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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45화 (45/161)

45화 Chapter 44

「캬아아악!」

강렬한 의지와 함께 터져 나온 섬뜩한 괴성.

“아아…….”

“도, 도망가야 해!”

“죽을 거야, 다 죽을 거라고!”

근원적인 공포를 일으키는 괴성에 장내는 순간 아수라장이 되었다.

아마도 이게 드래곤의 고유 권능 중 하나인 피어(Fear)인가 보다.

물론 그런 같잖은 권능 따위는 내게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지만.

그리고 그건.

「정신 차려.」

내 보호 아래 있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헙!”

“이, 이게 무슨?!”

내 의지의 보호를 받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는 이들.

“폐하, 이건……?”

이마에서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펠리드가 다가왔다.

“그래. 마침내 기다리던 녀석들이 왔네.”

“기다리던 녀석들? 설마 폐하께서 드래곤의 방문을 기다리고 계셨던 겁니까?”

“어.”

일족을 끔찍이 생각하는 녀석들이라면 반드시 방문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일전에 슈아드라는 흑룡 하나를 내 손으로 제거했기 때문이다.

“그럼 손님들을 맞이하러 가볼까.”

막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이동하려 할 때.

“폐하! 어찌 사지로 가려 하십니까. 정녕 가시겠다면 이 시리우스도 함께하겠습니다.”

나름의 각오를 다진 시리우스가 다가왔다.

뜬금없는 등장에 나는 그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하하, 하여간 재밌는 양반이라니까.

“연기는 그 정도면 됐어. 시리우스 후작. 그대의 이름은 똑똑히 기억하지.”

그가 이렇게 열연을 펼치는 이유는 내게 잘 보이기 위해서다.

물론 의도는 빤하지만, 기분이 그리 나쁘진 않다.

처세가 좋다는 건 곧 자신의 주제를 잘 알고 있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니까 말이다.

“펠리드.”

“네, 폐하.”

“앞으로 저런 머저리들보다는 이런 사람을 중용하는 게 좋을 거야.”

나는 시리우스 후작을 가리켰고, 지목을 받은 시리우스 후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 말씀은……?”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고. 일단은 당장 급한 불부터 끄자.”

무언가를 짐작한 듯한 펠리드.

하지만 당장 발등에 떨어진 일을 처리하는 게 우선.

슈슉!

곧바로 공간을 넘어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이동했다.

쉬이이-

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간다.

곧장 도착한 곳은 공중이었다.

구름이 바로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곳.

주변의 대기를 조절하여 공중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조치했다.

그러곤 곧장 정면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고 있는 10마리의 용가리가 있었다.

「네가 아서로군.」

색색의 비늘을 자랑하는 용가리.

그중 흑색 비늘의 존재가 의지를 전달했다.

‘이 녀석…….’

느껴지는 기운이 어딘가 익숙하다.

굳이 기억을 더듬을 필요도 없이 그 기운이 누구의 것인지 곧장 떠올릴 수 있었다.

“슈아드였었나?”

그 이름이 나오기 무섭게 기세가 변한다.

“아무래도 녀석과 깊은 관계인 것 같군. 맞나?”

「건방진…….」

「루베르, 나서지 마라.」

내 말에 분노를 표출하는 적색의 용가리.

하지만 슈아드와 연관 있는 흑색 용가리가 그것을 제지했다.

「그렇다. 인간. 네가 죽였던 슈아드와는 사사로이 부모의 연을 맺고 있었지.」

최대한 냉정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그 속에 품은 분노를 감추진 못했다.

「하지만 지금의 자리는 사사로운 복수를 위한 것이 아니다. 감히 일족을 해한 용살자. 그 죄인을 처벌하기 위한 자리다.」

“지랄하고 있네.”

하지만 나는 곧장 그 말에 반박했다.

“용살자를 처벌하는 자리? 그럼 뭐야. 너희 용가리 일족을 죽인 존재는 무조건 찾아서 죽인다는 거야?”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자기들이 뭐 그리 대단한 존재라고 단지 죽였다는 이유로 죄인 취급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

「드래곤은 대륙의 균형을 수호하는 존재. 균형의 수호자를 사사로이 죽인 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건가?」

“균형의 수호자?”

하하하하.

이 새끼들 농담이 지나치네.

“균형의 수호자라는 게 언제부터 일방적으로 제국의 편을 드는 존재가 되었지? 게다가 누군가를 엿 먹이려는 황제의 계획에 동참하여 나를 죽이려고 한 게 수호자? 뭔 개소리를 이렇게 진지하게 한담?”

내 손에 죽은 슈아드.

녀석은 임펠 제국의 수호룡으로, 대륙을 수호한다는 역할과는 전혀 동떨어진 일을 맡고 있었다.

내가 죽이지 않았다면 녀석이 나를 죽였을 터.

황제의 사사로운 야망과 계획에 동참한 도마뱀 따위가 무슨 균형의 수호자란 말인가.

기도 차지 않는다.

「닥쳐라!」

결국 참지 못했던지 적색의 용가리가 나섰다.

「네 녀석이 어찌 우리 일족의 뜻을 이해할 수 있겠느냐. 한낱 미물에 불과한 너희 인간은 균형의 참뜻을 이해할 수 없다.」

꼭 불리하면 우리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니 어쩌니 말이 많아지더라.

“너희가 대륙을 수호하는 위대한 역할을 담당하는 중요한 존재라는 말이지?”

「그렇다. 그러니 균형의 수호자를 해한 그 죄는 막중…….」

“그럼 하나만 물어보자.”

나는 적색 용가리를 비롯한 모든 용가리들을 한 차례 응시했다.

“불과 얼마 전에 천계에서 날파리… 아니, 천사 녀석들이 내려온 적이 있거든. 그런데 녀석들의 목적이 뭔지 알아? 중간계가 타락했다면서 정화를 하겠다고 하던데. 우리 중간계의 수호자님들께서는 그 사실을 알고 계셨나?”

「…….」

반응을 보니 역시 몰랐던 것 같다.

“이보세요들. 중간계의 수호자라면서요. 중간계를 정화, 아니 말이 좋아 정화지 아예 깡그리 쓸어버리겠다고 내려온 천사들을 모르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이냐!」

하지만 녀석들은 내 말을 부정했다.

「만약 천계에서 정화를 목적으로 하였다면 어찌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지?」

「설마 네 녀석이 그들의 시도를 막았다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말을 들어 보니 천계의 정화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럼 지금까지 천계가 벌였던 정화에 대해서 이 녀석들이 모른 척하고 있었다는 말 아닌가?

어쩌면 이번 대규모 정화에 대해서도 뭔가 알고 있지 않았을까?

물론 눈앞에 있는 녀석들은 몰랐던 것 같지만, 적어도 용가리의 수뇌부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맞는데? 내가 천사 녀석들의 정화를 막았는데?”

「인간, 고작 너 따위가 말이냐?」

마족, 천사, 그리고 용가리까지.

이것들은 인간이 진짜 만만하긴 한가 보다.

뭐만 하면 나약하니 미물이니. 이제 저 말을 듣는 것도 지겹다 못해 짜증이 난다.

「헛소리는 집어치워라. 네가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균형의 수호자인 일족을 살해하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가장 나를 무시하는 적색 용가리가 날개를 펄럭이며 앞으로 나섰다.

「그 죄는 무척 무거우니 지금 당장 소멸형에 처하도록 하겠다.」

후우우우!

더는 내 말을 듣지 않겠다는 듯 숨을 들이마신다.

단지 숨을 마시는 게 아니라 주변 마나를 빨아들여 그것을 심장 부근에서 재가공하여 가공할 만한 에너지로 변환한다.

「죽어라!」

콰콰콰콰콰콰!

녀석의 속성을 상징하는 불꽃의 파도가 쇄도한다.

“자기들 종족 죽였다고 다짜고짜 폭력을 사용하는 게 뭐? 균형의 수호자. 지랄하고 자빠졌네.”

정작 필요할 때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던 것들이 무슨.

스윽.

다가오는 불꽃의 파도, 드래곤의 고유 권능 중 하나인 ‘숨결’을 향하여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그리고.

솨아아-

응집되어 있던 강력한 에너지가 대기로 흩어졌다.

「허업?!」

「아니, 이게 무슨……?!」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숨결을 보며 경악하는 용가리들.

“너희는 자기들이 무슨 대단한 종족이라도 되는 양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팟!

말끝을 흐리며 곧장 공간을 넘었다.

「헛?!」

바로 눈앞으로 다가온 나를 보며 당황하는 적색 용가리.

하지만 나름의 경험이 많았던지 찰나의 순간 의지를 발현한다.

【죽어라.】

그것은 단순한 의지가 아니었다.

‘용언이로군.’

용언.

스스로 지상 최강이라고 부르는 그들의 의지가 빚어낸 산물.

언어라는 특정 수단을 통하여 물리력을 행사하는, 드래곤들 중에서도 에인션트급 이상의 존재만이 발휘할 수 있는 권능.

「싫은데?」

하지만 나는 그 절대의 의지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고작 이따위 의지의 힘을 지닌 용가리 따위에게 영향을 받는다면 죽어도 진즉에 죽었을 것이다.

「용언을 저항하였단 말인가?」

「심상치 않다. 모두…….」

용언에 저항하는 그 광경을 확인한 흑색 용가리가 경고하려 했지만.

“일단 너는 뒈져라.”

슥, 스슥.

적색 용가리를 향하여 손을 휘저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촤촤촤촤촤악!

얼마 전 슈아드라는 흑룡이 겪었던 것처럼 적색 용가리의 거대한 몸체도 조각조각 나뉘었다.

「루베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소릴 지르는 용가리들.

하지만 녀석들은 루베르라고 불린 적색 용가리의 죽음을 방치하지 않았다.

【시간 역행】

황금빛 광택의 비늘을 자랑하는 용가리의 의지와 함께.

슈슈슈슈슉!

특정 공간의 시간을, 즉 적색 용가리의 시간을 되돌렸다.

조각조각 나뉜 육신이 다시금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고.

「허억, 허억…….」

죽음을 경험했던 녀석은 엄청난 심력 소모에 숨을 몰아쉬었다.

“호오? 이런 능력이 있었어?”

비록 한정된 공간이긴 하지만, 시간을 역행하다니.

물론 죽음이라는 공포를 버텨 낼 수 있는 심상을 쌓은 존재가 아니라면 소용이 없는 능력이긴 하지만, 아무튼 대단한 능력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나는 해당 능력을 발휘한 황금 용가리를 응시했다.

‘용가리는 비늘의 색깔별로 고유의 능력이 있다고 했던가?’

어디서 주워들은 말을 떠올릴 수 있었다.

시간의 역행을 사용한 녀석은 황금룡. 아마도 시간을 조종할 수 있는 고유의 권능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방심하지 마라. 그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월자다.」

내 일부를 엿본 흑색 용가리가 경고했고.

펄럭!

날개를 펄럭인 녀석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내 주변을 둥글게 포위했다.

「초월자에 대한 전투 매뉴얼에 따라 직접 전투는 피하며 봉인을 행하도록 한다.」

아무래도 가끔 등장하는 초월자들에 대한 전투 방법이 존재하는 것 같다.

【봉인의 진】

제각기 방위를 점한 녀석들이 기운을 일으켰고, 그 기운이 응집하여 어떤 형상을 만들어 냈다.

지이잉!

허공에 생성된 기하학적인 문양의 마법진. 색색의 마법진이 포위하듯 나를 압박하기 시작했고.

츠츠츠츠츠!

네모난 에너지의 감옥을 만들었다.

「차원을 열어라!」

흑색 용가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휘오오오!

공간이 찢기고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문이 열렸다.

「초월자는 언제 탈피할지 알 수 없는 존재. 차원의 미로 속에 가두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도록 조치한다.」

쉽게 깰 수 없는 봉인의 감옥에 가두어 돌아올 수 없는 차원에 버린다.

아마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던 듯 그 대처가 매우 능숙했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녀석들이 절대 부술 수 없을 거로 믿고 있는 봉인의 감옥.

콰챠챠챵!

그 절대의 감옥은 내 주먹질에 의해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내가 귀환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또 여행하는 건 사양이거든.”

「…….」

너무도 간단히 봉인의 감옥이 파괴되는 걸 본 녀석들은 순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믿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녀석들이 믿기 싫은 상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봉인.」

조금 전 녀석들이 만든 봉인의 감옥을 보고 베낀 권능.

징, 지이잉!

나의 의지가 만든 감옥이 10마리 용가리를 모두 가두었다.

쾅, 콰콰쾅!

펼쳐진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갖 권능을 발현했지만, 내가 했던 것과는 달리 그것은 절대 부서지지 않았다.

【시간 역행】

그것은 황금룡의 시간 역행도 마찬가지.

공간 자체를 단절시켜 버렸기에 녀석의 의지는, 시간을 돌리는 권능은 그곳에서 발현되지 않았다.

녀석들의 발악을 짧게 지켜본 후.

“자, 이제 너희 대가리, 드래곤 로드라고 하던가? 녀석에게 연락을 넣어. 포로로 잡힌 너흴 구하고 싶으면 그에 맞는 막대한 보물을 내놓으라고 말이야.”

귀찮게 녀석들을 감옥에 가둔 이유.

그것은 심심해서가 아니라 녀석들의 포로비를 받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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