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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36화 (36/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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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35

    “누군가 했더니 천계에서 놀던 분이셨어?”

    나는 건방지게 성안에서 불장난(?)을 친 녀석을 노려봤다.

    뭔가 거부감이 잔뜩 드는 기운.

    빛의 기운이 잔뜩 응집된 것을 보니 저 높으신 곳 소속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쩌지? 내가 마계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니 빛에 알레르기가 좀 있어서 말이야.”

    퍼억!

    그대로 녀석의 머리를 부숴버렸다.

    어차피 천사에게 몸을 내어준 인간은 영혼의 여파로 인해 백치가 되어버릴 터.

    회생시킬 수 없으니 이대로 안식을 선사해주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툭- 머릴 잃어버린 녀석의 육신이 지면에 떨어졌다.

    “야, 너희들.”

    상황을 정리한 후 1,315호와 그락(그라시아스를 줄인 이름)을 불렀다.

    「네, 넵!」

    「부르셨습니까.」

    냉큼 달려와 공손히 옆에 서는 녀석들을 차례로 째려봤다.

    “너희 일 똑바로 안 하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너희를 왜 별궁에 배치했지?”

    「...」

    그제야 사태를 깨달은 녀석들이 입을 다물었다.

    내가 이 귀찮은 두 녀석을 굳이 데리고 있는 이유는 호위 때문이었다.

    혹시 모를 미연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별궁의 경비를 맡겼더니 이 난리가 났다.

    “너희 선에서 정리 안 하지?”

    「죄, 죄송합니다.」

    「역천사 하나면 감당할 수 있었겠지만, 천상의 군대가 몰려오는 바람에...」

    알고 있다.

    지금 녀석들의 전력으로는 역천사 하나는 감당할 수 있어도 천상의 군대까지는 무리라는 걸.

    하지만 내가 지적하는 건 녀석들의 태도였다.

    “다 좋아. 그런데 너무 태연하더라. 어차피 내가 나서면 상황이 종료될 거라는 걸 아는 거지.”

    「...」

    「...」

    “최소한 어떻게 해결해 보려는 노력이라도 보여...”

    재차 녀석들을 질책하려고 했으나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건 또 뭐야?”

    기이한 기운과 함께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

    스슥, 스스슥-

    조금 전 내 손에 의해 터진 천사 녀석의 머리 잔해가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뭔지 알아?”

    혹시 이 기괴한 현상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었지만.

    「저도 이런 광경은 처음인지라.」

    「분명 소멸한 것을 느꼈건만...」

    녀석들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기대를 버린 채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집중했다.

    잔해, 살점과 뼈, 그리고 핏방울이 빠른 속도로 움직였고, 머리를 잃은 역천사의 시체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그렇게 찰나의 시간이 흐르고.

    스윽- 마치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녀석이 역천사가 부활했다.

    「맙소사!」

    「어떻게 이런...?!」

    경악하는 1,315호와 그락.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부활한 건 역천사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수백 갈래로 조각나 소멸했던 천상의 군대 모두가 부활한 채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우리는 불사의 심판자. 중간계의 정화라는 부여된 임무를 마치지 않는 이상 절대 소멸하지 않는다.」

    처음 당황했던 모습은 없다.

    정말 불사의 축복을 얻은 것처럼 위풍당당하게, 오만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다.

    그 눈빛을 뭐랄까.

    어디 죽일 수 있으면 죽여봐라. 뭐, 그런 도전적인 눈빛이라고 해야 하나?

    「중간계의 정화는 성역에서 정한 운명. 그것을 순순히 받아...」

    “지랄하고, 자빠졌네.”

    진부한 대사.

    더는 들을 필요가 없기에 아공간을 열어 스톰브링어를 꺼냈다.

    “일단 죽어.”

    마검 스톰브링어에 깃든 사나운 폭풍의 권능을 깨웠고.

    콰콰콰콰콰!

    가벼운 횡 베기 동작으로 인해 생성된 거친 폭풍이 천상의 군대를 휩쓸었다.

    팟!

    그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사나운 폭풍은 그들의 육신을 갈기갈기 찢다 못해 아예 소멸을 시켜버린 것.

    “진짜 불사라면 이 지경이 되고도 부활할 수 있겠지.”

    만약 녀석들이 정말 불사의 권능을 지니고 있다면 육신이 찢기다 못해 먼지가 되어도 부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금방 나타났다.

    스스슥-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허공 중에 떠돌고 있던 먼지와 같은 잔해가 뭉치기 시작했다.

    “호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잔해가 모여 하나의 형상을 이룬다.

    그리고 그것은 역천사를, 그리고 녀석과 함께 소멸한 천상의 군대 부활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소용없는 짓이다. 네가 아무리 육신을 베고 찢어도 우리는 다시금 부활한다.」

    확실히 죽여도 계속 살아나는 건 맞는 것 같다.

    저렇게 죽어대는데도 자신감을 보이는 것을 보니 그건 확실하다.

    “그래? 그러면 살아나지 못하도록 완전히 소멸시키면 되지.”

    한낱 불사의 권능 따위를 믿고 우쭐대는 게 상당히 재수 없다.

    불사?

    고작해야 다시 살아나는 권능 따위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츠츠츠츠츠!

    짜증 나는 녀석에게 한 방 먹이기 위한 특별한 무기를 꺼냈다.

    스톰브링어를 대신한 건 그건 모든 빛을 흡수하는 칠흑의 나뭇가지.

    마치 가시를 연상케 하듯 잔가지가 뾰족하게 솟아난 그것은 신살(神殺)의 검 미스틸테인(Mistilteinn)이었다.

    「그, 그것은...!」

    미스틸테인을 본 1,315호가 경악한다.

    그럴 수밖에. 이 검은 마신 서열 7위 아몬이 사용했던 그의 ‘쌍검’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네 놈, 무엇을...」

    “닥치고. 이것에도 부활할 수 있는가 보자.”

    팟.

    의지와 함께 내 육신은 자신만만한 역천사 앞에 당도했다.

    「놈!」

    분노한 녀석이 천상의 불꽃으로 이루어진 검을 휘두른다.

    콰앙!

    주먹으로 불꽃의 검을 흐트러뜨린 후.

    「커헉!」

    녀석의 목을 움켜쥐어 공중에 들어 올렸다.

    「세리엘님을 보호해라!」

    「타락한 왕에게 죽음을!」

    빛의 날개를 펼친 권천사 병력이 달려든다.

    쯧. 그렇게 죽고서도 본인들의 주제를 깨닫지 못했나 보네.

    하긴. 불사의 축복인지 뭔지를 믿고 덤벼드는 거겠지.

    “그런데 어쩌나?”

    나는 날아오는 녀석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끼이이익-

    미스틸테인에 주입된 내 마력과 의지로 인하여 검명이 터져 나왔다.

    「크윽!」

    「으으윽!」

    하지만 그건 보통의 검명과는 달리 불길한, 너무도 소름 끼치는 소릴 냈고, 그로 인해 달려오던 천상의 군대 모두가 귀를 틀어막고 고통에 신음했다.

    그리고.

    스으으으-

    미스틸테인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검은 안개와 같은 기운이 장내를 장악한다.

    “이것마저도 받아내면 인정해줄게.”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스팟!

    내 손에서 피어난 검은 검광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천상의 군대를 훑고 지나갔다.

    그리고.

    털썩.

    목이 떨어진 녀석들 모두가 지면에 허물어졌다.

    그리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커, 커커컥?!」

    기운이 완전히 소멸한 사실을 깨달은 역천사 녀석이 발버둥 쳤다.

    나는 그런 녀석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불사는 개뿔. 별것도 아니구만.”

    유사 불사는 있을 수 있으나 완전한 불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내가 손에 쥔 미스틸테인은 그 모든 유사 불사를 꿰뚫는 검.

    그렇기에 녀석들은 이 신살의 검이 지닌 권능을 이겨낼 수 없다.

    「크, 크크큭...」

    그런데 이 녀석 정신을 놓은 것 같다.

    부하들이 떼 죽임당한 것을 보면서도 웃음을 멈추지 못한다.

    “미쳤니?”

    「조금 전 성역의 승인이 떨어졌다.」

    “승인?”

    「중간계를 정화할 천상의 심판이 떨어지니. 가공할 만한 그 위력에 타락은 깨끗이 정화될 것이다.」

    그 심판에 대해서 굳이 녀석에게 물을 필요는 없었다.

    쿠쿠쿠쿠쿠쿵!

    대기가 찢어지고 대지는 격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왕성뿐 아니라 대륙 전체가 진동하는 현상이었다.

    ‘이건...?’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며 그대로 공간을 넘었다.

    역천사 녀석의 목을 움켜쥔 채로 왕성의 중앙으로 나왔다.

    “뭐야?”

    “이게 무슨 일이야?”

    “지진인가...?”

    진동을 감지한 백성들이 집밖으로 나와 북적대고 있다.

    “저, 저길 봐!”

    “맙소사!”

    나 또한 그들이 가리키는 창공을 바라봤고.

    쿠쿠쿠쿠쿵!

    느릿한 속도로 왕성을 향해 떨어지고 있는 거대한 황금 망치를 볼 수 있었다.

    일전에 킬리아가 발현했던 심판의 망치와 흡사한, 하지만 그 위력은 천지 차이인 그야말로 심판을 행하기 위하여 발현된 망치.

    “신이 노하신 게야.”

    “이건 천벌이 틀림없어...”

    “이대로 왕국은 멸망하고 말 거야!”

    모든 것을 무로 돌려버리는 심판의 망치를 확인한 백성들이 절망에 차 울부짖었다.

    「크크큭. 그나마 자신의 주제를 아는 인간들...」

    퍽!

    나는 건방지게 입을 놀리려는 녀석의 얼굴을 후려쳤다.

    “주제는 네 녀석이 먼저 알아야 할 것 같은데?”

    대충 어떻게 된 일인지는 짐작할 수 있다.

    불리한 상황인 것을 감지한 녀석이 천상의 성역을 향해 지원을 요청했고, 그에 대한 승인이 떨어져 지금과 같은 권능이 발현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네. 이 정도의 간섭이라면 나머지 세계에서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텐데.’

    의문인 건 천계에서 이 정도로 개입을 하는데 과연 나머지 세계가 가만히 그것을 내버려 두냐였다.

    마신들을 통해 들은 정보에 의하면 과거 일어난 죄악의 전쟁에서 칠계의 협정이 맺어졌다.

    해서 가장 중요한 중간계에 대한 과도한 간섭은 서로가 금지했을 텐데.

    ‘뭐, 내가 모르는 속사정이 있나 보지.’

    복잡한 생각은 치워뒀다.

    어차피 고민해봐야 답을 알지 못할 테니 당장 생각할 필요는 없다.

    지금 중요한 건 머리 위에서 웅웅대며 떨어지고 있는 저 빌어먹을 망치다.

    「크큭. 내가 말하지 않았더냐. 어차피 이곳은 깨끗이 정화될 것이다. 그러니 어디 마음껏 발악해 보아라. 크크크크큭.」

    말하는 거나 표정만 보면 이게 천산지 악만지 헷갈릴 정도다.

    문득 궁금해진다.

    과연 이렇게 자신하는 저 심판의 망치가 허무하게 소멸해버렸을 때 녀석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궁금하면 실행해 봐야겠지.

    꿈틀.

    의지가 움직인다.

    고오오오-

    과거 내가 행하였던 위업이, 홀로 썼던 그 신화가 기세를 타며 노래를 시작했다.

    「한낱 나약했던 인간은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의지를 벼렸다.」

    쿵!

    내가 뿜어낸 기세로 인해 주위의 시간이 멈췄다.

    그 공간은 오직 나만이 자유로울 수 있는 단절된 세계.

    「수많은 시련과 고통 속에서 단련된 그의 의지는 한 자루의 날카로운 창이 되니.」

    휘오오오!

    내 오른손에 날카롭게 벼려진 의지의 창이 생성되었다.

    「그것은 모든 것을 꿰뚫고, 또한 모든 것을 파괴하는 필멸의 창이라.」

    붉은 기운이 휘감아 도는 그 창은 과거 마신 서열 1위의 바알을 상대하기 위하여 벼렸던 의지의 창 궁니르(Gungnir).

    가히 신의 영역에 도달한 바알을 없애기 위하여 만든 필멸의 창이었다.

    “심판의 망치 좋아하고 있네.”

    왕성을 향해 떨어지고 있는 심판의 망치를 바라보며 중얼거린 후 손에 쥔 필멸의 창 궁니르를 힘껏 투창했다.

    쐐애액!

    대기를 가르며 날아가는 궁니르.

    「크큭. 어리석은 녀석. 고작 그따위 조잡한 창으로 심판의 망치를 소멸시킬 수 있을 것 같으냐?」

    그 안에 잠재된 힘도 파악하지 못한 녀석이 이죽거렸다.

    “멍청아. 저기나 보고 말해.”

    나는 손가락으로 막 충돌하고 있는 그곳을 가리켰다.

    투쾅!

    내가 날린 궁니르가 심판의 망치와 충돌했고.

    「허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의기양양하던 천사 녀석이 신음을 토했다.

    그럴 수밖에.

    파스스!

    녀석이 그렇게 자랑하던 심판의 망치는 궁니르와 충돌한 순간 빛의 먼지가 되어 흩어졌으니까.

    “오오!”

    “기, 기적이다!”

    “폐하다! 폐하께서 기적을 일으키셨어!”

    내가 일으킨 기적을 본 백성들이 감격에 차 소릴 지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짧게 응시한 후 다시금 공간을 넘었다.

    팟!

    내가 도착한 곳은 왕성이 보이고 인적이 없는 언덕 위였다.

    “내가 왜 널 죽이지 않고 살려뒀는지 궁금하지 않아?”

    나는 녀석에게 물었다.

    굳이 귀찮게 데리고 다닐 필요 없이 녀석을 죽이려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었지만, 살려두었다.

    「...이것이 끝이라 생각하지 마라.」

    하지만 녀석은 내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이글이글 불타는 눈을 빛냈다.

    「정화의 임무가 끝이 나지 않은 이상 성역에서 계속 병력을 보낼 것이다.」

    “어, 그렇겠지.”

    나름 자존심이 높은 녀석들이니 정화의 임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병력을 파견하거나 지금과 같은 권능을 발현하여 목적을 이루려고 하겠지.

    “그래서 널 살려둔 거야.”

    「무슨...?」

    꽈악!

    녀석의 목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컥!」

    고통에 몸부림치는 녀석.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전과 다르다.

    나의 마기를 녀석의 육신에 계속 주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욱!

    「무, 무슨 짓을...?」

    “어. 별거 아냐. 천계와 연결된 너를 매개체로 차원문을 만들려고.”

    마계에서 차원문을 열었을 때와는 다르다.

    이 녀석, 천사 녀석은 천계와 연결되어 있었고, 그 흔적을 쫓아가면 쉽게 차원문을 만들 수 있다.

    마기와 함께 나의 의지를 실은 그 순간.

    콰앙!

    엄청난 폭발과 함께 녀석의 육신이 산산이 부서졌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휘오오오!

    녀석과 연결된 끈, 그 희미한 흔적을 연결하여 만든 차원의 통로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계속 병력을 보내 귀찮게 할 거라고? 그러면 그곳을 끝장내면 되잖아?”

    녀석들이 정화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아예 천계 자체를 소멸시키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것 아니겠는가?

    저벅.

    나는 그 목적을 위하여 천계로 통하는 차원의 문을 향해 한 발자국 발을 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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