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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24화 (24/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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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23

    Chapter 23.

    “크윽...!”

    목이 잡혀 제압 당한 녀석이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친다.

    “소용없어. 네가 아무리 한가락 하는 마법사여도 내가 펼친 결계 안에 있는 이상 아무런 힘도 쓸 수 없거든.”

    단순히 목을 움켜쥔 게 아니다.

    마기를 방출, 주변 마나를 재배치하여 결계를 펼친 것이다.

    결계의 발동 조건은 내 손에 닿는 것. 그 절대 결계의 영향권에 든 이상 녀석은 한 줌의 마나도 사용할 수 없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대화하는데 어디서 싸가지 없게 가면을 쓰고 있어.”

    툭- 곧장 녀석의 가면을 벗겼고.

    “음?!”

    드러난 얼굴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마치 얼굴을 확인하지 못하게 막기 위한 듯 가죽을 벗기고, 불로 지져버렸다.

    확인할 수 있는 건 눈동자와 코, 입으로 짐작되는 구멍뿐.

    “독한 새끼들이네.”

    어떤 조직인지 모르겠지만, 위대한 일원이라는 말을 쓰기엔 너무 악독하다.

    “커컥.”

    녀석이 발버둥 친다.

    처음에는 그것이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버둥처럼 보였으나.

    “이것 봐라?”

    아니었다.

    녀석의 생명이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죽음의 계약?’

    특정한 조건이나 상황이 발생할 시 죽음에 이르게 되는 가혹한 계약.

    바람 빠진 풍선처럼 생명력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봐선 그 계약을 맺은 게 분명했다.

    조건은 가면이 벗겨지는 것일 테고.

    “그래. 누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

    죽음의 계약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절대적인 맹약이나 그 대상이 나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흐읍!”

    콰아아!

    마기의 낭비를 아끼기 위해 제한적으로 발휘했던 결계의 영역을 확장했다.

    실체가 없던 내 마기는 사내를 감쌌고, 그 공간을 단절시켜버렸다.

    “허억, 허억...”

    마침내 녀석은 숨을 쉬었다.

    그런데 뭔가가 좀 이상하다.

    “어...어...”

    백치처럼 눈의 초점이 잡혀 있지 않고 자꾸 어어 거리며 제대로 말을 하질 못한다.

    연기인가? 아니.

    “하! 진짜 가지가지 한다.”

    상태를 보니 대강 감이 온다.

    이 녀석은 인형이다.

    그것도 조금 전 마녀가 사용했던 것처럼 육신만 남은 빈 껍데기가 아니라 살아 있는 인간.

    상태를 보아하니 누군가의 기억을 강제로 씌워 그 누군가처럼 행동하게 했을 터.

    쉽게 말해 그 누군가의 클론.

    언제든 버릴 수 있는 가짜 패였다.

    ‘쯧!’

    죽음의 계약 발동으로 덧씌워져 있던 기억이 사라졌다.

    역할을 다한 클론은 백치가 되었고, 그 상태의 녀석에게서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편히 쉬어라.”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고통 없는 죽음.

    서걱!

    마기를 두른 손날이 그대로 녀석의 목을 그었고.

    툭- 육신에서 분리된 머리가 지면을 굴렀다.

    “지독한 녀석들. 어떻게든 수면 위로 정보가 드러나지 않게 관리하고 있는 것 같다만...”

    딸랑!

    이내 비프론스의 신물, 망자의 종을 꺼냈다.

    딸랑딸랑!

    그것을 흔들어 소리를 내자.

    스으으- 목이 떨어진 시신에서 안개와 같은 기운이 뿜어져 나와 곧 하나의 형상을 이루었다.

    생전의 모습이라고 짐작되는 30대의 사내.

    “말해라. 널 이렇게 만든 게 누군지, 그리고 무슨 목적으로 그렇게 되었는지.”

    죽음의 계약?

    그딴 건 망자의 종이 지닌 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슈우욱- 곧 녀석이 전해주는 기억이 내 머릿속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세뇌의 과정.

    반듯이 눕혀진 사람들.

    어마어마한 수의 클론이 생산되는 공장.

    그것으로 녀석의 기억은 끊겼다.

    “수고했다.”

    비록 위대한 일원이라는 녀석들의 본거지나 구성 인원 등에 대한 중요 정보는 없었으나 그래도 나름 만족할 수 있는 정보였다.

    스르륵-

    자신의 목적을 다한 녀석이 사라지고.

    【공간 이동】

    팟!

    곧장 마기를 일으켜 공간을 뛰어넘었다.

    도착한 곳은 숲 깊숙한 곳에 마련된 거대한 저택.

    마치 황제의 별장처럼 생긴 으리으리한 저택 지하에는 오늘도 많은 클론이 생산되고 있을 것이다.

    【메테오 스트라이크】

    드드드드-

    마기의 방출과 함께 대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창공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낸 건 거대한 운석.

    그것도 하나가 아니다.

    고오오오- 수십 개의 운석이 지상을 향해 하강하고 있었다.

    “언제 한 번 걸려봐라. 아주 작살을 내버릴 테니까.”

    일단은 경고다.

    만약 다음에도 엮이는 일이 있다면, 이렇게 간단히(?)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공간 이동】

    잠깐 저택을 노려본 후 공간을 넘었고.

    콰콰콰콰콰콰콰쾅!

    떨어진 운석이 클론 공장을 강타하며 처참한 파괴의 광경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

    “...”

    「...」

    어색한 침묵이 지배하고 있는 공간.

    아서의 방 안에 모인 이들은 쉽게 입을 열지 못한 채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 면면이 참으로 특이했기 때문이다.

    소튼 왕국의 7왕자이자 총리대신인 펠리드.

    아직은 아니나 곧 트리안 왕국의 여왕이 될 플레아.

    검술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왕실 근위대장 타일로.

    아서에게 심하게 두드려 맞고 조금 전 기절에서 깨어난 광명의 성녀 킬리아.

    일단은 봉제 인형인 척 연기하고 있는 마신 후보 1,315호.

    그리고 조금 전 아서가 새롭게 용줍(?)한, 신비한 힘으로 육신의 크기를 줄여 허공을 둥둥 떠다니고 있는 암룡 그라시아스.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구성이니만큼 뭔가 대화를 꺼내기가 힘들 수밖에 없었다.

    “흠흠.”

    하지만 펠리드는 이러한 침묵을 깰 수 있을 정도의 친화력을 자랑하는 이였다.

    헛기침을 터뜨리며 어색한 분위기를 환기한 후.

    “다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소튼 왕국의 7왕자이자 현재는 총리대신을 맡은 펠리드라고 합니다. 사적으로는 아서 폐하가 무척 아끼는 동생이지요.”

    영악한 그는 모임의 주최인 아서와의 혈연을 은근슬쩍 끼워 넣으며 서열을 확실히 주지시켰다.

    물론 효과는 굉장했다!

    그 자존심 높고 고고한 마신 후보 1,315호와 암룡 그라시아스가 한낱 인간에 불과한 펠리드를 주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초롱초롱 빛나는 그 눈빛의 의미는 간단하다.

    잘 보여야 한다.

    아서의 친혈육인 그의 점수를 딸 수만 있다면 앞으로의 사회 생활(?)이 편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럼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우리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볼까요?”

    말을 끝낸 즉시 매섭게 타일로를 째려본다.

    “네? 아, 넷!”

    뒤늦게야 그 시선의 의미를 눈치챈 타일로가 한발 앞으로 나섰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타일로라고 하며 성은 아직 하사를 받지 못했습니다. 나이는 18세, 성별은 보시다시피 남자이며 현재는 소튼 왕국의 왕실 근위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짝짝!

    펠리드가 짧은 박수를 보냈다.

    “아주 좋은 소개였습니다. 그럼 다음은...”

    펠리드의 시선이 플레아에게 향했다.

    아무래도 몇 번 얼굴을 봤으니 그나마 친분이 있기 때문이다.

    “아, 안녕하세요. 트리안 왕국의 1왕녀인 플레아 디미트리라고 합니다. 아직은 아니지만, 곧 왕국의 여왕에 즉위할 생각이며, 나이는 21세. 과거 아서 폐하와 함께 황실 아카데미를 같이 다녔던 동기입니다.”

    과연 왕궁에서 눈칫밥 좀 먹어본 플레아는 어떻게 자기소개를 해야 하는지 완벽한 요지를 파악하고 있었다.

    최대한 아서와의 인연, 학연, 지연, 혈연을 모두에게 강조하여 우위를 선점하는 것.

    물론 펠리드와의 혈연에는 비할 바가 안 되지만, 아카데미의 ‘동기’라는 부분을 강조해 별거 아닌 인연을 특별한 지인으로 바꾸어놨다.

    짝짝짝!

    플레아의 소개에 펠리드, 그리고 눈짓을 받은 타일로가 같이 손뼉을 쳤다.

    그리고 다음 차례가 된 킬리아.

    “제, 제 차례인가요...?”

    모두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킬리아는 소개할 이들 중 마지막 남은 인간. 그렇기에 이번 차례는 그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저, 전 광명의 교단에 소속된 킬리아 에스텔라라고 합니다. 나이는 19세이며 성별은 여자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왜 여기에 있는지 의문이 들고...모든 게 혼란스럽네요.”

    사실 현재 그녀는 자신을 소개할 처지가 아니었다.

    기절했다가 깨어나 보니 이곳 침실에 누워 있었다.

    물론 기억이 없는 건 아니다.

    낯선 사내(그것이 아서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와 싸웠고, 패하여 기절했다.

    육망성 중 1인인 자신이 패했다는 사실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왜 내가 이곳에 왔지? 그리고 왜 왕성에 그런 짓을...?’

    그녀가 의문에 휩싸인 건 왜 이곳에 와서 왕성에 권능을 발현했는지에 관해서다.

    하지만 아무리 동기를 떠올리려고 해봐도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어떠한 동기나 의도를 찾을 수 없다.

    마치 누군가 자신을 조종하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해서 이에 대한 답을 알고 있을 법한 아서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건 폐하께서 돌아오시면 명쾌하게 해결 될 테니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어떠한 답도 해줄 수 없었던 펠리드가 말했고.

    “네. 폐하께서 오시면 모든 게 해결되겠죠.”

    킬리아 또한 그 말을 받았다.

    “자, 그럼 다음 분은...”

    펠리드, 그리고 장내의 모든 시선이 미꾸라지처럼 작아진 그라시아스에게 향했다.

    「흠. 나는 유계의 환수, 그중 최상위 종에 속하는 용족인 그라시아스다. 중간계의 시간으로 따졌을 때 대략 나이는 5,000살 정도라 볼 수 있겠군. 여기서 굳이 한 가지를 더 강조하자면 아버지가 유계를 지배하는 일곱 군주 중 하나인 폭룡 베헤모스라는 사실이다.」

    “그라시아스면 혹시 그 암룡 그라시아스...?”

    「그렇다 인간...아니, 위대하신 분의 혈육이여.」

    인간이라며 얕잡아 보려던 그라시아스는 태도를 바꿨다.

    ‘위대하신 분의 혈육이니 언행을 조심하자.’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무려 만수의 왕, 아서의 혈육이 아닌가.

    유계에서도 소문난 폭군인 그의 혈육을 함부로 대했다가는 과거 그날처럼 폭력의 역사가 반복될 터.

    그렇기에 최대한 언행을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꿀꺽!

    하지만 펠리드는 오히려 언행을 조심하는 그라시아스에게 위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대륙을 피로 물들였던 그 암룡이라니!’

    암룡 그라시아스.

    대륙의 역사에서 가장 많은 피와 광기로 물들였던 ‘학살의 날’을 일으킨 장본인이었다.

    대륙의 3분지 1을 파괴했던 암룡이 이런 모습으로, 게다가 그와 점잖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꿀꺽!

    아무리 담이 큰 펠리드라고 해도 마른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아니, 비단 그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꿀꺽, 꿀꺽-

    그라시아스의 정체를 알게 된 타일로, 그리고 플레아 또한 똑같이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하하, 하하하...이거 다들 쟁쟁하신 분들이 모였군요. 하여간 폐하는 능력도 좋으시지. 어디서 이런 분들을...”

    「음? 아직 소개는 끝나지 않은 것 같은데.」

    펠리드의 정리에 그라시아스가 끼어들었다.

    “네? 하지만 여기엔...”

    「마족. 네 소개를 하지 않을 참이냐?」

    그라시아스는 서랍장에 고이 올려진 봉제 인형, 안드로말리우스 후보 1,315호를 노려보고 있었다.

    「...」

    처음에는 인형인 척 연기했지만.

    「...역시 용족인가. 눈치 한 번 더럽게 빠르네.」

    1,315호가 몸을 일으켰다.

    “으악!”

    “이, 인형이?!”

    “...”

    가지각색의 반응을 보이는 이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놀란 건 킬리아였다.

    “마, 마족?!”

    비록 정식 인가를 받지 못했다고 해도 명색이 한 교단의 성녀가 아닌가.

    성스러움의 상징인 그녀와 마족 조합이라니.

    사실상 있을 수 없는, 아니 생겨서는 안 되는 조합이었다.

    「만나서 반갑다, 인간들. 나는 마계의 최상급 마족이자 위대한 72마신의 일원인 안드로말리우스의 후보 자격을 손에 쥔 특별한 존재. 같은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인 줄 알도록.」

    이미 많은 이들의 자기소개를 들은 바 있기에 나름 세게 나가며 자신의 위상을 높이려 했다.

    ‘맙소사!’

    ‘마, 마신?!’

    ‘마신이라면 마계를 지배하는 존재일 텐데...’

    ‘어찌 마신의 후보가 중간계에?!’

    과연 효과는 대단했다!

    펠리드를 비롯한 인간들에게는 확실히 먹혀들었다.

    「흥! 72명이나 되는 마신의 후보 주제에 무슨.」

    단, 그라시아스에게는 역효과였다.

    감히 마족이, 그것도 마신도 아니고 고작 후보 주제에 위상을 높이려 하는 게 재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훗! 하긴. 고작 아비의 위상을 등에 업은 녀석이 무엇을 알까.」

    내심 장내의 이들 중 그라시아스를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었던 1,315호는 그 말에 곧장 반격을 가했다.

    「뭐, 뭣이?!」

    「왜, 내가 틀린 말 했나? 자기가 잘난 것도 아니고 고작해야 아비의 위상을 말하는 꼬락서니 하고는.」

    「감히!」

    고오오오!

    그라시아스와 1,315호가 뿜어낸 기세가 소용돌이치며 장내를 장악했다.

    마계와 유계의 강자들이 내뿜는 기세는 숨이 멎을 정도로 아찔한 것이었고.

    ‘형님. 이건 제가 감당하기가 힘듭니다. 대체 어디 계신 겁니까...'

    그 아찔한 대치에 펠리드는 애타게 아서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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