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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47화 (47/161)
  • 47화 Chapter 46

    돌아올 수 없는 던전.

    말 그대로 한번 던전에 발을 들이면 다시는 살아서 돌아올 수 없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었다.

    알로 녀석은 과거 일어난 불행한 일로 인해 다시는 그 던전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수시로 던전에 대한 정보를 모았고, 원정대원들에게 자신이 보고 들었던 것에 대해서 말해 주곤 했었다.

    그렇기에 알 수 있다.

    지금 로드가 말하는 돌아올 수 없는 던전이 알로의 바람이 담긴 장소라는 것을.

    “돌아올 수 없는 던전이라. 그럼 하나만 물어보자.”

    그 말을 듣는 즉시 생기는 의문이 있었다.

    “그 고대 신이라는 녀석이 처음부터 던전에 머물고 있었나?”

    「던전을 생성하고,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소문을 내어 많은 모험가의 생명을 섭취하였지. 덕분에 어느 정도 힘을 회복한 고대 신은 자신의 완벽한 권능을 되찾기 위해 대지의 정기를 흡수하는 중일세.」

    “그럼 지금까지 그곳에 출입했던 모험가들이 모두 죽은 이유가…….”

    「그러네. 바로 고대 신의 계략이었지.」

    “그럼 됐어.”

    모든 게 명확해졌다.

    과거 알로의 형을 죽음으로 이끌었던 건 고대 신이라는 배후의 존재였다.

    ‘녀석을 죽이면 알로에겐 더할 수 없는 좋은 선물이 되겠지.’

    녀석은 자신이 형을 죽음으로 이끌었다고 자책하고 있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고대 신.

    그 빌어먹을 놈이 모든 걸 계획했으니 녀석만 족치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것.

    “고대 신이라. 좋아. 해결해 주지. 다만…….”

    알로의 바람을 위한 일.

    당연히 그냥 움직일 수도 있었지만, 눈앞에 있는 로드의 바람도 끼어 있다는 게 문제다.

    호구처럼 그 염원을 그냥 이루어 줄 생각은 없다.

    “…그 대단하신 로드께서도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라면 상당히 어려운 일이겠지?”

    「고대 신은 신격을 지닌 존재.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닐 걸세.」

    그래도 솔직하긴 하네.

    다른 놈들 같았으면 적당히 어렵지 않다는 둥 너라면 가능할 거라는 둥 말하며 어떻게든 회유하려고 했을 텐데.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이니까 당연히 생명 수당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지?”

    「…대가를 바라는 건가?」

    “대가라… 대가라기보다는 워낙 힘든 일이니까 그 일을 해결했을 때의 성공 보수라고 생각하면 되겠네.”

    고대 신을 죽여 대흉을 해결한다고 해도 당분간 식량난은 발생할 터.

    그 시간을 버틸 수 있도록, 아니 앞으로는 돈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풍족한 재물을 원했다.

    「보수라. 그대가 원하는 건 보물인가?」

    “말이 통해서 좋네.”

    나는 씨익 웃었고.

    「그렇군. 재물이라면 얼마든지 줄 수 있네. 고대 신을, 대륙에 재앙을 불러올 그 존재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그리 말한 로드가 다시금 손가락을 튕겼다.

    촤르르륵- 곧 어마어마한 보물이 공동 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보물의 산이라도 된 것처럼 온갖 금은보화가 높게 쌓였다.

    “이 정도면 충분해. 그럼 당장…….”

    당장에라도 던전을 향해 날아가려고 했지만.

    「잠깐, 잠깐 기다려 보게!」

    다급히 말리는 로드로 인해 공간을 넘으려는 행동을 멈췄다.

    나는 의문을 담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고.

    「아무리 과거에 비해 쇠약해졌다곤 하나 그는 신격을 가진 존재. 당장 그를 처치한다고 해도 불사의 권능을 지닌 그는 머지않아 부활할 걸세. 그러니 그가 다시는 부활할 수 없도록 특별한 물건이 필요하지.」

    스윽- 로드가 손을 휘젓자.

    웅웅웅!

    눈부신 금광을 발산하는 검이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신룡검(神龍劍)일세. 초대 로드께서 제작한 아티팩트로 고대 신과 같이 강력한 존재를 봉인하는 도구지.」

    다가오는 검을 빤히 응시했다.

    확실히 강력한 봉인의 힘이 숨겨져 있다.

    ‘하하, 이것 봐라?’

    물론 그 봉인의 힘이 녀석이 말했던 것처럼 단순한 게 아니라서 문제지만 말이다.

    “…….”

    나는 말없이 녀석을 응시했다.

    「고대 신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게 되면 생명의 근원인 휘황찬란한 빛을 발하는 에너지 핵이 나올 걸세. 찰나의 순간 모습을 드러내는 그 핵을 신룡검으로 찌르면 봉인은 완성되고, 고대 신은 영면에 빠진 채 다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야.」

    하지만 녀석은 내 눈빛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신룡검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설명했고, 그 순간 나는 판단을 내렸다.

    “오케이.”

    곧장 수긍하며 신룡검을 쥐었다.

    화악!

    그 순간 신룡검에 깃든 기억의 편린이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것은 내가 한계를 끊어 내면서 얻은 특별한 권능.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지 않아도 뭔가 사연이 깃든, 강력한 누군가의 기억이 깃든 물건을 쥐게 되면 그 기억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이 신룡검의 주인이었던 이들의 기억이 스치고 지나간다.

    이것으로 확실히 알겠다.

    초대 로드라는 녀석이 왜 이것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왜 지금의 로드가 내게 이것을 건넸는지도 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당부를 하자면, 현재 대지의 정기를 흡수하고 있는 고대 신은 매우 예민한 상태라는 것이야. 괜히 힘을 보였다가는 다른 곳으로 숨어들 수도 있으니 적당히 연기할 필요가 있을 걸세.」

    “적당한 연기라면?”

    「그가 가장 좋아하는 건 살아 있는 생명체, 특히 강한 인간의 에너지지. 그가 좋아할 만한 적당히 강한 인간으로 연기한다면 자네의 혼을 흡수하기 위해 그가 직접 나설 테지. 그럼…….」

    “슥삭, 처리하면 된다는 말이로군.”

    「그러네.」

    하긴.

    완벽한 부활을 위해 준비하는 중인데, 너무 강력한 존재가 나타나면 겁을 먹고 도망가겠지.

    귀찮은 일을 방지하려면 로드가 말한 대로 ‘적당한 연기’가 필요할 것 같다.

    물론 그 무대에 필요한 연기자들도 곧장 내 머릿속에 떠올랐고 말이다.

    “그럼 나중에 보자고.”

    들어야 할 말은 다 들었기에 미련 없이 공간을 넘었다.

    「…….」

    아서가 사라진 자리.

    그 공간을 빤히 응시하고 있던 로드 아나키리안에게 다가오는 존재가 있었다.

    「그를 이대로 보내도 되겠습니까?」

    하나가 아니었다.

    색색의 머리칼을 자랑하는 12명의 인간, 아니 인간으로 변신한 드래곤이 아나키리안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그들은 로드를 보좌하는 12장로.

    가장 오랜 세월을 살았으며, 가장 현명한 이들이라고 불리는 일족의 수뇌부였다.

    「차라리 여기서 처치하는 게 더 좋지 않았겠습니까?」

    「인간에게 초월의 힘이라니, 참으로 불안하군요.」

    강력한 초월자의 등장에 장로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특히 인간은 혼돈을 품고 있는 존재가 아닌가.

    불안정한 그들의 손에 초월의 힘이 주어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걱정하지 마시게. 모든 것은 순리대로 흐를 테니.」

    하지만 장로들의 말에도 아나키리안은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초대 로드의 안배가 발휘되면 모든 게 해결될 테니.’

    그에게 초대 로드의 신룡검이 쥐어진 이상, 모든 게 순리대로 흐를 터였다.

    *

    “그러니까 저기 보이는 던전을 공략하면 된다는 말씀이시죠?”

    킬리아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간단하잖아?”

    “간단하긴 한데, 굳이 왜 저희를 데리고 왔는지 이해가 가질 않아서 말이에요.”

    돌아올 수 없는 던전 앞.

    이 던전의 공략을 위해 파티로 데려온 건 의문에 빠진 킬리아와.

    “던전이라니. 저도 어렸을 적에는 던전을 탐험해서 놀라운 보물을 얻는 상상을 하곤 했는데, 그 꿈을 이렇게 이룰 줄은 몰랐습니다.”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눈앞에 둔 어린아이처럼 가슴이 두근대고 있는 타일로였다.

    사실 내 주변에서 그나마 ‘적당히 강한 녀석’이라는 제한에 가장 합당한 인재들이 바로 이 둘이었기 때문이다.

    “폐하…….”

    “쓰읍!”

    나는 폐하라고 호칭하는 킬리아의 말을 잘랐다.

    “분명히 말했지. 여기서 나는 폐하가 아니라 모험가 동료라고.”

    “아, 네, 네. 죄송합니다.”

    이왕 연기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그렇기에 지금부터 나와 녀석들은 왕도, 성녀도, 그리고 왕실 근위대장도 아닌, 그저 평범한 모험가 동료들일 뿐이다.

    “그런데 폐하… 가 아니고 아서 님, 던전 공략이라면 혼자 움직이셔도 되는 것 아닌지요?”

    내가 매섭게 노려보자, 그제야 호칭을 정정했다.

    “다 사정이 있어서 그래. 그리고 던전 공략에서 내가 돕는 일은 별로 없을 거야. 일단은 너희 둘만의 힘으로 던전을 공략하면서 나아갈 테니 그렇게 알고 있어.”

    “후후. 그러군요. 폐하… 아니, 아서 님의 깊은 뜻은 잘 알겠습니다.”

    갑자기 사이에 끼어든 타일로.

    “이것은 다 저를 수련시키기 위한 아서 님의 배려. 최근 실전 감각이 무뎌져 가는 걸 느끼고 있었는데, 이렇게 저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래. 뭐, 그렇다고 치자.”

    “하하하하. 과연 아서 님. 제가 민망해할까 봐 그렇지 않은 척까지 하시다니. 근위… 아니, 기사 타일로. 아서 님을 위해서라면 그곳이 불구덩이라고 해도 뛰어 들어가겠습니다!”

    쯧.

    하여간 이 자식은 검을 쓰는 것 외에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구먼.

    그래도 알아서 그리 생각해 주니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어서 좋다.

    “그럼 가자.”

    잡담은 이제 끝.

    나는 타일로와 킬리아를 이끌고 던전 입구에 도착했다.

    “멈추십시오!”

    “이곳은 왕국에서 관리하는 던전. 허가 받은 사람이 아니면 입장할 수 없습니다.”

    꽤 많은 희생자를 낸 던전이기에 그 입구를 아롯사 왕국의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나는 곧장 던전에 입장할 수 있는 허가증을 보여 주었다.

    조금 전 아롯사 왕국에 방문하여 신사적인(?) 방식으로 허가증을 얻어 낸 참이었다.

    “허가증 확인했습니다.”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병사들이 길을 터주었고, 우리는 곧장 어둠을 품은 던전 입구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그그그긍- 던전에 들어가기 무섭게 굉음과 함께 던전의 입구가 닫혔다.

    “음?”

    “갑자기 입구를 왜……?”

    의문에 빠진 킬리아와 타일로.

    “쯧, 눈치 못 챘냐?”

    “무엇을 말입니까?”

    “조금 전 마주쳤던 병사들. 그 녀석들 정신 지배를 당했잖아.”

    “정신 지배?”

    “그래. 이 던전의 주인이 영향을 미친 거겠지.”

    병사들의 의지는 이미 누군가에게 제압당하여 굴복된 상태였다.

    ‘생각보다 꽤 많은 힘을 회복한 것 같네.’

    던전 내부가 아니라 외부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면 그 힘이 상당히 회복된 것을 알 수 있다.

    “어차피 주인장 녀석을 줘 패면 다 해결될 테니까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말고…….”

    나는 말을 끊은 후 둘을 바라봤다.

    “…너희는 다른 쪽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은데?”

    끼이익-

    캭, 캬캭!

    아련히 들려오는 괴성과 함께.

    두두두두- 던전 통로 곳곳에서 밀려드는 괴물들.

    그들은 모두 이곳에서 희생당하여 던전의 일부가 된 모험가들이었다.

    *

    킬리아가 휘두른 철퇴가, 성력이 가득 실린 정의가 망령이 된 모험가의 머릴 강타했다.

    콰앙!

    폭발이 일어났다 싶을 정도의 강렬한 소리와 함께 폭사한 모험가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과연 광명의 성녀라는 칭호에 걸맞게 언데드를 상대하는 데는 탁월한 힘을 자랑했다.

    “으아아!”

    문제는 킬리아가 아니었다.

    타일로. 눈부신 성장 속도를 보이며 어느새 5성 기사가 된 녀석은 사방에서 달려드는 망령을 상대로 꽤 고전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완전히 소멸시키지 않는 이상 머리가 잘려도, 팔이 떨어져도 계속해서 덤비는 게 언데드였기 때문이다.

    나름 치명적인 피해를 준답시고 휘두른 녀석의 공격은 언데드에게는 큰 타격을 줄 수 없었고, 당황한 녀석은 조금 전부터 계속 저리 소리를 지르며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어어, 조심해. 그 녀석에게 물리면 같은 언데드가 되고 말걸?”

    “아, 아서 님. 그렇게 말만 하지 말고 좀 도와주시면…….”

    “나? 그러고 싶은데 내가 좀 바빠서 말이야.”

    물론 도와주지 못할 정도로 바쁜 건 아니지만, ‘조금’ 바쁜 건 맞다.

    ‘이 새끼가 어디 숨어 있으려나.’

    로드의 계획처럼 던전을 진행하면서 녀석이, 고대 신이 다가오길 기다릴 마음은 없었다.

    녀석이 눈치채지 못하게 의지를 확장하여 던전 곳곳을 누볐고.

    “찾았다!”

    마침내 거대한 기가 머무르고 있는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잘 싸우고 있어 봐. 금방 다녀올게.”

    지금도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둘에게 말한 후.

    【공간 이동】

    곧장 공간 이동을 발현하여 목적지로 이동하려고 했다.

    그러나.

    츠츠, 츠츠츠츠!

    던전 안을 지배하고 있는 고대 신의 기운이 그것을 방해했다.

    ‘어딜!’

    공간과 차원을 넘는 행위를 방해하는 권능.

    그러나 내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 모든 방해를 무시하며 마법을 펼쳤고.

    슈슈슉!

    주변 사물이 바뀌는 현상과 함께 제단이 설치된 넓은 공동에 도착할 수 있었다.

    「훼방꾼인가? 그러나 늦었다. 나는 이미 완전한 힘을 회복하였으니.」

    거대한 의지와 함께.

    드드드드득!

    지면이 갈라지고 그 갈라진 틈새에서 녹색 촉수와 같은 게 수백, 아니 수천 개가 뻗어 나왔다.

    「너희는 알게 되리라. 고대부터 이 대륙을 다스려 온 아슈르테카, 대지를 지배하였던 위대한 신의 힘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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