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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9
전력을 다한다는 것.
그것은 곧 의도적으로 숨겨두고 있었던 내 존재가, 차원을 가득 메우는 그 절대적인 존재의 무게를 감당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쿵!
천계 전체에 거대한 돌덩이가 내려앉았다.
그것이 바로 내가 주는 존재의 무게.
「크으으...」
「이, 이 무슨...?」
주변을 에워싼 천계의 정예 병력은 그 무게에 짓눌려 추락했고.
「...」
미카엘, 정확히는 사대 천사의 융합체도 감히 움직이지 못한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존재감을 이겨낼 수 있는 건 하나.
저벅.
오직 이곳에서 나만이 유일하게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었다.
「으아아아!」
내 걸음에 자극을 받은 것일까.
녀석이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기세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투툭!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내게는 보인다.
녀석이 내 존재의 무게를 극복하기 위해 한계의 끈을 끊어버리고 있는 광경을 말이다.
「나는...굴복하지 않는다!」
융합을 이룬 자신감, 그리고 강력한 의지.
뚝!
그것으로 녀석은 한계를 극복했다.
콰콰콰콰!
한계를 끊어낸 녀석의 진체에 변화가 일어났다.
왕관은 가시처럼 뾰족하게 솟아났고, 날개는 촉수와도 같이 기이하게 일렁인다.
가슴과 양손에는 색색의 눈이 생겨났으며, 정제되지 않은 난폭한 기운이 녀석을 중심으로 소용돌이친다.
「나는 무적이다!」
고함치는 녀석의 음성이 조금 전과는 다르다.
그건 미카엘의 음성이 아니라 사대 천사의 것이 조금씩 섞여 있었다.
고고한척하던 초월체인 천사의 괴물화.
하지만 그 광경이 그리 놀랍지는 않다.
다만.
‘이상하다. 이 광경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익숙한 상황에 의문이 들 뿐이었다.
분명 지금과 같은 상황을 언젠가 겪었던 것 같은데...
「죽어라!」
녀석은 내게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화륵!
요동치는 녀석의 마음처럼 마구잡이로 날뛰는 불꽃의 검이 쇄도한다.
세상의 그 무엇도 태워버릴 수 있는 강렬한 열기. 그러나 녀석의 불꽃도 지고한 나의 의지에 영향을 미칠 순 없었다.
꽈악.
그렇기에 다가오는 녀석의 검을 잡았다.
「흐읍!」
붙잡힌 검을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그게 될 턱이 있나.
“발악해 봤자 소용없어. 내가 말이야 오랜만에 진심이라는 걸 내보는 중이거든.”
쩌엉!
힘을 주기 무섭게 불꽃으로 이루어진 녀석의 검이 두 동강 났다.
「무, 무슨?!」
설마 백화의 검이 이리 간단히 사라질 줄 몰랐던지 경악한다.
그리고.
쾅!
「커헉!」
진심이 담긴 주먹이 녀석의 가슴을 꿰뚫었다.
「크으으..」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황금빛으로 빛나던 녀석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츠츠츠츠- 물론 끈질긴 생명력으로 금방 그 상처를 치유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녀석을, 녀석을 공격해라!」
주춤 뒤로 물러난 녀석이 명령을 내렸다.
「성역을 보호하라!」
「숭고한 희생을 위해!」
투투툭!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존재감에 눌려 움직이지 못하던 녀석 천사 병력이 막대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녀석들의 존재를 유지하는 생명 에너지.
천계의 위기에 자신의 생명력까지 소모해가며 존재감을 이겨낸 것이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다.
“쯧. 얌전히 누워있을 것이지.”
가볍게 혀를 차며 의지를 움직였다.
「32마신 아스모데우스가 보낸 마계 최정예 병력이 사내를 위협하였다.」
칼의 노래와 함께 허공에 빛나는 몇 개의 검이 생성되었다.
그것은 의지로 벼려낸 검.
오직 나만이 기억하고 있는 마계에서 일어난 신화의 재현이었다.
「수만, 수십만, 수백만의 군대가 지면을 가득 메우며 사내에게 돌진했다.」
펄럭!
그러나 지금 내 앞에 있는 건 마계의 병력이 아니라 빛의 날개를 펄럭이고 있는 천계의 최정예 병력.
웅웅웅!
미약한 빛을 뿌리는 의지의 검은 수십 개에서 수백 개로 불어났다.
「하지만 사내의 의지는 수십만 병력에도 굴복하지 않으니.」
꿈틀거리는 의지와 함께 공간을 가득 메운 의지의 검은 수백에서 수천, 아니, 수만 개로 늘어나 허공을 가득 채웠다.
「그 의지는 무한한 검이 되어 적들을 베어낼 것이다.」
무한의 검.
본신 능력보다는 병력 양성이라는 특별한 권능을 지니고 있었던 32마신 아스모데우스의 대군을 단번에 쓸어버렸던 권능이다.
파파파파파팟!
수만 개로 불어난 의지의 검은 나의 의지를 실은 채 사방으로 뻗어 나갔고.
“...”
이내 정적이 찾아왔다.
더는 내 귓가에 펄럭이는 녀석들의 날갯짓 소리도 의지를 다지기 위한 음성도 들리지 않았다.
찰나에 불과한 순간 성역이 자랑하는, 절대 무너지지 않을 거라 믿었던 최정예 병력이 전멸을 맞이했다.
「미, 믿을 수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정적을 깬 건 융합체.
계속 믿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녀석의 시선은 덧없이 쓰러진 천사들의 시체에 가 있었다.
“너무 놀라지 마. 네 녀석도 같은 신세가 될 테니까.”
괜히 무한의 검이 아니다.
우웅, 우우웅!
내 의지가 끊이질 않는 이상 그 검은 무한히 증식한다.
「으아아!」
그것을 본 녀석의 발작이 시작되었다.
화르륵!
녀석에게서 뿜어져 나온 불꽃이 주변 일대를 살라먹었다.
아예 피하지 못하도록 불바다를 만들 생각인 것 같지만.
“어렸을 때 불장난 하지 말라는 거 안 배웠냐?”
녀석의 불꽃은 내게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다.
쉬익, 퍽!
날아간 의지의 검 하나가 불꽃을 가르며 녀석의 오른쪽 어깨에 파고들었다.
「크아아악!」
아마 보통의 존재였다면 그 일격으로 소멸했을 것이다.
그러나 녀석은 사대 천사의 융합체. 아무리 절대의 의지로 벼려낸 검이라고 해도 한 번의 공격으로 끝장을 낼 순 없었다.
「놈, 반드시 찢어 죽일 테다!」
「사지를 찢어 그 고리를 먹으리라!」
얼마나 흥분했는지 하나 된 음성이 아니라 2개 음성이 동시에 들렸다.
“그래? 이거 무서워서라도 널 죽여야겠는걸?”
아직도 주제 파악을 못 하다니.
쉬익!
「컥!」
또 다른 의지의 검 하나가 녀석의 왼쪽 어깨를.
쉬쉬쉬쉭!
그리고 수십 개 의지의 검이 녀석의 진체 곳곳에 박혔다.
그 검은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것. 녀석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것을 온전히 몸으로 받아내는 것이었다.
수십 개 검이 꽂혀 고슴도치가 된 녀석이 고통에 신음했다.
“아직 안 죽었네?”
그렇다면.
웅웅!
수백 개 의지의 검을 생성했다.
“볼 일 없으니 꺼져.”
파파파파파팟!
내 의지에 따라 수백 개로 불어난 의지의 검이 녀석을 향해 쇄도했다.
「으아아아아아!」
성난 불꽃이, 녀석의 진노가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
그러나.
퍼퍼퍼퍽!
의지의 검이 빽빽하게 녀석의 육신이 꽂혔다.
녀석의 불꽃은 의지의 검에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었다.
내가 전력을 개방하기로 마음먹은 순간 승부는 이미 결정되었다.
털썩.
수백 개 의지의 검에 굴복한 녀석이 쓰러졌다.
꿈틀꿈틀-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쯧. 어지간히 끈질기네.”
꿈틀대는 융합체의 몸에 형체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살점은 부풀고 뼈는 기괴하게 뒤틀린다.
마치 변태의 과정을 겪고 있는 것처럼 끔찍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나름 마지막 변신을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는 것 같지만, 내가 그 변신을 기다려주는 성미가 아니라서 말이야.
웅웅!
공간을 가득 메우는 의지의 검.
수백 개가, 수천 개가, 수만 개가 안 된다면 수십만 개, 수백 만개를 생성하면 그만.
“그만 가라.”
마지막 인사를 전하 후.
파파파파파팟!
무한히 증식한 의지의 검을 날렸다.
티팅!
처음 의지의 검은 특별한 보호의 힘을 받는 녀석의 진체를 넘보지 못했다.
그러나.
퍼퍽!
수천 개가 되었을 때 보호막을 뚫었고.
퍽퍽퍽!
수만 개가 되었을 때 단단한 외피를 뚫고 진체에 타격을 주었다.
서걱!
그리고 수십만 개, 수백만 개가 되었을 때 마침내 존재를 베어내기 시작했다.
꾸물꾸물.
하지만 녀석도 보통은 아니었다.
엄청난 생명력을 자랑하며 의지의 검에 당한 상처를 빠르게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의 의지는 무한하다.
베고, 베고, 베고, 베고 또 벤다.
무한한 검은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는 융합체의 진체를 계속 베었고.
파스스- 한 줌의 가루로 만들었다.
아니 그게 끝이 아니다.
회복조차 할 수 없이, 완전히 존재를 무(無)로 돌려버렸다.
「네 녀석은 누구지? 어째서 규격 외의 존재가...?」
사대 천사의 융합체가 사라진 그 순간 알 수 없는 의지가 파고들었다.
‘숨어 있었다고?’
조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 이목을 속이고 누군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챘기 때문이다.
설마 내 이목을 속일 정도의 실력자가 여기에 있다고?
‘어디냐!’
안일한 마음을 지웠다.
나도 사람인지라 그간 조금은 자만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으으으!
찰나의 순간 기감과 의지를 천계 전역으로 확장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찾았다!”
팟.
지면을 박찬 순간 내 육신은 멀찍이 떨어진 공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와!”
손을 뻗어 숨어 있는 녀석의 목을 움켜쥐려던 그 순간이었다.
지잉- 나도 모르는 사이 찍힌 낙인이 오른손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건...?”
심지어 그건 하나가 아니었다.
징, 지잉- 양손과 양발에서 빛을 내는 낙인이 발견되었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그것은 기묘한 힘을 발하기 시작했다.
철컥!
그것은 족쇄였다.
사대 천사의 기운이 깃든 색색의 족쇄가 손과 발을 묶었다.
아니, 손과 발을 묶은 것만이 아니다.
“호오?”
특별한 힘이 깃든 그것은 계속 내 마기를 흡수하고 있었다.
덕분에 아무리 마기를 일으키려고 해도 4개 족쇄가 족족 흡수하는 탓에 제대로 된 기운을 끌어올릴 수 없었다.
철컹!
힘을 주어 뜯어보려고 해도 끊기지 않는다.
쉽게 말해서 누군가를 속박하기 위한 최적의 수단이었다.
「소용없다, 피조물. 그것은 관리자의 힘의 일부가 깃들어 있는 것. 피조물에 불과한 네 녀석이 아무리 발악한다 해도 끊을 수 없다.」
스윽!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녀석이 있었다.
회색의 로브를 입은 왜소한 체형의 존재.
눌러쓴 모자 안은 들여다볼 수 없는 어둠만이 가득했는데, 중간중간 별과 같이 반짝이는 무언가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넌...?”
내 심상은 웬만한 일에는 동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순간만큼은 동요하다 못해 놀랄 수밖에 없었다.
“관측자! 어째서 네 녀석이 이곳에?!”
안면이 있는 그 모습의 주인공은 과거 마계에서 만난 적 있는 관측자였다.
물론 당시 만났던 관측자라고 확신할 수 없지만, 풍기는 기운, 그리고 외형, 그 모든 게 내 뇌리에 남아 있는 관측자와 똑같았다.
「피조물, 어떻게 네 녀석이 우릴 알고 있는 거지?」
녀석 또한 놀란 듯 반문했지만.
투툭!
「이런!」
놀란 녀석이 주춤 물러난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컥!」
족쇄를 끊어내고 곧장 녀석의 목을 움켜쥐었다.
녀석은 나를 속박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내게 저딴 속박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죽여라, 죽여! 모두 죽여라!」
왜냐하면 인간성을 유지하기 위해 속박하고 있었던 학살의 마수를 깨웠기 때문이다.
나의 인간성을 대신하여 자라났던 일곱 마리의 마수.
수많은 피를 섭취하여 각성한 마수, 피를, 적들의 죽음을 바라는 녀석의 속삭임을 뒤로한 채 의지를 움직였다.
「너희도 나와.」
그것은 절대적인 명령.
스으으!
명령을 거부하지 못한, 은신하고 있던 나머지 두 명의 관측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 전과는 다른 점이라면 녀석들은 내 의지에 속박당한 채 발버둥을 치고 있다는 것.
「커흑...」
「커컥!」
당황한 녀석들이 신음을 내뱉으며 고통을 표출한다.
의지를 움직여 속박당한 녀석들을 내 손이 닿는 거리로 이동시켰다.
“하나, 둘, 셋. 이야기를 듣기엔 너무 많은 수로군.”
콰직!
그대로 머릴 터뜨렸다.
콰직!
하나에 이어 하나 더.
죽음의 의지를 실었기에 재생할 수 없는 완전한 소멸을 맞이한 녀석들의 육신이 힘없이 지면에 허물어진다.
「커, 커컥!」
눈앞에서 동료 둘이 당하는 것을 본 관측자가 심하게 발버둥 친다.
그런 녀석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하나.
“죽을래, 아니면 네가 가진 정보를 말할래?”
물론 녀석에게 선택권 따위는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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