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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41화 (41/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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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40

    「도대체 어떻게, 어떻게 너 같은 존재가 있을 수 있는 거지. 이건 계획에 없는...」

    뭔가 말을 하려던 녀석은 중간에 말을 흐렸다.

    무의식중에 중얼거렸지만, 정보가 새어 나갈 수 있는 말을 아끼는 것이다.

    「묻겠다. 너희는 관측자인가?」

    그래서 의지를 실어 물었다.

    녀석의 심령을 제압하여 내게 불복할 수 없도록 만들 작정이었지만.

    「크으으...」

    의외로 저항이 거세다.

    녀석은 온몸을 비틀며 내 절대의 의지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녀석이 아니라 심령에 박힌 무언가가 내 의지를 거세게 밀어내고 있었다.

    ‘이것 봐라?’

    마수 하나를 깨운 내 의지에 저항할 수 있는 존재라.

    그게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한 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강력한 자인 건 분명하다.

    그래서 또 하나의 마수를 깨웠다.

    「녀석의 살점을 벗겨, 마구잡이로 찔러서 피, 피를!」

    원정대원들의 복수라는 명목으로 수많은 마수와 마족, 그리고 마신에게 고문을 가하였다.

    그로 인해 각성한 것은 가학(加虐)의 마수.

    해방된 녀석은 제압된 관측자의 고문을, 피를 갈구하고 있었다.

    ‘지랄하지 말고 짜져 있어.’

    그러나 일곱 마리 마수를 모두 풀어내지 않는 이상 내 인간성이 먹힐 염려는 없다.

    「말해라. 너는 관측자인가?」

    두 마리 마수를 해방하면서 의지는 더욱더 강해졌다.

    「으으으...」

    녀석이 심하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내 의지와 심령 속에 심어진 의지가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그렇습니다...」

    끝내 녀석의 심령을 제압했다.

    그건 두 마리 마수를 해방한 순간부터 정해져 있었던 결과.

    「말해라. 대체 관측자는 무엇을 위한 존재지?」

    마계에서도 만난 바 있는 이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 존재인지 모른다.

    과거 만났던 관측자들은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던 내게 가야 할 길을 보여줬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녀석은 다르다.

    뭔가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은, 당시 만났던 관측자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과, 관측자의 목적은 세계에 파견되어 계획에 맞게 세계를 조형(造形)하는 것...」

    세계를 조형해?

    이건 또 무슨 개소리지.

    「세계를 조형한다는 게 무슨 말이지?」

    「으으...계획을 위하여 세계를 조형하는 것...」

    그러나 녀석은 계속 세계를 조형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녀석이 이해 범위와 내 범위가 판이하기에 생기는 간극. 그렇기에 그 이상의 답을 얻어낼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꿀 수밖에.

    「네 녀석이 말하는 계획이 뭐지?」

    「계획...세계를 알맞게 조형하여 지배자에게 바치는 것.」

    그제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것들은 지배자라는 녀석에게 천계를 통째로 갖다 바치기 위해 그 입맛에 맞게 꾸미고 있다는 말이다.

    잠깐!

    그런데 메타트론이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고?

    「메타트론은, 그는 무엇을 하고 있지?」

    명색이 성역의 지배자, 천상의 대법관 아닌가.

    도대체 그는 무엇을 하고 있기에 천계의 병력이 휩쓸리는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며 또 왜 관측자들이 이리 설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메타트론은 만들어진 존재. 우리 관측자들이 그 역할을 담당하여 천사들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러니까 천사들이 그토록 믿고 따랐던 천상의 대법관 메타트론은 세계의 조형을 수월히 하기 위해 관측자들이 만들어낸 존재였다.

    「그럼 네 녀석이 말하는 지배자란 어떤 존재지?」

    궁금증은 지배자라는 녀석에게로 옮겨갈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녀석이기에 세계를 통째로 삼키려고 하는지 궁금하다.

    「지배자는 혼돈에서 분리되어 나온 태초의 존재. 세계를 삼키며 모든 것을 지배하는 자...」

    굳이 거창하게 말할 필요 없이 한 마디로 줄이면 대단한 존재라는 말이다.

    아마도 일반적으로 말하는 ‘신’에 근접한 존재가 아닐까?

    「그렇다면 천계 이외에도 너와 같이 세계를 조형하는 관측자들이 존재한다는 말이로군.」

    「그렇습니다. 이 별에 존재하는 일곱 개의 세계. 그 모든 곳에 관측자가 존재하며 언제든 지배자에게 바치기 위하여 세계를 조형하고 있습니다.」

    내 의지에 완전히 굴복한 듯 이제는 어떠한 저항 없이 순순히 질문에 대답했다.

    「그럼 말해라. 너를 제외한 다른 여섯 세계의 관측자들은 어떤 이를 만들어 그곳을 지배하고 있는지.」

    「그, 그건...」

    평온하던 녀석이 다시금 몸을 떨었다.

    아마도 ‘금기’에 접근한 듯 녀석의 심령 속 무언가가 거센 저항을 시작한 것.

    「말해라!」

    하지만 아주 중요한 질문이었기에 다그쳤다.

    「으으...」

    그러나 녀석의 몸 떨림은 점차 심해질 뿐이었다.

    그래? 그렇다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곧장 또 하나의 마수를 깨웠다.

    「키힉! 자, 모든 걸 뒤엎어버려.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다 파괴하는 거다!」

    파괴의 마수.

    이 녀석의 각성으로 인해 하나의 세계가 멸망하고 말았다.

    「죽여! 죽여!」

    「어서 고문을, 녀석의 피를!」

    「모든 걸 파괴하는 거다!」

    세 마리 마수의 의지가 머릿속을 마구 헤집어 놓는다.

    쯧. 이래서 내가 이 녀석들을 봉인하고 있는 거다.

    과거와 같이 내 인간성이 녀석들에게 먹혀 버린다면 남아날 세계가 없을 테니까.

    「말해라. 중간계의 관측자는 누구냐!」

    질문이 너무 포괄적이기에 범위를 좁혀서 물었다.

    그러자.

    「주, 중간계의 관측자는 새...컥!」

    하지만 녀석에게서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펑!

    우주를 담은 녀석의 모자 속에서 한 차례의 폭발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털썩.

    폭발과 함께 머리가 날아가 버린 녀석의 육신이 힘없이 허물어졌다.

    “쯧!”

    어느 정도는 예상한 일이었다.

    심령 깊숙한 곳에 의지를 심어뒀을 정도면 금기에 접근했을 때 당연히 그 비밀이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놨겠지.

    툭- 비록 원하는 정보는 얻지 못했지만, 녀석의 정체라도 짐작할 겸 로브속 육신을 살폈다.

    “음?!”

    그러나 아무것도 없다.

    마치 마술을 부린 것처럼 조금 전까지 육신이 있었던 로브 속은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가지가지 하네.”

    생김새를 통해 정체라도 유추해볼까 했는데 이러면 모든 게 헛것이 된다.

    ‘아직 끝난 게 아니지.’

    모든 단서를 쥔 관측자를 잃었지만, 아직 살펴봐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

    팟!

    공간을 넘어 성역의 중심부, 천공의 성에 진입했다.

    「이, 인간?!」

    「무험하다! 이곳은 성역의 중심지...」

    나의 등장에 놀란 천사들이 제각기 기운을 일으키며 달려들려고 했지만.

    “닥쳐!”

    「엌...」

    내 사나운 기세에 얼어붙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못했다.

    세 마리 야수를 해방한 상태다.

    그 존재감은 녀석들이 믿고 따르던 메타트론이나 사대 천사를 아득히 넘어서는 것.

    본능적으로 그것을 깨달은 녀석들은 원초적인 공포에 몸을 떨며 그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저벅- 멀대처럼 선 녀석들을 뒤로한 채 성의 가장 깊숙한 곳, 대법관의 기도실에 들어섰다.

    스스스스.

    기감을 확장하여 주변에 수상쩍은 기운을 풍기는 물건을 탐색했고.

    ‘찾았다!’

    곧바로 이질적인 기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민하기 그지없는 현재 상태의 내 이목을 속일 수 있는 건 없다.

    멈춰 선 곳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내 눈에는 왜곡된 공간이 보인다.

    콰앙!

    곧장 주먹을 뻗어 왜곡된 공간을 부숴버렸다.

    그러자 나타난 건 왜곡된 공간에 감춰진 수정구였다.

    하지만 그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평범한 수정구가 아니었다.

    데굴데굴- 마치 눈을 심어놓은 것처럼 심연을 담은 눈동자가 돌아가며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고, 곧 나를 발견한 듯 시선을 고정했다.

    「네 녀석은 누구냐. 관측자는 어디 있지?」

    수정구 너머를 통해 들리는 의지.

    듣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혼을 빼놓는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내게는 그냥 평범한, 오히려 하찮은 의지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말해라. 변태처럼 관음하고 있는 네 녀석은 누구지?”

    「네 녀석, 피조물이로군.」

    하지만 녀석은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어찌 하찮은 피조물 따위가 오클루스에 접근한 것이냐. 도대체 관측자들은 무얼하고 있는 거지?」

    쿠르릉!

    녀석의 분노로 인하여 천둥이 치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진다.

    전해지는 의지를 통해 봤을 때 확실히 기존에 보아오던 녀석들과는 다르긴 하다.

    그렇다면.

    “혹시 네가 관리자라는 녀석인가?”

    조금 전 관측자가 언급했던 관리자라는 단어를 슬쩍 꺼냈고.

    「어찌 피조물 따위가 그것을...?」

    역시.

    그냥 때려 맞춰본 건데 우연히 잘 들어 맞았다.

    「말하라, 피조물이여. 관측자들은 어디 있는가. 왜 네 녀석이 여기에 있지?」

    쿠릉, 쿠르릉!

    전해지는 의지가 한층 더 강해진다.

    조금 전 내가 관측자의 심령을 제압했던 것처럼 녀석 또한 내 심령을 제압하기 위하여 의지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다.

    “지랄을 하세요.”

    「뭣이?!」

    하지만 저딴 나약한 의지가 내게 통할 리가 있나.

    녀석이 놀라든 말든 나는 오클루스라 불리는 수정구를 손에 쥐었다.

    「하하하! 멍청한 녀석. 감히 오클루스와 접촉하다니!」

    그 순간.

    콰아아아!

    마치 파도가 몰아치듯 접촉한 오클루스를 통해 엄청난 의지가 내게 몰아닥쳤다.

    「하찮은 피조물아. 당장 내게 복종하여라!」

    오클루스를 매개체로 전해지는 의지는 조금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녀석, 관리자가 옆에 있는 것처럼 그 존재가 분명히 느껴졌다.

    아무래도 이 수정구는 거리의 간극을 없애주는 특수한 효과가 있는 게 분명하다.

    「이제 말해라. 관측자는 어디에 있지? 왜 피조물 따위가 이곳에 있는 것이냐.」

    아마도 녀석은 내 심령을 제압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웃기지도 않네.

    “관측자? 그 새끼들 전부 뒈졌는데?”

    「관측자가 소멸했다? 누구 짓이지?」

    “누구긴 누구야. 내가 했지.”

    「거짓을 말하지 말라. 어찌 하찮은 피조물 따위가...」

    “응. 너도 곧 그렇게 될 거야.”

    「...네 녀석 내게 굴복하지 않은 것이냐?」

    “그걸 이제 알았냐?”

    「무엄한! 이 몸의 진노가 두렵지 않은 것이냐!」

    쿠르릉, 쾅쾅!

    한층 강력한 의지를 보내지만, 그런 건 내 안중에 없다.

    다만 집중했다. 오클루스 너머로 전해지는 의지와 연결된, 그 가느다란 흔적을 찾아 녀석을 추적했고.

    「지금 당장 굴복하여 내게 진실을...」

    “빙고!”

    금방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비록 다른 차원으로 이어지는 아주 가는 흔적이었지만, 내 추격을 피할 순 없지.

    슈욱!

    느껴지는 흔적을 쫓아 공간을 넘었다.

    주변 사물이 급속도로 바뀌며 나는 전혀 다른 차원에, 이질적인 공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네, 네 녀석...?!」

    온통 하얗게 칠해진 공간이었다.

    정면에는 순백의 로브를 쓴, 마치 관측자와도 같은 외형의 존재가 있었다.

    처음에는 놀라며 주춤 물러났으나 이내 기운을 일으키며 대응하려던 찰나의 순간.

    「컥!」

    곧장 녀석의 목을 움켜쥐며 마기와 의지를 흘려보내 속박했다.

    “미안한데. 내가 흑막은 남겨두는 편이 아니라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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