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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21화 (21/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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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20

    “폐하!”

    “폐하, 갑자기 어딜 다녀오신 겁니까!”

    “모두 폐하를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성녀 일을 정리하고 도착한 방.

    내게 허락된 그곳에 많은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펠리드, 타일로는 물론 플레아까지 무사히 도착한 나를 향해 안도의 눈빛을 보낸다.

    “음. 걱정해주는 건 고마운데, 너희가 내 걱정할 입장이냐?”

    “물론 그야 그렇지만, 폐하는 저희와 달리 백성들을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자리에 계시지 않습니까.”

    미소를 띤 펠리드가 답했다.

    “그래. 어련하겠냐. 그보다 이거.”

    나는 지금껏 안고 있었던 킬리아를 침대 위로 던졌다.

    “이 여인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 수상쩍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아무래도 과거 전적이 화려하다 보니까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거겠지.

    “조금 전 소란을 일으킨 장본인.”

    “혹시 하늘 위에서 떨어진 그 망치를 발현한 사람입니까?”

    놀란 타일로가 물었다.

    “맞아.”

    “이 가녀린 여인이 말입니까?”

    눈을 동그랗게 뜬 녀석이 거듭 물었다.

    “인마.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냐. 겉모습이 다가 아니라니깐. 얘가 보기에는 여리여리해 보여도 너 하나는 한 주먹에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강해.”

    “그럴 리가...”

    “안 믿네? 그럼 깨어나면 한 번 붙자고 해봐.”

    “...”

    내 말에 진심을 느낀 듯 입을 다문다.

    “폐하. 그런데 이 여인은 대체 누구입니까? 아무리 봐도 내력이 범상치 않아 보이는데...”

    “광명의 성녀라던데.”

    펠리드의 물음에 곧장 답했다.

    “네? 과, 광명의 성녀?”

    “혹시 그 육망성 중 광명의 별인...”

    “어. 킬리아 카스테라였나? 어쨌든 뭐, 그런 비슷한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마신왕 폐하. 카스테라가 아니라 에스텔라입니다.」

    ‘그거나 이거나.’

    1,315호 녀석이 정정을 요구했지만, 그딴 이름이 뭐 중요하다고.

    “그런데 어찌하여 광명의 성녀가 왕성에 권능을 발현한 것입니까?”

    모두가 똑똑히 확인한 성녀의 권능.

    특히 플레아의 입장에선 그 목적이 궁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후의 소동 때문이겠지.”

    “오후의 소동이라면...?”

    “마족 소환하고 난리도 아니었잖아. 그것 때문에 왕성이 마기에 오염됐다고 생각했는지 아예 날려버릴 작정이었던 것 같던데?”

    “...”

    플레아의 시선이 곤히 누워있는 킬리아에게 꽂힌다.

    아마 내가 아니었다면 왕성이 날아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을 테니 조금 사소한 원한이 쌓였을지도?

    “펠리드.”

    “네, 폐하.”

    “내가 성녀를 힘들게 데리고 온 이유는 알고 있겠지?”

    그 말에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는 녀석.

    “광명의 성녀 킬리아 에스텔라는 오해를 하여 트리안 왕성을 향해 무자비한 권능을 발휘하였으며 폐하께서 이를 만류하였습니다. 하지만 거듭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하였고, 폐하께서 이를 말리기 위해 부득이하게 무력을 사용하여 제압했다. 그러니 광명의 교단은 성녀를 인도하기 위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오케이!”

    역시 똑똑한 녀석이라니까.

    아마 녀석이 총리대신으로 있는 이상 소튼 왕국이 가난해질 염려는 없을 것이다.

    “그 정도면 충분한 것 같고...”

    슬쩍 밖의 창으로 날을 확인했다.

    고요한 새벽이지만, 어슴푸레 날이 밝아오고 있다.

    아무래도 잠을 자기는 그른 것 같으니 밀린 일을 해결해야 할 듯싶다.

    “그리고 나는 또 볼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다.”

    “네? 이 새벽에 말입니까?”

    놀란 펠리드의 물음에.

    “어차피 좀 거리가 있는 곳이라 천천히 산책 겸 다녀오지 뭐.”

    그렇게 말하며 어깨 위의 1,315호에게 의지를 전달했다.

    ‘잠시 볼일 좀 보고 올 테니까 무슨 일이 생기지 않도록 이곳을 지켜.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마신왕 폐하의 분부시라면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그래. 혹 무슨 일 생기면 부르고.’

    물론 현 상황에서 1,315호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생기겠냐만은 그래도 사람 일이란 모르는 거니까.

    모르는 척 1,315호를 침대 위에 올려놓은 놓고서는 곧장 왕성을 나왔다.

    목적지는 왕성에서 좀 떨어진 북쪽의 작은 마을 트리반.

    나의 소중한 동료 중 하나이자 조언자였던 큰 형님 조릭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곳이었다.

    * * *

    “데런. 또 훈련을 열심히 참여하지 않는 거냐.”

    “아니, 저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요!”

    “최선? 내 눈에는 전혀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 같은데?”

    병사들 사이에서 작은 소란이 일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아서 왕자가 근처의 병사들에게 물었고.

    “뭐겠습니따. 또 조릭 형님과 데런이죠.”

    “하여간 저 둘은 전생에 웬수라도 졌었나. 왜 저렇게 싸우나 몰라.”

    “싸우기는 무슨. 일방적으로 당하는 거지.”

    “그래도 요즘 데런도 머리좀 굵었다고 좀 대들기도 하던데?”

    “낄낄. 지가 대들어봤자지.”

    비에리와 노라, 원정대의 만담 콤비의 말을 들으며 전방을 응시했다.

    그곳에는 두 사람이 서로를 노려보며 서 있었다.

    곰처럼 우직한 덩치와 얼굴 가득히 수염으로 가득한 중년인은 원정대의 병사장으로 참여한 베테랑 병사인 조릭.

    그리고 그와 대치하고 있는 갈색 머리칼에 주근깨가 가득한, 원정대에서 가장 어린 병사인 데런이었다.

    마계라는 낯선 공간에 떨어진 원정대는 모두가 다 끈끈한 유대감으로 이어져 있었지만, 단 두 명, 조릭과 데런만큼은 그렇지 못했다.

    고양이와 쥐, 개와 원숭이처럼 둘은 항상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35살의 조릭이 18살의 데런을 뒤 잡듯이 잡는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데런. 너는 젊다. 그렇기에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 지금 남들과 똑같이 하면 안 된다고 누누이 말하지 않았느냐.”

    조릭이 근엄하게 말을 이어갔지만, 수 년 간 훈계를 가장한 잔소리를 들은 데런도 이번에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젊으니까 더 해야 한다? 도대체 그게 무슨 발상인데요. 저도 남들 하는 만큼 훈련하고 있고, 남들처럼 쉴 때는 쉬고 싶다고요.”

    “아니. 넌 가능성이 있다. 지금 당장은 그게 고생 같고 힘들겠지만, 후에 시간이 지났을 때 돌이켜보면...”

    “아, 됐어요!”

    거듭된 강요에 화가 난 데런이 신경질을 내며 등을 돌렸다.

    “오오! 데런, 많이 컸네?”

    “이야. 처음에는 조릭 형님한테 말도 못 붙이던 꼬맹이였는데.”

    “그래도 그렇지. 조릭 형님이 나이가 몇인데.”

    “나이가 뭐 대수라고. 어차피 마계에서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나는 데런 마음 이해 간다.”

    모처럼의 볼거리에 모인 원정대원들이 조릭과 데런의 편으로 나뉘어 각자 정한 이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만!”

    하지만 그들의 소소한 재미는 군기반장 셀론에 의해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언제까지 잡담을 나눌 생각이지? 비록 자유 행동할 있는 휴식 시간이나 지금은 훈련 시간이기도 하다. 모처럼 얻은 휴식 시간을 이대로 날려버릴 생각은 아니겠지?”

    “...”

    매서운 셀론의 눈초리에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원정대원 중 가장 강력한 무력을 지닌 건 아서 왕자였으나 실질적으로 병사를 지휘하는 건 셀론이었다.

    물론 그만큼의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고, 심지어 냉철한 카리스마로 인해 그 누구도 셀론의 말을 거역하지 못했다.

    “셀론. 내가 조릭과 데런을 데리고 올 테니 휴식 시간이 끝나면 훈련을 재개할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왕자님.”

    굳이 훈련에 참여할 필요가 없는 아서 왕자가 조릭에게 다가갔다.

    “왕자님...”

    “조릭. 왜 그렇게 데런에게만 가혹하게 대하는 거지? 내가 보기엔 녀석도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데런은 힘든 훈련과 원정대 생활에 불평하지 않고 열심히 임했다.

    하지만 항상 조릭은 그런 데릭에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강요했고, 그 덕분에 매번 이 사태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게...데런을 보고 있으면 아까워서 말입니다.”

    “아깝다? 뭐가 아깝다는 거지?”

    “오랜 병사 생활을 하면서 많은 이들을 봤습니다. 그냥 대충 세월만 보내는 놈, 그리고 열심히 노력해서 병사장까지 진급하는 놈, 그리고 특출난 재능을 선보이며 기사로 발탁되는 이들도 봤지요.”

    트리안 왕국 출생인 조릭은 무려 15년 동안 병사 생활을 한 베테랑 병사였다.

    그런 그와 마주친 인연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고, 그 중에는 특출난 재능의 병사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제가 보기에 데런은 손에 꼽히는 재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충분히 기사, 아니 그보다 더 높은 지위를 얻을 수 있을 정도의 특출난 재능 말입니다.”

    “흠. 데런이...?”

    그건 아서 왕자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이건 사람을 보는 눈이 있어야 볼 수 있는 것이라 아마 왕자님도 쉽게 구별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군. 그래서 그 재능이 아까워 계속 다그친다는 건가?”

    “재능이 아깝다? 물론 어느 정도는 그렇지요.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녀석이 이 지옥에서 살아가기를 바래서입니다.”

    “...”

    “녀석은 젊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기서 죽기엔 너무도 아까운 목숨이지 않습니까?”

    조릭이 그토록 데런을 다그쳤던 건 그가 살아 돌아가길 바라서였다.

    물론 원정대 모두가 소중한 목숨이지만, 데런은 그래도 실날같은 희망이라도 품을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다.

    어떻게든 그것을 갈고 닦아 마계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돕고 싶었으나 그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어긋나버리고 있었던 것.

    “조릭. 그대의 뜻은 잘 알겠다. 하지만...”

    아서 왕자는 조릭을 빤히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내게는 데런을 포함한 원정대원 모두가 소중하다. 그러니 우리는 함께 돌아갈 것이다.”

    수년간의 마계 생활로 형제보다 더 진한 유대감을 지니게 된 그들이 아닌가.

    아서 왕자는 이곳에 있는 원정대 999명과 함께 반드시 대륙으로 돌아가리라 다짐했다.

    “왕자님...”

    “감상은 됐다. 데런이 많이 삐진 것 같으니 내가 데려오도록 하지.”

    괜한 감상에 빠질까 서둘러 걸음을 옮기려던 그때.

    휘이잉- 바람이 불었다.

    “바람?!”

    “맙소사!”

    그 순간 아서 왕자와 조릭이 눈을 부릅떴다.

    대륙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이 핏빛의 대지에 바람이 분다는 건 곧 한 가지를 뜻하기 때문이다.

    “피를 먹는 자들이 온다!”

    한 차례 소릴 질러 원정대원에게 경고한 두 사람은 그 원인이 되는 전방을 응시했다.

    파팟!

    동시에 지면을 박찬 그들이 도착한 곳은 원정 캠프가 있는 곳과는 조금 떨어진 곳, 멍하니 자신의 발을 바라보고 있는 데런이 있는 곳이었다.

    “데런!”

    “와, 왕자님...”

    멍하니 서 있던 데런은 두려움에 질린 채 아서 왕자를 바라봤다.

    “너, 다리가...”

    무언가에 찔린 듯 찢긴 종아리 사이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본래 피를 먹는 자는 한 번 움직일 때면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탓에 거의 평생을 잠만 잔다.

    인간의 피 냄새를 맡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떡하죠. 머, 멍청하게 지옥가시에 찔렸어요. 하하...한 두 번 본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정신이 나간 듯 중얼거리는 데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피를 먹는 자가 움직였다는 건 곧 그가 희생양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푸른 사신과 마찬가지로 현재 원정대의 전력으로는 저 탐욕스러운 피를 먹어 치우는 자를 저지할 순 없었다.

    “죄송해요. 제가 못난 꼴을 보였네요. 왕자님. 그리고 조릭 아저씨. 어서 여길 떠나세요.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자신이 할 일을 깨달은 데런이 막 움직이려 할 때였다.

    찌익- 자신의 옷을 찢은 조릭이 지옥가시에 찔린 데런의 상처를 닦았다.

    “아저씨. 소용없어요. 한 번 피 냄새를 맡은 녀석은 배를 채우기 전까지는 잠들지 않는다는 걸 잘 알잖아요.”

    “...”

    그러나 조릭은 그러한 데런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찔린 상처를 말끔하게 닦아냈다.

    그리고 다시금 소매를 찢어 상처를 단단히 봉하고는.

    푸욱!

    단검으로 자신의 팔뚝을 베었다.

    “아저씨!”

    “조릭!”

    놀란 아서와 데런이 소리 질렀지만, 이미 늦었다.

    주르륵- 얼마나 깊게 베었는지 상처 사이로 흘러나온 피가 지면에 가득 고이고 있었다.

    “가십시오, 왕자님. 가라, 데런!”

    “아저씨...어째서...?”

    늘 앙숙이었기에 당연히 냉정하게 버리고 갈 줄 알았던 조릭의 희생. 데런은 선뜻 그 희생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짜샤. 널 보면 고향에 두고온 내 아들이 생각난단 말이지.”

    평소와는 달리 푸근한 미소를 지은 조릭이 데런의 머릴 쓰다듬었다.

    “지금의 내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반드시 살아남아라. 그리고 대륙에 돌아가게 되면 이 아저씨를 위한 비석이라도 하나 새겨줘라. 아마 네 녀석이라면 큰 인물이 될 수 있을 테니 그 정도 돈은 쓸 수 있겠지.”

    그 말을 끝으로 거칠게 데런을 밀어냈다.

    “왕자님. 대륙에 가게 되면 가장을 잃은 제 가족을, 불쌍한 그들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조릭이 결의에 찬 눈빛을 아서에게 보냈고.

    “알겠다.”

    아서 왕자는 그 뜻을 받아들였다.

    “데런. 이동한다.”

    의지를 품은 그 순간.

    쉬이익- 어느새 아서 왕자와 데런은 저 먼 곳을 날아가고 있었다.

    “으하하하하! 덤벼라, 이 빌어먹을 괴물아. 내가 바로 트리안 왕국의 병사장 조릭이다!”

    쿠콰콰콰!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핏빛의 거머리.

    그 어떤 공격도 튕겨버리는 피를 먹어 치우는 자는 그대로 조릭을 집어삼켰고,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시 땅속으로 들어갔다.

    * * *

    아마 보통 소설의 내용이었다면 조릭의 희생으로 원정대는 무사히 대륙에 도착했을 것이다.

    그러나 조릭이 희생하여 구해낸 데런은 죽었다.

    무수히 많은 시련을 넘어서 죽은 것도 아니고 72계층 중 고작해야 1계층도 넘지 못한 채 말이다.

    비록 그의 희생은 값지지 못했으나 숭고했다.

    그리고 나는 숭고한 희생을 감당한 그의 마지막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조릭의 고향인 트리반 마을을 방문했다.

    그 흔한 자위대조차 없는 작은 마을.

    그나마 꽤 꼼꼼하게 지어진 나무 울타리를 지나 마을의 영역 안으로 들어섰지만.

    “...”

    인기척이 없다.

    그리 크진 않지만, 족히 수백 명은 머물 수 있는 마을, 분명 사람들이 살았을 그 마을에는 어떠한 사람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의도적으로 지하에 몸을 숨기고 있는 단 한 명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팟!

    마법을 발현하여 공간을 뛰어넘었다.

    “헛?!”

    검은 로브와 복면을 뒤집어쓴 수상쩍은 녀석.

    손에 쥔 뱀을 꼬아 만든 것과 같은 지팡이를 들어 술법을 발휘하려고 했지만, 내가 녀석의 목을 잡는 게 더 빨랐다.

    “컥, 커컥!”

    엄청난 힘에 짓눌린 녀석이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었다.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녀석을 무심히 응시했다.

    내면을 관찰하자 심장 부근에서 음산한 기운이 뭉쳐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녀의 숭배자로군.”

    “커, 커억...?”

    마나와는 다른 기운인 암령.

    그 음산한 힘을 쌓고 있는 것을 보면 녀석이 마녀를 숭배하는, 그녀들의 똘마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인신 공양, 영혼의 가학 등 암령을 쌓기 위하여 온갖 잔혹한 행위를 자행하는 마녀의 숭배자가 홀로 마을에 남은 이유.

    그 이유를 추측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셋을 세겠다. 만약 그 안에 마을 사람들이 어디 갔는지 말하지 않는다면 네 녀석의 목 뼈를 작살내 주마.”

    쿠쿠쿠쿠쿠!

    나는 내 존재감을 아낌없이 드러내며 녀석을 위협했다.

    드러난 내 존재감에 눈을 부릅뜬 녀석이 더욱 큰 동작으로 발버둥친다.

    “하나, 둘...”

    “커, 커커컥!”

    목을 놔달라는 시늉을 하며 발버둥 치는 녀석.

    하지만.

    “...셋!”

    뿌드득!

    힘을 주어 그대로 녀석의 목뼈를 꺾었다.

    추욱 늘어지는 육신.

    애초에 녀석이 진실을 말할 리도 없기에 살려둘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녀석이 죽더라도 정보를 얻어낼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아공간을 열어 마계에서 챙겨온 신물 하나를 꺼냈다.

    딸랑- 그것은 해골 모양의 종. 72마신 중 서열 46위의 비프론스가 지니고 있었던 그의 신물이다.

    딸랑딸랑!

    마기를 주입하여 종을 흔들자.

    스으으- 늘어진 녀서의 시신에서 하얀 안개와 같은 기운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내 그것은 하나의 형상을 만들었는데, 바로 죽어버린 마녀의 숭배자의 모습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어디로 끌려갔는지 말해라.”

    안개와 같은 형상의 녀석이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비록 그 방향이 정확하지 않으나 상관없다.

    녀석의 영혼을 지배하며 일어난 감응을 통해 그 기억이 고스란히 내게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숲, 동굴, 거대한 지하 공동, 그리고 갇혀 있는 사람들.

    파스스!

    원하는 정보는 얻은 직후 녀석의 영혼을 흩어버렸다.

    “여기서 맹세하는데, 만약 조릭의 가족을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면 이와 관련된 모든 존재를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 반드시 말살하겠다.”

    그것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닌 존재의 맹약.

    이 말을 내뱉은 이상 내 존재가 소멸하기 전까지 맹약 내용을 이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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