상당히 큰 데다 세공도 잘되어 있어서 상당한 값어치가 나가는 보석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우리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이니 그 정도면 이번 임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하는 도중에도 내 눈치를 살핀다.

그래, 이 정도면 인정.

확실히 녀석이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패를 꺼내 든 것 같다.

“뭐, 조금은 부족한 것 같지만 이 정도로 만족하도록 하지.”

얼른 블루 다이아몬드를 품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영주 녀석에게 다가간 후.

스윽-

“으악!”

그냥 손만 올리는 시늉을 했을 뿐인데, 지레 겁을 먹고 주춤 물러난다.

“누가 보면 오해하겠네. 그냥 어깨동무 좀 하자고.”

잔뜩 겁을 먹은 영주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친근하게 말했다.

“처음부터 정당한 보수만 지급했으면 이렇게 험악하게 갈 일도 없잖아. 안 그래?”

“그, 그렇지.”

맹렬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영주.

“그러니까 괜히 금화 아끼겠다고 안 굴러가는 머리 굴리다가 더러운 꼴 보지 말고 앞으로는 정직하게 살아.”

가볍게 어깨를 툭툭 치며 뒤돌아섰다.

“만나서 별로였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손을 흔들며 곧장 그곳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끼익- 나가려는 나와는 반대로 안으로 진입하는 이로 인하여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것 봐라?’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사람을 응시했다.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검게 도색한 체인 메일을 걸친 흑발의 사내.

마치 세상을 혼자서 살아가는 것처럼 굉장히 기이한 기운을 발산하는 그는 힐끗 나를 응시하더니 영주를 향해 곧장 걸어갔다.

“오오! 드디어 왔군!”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잔뜩 풀이 죽어 있었던 영주가 화색한다.

“임무를 완수하는 조건으로 블루 다이아몬드를 걸었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영주에게 다가간 그는 다짜고짜 블루 다이아몬드에 대한 화제를 꺼냈다.

“그래, 분명 그랬지. 하지만 사정이 조금 달라졌네.”

“사정이 달라졌다?”

영주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뜨는 흑발의 사내.

“그래. 자네를 다급히 요청했을 때는 영지로 진군하는 언데드 군단을 막아 내기 위함이었지. 하지만 그 언데드 군단을 먼저 물리친 이가 있어서 말이야. 아쉽게도 블루 다이아몬드는 그의 손에 들어갔다네.”

“그가 누구입니까?”

흑발 사내가 곧장 물었다.

“저기 저자일세. 아서라고, 자네를 대신하여 언데드 군단을 물리친 용병이지.”

“…….”

흑발 사내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쯧. 어쩐지 곱게 넘어간다 싶었다.’

그 자존심 강한 우리의 귀족께서 자존심을 굽혀 가며 쉽게 넘어간다 싶었다.

하지만 혹시나가 역시나.

녀석은 마지막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 그 마지막 카드가 등장한 셈이다.

팟.

영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공간을 접어 내게 접근한 흑발 사내.

“블루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있다고?”

“…….”

나는 대답하지 않은 채 녀석을 유심히 응시했다.

조금 전 그 동작만 봐도 범상치 않은 놈이라는 건 금세 파악할 수 있었다.

게다가 뭔가 비틀린 듯한 이 기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종류의 기이한 힘이 느껴졌다.

“묻는 말에 대답해라. 블루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있나?”

“가지고 있다면?”

“내게 양보해라. 물론 충분한 보상은 할 테니…….”

“지랄하고 자빠졌네.”

이 새끼가 어디서 위협을 하고 지랄이지?

“인마. 부탁이라는 건 말이야 그렇게 반협박식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정중하게, 진심을 담아서 하는 거야. 이건 뭐 강도도 아니고, 그렇게 협박하는 데 곱게 내어줄 성싶으냐?”

“그렇군. 알겠다.”

하지만 녀석이 내 말을 알아들은 것 같지는 않다.

“죽어라.”

스팟!

허리춤에서 피어난 칠흑의 궤적이 공간을 접으며 쇄도했다.

카앙!

“음?!”

하지만 녀석의 검은 내 손아귀에 가로막혀 더는 움직이지 못했다.

“죽는 건 내가 아니라 너일 것 같은데?”

상당한 힘과 의지가 깃든 검이지만 어림없지.

나를 넘기엔 100만 년은 이르다.

“…보통이 아니로군.”

자신의 공격을 막아 낸 것에 꽤 놀란 듯 눈을 가늘게 뜬다.

처음에는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막힌 검에 힘을 준다.

웅웅웅!

칠흑의 검이 검명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부여된 기와 의지로 인해 검 주변으로 기의 응집이 일어났다.

부웅!

그것은 곧 검신을 감쌌고, 예리한 기운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오러 블레이드?!”

“과연!”

영주와 트리탄, 그리고 병사들의 감탄이 터져 나왔다.

오러 블레이드라면 나도 들어 본 적이 있다.

검에 기를 부여하여 절삭력 및 파괴력을 강화하는, 9성에 이른 자들만 발휘할 수 있다는 꿈의 기술.

“죽어라!”

오러 블레이드를 입힌 검으로 나의 손을 가르려고 한다.

그러나.

그그그그극!

녀석의 검은 더는 전진하지 못한 채 여전히 내 손아귀에 붙잡혀 있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그제야 경악하기 시작한 녀석.

조금 전과는 달리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자신의 격앙된 감정을 그대로 표출했다.

신격도 소멸시킬 수 있는 마당에 고작 기를 응집시킨 이딴 기술 따위가 내게 통할 턱이 있겠냐.

“말이 안 되긴 왜 안 돼. 더 말이 안 되는 걸 보여 줄까?”

너무 힘을 준 나머지 팔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녀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크으으!”

하지만 녀석은 내 말을 듣지도 않은 채 이마에 힘줄을 세워 가며 열심히 검에 기운을 부여하고 있었다.

웅웅웅웅!

마치 주인의 어려움을 알고 있는 것처럼 칠흑의 검이 웅후한 검명을 토하며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으나, 그게 다였다.

“바로 이것.”

나는 손아귀에 의지를 실어 힘을 주었다.

그 순간.

콰챠챵!

녀석이 검에 씌운 오러 블레이드가 소멸했다.

아니, 그것만 소멸한 게 아니라.

빠캉!

단단한 금속으로 벼린 칠흑의 검이 그대로 부서져 버렸다.

“…….”

“…….”

그 순간, 장내에 정적이 찾아왔다.

인간이란 게 원래 그렇다.

자신의 사고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면 눈앞에서 그 광경을 두 눈으로 목격했어도 본 것을 믿지 못한다.

하지만 그건 잠깐에 불과했다.

“맙소사!”

“오러 블레이드가 파훼되다니?”

9성의 경지에 이른 이들만이 발휘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능이 파괴된 것이다.

그 놀라운 감정을 얼굴과 목소리로 고스란히 표현하는 이들.

하지만 누구보다 놀란 건 내 눈앞에 있는 흑발 사내, 바로 이 녀석이었다.

“티르빙(Tyrfing)이, 내 검이… 어떻게 이런…….”

망연자실한 표정.

“아!”

그 순간, 나는 오래된 기억의 파편에서 녀석과 비슷한 기운을 떠올릴 수 있었다.

“너, 법칙을 비튼 자들 중 하나구나?”

과거 마계에서도 대면한 적이 있는 법칙을 비튼 자.

녀석은 분명 그와 흡사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