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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3
“어떻게, 어떻게 슈아드님이 이리 허무하게...”
믿을 수 없다는 듯 부릅뜬 두 눈.
살짝 벌린 입은 끊임없이 슈아드라는 이름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마 황제 녀석은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건 꿈인가?
“꿈 아니니까 꿈 깨.”
내뱉고 보니 뭔가 말이 이상한데?
뭐, 어쨌든 의미만 잘 전달되었으면 됐지.
“...”
그러나 안 듣고 있다.
흑룡의 잔해만 응시하고 있는 황제는 내 말을 제대로 듣지 않은 게 분명하다.
짝!
그렇기에 손뼉을 치며 그의 정신이 이곳에 돌아오도록 만들었다.
“...”
그런데 안 돌아온다.
여전히 멍한 눈길로 날 응시하고 있는 황제.
아무래도 저 흑룡의 죽음으로 인해 정신적 충격이 꽤 컸던 것 같다.
전에 봤을 때는 굉장히 냉철해 보였는데, 저 흑룡이란 녀석이 생각보다 소중한 존재였나?
‘아니, 이렇게 약할 줄 몰랐지.’
솔직히 말해서 흑룡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단지 시험해 보고 싶었을 뿐이다.
대륙의 드래곤이 어느 정도의 힘이 있나 시험해 보려는 의도였는데, 결과는 보는 것처럼 산산이 조각 난 잔해였다.
그건 착오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과거 환계에서 만난 레비아탄(Leviathan)은 중간계의 드래곤이 자신의 피를 ‘일부’ 이어받은 혈족이라고 말했었다.
그래서 녀석의 능력을 상정하여 조금 힘을 줬더니 이 꼴이 나고 말았다.
“그런데 언제까지 넋을 놓고 있을 작정이지?”
죽일 의도는 없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 뭐 어쩌겠는가.
나는 이곳에 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넋이 나간 황제의 정신을 깨웠다.
“너는 정녕 인간이...”
“맞는 거냐고? 공작 녀석과 똑같은 소릴 하네. 혹시 너도 녀석과 똑같은 결말을 맞고 싶은 건 아니지?”
나는 지면을 구르는 공작의 머릴 응시했고.
부르르- 그 결말이 무엇인지 깨달은 황제가 몸을 한 차례 떨었다.
“목적이 무엇이냐.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런 일을...”
“목적은 내가 아니라 네 녀석이 지니고 있었겠지.”
나는 녀석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나를 이용해 눈엣가시와도 같은 공작가와 황비를 제거할 셈이었겠지. 그리고 저 흑룡 녀석을 이용해 깔끔하게 처리하면 황제의 권위를 세울 수 있을 테고. 안 그래?”
“...”
황제는 내 말에 정곡이 찔린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녀석은 뭐 대단한 계략이라며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유추하는 건 굉장히 간단한 일이었다.
애초에 황비와 공작만 나섰다는 부분부터 이상하다.
3황자, 명색이 황족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당했다.
그런데 황제는 전혀 나설 생각 없이 오히려 다른 누군가의 움직임을 부추기는 모양새.
임펠 제국의 권력 구조만 파악한다면 그가 무슨 의도를 지녔는지, 그리고 어떤 계획을 꾸미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내 목적? 일전에도 분명히 말했을 텐데. 억울하게 죽은 누나의 복수를 위한 일이라고.”
물론 그 복수는 3황자에게 벌을 내리는 것으로 끝냈지만,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여야 말이지.
주제도 모르는 황비와 공작가는 황제의 계략에 넘어간 줄도 모르고 내게 덤볐고, 죽었다.
“물로 네 녀석도 일이 이렇게 돌아갈지 예상 못 했겠지만.”
나는 황제를 응시했고, 녀석 또한 내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짐을 죽일 셈인가?”
담담히 말하는 듯하지만, 끝이 살짝 떨린다.
당연한 현상이다. 죽음 앞에서 초연할 수 있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내가? 널? 왜?”
“짐을 해하고 제국의 황제에 오르려는 게 아니냐.”
“황제? 그딴 귀찮은 짓을 뭐하러.”
황제 자리? 거저 준다고 해도 사양이다.
“그럼 어째서...?”
“네게 경고하기 위해서.”
“경고?”
“앞으로 계속 귀찮은 짓을 벌일 게 빤하잖아.”
앞으로의 전개는 안 봐도 빤하다.
황실이, 제국의 위엄이 땅에 떨어졌다며 분개한 귀족 녀석들이 나에 대한 토벌을 주청할 테고, 황제 녀석은 못 이기는 척 병력을 보내겠지.
물론 내가 제국에 당할 일은 없지만, 그 모든 상황이 귀찮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당장 대륙에서 임펠 제국을 지워버릴 수도 있어.”
실제로 그리 마음먹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학살을 자행하게 된다면 결국, 이 대륙에 남는 인간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마계에서 대륙으로 귀환한 건 동족을 몰살시키려는 게 아니라 긴 여정에 대한 휴식과 원정대원들의 마지막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서였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 때려 부숴버리면 결국, 과거와 같은 멸망만이 기다릴 뿐.
그렇기에 어느 정도는 인내심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지 않는 건 그나마 남은 인간성을 지키고 싶은 이유랄까? 뭐, 그거야 네가 알 바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힘들게 일궈놓은 이 제국을 잃지 않고 싶다면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는 게 좋을 거야.”
“...”
그래도 분위기 파악은 하는지 말을 아낀 황제가 내 말을 경청했다.
“3황자에게 벌을 내리는 것으로 누나의 복수는 정리됐어. 물론 중간에 훼방이 있긴 했지만...”
말끝을 흐리며 황비와 공작의 머리를 응시했다.
꿀꺽- 뭔가 위기를 느꼈는지 마른침을 삼키는 황제.
“...그거야 그냥 우연한 사고 정도로 넘어가 줄게.”
나를 이용해 계략을 꾸민 게 괘씸하긴 하지만, 그 정도는 그냥 넘어가 줄 수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그러니까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네가 잘 관리해야 할 거야.”
“관리를 하라?”
“내게 불똥이 튀지 않도록 설득을 하든 협박을 하든 이번 일을 잘 마무리 지으라는 거지.”
그간 마음껏 활개 치고 다니던 황비와 공작가가 정리되었으니 황제가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권력을 이용하여 내게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마무리 짓는 것. 그것이 내가 황제에게 바라는 바였다.
“짐을 그대의 꼭두각시처럼 이용하겠다는 건가?”
기분이 나쁜 듯 인상을 찡그린다.
허! 이런 상황에서도 자존심을 내세운다고?
어리석기는.
“꼭두각시? 말은 똑바로 해야지. 내가 너를 살려주는, 아니 제국을 남겨주는 아량을 베풀었고, 너는 그 대가를 제공하는 것일 뿐이야.”
주제를 알아야지.
일개 제국의 황제일 뿐인 녀석이 꼭두각시는 무슨.
“정녕 그대는 짐을, 아니 제국을 멸망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무슨 자존심이 생긴 것일까.
황제는 갑자기 자신의 위엄을 뽐내며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수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제국에는 무수히 많은 인재가 있다. 아서 왕. 그대는 끊임없이 밀려드는 그 모든 이들을, 제국의 전력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 갑자기 제국 자부심이 치솟았구나.
마치 기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는,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랄까.
“응.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내게는 소용없는 일이다.
어느 정도 위협이 될 만한 내용이라면 모를까, 고작 제국의 전력으로 압박할 생각이라니.
“...”
하지만 내 말에도 여전히 녀석의 눈동자는 제국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다.
여기서 저 빌어먹을 자부심을 걷어내지 못하면 또 언젠가 귀찮은 일을 벌일 듯하다.
“못 믿겠어? 그럼 믿게 해줄게.”
녀석의 제국 자부심을 걷어낼 방법은 하나.
「성난 파도와도 같은 그의 분노는 재앙을 일으키니.」
쿠쿠쿠쿠쿵!
내가 발산한 기세에 황성이, 아니 정확히는 공간 자체가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절대적인 권능은 모든 것을 파괴하는 힘을 지니고 있으며.」
일전에도 보여준 바 있는 내 고유 권능인 칼의 노래.
하지만 그건 마계에서 일으킨 대살상의 무훈(武勳)이 아니라 세계를 멸하였던 재앙의 노래.
「세계를 멸(滅)하는 재앙이었다.」
쿵!
공간의 흔들림이 멈췄다.
그리고.
쿠쿠쿠쿠쿠쿠!
멸살(滅殺)의 검 레바테인(Laevateinn)이 완성되어 제국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무, 무슨?!”
심상치 않은 기세를 느낀 황제가 다급히 창 쪽으로 다가간다.
“허억!”
그리고 그는 보았다.
창공에서부터 하강하고 있는 거대한 불의 검을.
떨어지는 순간 제국이 아니라 대륙을 파괴할 가공할 만한 멸살의 검을 말이다.
“잘 보아라. 네 녀석의 선택으로 인해 제국은 멸망하게 될 것이다.”
농담이 아니다.
만약 녀석이 선택하지 않는다면 레바테인은 제국의 영토를 강타할 테고 그 순간 모든 것을 잿더미가 되어 사라질 것이다.
“그, 그만...”
“...”
하지만 나는 녀석의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짐이, 짐이 그대의 부탁을 들어주겠다. 그러니 이제...”
“...”
여전히 자존심이 남아 있다.
그렇기에 반응하지 않은 채 떨어지는 레바테인을 응시할 뿐이었다.
“그만! 제발 부탁이다. 짐이, 아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러니 제발 저 파괴의 검을 거두어 주십시오.”
무릎을 꿇은 황제.
마침내 그는 내게 굴복하였다.
그것에 만족을 표하며 가볍게 손짓했고.
팟!
그 손짓으로 인해 멸살의 검은 환상이었던 것처럼 사라져버렸다.
“명심하는 게 좋을 거야. 나는 너와 동등한 입장이 아니라 명백한 상하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무릎을 꿇은 녀석에게서 더는 알량한 자존심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제국 자체를 멸할 수 있는 내게 대항한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아까 말했던 뒤처리를 맡길게. 혹여 네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해 귀찮은 일이 생긴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알아들었을 테니 굳이 뒷말을 꺼내진 않았다.
꽤 똑똑한 녀석이니 알아서 잘 처신할 것이다.
“그럼 이만. 만나서 별로였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그것이 내가 황제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였다.
*
“광명이 비추니...”
“...모두에게 축복이 함께하리라!”
수많은 이들이 꽉 들어찬 순백의 신전.
손에는 광명을 상징하는 빛 모양의 펜던트를 목에 건 그 사람들이 모인 이유는 하나.
“모두에게 광명이 있으라!”
밝은 외침과 함께 등장하는 중년의 사내를 보기 위함이었다.
“오오, 뒤블링 성하(聖下)!”
“축복을 내려주십시오!”
“부디 저희에게도 기적을!”
곳곳에 금실이 장식된 순백의 사제복을 입은 그는 바로 뒤블링 쿠르트아.
최근 무섭게 세를 확장하고 있는 광명의 교단을 다스리는 교황이었다.
“자, 모두 정숙해 주십시오.”
사람 좋아 보이는 푸근한 미소를 지은 그의 말에 떠들썩하던 장내는 쥐죽은 듯이 조용하게 변했다.
“지금부터 여러분에게 광명의 가르침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광명의 말씀이 적힌 성서를 펼친 그는 익숙하게 그 안의 내용을 읊기 시작했다.
마치 기도를 올리듯 눈을 감은 채 말을 전하는 그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성인(聖人)에 가까운 모습이다.
그러나.
‘씨발. 킬리아 그년은 도대체 어디서 뭐 하고 있는 거냐고!’
누구도 들을 수 없는 그의 속마음은 악의로 가득 차 있었다.
‘미치고 팔짝 뛰겠네. 빨리 그년이 와야 기적을 보여줄 수 있는데...’
뒤블링은 초조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기적을 보여달라며 찾아오는 교인들에게 극심한 압박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광명의 교단이 이토록 빠르게 세를 확장하게 된 이유에는 병든 자를 치유하고, 죽은 자도 일으킨다는 세간의 소문 때문이었다.
물론 일부 과장되긴 했지만, 기적을 보여준다는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다만 그 기적을 발현하는 게 뒤블링이 아니라 광명의 성녀 킬리아라는 게 문제였지만.
‘최근에 말을 잘 듣지 않더라니. 이번에는 또 어딜 가서 지랄하고 있는지. 하아...진짜 챙길 거 챙기고 얼른 도망가든가 해야지.’
사실 뒤블링은 우연히 킬리아를 거두어 그 덕을 본 사기꾼에 불과했다.
원래도 사기꾼으로 유명한 그는 기적을 발현하는 킬리아를 이용해 그저 한턱 벌어볼 생각이었으나 일이 너무 커지고 말았다.
어느새 그는 대륙이 추앙하는 교황이, 이 시대의 진정한 성인이라며 황제의 초청까지 받는 인물이 되어 있었던 것.
발을 빼려면 진즉 뺐어야 했는데, 이왕 챙기는 거 더 챙겨보자며 머뭇거렸던 게 실책이었다.
“뒤블링 성하. 여기 사고로 인해 다리를 잃은 불쌍한 교인을 데려왔습니다. 부디 그에게 축복을 내려 광명이 함께 하고 있음을 보여주십시오.”
광명의 말씀이 끝나고 대사제가 소녀를 데리고 왔다.
어딜 봐도 끔찍한 사고를 당한 듯 뭉개진 다리에서는 아직도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씨팔, 이 새끼는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고 지랄이야!’
화들짝 놀란 뒤블링.
이번에도 광명의 계시가 있었다며 몸을 빼려고 했건만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기적을 보여달라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적을, 광명의 기적을 보여주십시오!”
“오오! 광명이시여!”
발을 빼려고 했으나 분위기는 이미 고조된 상태다.
만약 여기서 발을 빼버린다?
그는 기적을 바라는 가엾은 소녀를 두고 도망친 천하의 몹쓸놈이 되고 말 것이다.
‘아오, 진짜 미치겠네...’
주변을 둘러본다.
기대로, 아니 광기로 번뜩이는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씨발, 씨발!’
아무런 힘도 없는, 그저 사기꾼에 불과한 그는 선뜻 손을 대지 못한 채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꼼짝없이 여기서 모든 사기 행각이 들통나는구나.
눈을 질끈 감은 뒤블링.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기적을 원하는가?」
마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리는 듯한 신비한 음성이 있었다.
‘누, 누구?!’
놀란 그가 주위를 두리번거렸으나 말을 걸만한 존재는 보이지 않았다.
「기적을 원한다면 나를 받아들여라. 나는 천상의 성역에 속한 존재. 그대가 바란다면 마땅히 기적을 보여주리라!」
그건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한 속삭임이었고.
‘네, 네네. 기적을 보고 싶습니다!’
급박한 상황에 몰린 뒤블링은 이를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악마든, 아니면 빌어먹을 존재이든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을 넘길 수 있다면 그걸로 끝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화악!
뒤블링의 몸에서부터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빛이 뿜어져 나왔다.
“오오오!”
빛에 노출된 교인들은 그 놀라운 이능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다리가, 다리가 나았어요!”
그리고 잠시 후 그들 모두는 기적을 목격할 수 있었다.
심각하게 뭉개져 형체도 구분할 수 없었던 소녀의 다리가 원래대로 재생된 것이다.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린 소녀는 깡충깡충 뛰며 기뻐하였다.
“광명이 비추니...”
“...모두에게 축복이 함께하리라!”
감격에 겨운 건 소녀만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교인 모두였다.
다음에는 자신도 축복을, 저 강력한 기적의 순간을 함께할 수 있으리라.
그들 모두가 강렬한 열망의 꽃을 피웠다.
「이해했다. 과연 인간은 살아갈 가치가 없는 해악이로다.」
그 열망을 확인한 뒤블링, 아니 그에게 깃든 존재가 무심히 내뱉는다.
「타락한 중간계는 반드시 정화되어야만 한다.」
딱!
그리 말한 뒤블링이 손가락을 튕겼고.
화악!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와 장내를 집어삼켰다.
“...”
처음과는 달리 정적만이 지배하는 신전 안.
빛에 노출되어 쓰러진 사람들의 안구는 강력한 불길에 의해 까맣게 타버려 존재하지 않았다.
강력한 권능에 의해 영혼이 소멸해 버린 것.
「일어나라, 천상의 군대여.」
하지만 변화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척척척.
분명 영혼의 소멸을 겪은 사람들이 몸을 일으킨다.
놀랍게도 까맣게 타버린 그들의 눈은 별을 박아넣은 것처럼 신묘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천상의 성역의 결정에 의해 대륙의 정화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타락한 왕이 통치하는 소튼 왕국이 될 것이다.」
뒤블링, 아니 천상의 성역에서도 이름 높은 역천사 중 하나인 세리엘.
그는 최근 나타난 수상한 마기를 감지했고, 그 근원이 소튼 왕국에 머무르고 있는 것을 파악하였다.
보나 마나 수많은 영혼을 제물로 하여 마족을 소환했을 터.
이에 천상의 회의가 열렸고, 중간계는 더는 회생할 수 없이 타락했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그렇기에 그가 왔다.
타락한 중간계의 정화라는 목적을 위해 천상의 군대를 이끌고 직접 강림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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