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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56화 (56/161)

56화 Chapter 55

뚜벅.

높게 이어진 계단을 오르던 중.

“본래 3층은 다이아몬드 랭크 이상의 용병들이 아니면 출입할 수 없지만, 오늘만 특별히 골드 랭크 이상의 용병도 임시로 출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어요.”

앞장서서 안내하던 미셸이 말을 꺼냈다.

확실히 3층을 개방하는 일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인 건 맞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벌써 다섯 번째로 똑같은 말을 반복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마침내 계단을 올라 도착한 3층.

1층과 2층도 공간의 넓이나 구성이 꽤 달랐지만 3층은 아예 다른 곳이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에는 용병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 및 개인적인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락커룸도 구비되어 있었다.

“이쪽으로.”

잠깐 주변을 살펴볼 겨를도 없이 미셸이 곧장 이끌었다.

그녀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곳은 공간 확장 마법을 통해 마련된 대련장이었다.

끼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이미 꽤 많은 용병들이 모여 있었다.

“…….”

그런데 입장하는 우리를 쳐다보는 시선이 없었다.

누가 들어와도 관심이 없다는 듯 각자의 생각에 빠진, 고심에 찬 모습이었다.

“잠깐 계시면 곧 회의가 시작될 거예요. 그럼 저는 급한 용무가 있어서 이만.”

안내 역할을 마친 미셸은 빠른 걸음으로 대련장을 빠져나갔다.

사라지는 미셸을 짧게 응시하다가 시선을 돌려 삼삼오오 모여 있는 용병 무리를 훑었다.

‘5성이라. 용병 수준도 알 만하네.’

가볍게 훑어보는 것으로 장내에 모여 있는 용병들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었다.

모인 이들 가운데 가장 강한 녀석이라고 해 봐야 5성 수준.

“드렉스 님, 다이아몬드 랭크 승급을 축하드립니다.”

“드렉스 님 실력이면 금방 랭크 승급을 이룰 줄 알았습니다.”

“저도 얼른 드렉스 님의 뒤를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고작 5성 수준의 녀석 주위로 모여든 이들이 노골적인 아부를 떨고 있다는 점이었다.

“뭐, 지닌바 실력에 비하면 너무 늦게 승급한 경향이 없지 않아 있지. 으하하하!”

반짝이는 은빛 플레이트 아머를 걸친 금발의 사내는 주위의 아부에 힘입어 한껏 어깨를 세우고 있었다.

하긴, 모인 용병들 중에서 가장 높은 랭크인 데다가 승급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으면 어깨에 힘이 아주 많이 들어갈 것 같긴 하다.

“위급 상황이라고 하더니 모여든 이들의 상태가 영…….”

직설적인 킬리아가 중얼거렸고.

“그러게나 말입니다. 사방에서 언데드 군대가 몰려오고 있다는데, 이 정도 수준의 병력으로 뭘 하겠다고…….”

타일로가 그 말을 받았다.

그 말을 들은 즉시 녀석을 은근히 바라봤다.

“이제 같은 5성이라 이거지?”

처음 만났을 때 3성에 불과했던 타일로는 어느새 5성의 경지까지 올라와 있었다.

내 기준에서 보자면 아직도 보잘것없는 실력이긴 하지만 그래도 빠른 성장 속도 하나만큼은 ‘천부적인 재능’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당황한 녀석이 손사래를 치고 있을 때였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병사를 대동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머리칼과 조화되는 붉은 갑옷을 걸친 사내.

얼굴에 왼쪽에서 오른쪽 사선으로 이어지는 검상이 두드러진 그는 대련장의 중앙을 향해 나아갔다.

“오, 트리탄 님이시다!”

“일스테인 영지가 자랑하는 7성의 기사!”

그를 확인한 용병들이 수군대기 시작했고.

“트리탄 님? 저분이 바로 그 유명한!”

타일로 녀석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는 사람이야?”

나는 녀석을 툭 치며 물었다.

“모르십니까? 방랑 기사 트리탄. 무려 7성의 경지를 자랑하는 일스테인 영지의 수호자인데 말입니다.”

“고작 7성의 기사를 내가 알 턱이 있겠냐.”

“…하긴 그도 그렇군요.”

반박하려던 녀석은 곧장 수긍했다.

대륙의 기준으로 보자면 7성은 초인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경지겠지만, 내 기준으로 보자면.

‘그저 사람 구실을 하는 정도지.’

딱 사람 구실을 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별 감흥이 없다.

저벅- 빠른 걸음으로 대련장의 중앙으로 다가간 영지의 기사는.

“모두 주목!”

기를 실은 음성으로 장내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감히 그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고 용병들 모두가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

“나는 일스테인 영지의 기사 트리탄이다. 업무에 바쁜 알렉슨 자작님을 대신하여 병력을 지휘하고 있지.”

하하, 업무에 바쁘긴 개뿔.

언데드 병력이 진군해 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어딘가로 튀었을 것이다.

물론 뒷일은 트리탄에게 모조리 맡긴 채 말이다.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영지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 대규모 언데드 병력이 영지를 유린하기 위해 진군하고 있지만, 영지를 보호할 외벽은 지난번 마물 침공으로 인해 무너진 상태다. 병력의 상황 또한 최근 대흉으로 인해 그다지 여유롭지 못한 상태. 그렇기에 너희, 용병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는 좋지 않은 영지의 상황을 숨기지 않았다.

아니, 숨기지 못한다는 게 맞을 것이다.

어차피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거짓으로 숨기느니 진실을 밝히고 진심으로 협조를 구할 셈이었다.

“상황은 대략적이나마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궁금한 건 보수입니다.”

“어차피 보수에 움직이는 게 용병 아닙니까. 보수만 충분하다면야…….”

하지만 이들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진심이 아니었다.

보수.

어떻게 보면 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돈을 챙긴다고 욕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용병의 생리였다.

보수만 충분하다면 비록 불속을 뛰어드는 임무라고 해도 기꺼이 뛰어들 것이다.

“자작님께서 약속하셨다.”

그렇기에 트리탄도 곧장 그들이 원하는 답을 내놓았다.

“이번 일전만 승리하여 영지를 무사히 지킬 수 있다면 가문의 보물들을 팔아서라도 각자에게 걸맞은 보수를 지급하시겠다고.”

“오오!”

“그래야지!”

언데드 군단의 출현 소식에도 도주하지 않은 이유.

그것은 이번 일전이 돈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좋았어. 그렇지 않아도 생활비가 간당간당했는데 말이야.’

그 말에 나도 반색했다.

오슬렌 가문에서 일어난 사건을 해결하고 꽤 많은 골드를 챙겼지만, 그것도 점차 바닥을 드러내는 중이었다.

아침부터 점심, 저녁까지 워낙 화려하게 먹어 대서 말이지.

아마 이 속도로 골드를 소모했다간 하루, 이틀 내에 자금이 바닥나고 말 터.

그런데 이렇듯 기회가 찾아왔다.

가문의 보물까지 팔아 가면서 보수를 마련한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또 한몫을 단단히 챙길 수 있으리라.

“저기!”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있기에 곧장 손을 들었다.

“질문이 있나?”

손을 든 나를 응시하는 트리탄.

“혹시 그 보수라는 게 어떤 식으로 지급되는 건지 알 수 있습니까? 예를 들면 랭크에 따라서 달리 지급된다거나, 아니면 언데드를 처리한 숫자에 따라서 지급된다거나, 뭐 그런 정산 방식 말입니다.”

“물론 활약에 따라서 달라진다. 말했던 대로 기본 수당은 랭크에 따라서 다르지만, 언데드 무리를 얼마만큼 처치했는지 그 활약에 따라 정산하여 보수를 정하게 될 테니 최대한 실력을 숨기지 말고 가감 없이 드러내길 바란다. 그래야만 후에 받을 수 있는 보수가 올라갈 테니.”

오호라, 그렇단 말이지?

“하지만 명심해라. 정당한 보수 책정을 위하여 자신이 쓰러뜨린 언데드의 증거를 가져와야만 한다. 신체의 일부이든, 아니면 머리든, 그 무엇이든지 처치했다는 증거를 가져와라.”

“아니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처치해도 상관없는 거 아닙니까?”

“물론 그렇게 한다면 모두가 인정할 수 있겠지. 하지만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전장에서 모두가 확인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거야 댁들 이야기고.

“이봐.”

막 움직이려고 하던 그때, 나를 향해 다가오는 이가 있었다.

다이아몬드 랭크 승급으로 한껏 어깨가 올라가 있던 용병.

드렉스라고 했던가? 녀석이 따가운 시선을 보내며 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얼마 전에 골드 랭크로 승급해서 자신감이 차오른 건 알겠는데 말이야…….”

꽈악!

어깨에 얹은 손아귀에 힘을 준다.

“…주제를 알아야지. 여긴 네 녀석 따위가 나댈 만한 자리가 아니란 말이다.”

아마도 내가 트리탄과 대화하며 분위기를 주도했던 게 마음에 안 들었던 것 같다.

어딜 가나 이런 녀석이 꼭 있어요.

주인공 병에 걸려 가지고 모든 것을 자신의 주도하에 이끌어 가야 하는 븅신.

“골드 랭크는 가만히 짜져서 영지로 들어오는 조무래기나 맡을 생각이나 해야지. 어딜 감히…….”

“그건 내가 할 말인데?”

이 새끼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알아서 내뱉네.

“다이아몬드 랭크로 승급해서 기분 좋은 건 알겠는데, 넓게 세상을 봐. 넌 좁은 용병 세계에서도 고작 다이아몬드 랭크일 뿐이야. 그렇게 함부로 나대다간 조용히 골로 가는 수가 있어.”

한창 자신감이 올라 있을 때가 가장 위험한 법.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녀석은 어디서 객사하기 딱 좋은 조건을 다 갖추고 있었다.

“뭐, 뭐?”

랭크로 기를 눌리려고 했던 것 같은데 마음처럼 안 되니까 처음에는 당황.

“오냐. 그렇게 죽는 게 소원이라면…….”

다음에는 분노로 이어졌다.

“조심해. 검에 손을 가져가는 순간 모가질 날려 버릴 테니까.”

녀석의 손이 허리춤의 검으로 향하고 있었다.

“당장 그만…….”

흉악한 분위기를 감지한 트리탄이 우리를 말리려 했지만.

쾅!

“크, 큰일입니다!”

정작 나를 제지한 건 그가 아니라 대련장 문을 열고 들어온 미셸이었다.

얼마나 다급한 상황인지 숨을 헐떡이는 그녀가 트리탄을 응시했다.

“무슨 일이지?”

“어, 언데드 군단이 바로 코앞까지 밀려왔습니다.”

“뭣이?!”

놀란 트리탄이 비명을 토했다.

“분명 적진으로 보낸 척후병이 아직은 거리가 있다고…….”

“속임수였습니다. 대범위 투명화 마법을 이용하여 선발대를 숨겨 두었던 것 같습니다.”

“마법?!”

군대 단위의 병력을 감출 수 있는 대범위 마법의 발현이라.

아마도 언데드 군단의 배후에 굉장히 강력한 흑마법사가 있는 것 같다.

팟!

곧장 신형을 움직인 트리탄.

아무래도 직접 전황을 확인해야 판단이 설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

“우리도 가 보자.”

“이거 아무래도 예감이 좋지 않은데…….”

용병들 또한 부지런히 발을 놀리며 움직였다.

“…너, 내가 두고 보겠어.”

드렉스 녀석은 나를 힐끗 노려본 후 용병들을 따라 이동했다.

물론 그 행렬에는 나와 일행도 포함되어 있었다.

두두두두-

성벽 위.

아래를 내려다보자 어마어마한 수의 언데드 병력이 근처까지 다가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럴 수가!”

“이건… 무리야.”

“이 정도 군대라니. 도대체 척후병은 뭘 확인한 거냐고!”

곧이어 절규가 쏟아져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최초로 보고된 언데드 군단과의 병력 차이가 족히 10배는 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하급 언데드만 있는 게 아니라 듀라한, 리치 등 아주 강력한 고위 언데드도 다수 보였다.

“으음…….”

우리의 대단하신 7성 기사 트리탄도 표정을 굳히며 신음을 토해 냈다.

“…….”

성루에 선 모든 이가 침묵했다.

절망에 빠진 그들은 새파랗게 질린 채 다가오는 죽음의 군대를 바라봤다.

이미 도주도 늦은 상황.

이대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은 없었다.

“자, 나중에 딴소리 말고 똑똑히 확인해.”

의지를 실은 외침을 토한 후.

쿵!

그대로 성벽에서 뛰어내려 지면에 착지했다.

“미, 미친!”

“저, 저 또라이 새끼가?!”

지면에 착지한 나를 향한 몇몇 욕설이 들린다.

하지만 그 하찮은 말에 일일이 반응할 여유가 없다.

돈이다.

내 눈앞에 돈이 굴러다니고 있다.

굴러다니는 금화를 줍지 않는 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지.

꿈틀.

의지를 움직였다.

「그의 검은 태산보다 거대하고, 파도보다 거칠지니.」

의지와 함께 뱉어 낸 칼의 노래가 곧 하나의 검을 완성시켰으니.

쿠웅!

대지에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검, 대살상 병기 모글레이가 곧장 지면을 향해 떨어졌고.

쿠콰콰콰콰콰콰쾅!

셀 수 없이 많은 언데드 병력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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