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39화 (39/161)

#   39 - 3771567

#

Chapter 38

만약 힘을 조금만 더 주었다면 녀석은 날개를 잃은 채 권능의 일부를 잃었을 것이다.

그러나.

「노옴!」

완전히 찢지 못하여 덜렁거리는 날개를 뒤로한 채 주먹을 뻗는다.

그런데 소리가 없다.

분명 주먹을 뻗었으나 대기를 가르는 등 어떠한 소음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것은 무음(無音)의 권.

소리를 속이는 속력.

게다가 그 주먹에는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거력이 숨겨져 있었다.

그 한 수를 보니 알 것 같다.

녀석은 육체의 축복을 받은 천사, 대지를 상징하는 우리엘이 틀림없을 것이다.

“흐읍!”

들숨과 동시에 내 모든 의지는 시위를 당긴 화살과도 같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했다.

“합!”

그리고 날숨과 함께 쏘아진 화살처럼 주먹을 뻗었다.

콰앙!

주먹과 주먹이 부딪쳤으나 굉음이 터져 나왔다.

콰아아아아!

그리고 충돌한 중심부로부터 일어난 충격파가 장내를 휩쓸었다.

「크윽!」

전력의 주먹을 내지른 우리엘은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신음을 내뱉고 있다.

승패는 명확하다.

충격으로 인해 멀리 날아간 녀석과는 달리 나는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찌, 어찌 나약한 죄인 따위가...?!」

그래. 인정할 수 없겠지.

오직 육체의 권능 하나만으로 치천사를, 사대 천사에 오른 자신의 주먹이 밀린 것을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아! 혹시 이거 그건가?”

나는 녀석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 명성이 대단하신 우리엘이 이 나약하기 그지없는 죄인보다 약한 건가? 그런 건가?”

비아냥거렸다.

사실 나는 마신이나 천사, 이런 부류의 초월체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혐오한다.

녀석들은 인간을 그저 나약한 존재, 언제든 자신들의 에너지원으로 삼을 수 있는 싱싱한 먹이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참으로 웃기는 일 아닌가.

가진 거라곤 선천적으로 타고 태어난 권능밖에 없는 것들이 자기가 잘나서 그런 줄 알고 거들먹거리는 게 말이다.

「건방 떨지 마라!」

내 말에 흥분한 우리엘이 손과 발을 이용하여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선. 수백, 수천 개의 선이 내게 쇄도한다.

당황할 필요는 없다.

녀석의 손과 발이 만들어낸 그 궤적은 내 눈을 벗어날 수 없으니.

쾅, 콰콰쾅!

녀석이 그러하듯 나 또한 손과 발을 놀려 그 모든 공격을 상쇄했다.

「...」

잠깐 공격을 멈춘 우리엘이 나를 빤히 응시했다.

벌레로 생각했던 인간 따위가 자신의 공격을 모두 막아내고 있으니 얼마나 기가 막힐까.

하지만 아직 아니다.

녀석이 진짜 놀랄 만한 일은 지금부터니까.

“확실히 루시퍼의 말처럼 그가 너희보다는 훨씬 강했던 것 같네.”

「네 녀석 지금 무슨...」

“입 다물어. 지금부터 보여줄 테니까.”

본래의 목적은 따로 있으나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여 천상의 성역에 들르게 되거든 보여다오. 내가 결코, 힘이 없어서 추락한 게 아니라는 것을. 영혼의 동반자라 생각했던 그 빌어먹을 녀석들에게 나의 진정한 힘을...’

내게 근원의 힘을 전해준 루시퍼의 염원.

솔직히 말해 잊고 있었던 케케묵은 약속이었으나 롱기누스의 창 덕분에 그 약속을 떠올리고 말았다.

모르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그 약속을 떠올린 이상 망설일 이유는 없다.

스으으으-

내 몸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그의 증오를 퍼뜨렸다.

「!!!」

그리고 변화가 시작되었다.

뿜어져 나온 흑백의 기운이 내 몸을 감쌌고,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대며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츠츠츠츠!

등 뒤로 뻗어난 흑백의 날개 9쌍과 흑과 백이 조화된 왕관.

그것은 우리엘의 머리 위를 장식하고 있는 것과 같은 천사의 띠였다.

「이, 이 기운은?!」

그 어느 때보다 놀란 우리엘이 비명을 지른다.

그럴 수밖에. 지금 내가 취한 형상은 과거 녀석들의 질투로 추락한 루시퍼의 모습과 그 근원의 기운이었으니 말이다.

“과거의 망령은 아직 너희를 잊지 않았으니.”

내 손으로 돌아온 롱기누스의 창을 힘을 주어 잡았다.

“억겁의 세월 동안 쌓인 증오와 원한의 불꽃에 소멸하라.”

이 순간 나는 과거의 루시퍼.

그리고 지금부터 그가 그토록 바랐던 사대 천사의 배신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네 녀석!」

콰아아아!

루시퍼의 기운을 읽은 우리엘의 분노가 활화산처럼 터져 나왔다.

루시퍼가 사대 천사를 증오하듯 녀석들 또한 루시퍼에 대한 원망이 있다.

「죽어라!」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고고하게 굴던 녀석의 본성이 나왔다.

그리고 그건 단지 성격이라는 것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쿠아앙!

녀석이 뻗은 주먹에서 뿜어져 나온 기파는 하나의 재앙처럼, 거대한 파도가 되어 내게 쇄도했다.

어마어마한 권능이 부여된 기운의 발산.

그것을 맞이하는 내가 해야 할 일은 간단했다.

스팟!

힘을 주어 창을 찌르는 것.

그리고.

사아아-

거짓말과도 같이 녀석이 발현한 가공할 만한 기운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무엇이?!」

나름 준비한 회심의 권능이 소멸한 것에 경악하는 녀석.

처음에는 그 반응을 즐기기도 했지만, 이제는 조금 지겹다.

그러니 그만 죽어라.

힘을 주어 창을 찌른다.

소리는 없다.

조금 전 우리엘이 펼쳤던 것과 같이 소리를 속인 무음의 찌르기.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소리를 뛰어넘는 극쾌의 공격일 뿐만 아니라 녀석의 시간마저 빼앗는 입신(入神)의 한 수였다.

하지만 롱기누스의 창은 녀석에게 닿지 않았다.

파직, 파지직!

녀석의 육신에 닿기 불과 1cm 남짓한 공간. 그곳에서 푸른 스파크가 맹렬하게 튀며 창의 접근을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천사의 갑옷이로군.’

루시퍼에게 설명을 들었던 적이 있다.

천계의 대법관 메타트론이 사대 천사에게 선물한 무적의 갑옷.

가공할 만한 에너지를 압축하여 만든 갑옷, 아니 정확히는 보호막과 같은 그것은 모든 공격으로부터 사대 천사를 보호한다.

그렇기에 숱하게 일어난 천마...아니 마천대전에서도 녀석들은 단 하나의 생채기도 없이 멀쩡할 수 있었다.

과거의 마신조차도 대천사의 갑옷을 뚫지 못했으니 말이다.

「감히 네깟 녀석의 공격이 내게 닿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제대로 피하지도 못했던 녀석이 기고만장해서는 떠든다.

그러나 녀석이 착각하고 있는 게 있으니.

“응. 닿을 것 같은데?”

쩌저적!

무적이라 불리는 대천사의 갑옷에 균열이 생겼다.

「헙?!」

고작해야 녀석들 따위가 ‘무적’이라 명명한 갑옷 따위가 나를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지.

“부서져라.”

콰챠챠챠챵!

그리고 지금껏 단 한 번도 깨진 적이 없다는 대천사의 갑옷은 파괴되었다.

그리고.

푸욱!

「끄으윽!」

롱기누스의 창은 영원의 분쟁 중에서도 단 한 번도 상처를 입지 않았던 우리엘의 싱싱한 진체에 낙인을 남겼다.

녀석에게 불행한 사실은 고작해야 상처 정도로 끝난다는 게 아니다.

스으으으.

롱기누스에 깃든 루시퍼의 증오가 황금빛으로 빛나는 녀석의 진체를 어둠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끄으으으악!」

오직 천계의 존재와 만났을 때 반응하는 루시퍼의 증오는 그 에너지를 빨아먹으며 그들에게 치명적인 독을 내뿜는다.

존재의 타락.

정확히는 천사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버려 존재의 소멸을 일으키는 극악의 독이었다.

「끄윽...이런...」

어떻게든 내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악한다.

그러나 전력을 다해도 안 되는 마당에 루시퍼의 증오에 속박된 상태의 녀석은 내게 어떠한 위협을 주지 못했다.

‘이래도 안 움직인다고?’

명색이 천계를 상징하는 천사가 당하고 있는데도 아직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뒈져.”

너를 구해주지 않은 동료들을 원망하도록.

스으으으으!

루시퍼의 증오가 녀석을 완전히 어둠으로 물들일 무렵.

「그 더러운 손을 당장 떼라!」

공간을 넘어 울리는 외침과 함께.

화르륵!

적화가 피어났다.

열기만으로도 알 수 있다.

이 불꽃은 내 투기의 갑옷을 넘어서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불꽃이란 사실을.

그래서 살짝 뒤로 물러났다.

「크윽...」

「우리엘. 괜찮나?」

허물어지는 녀석을 부축하는 건 똑같은 8쌍의 날개를 지닌 치천사들이었다.

색색의 날개를 펼치고 있는 천사 넷.

아니 녀석들만이 아니다.

펄럭!

날개를 펼치며 날아오는 빛의 날파리들.

7쌍과 6쌍의 날개를 자랑하는 성역의 최정예, 지천사와 좌전사로 이루어진 병력이 주위를 가득 에워싸고 있었다.

“오호라. 한꺼번에 몰려오려고 그렇게 뜸을 들였나 보네.”

어쩐지.

그냥 지나가는 천사 1도 아니고 동료가 당하고 있는데 너무 안 나온다 싶었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적색, 청색, 그리고 연녹색의 날개를 펼친 녀석들이 노려본다.

「네 녀석, 죄악의 천사 계승자인가?」

적색의 날개와 느껴지는 불꽃의 기운.

아마도 녀석이 미카엘일 것이다.

루시퍼가 가장 믿었던 존재.

그러나 정작 그는 대법관과 다른 사대 천사들을 이간질해 루시퍼를 나락으로 떨구고 말았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네 녀석은 여기서 살아 돌아갈 수 없다.」

화륵!

녀석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의 기세가 더욱 강렬하게 바뀌었다.

“그래? 그거 잘됐네. 나도 너희를 살려둘 생각이 없었는데.”

하지만 녀석들은 그 말에도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강렬한 기세를 발산하며 나를 응시할 뿐이었다.

「루시퍼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나락에 던져 넣었으나 우리는 항상 불안에 떨었었다.」

연녹색 날개를 펄럭이는 바람의 라파엘이 말했다.

「언제든 그가 돌아올 것 같았으니까. 천계 최고의 무력을 지녔던 그가.」

이번에는 청색 날개의 가브리엘이었다.

완전한 소멸이 아니었기에 그녀를 포함한 모두가 불안에 떨었다.

언제든 루시퍼가 심연에서 올라와 그들에게 복수의 칼날을 휘두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다시 돌아올 날을 대비해 그를 영원히 저지할 수 있는 특별한 권능을 연마하였다.」

마지막은 미카엘이었다.

불꽃을 담은 듯한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나를 응시한 녀석은.

「비록 그는 아니지만, 죄악의 천사, 그의 의지를 이은 네 녀석을 단죄하겠다.」

고오오오오!

천계가 진동할 정도의 가공할 만한 기세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호오?”

재밌는 건 녀석의 그 기세가 본인의 것만이 아니라 다른 사대 천사의 기운을 빌려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기운만이 아니다.

사대 천사의 진체가 흐릿하게 변하여 구분 없이 섞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찰나의 순간이 지나고.

뚝!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한 정적이, 그 기묘한 이질감이 장내를 지배했다.

「보아라, 이것이 바로 완전무결한 절대의 존재이니라!」

사대 천사와 융합한 미카엘은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 있었다.

본래는 8쌍이었던 적화의 날개는 백화로 변한 데다가 9쌍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더욱더 거대한 형상을, 마치 살아 있는 불꽃처럼 넘실대며 열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루시퍼에 대항하기 위하여 연마했다는 권능이라는 게 하나에게 힘을 몰빵하는 형태인 것 같다.

화륵, 화르륵!

녀석은 모든 것을 불태우는 사대 천사의 기운이 모여 만들어진 불꽃의 검을 쥔 채로 나를 응시했다.

「설혹 루시퍼 그가 돌아온다고 해도, 아니 그가 몇 배나 강해져 돌아와도 지금의 내겐 대적할 수 없으니.」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하늘을 찌를 듯하다.

하긴. 느껴지는 기운만 놓고 봤을 때는 과거 나를 가장 애먹였던 서열 1위 마신 바알보다도 강력하긴 하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자신감이 충만한 와중에 미안하지만, 별거 아닌 것 같은데?”

「흥!」

물론 믿지 않은 녀석이 백화로 벼려진 검을 휘두른다.

시공간을 베어버리는 절정의 일격.

하지만 나는 녀석의 동작을 바라보면서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저 건방진 녀석에게 격의 차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흡!”

내 한 일은 간단했다.

짧은 기합성을 터뜨리며 정말 오랜만에 ‘전력’이라는 의지를 품은 것.

그리고 그 순간.

쩌저적!

요란한 소리와 함께 곳곳에서 유리가 깨지는 듯한 현상이 일어난다.

그것은 차원의 균열.

천계는 나의 거대한 존재감을 받아들이지 못하였고, 차원의 균열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

덜덜덜덜.

사대 천사의 융합체는 끝없는 절망과 마주한 채로 몸을 떨고 있었다.

「이, 이게 도대체 무슨...?!」

허공에서 멈춘 백화의 검.

스윽- 나는 그 검을 아무렇지 않게 만지며 씨익 미소 지었다.

“뭐긴 뭐야. 한 마디로 좆된 거지.”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