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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22화 (22/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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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1

마녀(魔女).

마나를 다루는 마법사와는 달리 암령이란 특별한 힘을 이용해 주술을 발휘하는 이들.

유계의 환수종들과 연결된 그들은 저주, 강령술, 연금술 등에 능하여 온갖 이능을 행하지만, 대륙에서 마녀들의 인식은 그저 꺼림직한 존재일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게 그들이 행하는 이능을 위해서는 영혼이라는 제물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때때로 다른 제물을 요구하는 환수종도 있으나 대부분은 살아 있는 짐승, 혹은 인간의 영혼을 원했다.

특히 강력한 주술을 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간, 그리고 많은 수의 영혼을 원했기에 사실상 마녀라 하면 같은 동족을 죽여 이능을 행하는 ‘괴물’에 불과했던 것.

하지만 충분한 제물만 바친다면 굉장한 힘을 발휘할 수 있기에 종종 찾는 높으신 분들이 마녀들을 찾곤 했었다.

기이한 공생 관계는 계속 이어질 줄 알았으나 그날, 엄청난 제물을 통해 소환된 암룡(暗龍) 그라시아스가 일으킨 참변으로 인해 마녀란 존재는 대륙의 악으로 규정되었다.

본격적인 ‘마녀사냥’이 이루어졌고, 수많은 마녀, 그리고 마녀로 몰린 사람들이 화형을 당하며 죽음에 이르렀다.

순식간에 공적이 되어버린 마녀들은 음지로 숨어들었다.

누군가는 오물로 가득한 지하수로로.

누군가는 다 쓰러져가는 폐가로.

그리고 또 누군가는 동물의 터를 빼앗아 그곳을 근거지로 삼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나 아는 이치지만, 세상은 공평하지가 않다.

거의 모든 마녀가 음지로 숨어들었을 때 운 좋게 선대 마녀의 연구실을 발견한 이가 있었다.

온갖 희귀한 재료, 그리고 유계에 서식하는 환수종에 대한 정보, 소환법 등 어마어마한 양의 지식이 담긴 연구실에 안착하게 된 마녀 벨로아.

마녀 가운데서도 그다지 특출난 재능이 없어 곧 화형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던 그녀는 10년간 연구실에서 두문불출하며 자신의 힘을 키워나갔고, 마침내 가장 강력한 마녀의 상징인 ‘회색’의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회색의 마녀는 제물만 충분하다면 유계에 있는 거의 모든 환수종을 소환할 수 있는, 역사상 단 한 명밖에 나타나지 않은 주홍의 마녀를 제외하면 가장 강력한 마녀였다.

비록 음지에서 활동하더라도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막강한 존재인 것.

하지만 지금 그 강력한 회색의 마녀 벨로아는 모처럼 만에 ‘곤란’이라는 것을 겪고 있었다.

펑!

그녀가 손에 쥐고 있던 수정구가 폭발을 일으키며 검은 연기로 화했다.

“도대체 누가...?”

창백하다 못해 파래 보이는 피부.

삐죽하게 솟은 고깔모자 사이로 내려온 회색의 머리칼을 지닌 벨로아.

그녀는 지금 무척 당황한 상태였다.

수정구는 그녀가 조종하고 있던 악령을 조종하는 도구.

그리고 그것이 폭발했다는 건 ‘그녀’를 지배하고 있던 악령들이 소멸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설사 육망성이 덤벼든다 해도 능히 감당할 수 있을 터인데?’

그녀가 직접 소환한 악령의 군주는 그리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었다.

강력한 의식의 군집인 그를 제거하려면 육망성 중 2인 이상이 덤벼들어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

아니, 애초에 육망성 중 2인이 모일 수가 없다.

‘일원’의 대계 발동으로 그들 모두 통제를 받는 상태였으니까.

‘그럼 도대체 누가?’

육망성을 능가하는 새로운 강자라도 등장했단 말인가?

벨로아는 고민했으나 직접 그 상황을 목격하지 못한 이상 무어라 답을 내놓을 수 없었다.

“흥! 그까짓게 뭐라고!”

하지만 이내 소멸한 악령의 군주를 머릿속에서 털어낸다.

어마어마한 영혼과 암령을 소모하여 소환했지만,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악령의 군주 따위가 들어올 공간이 없었다.

연구실의 중앙.

특별한 약품 처리를 한 네모난 유리관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것.

두근두근-

그건 심장이었다.

분명 육신에서 떼어냈는데도 거친 박동을 보여주고 있는 보랏빛 거대한 심장.

“아아! 황홀해...”

마치 반한 것처럼 그것을 몽롱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저 심장만 있다면 악령의 군주든 악령의 왕이든, 그 무엇도 잊을 수 있다.

‘내가 대륙의 주인이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것은 일원들도 모르는 일.

만약 발각되게 되면 곤란한 상황이 오겠지만, 이제는 상관 없다.

심장에 봉인되어 있던 ‘존재’가 부활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먹이를 가져 와라!”

보랏빛 심장을 바라보고 있던 벨로아가 말했고.

스으으- 그림자와 같은 형태의 무언가가 밧줄에 묶인 사람을 끌고 왔다.

“히히, 히히힛.”

그런데 끌려오는 사람의 상태가 이상하다.

20대의 젊은 사내인 그는 미친 사람처럼 계속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분명 육체를 속박한 밧줄과 여러 상황을 봤을 때 본인에게 위기가 닥치고 있는데도 그냥 웃고 있을 뿐.

“자, 어서 심장으로 다가가 그것을 잡아라.”

“히히히.”

누구의 강요도 없이 움직인다.

느릿하게 걸어가던 사내는 유리관에 놓인 심장에 손을 가져갔고.

스윽- 놀랍게도 유리관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팔이 통과되었다.

마침내 사내의 팔이 심장에 닿았을 때.

취리릭!

겉면을 뚫고 촉수와 같은 길쭉한 것이 튀어 나와 사내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끔찍한 광경.

쭈욱쭈욱- 촉수를 육신에 꽂은 채 생명을 빨아들인다.

“히히...”

웃고 있던 사내의 얼굴이 변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젊은 20대의 사내였으나 생명력이 빨리면서 피부가 푸석해지고, 머리는 하얗게 샜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털썩!

미라가 되어버린 사내가 쓰러졌고, 그제야 만족한 듯 심장과 연결된 촉수가 육신에서 떨어졌다.

「더...더...생명을...다오...」

장내에 울려 퍼지는 의지.

그것은 심장에 봉인되어 있는 누군가가 전하는 탐식의 의지였다.

“당연히 드려야지요. 얼른 생명력을 빨아들여 당신의 진정한 모습을 대륙에 드러내소서!”

환희에 찬 벨로아가 탐식의 의지를 보낸 심장을 향한 먹이를 추가적으로 제공했다.

“히힛.”

“헤헤...”

약물에 쩔어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은 심장에게 생명력을 흡수당해 죽음을 맞이했다.

한둘이 아니다.

과연 부활이 멀지 않은 듯 식탐을 부리는 심장에 의해 무려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낱 식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더...더...」

하지만 그럼에도 심장은 만족하지 않았다.

“오호호! 부쩍 식사량이 늘으셨군요. 당연히 허기를 채워드려야죠.”

그리고 벨로아는 그런 심장을 위해 어제 잡아 온 싱싱한 먹이를 가져왔다.

“여기 어디야? 무서워 엄마...”

끌려온 것은 모자였다.

약간 살집이 있는 갈색 머리의 30대 여인과 그녀의 아들로 짐작되는 7살 정도 된 아이.

하지만 그들은 지금까지 끌려왔던 먹이와는 다르게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직 어린아이예요.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흐흑...”

아이를 꼭 품에 안은 여인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애원했지만.

“쯧. 오늘 바로 사용할 줄 모르고 약을 준비하질 못했네. 어쩔 수 없지.”

벨로아는 냉정했다.

애초에 그녀에게 있어서 여기 잡아온 사람은 같은 동족이 아니라 심장에 바쳐질 먹이에 불과했다.

“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

“엄마, 엄마...으앙!”

“시끄러!”

버럭 화를 내는 벨로아.

그리고 그녀가 내뱉은 말에는 행동을 강제하는 묘한 힘이 실려 있었다.

“읍읍!”

“으으읍!”

그렇기에 모자는 누군가 강제로 입을 막은 것처럼 말을 하지 못했다.

“징징거리지 말고 어서 앞으로 가.”

저벅- 연신 고개를 도리질 치면서도 걸어간다.

마침내 모녀는 수십 명의 양분을 흡수한 심장 앞에 섰다.

취리릭!

먹이를 감지한 심장에서 촉수가 튀어나왔고, 이내 그것이 모자를 향해 다가간다.

“으으읍!”

다가올 운명을 직감한 모자는 그저 눈물을 흘리며 다가오는 절망 앞에 고개숙일 수밖에 없었다.

죽음이 바로 앞까지 다가온 그 순간.

콰앙!

한 차례의 굉음과 함께 천장의 모래먼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으음?”

밖에 무슨 변고가 생겼나?

“알아서 정리하겠지.”

하지만 이내 관심을 거둔다.

이곳 연구실의 중앙부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선대 마녀가 펼친 각종 마법 함정과 더불어 그녀가 소환한 환수종을 모두 쓰러뜨려야만 한다.

한 국가의 병력이 집중된다고 해도 넘볼 수 없는 강력한 경비. 소란은 금방 진정될 것이다.

“자, 어서 식사를 마저 하시지요.”

잠깐의 소란에 촉수가 멈춰 있다.

하지만 벨로아의 재촉에 이내 촉수가 모자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콰앙!

조금 전보다 더욱더 가까워진 굉음.

그리고.

와르르!

먼지가 아니라 천장이 부서지며 잔해가 아래로 쏟아졌다.

아니, 잔해만이 아니다.

쿵!

무너진 잔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사내가 있었다.

“누, 누구?!”

놀란 그녀가 침입자의 정체를 물을 때였다.

꽈악!

“커헉!”

주술을 발휘할 시간도 없이 목이 잡힌 그녀는 괴로움에 발버둥 쳤다.

인간의 악력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강력한 힘, 심지어 그 손길에는 벨로아의 암령을 제압하는 기이한 권능이 섞여 있었다.

그렇기에 회색의 마녀는 나약한 인간이 된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건방지게 큰형님의 가족을 건드려?”

한 마리 야수와도 같은 매서운 눈빛을 빛내는 사내.

아서가 가공한 기운을 뽐내며 벨로아를 노려보고 있었다.

*

건방진 마녀 녀석을 제압한 후 주변을 살폈다.

“어?”

곧바로 보이는 모자.

여인은 모르겠으나 아직 어려 보이는 아들은 누군가를 쏙 빼닮았다.

스으으.

그런데 위험하다.

기괴한 심장에서 나온 촉수가 모자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어딜!”

손날에 마기를 부여하여 가볍게 휘둘렀다.

서걱, 서걱!

수십 개의 촉수가 순식간에 잘려 보랏빛 피를 게워낸다.

「크으으...」

그와 함께 장내에 요동치는 의지.

‘환수종인가?’

심안을 깨우쳤기에 심장에 봉인된 존재가 보인다.

뭐 하는 녀석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환수종 중에서도 꽤 하는 녀석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봤자 환수종이 환수종이겠지만.

“네가 필리우스지?”

두려움에 떨고 있는 꼬맹이에게 말을 붙였다.

아마 내 짐작이 맞는다면 여기 이분들이 조릭 형님의 가족일 것이다.

“누, 누구세요? 어떻게 아들의 이름을...?”

마녀의 심령 제압에서 벗어난 형수님이 여전히 두려움에 젖은 채로 물었다.

“일단 조릭 형님과 친분이 있는 동생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나, 남편을 알고 있나요?”

“네. 아주 잘 알고 있죠. 그런데 지금은 길게 대화를 나누기가 힘들 것 같으니 잠깐 저쪽으로 피신해 주시겠습니까?”

그제야 상황이 끼어들 틈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다른 말없이 연구실의 구석으로 피신했다.

【앱솔루트 실드】

그리고 물러난 조릭 형님의 가족분들의 곁에 9써클의 마법, 앱솔루트 실드를 펼쳤다.

마기를 잔뜩 쏟아부었으니 운석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안전할 것이다.

‘그럼 미뤘던 일을 처리해볼까?’

나는 건방지게 조릭 형님의 가족을 납치한, 아니 납치한 것으로도 모자라 빌어먹을 환수종의 먹이로 던져주려고 한 마녀를 바라봤다.

“사형.”

콰득!

무슨 말이 필요할까.

곧바로 손아귀에 힘을 주어 녀석의 목을 꺾어버렸다.

“그리고 너도 사형.”

곧장 마기를 주입한 주먹으로 심장을 가격했다.

콰직!

산산이 조각 난 심장 파편이 사방으로 흩뿌려진다.

깔끔하군. 이것으로 상황은 종료...

「너, 너 무슨 짓을!」

...는 아니다.

목이 꺾인 채 늘어져 있던 벨로아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생명력은 느껴지지 않는다.

“인형인가?”

하여간 마녀 녀석들. 별 희안한 주술을 다 사용한다니까.

「지금 네 녀석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아? 망했어. 다 망했다고!」

“...”

하지만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정신을 집중하여 인형과 연결된 마나의 끈을 추적했다.

「저 심장은 그를, 암룡 그라시아스를 조종할 수 있는 유일한 족쇄였단 말이다. 그런데 네 녀석이 그걸 파괴하는 바람에...」

녀석의 말이 끝나기 전.

스스스스스-

박살 나버린 심장에서 보랏빛 안개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의지를 가진 것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이내 하나의 형상으로 뭉쳐지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 마침내 족쇄에서 벗어났구나. 이제부터 나는 자유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건 한 개의 뿔이 솟아나 있는 칠흑의 용.

「아아, 끝이야. 이제 대륙은 끝났어. 이 모든 게 네 놈 탓이다!」

정신을 잃은 것처럼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마녀.

하지만 녀석에게 신경을 쓸 틈이 없었다.

「빌어먹을 중간계 녀석들. 이 그라시아스님의 분노가 너희를 집어삼킬 것이다!」

우우우우-

엄청난 기운을 줄기줄기 뿜어대는 녀석에게 다가갔다.

“아, 봉인되어 있던 게 너였어? 이야, 또 만나네. 반갑다.”

「감히 어떤 녀석...?」

봉인에서 풀려난 그라시아스가 나를 바라본다.

처음에는 웬 벌레가 나대는 것인지 의문과 경멸이 섞인 눈빛이었지만.

「다, 당신은...?!」

나를 확인하고는 춤을 추는 것처럼 그 거대하고 길쭉한 몸을 떨기 시작했다.

"당신?"

나는 매섭게 녀석을 노려봤다.

이게 아직도 정신을 제대로 못 차린 것 같네?

「미, 미천한 종복이 환수의 지배자, 모든 환수를 다스리는 만수(萬獸)의 왕을 뵙습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듯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내게 굴종의 맹세를 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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