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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19화 (19/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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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18

    “이것들이 미쳤나. 왜 내가 니들 왕이야?”

    여전히 부복한 채 일어나지 않는 녀석을 다그쳤다.

    뭐어? 마신왕? 마-아신왕?

    신이면 신이지 신의 왕은 또 뭐냐. 하여간 단어 선정 센스하고는.

    「어찌 미천한 종을 시험하시려 하십니까. 이것은 분명 마신왕께서 차원을 붕괴하였을 때 발휘하신 패왕(霸王)의 기운. 저를 비롯한 모든 마족의 뇌리에 각인된 절대의 기운입니다.」

    “잠깐! 차원의 붕괴를 어떻게 알고 있지?”

    마계에서 대륙으로 넘어가기 위해 신물 몇 개의 힘을 충돌시켜 차원을 붕괴시켰다.

    물론 그것을 폭발시키기 위한 강력한 힘이 필요했는데, 그때의 기운을 녀석이 알고 있는 듯했다.

    「혹 마신왕 폐하께서는 각 10계층에 존재하는 ‘마을’을 기억하시는지요?」

    “알고 있지.”

    왜 모르겠는가.

    마계의 각 10계층에는 마족이 거주하는 마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마을과는 지극히 다른 형태긴 하지만, 어찌 됐든 마족들이 살아가는 쉼터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곳에 거주하고 있던 모든 마족이 마신왕 폐하의 위업을 지켜보았습니다.」

    그건 또 처음 듣는 소린데.

    인간이라고 얕잡아 보거나 신기해만 했지, 나한테 관심이 있었다고?

    「필멸자에 불과한 마신왕 폐하의 행보는 많은 마족에게 희망을 주었습니다.」

    “내가 희망? 벌레라고 얕보던 너희들이?”

    「죄,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할 건 없고. 그런데 왜? 내가 뭘했다고 희망이라는 거지?”

    「혈통으로만, 고귀한 피로만 실력이 가늠되던 세계에 새로운 파장을 일으키셨기 때문입니다.」

    “아! 그러니까 고작 필멸자에 불과한 인간 녀석도 할 수 있는데 우리도 할 수 있다, 뭐 이런 걸 느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실제로 저 또한 10계층 출신의 최하급 마족이었지만, 마신왕 폐하처럼 부단히 노력하여 마신의 후보 자격을 거머쥘 수 있었습니다.」

    “너...10계층 출신이었냐?”

    그건 의외의 말이었다.

    10계층에 거주하고 있는 마족은 대륙으로 비유하자면 천민에 가까운 이들.

    고귀한 피를 이어받지 못해 별다른 권능도 없는, 그저 육체만 튼튼한 이들에 불과했다.

    그런 녀석이 마신 후보...음? 잠깐.

    “후보? 너 조금 조금 전에는 안드로말리우스라고 하지 않았었나? 72마신의 일원이라고 똑똑히 들었던 것 같은데?”

    「그, 그것이...」

    “솔직하게 말해라. 혹여라도 거짓을 말했다간...”

    스윽- 바리사다를 가볍게 그어 녀석의 앞에 검의 흉터를 남겼다.

    「...어찌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사실 마신이라고 한 것은 거짓입니다. 이 미천한 종은 아직 진명을 얻지 못한 이름 없는 자. 이제야 72좌 안드로말리우스의 이름을 이을 수 있는 후보의 자격을 얻었을 뿐입니다.」

    어쩐지 마신치고는 너무 약하다 했다.

    아니, 애초에 모든 마신을 소멸시켰는데 이렇게 금방 다른 마신이 나타날 턱이 없지 않은가.

    ‘그건 그렇고 잘됐네.’

    그렇지 않아도 마계의 소식이 궁금하긴 했었다.

    이 빌어먹을 녀석들이 또 무슨 흉계를 꾸밀지 알 수 없기에 여기서 조금 정보를 얻어가야 할 것 같다.

    “그래서. 후보 서열은 몇 위인데?”

    「그것이...」

    “쓰읍!”

    「1,315위입니다...」

    “1,315위? 그럼 도대체 그 이름을 이을 후보가 몇 명이나 있는 거지?”

    「정확히 1,315명입니다.」

    “...꼴등이라는 말이네.”

    「하, 하오나 마신의 후보 자격을 손에 쥐었다는 것만으로도...」

    “어. 자기소개 잘 들었고. 거참 후보도 더럽게 많네.”

    워낙 살벌한 세계다 보니 만약을 위해 후보를 많이 두는 방식이 아닐까 싶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후보가 많아도 너무 많은 것 아닌가?

    “그런데 마계도 참 빠르네. 마신의 좌가 공석이 된 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후보를 뽑아?”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렇잖아. 내가 대륙으로 돌아온 지 대략 3일 정도 지난 것 같은데. 대응이 빨라도 너무 빠른 거 아냐?”

    「...」

    잠시 말을 멈춘 녀석이 슬쩍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고는 다시금 고개를 떨구었다.

    「3일이라니요. 마신왕 폐하께서 차원을 붕괴시키고 떠나신 지 꼬박 1천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뭐?”

    이건 또 무슨 말이야?

    「해서 마신왕의 권위에 도전하고자 하는 많은 이들이 난립하여...」

    하지만 녀석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벼락과도 같은 하나의 생각 때문이었다.

    ‘혹시?!’

    둔기로 머리를 쎄게 얻어맞은 것과 같은 깨달음이 찾아왔다.

    마계에서 수백 년이 지나 대륙으로 돌아왔을 때 고작 1초가 지나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떠나온 마계는?

    ‘시간의 왜곡!’

    시간의 왜곡이 일어난 게 분명했다.

    관리자의 신물을 파괴하면서 생긴 거대한 힘의 파장이, 차원마저 붕괴시킬 정도의 강력한 힘이 차원과 차원의 시간 왜곡을 일으킨 것이다.

    물론 아직 가설일 뿐이지만, 나를 주축으로 시간이 어긋난 것을 보면 아마도 이 가설이 지금의 현상을 가장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이제 마신왕 폐하를 확인하였으니 마계의 질서를...」

    “야!”

    「네, 네넷. 말씀하십시오.」

    “그런데 내가 왜 마신왕이야?”

    「네?」

    “내가 왜 마신왕이냐고. 난 단 한 번도 그런 자릴 수락한 적도, 받고 싶다고 한 적도 없는데.”

    「그것은 마신왕 폐하께서 72마신, 모든 계층의 관리자를 단신으로 쓰러뜨렸기 때문입니다.」

    “72마신을 쓰러뜨리면 마신왕이 된다는 법이라도 정해져 있어?”

    「네. 정해져 있습니다.」

    어라?

    이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오래 전 72마신을 제압하여 초대 마신왕에 오른 위대한 왕 솔로몬께서는 자신의 뒤를 이어 마신왕에 오르기 위해서는 72마신의 자격을 얻은 이를 모두 쓰러뜨려야 마신왕이 될 수 있다는 법을 남기셨습니다. 이후 수많은 고귀한 혈통이 이에 도전하였으나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갑작스레 마계를 찾아온 마신왕 폐하께서 그것을 이룩하신 것입니다.」

    마신왕의 제정법이 어떻든 그건 알 바가 아니다.

    “뭐, 그건 알았고. 그보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네.”

    알고 싶은 정보가 많다.

    하지만 언제까지 여기서 대화를 나눌 순 없는 노릇.

    나는 녀석을 유심히 응시했다.

    「분부하실 일이라도 있으신지...?」

    눈치를 보던 녀석이 조심스레 물었다.

    “조금 전에 네가 말했지. 내가 떠난 뒤로 마계의 질서가 개판이 됐다고.”

    「그렇습니다. 감히 마신왕의 권위를 깔아뭉개고 마치 자신이 위대한 이라도 되는 냥 으스대는 녀석들이...」

    “원래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호랑이 노릇을 하는 법이니까. 그래서 내가 묻고 싶은 건 그래서 넌 누구 편이냐는 거다.”

    「네?」

    “지금 이 자리에서 노선을 확실히 해. 나를 옹호할지, 아니면 과거의 마신왕 따위는 별거 아니라며 내 위에 서려 할지.”

    「어찌 제가 위대하고 위대하신 마신왕 폐하를 옹호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말로만 지껄이는 거면 목숨도 걸 수 있지.

    하지만 말이야.

    “좋아. 충성을 맹세하겠다는 거로군. 그렇다면...”

    아공간을 열어 관리자의 신물 하나를 꺼냈다.

    그것은 작은 곰의 형상을 한 봉제 인형.

    하지만 평범한 봉제 인형과는 달리 아주아주 불길한 기운을 뿜어대고 있는 아티팩트이기도 하다.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데카라비아의 신물인 굴종의 인형.”

    「굴종의 인형이라 하면...」

    “맞아. 모든 생명체의 영혼을 구속하는 역할의 아티팩트지.”

    4계층의 관리자인 데카라비아는 아주 음침한 변태 녀석이었다.

    여러 가지 변태 같은 취미 중에서도 특히 애용했던 건 바로 영혼의 굴종.

    신물인 굴종의 인형을 이용해 대상의 영혼을 구속하고, 온갖 고문과 희롱 등을 이용하며 영혼 깊숙한 곳까지 복종의 낙인을 새겨버리는 악독한 취미였다.

    지금 내가 손에 들고 있는 게 영혼의 굴종을 위해 애용했던 바로 그 도구다.

    “나를 따르겠다면 굴종의 인형에 영혼을 넣어라. 오직 그것만이 내게 충성을 증명하는 길이 될 테니.”

    선택의 여지는 없다.

    굴종을 맹세하며 영혼이 구속되든지, 아니면 여기서 녀석의 아바타는 소멸할 것이다.

    「따르겠습니다.」

    “뭐?”

    「기꺼이 마신왕 폐하를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녀석은 순순히 굴종을 맹세했다.

    말과는 달리 어떤 의도를 숨기고 있건 상관없다.

    굴종의 인형은 녀석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악독한 물건이니 말이다.

    *

    “폐, 폐하!”

    알현실의 참혹한 광경을 확인하던 플레아.

    그리고 이내 손과 발, 그리고 목이 잘린 블레니오의 시신을 확인하고는 경악하며 달려갔다.

    “어찌 이리 처참하게...흐흐흑.”

    비록 폭군이 되었다고 해도 한때는 사이좋은 오누이였다.

    그 처참한 시신을 보면서 감정을 절제할 수 있는 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왜, 왜 굳이 사악한 물건에 욕심을 내셨습니까. 폐하는 충분히 훌륭한, 성군이 되실 분이셨건만...”

    “분위기 깨서 좀 그렇지만, 그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

    “너는 저주받은 물건 때문에 그리 변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짐이 마주했을 때 그는 지극히 멀쩡한 상태였다.”

    “그, 그럴 리가?!”

    “뭐, 어떤 말을 해도 짐의 말을 믿지 않겠지. 그러나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그는 자신의 의지로 이 모든 일을 행하였다는 것이다.”

    안드로말리우스 후보 1,315번이 조금은 개입할 여지는 있었겠지만, 내가 본 블레니오의 정신은 온전히 그의 것이었다.

    애초에 몽마와 같은 정신계 공격이 가능한 마족이 아닌 이상에야 정신을 지배하지는 못한다.

    그 말인즉 힘에 취했던지, 아니면 강력한 힘을 얻어 숨겨져 있던 본성이 깨어났을 수도 있다는 것.

    뭐가 됐던 지난 1년간 행한 폭정은 블레니오의 의지라는 말이었다.

    “그러니 그의 죽음을 애도하지 마라. 그로 인해 죽어간 수많은 생명을 생각하면 오히려 침을 뱉어도 모자를 테니.”

    확신하는데 플레아가 예상한 것보다 블레니오의 악행은 더욱더 지독할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마계도 아니고 저 정도의 마기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제물과 희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네가 해야 할 건 폭군의 죽음을 애도가 아니라 폭정으로 무너진 왕권을 다시 정립하고 이번 사태로 굶주리고 고통받았을 트리안 왕국의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푸는 것임을 잊지 마라.”

    “...”

    감히 대답하지 못한 녀석이 고개를 떨군다.

    트리안 왕국 또한 나의 소중한 원정대 동료들이 소속되어 있던 곳.

    만약 이전과 같은 폭정과 억압이 시작된다면 플레아는 원치 않는 나의 방문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그 날이 다시금 왕위가 바뀌는 날이 될 테지.

    “잘 알았들었을 거로 생각할 테니 그건 넘어가고.”

    주변을 빠르게 살폈다.

    내가 침입할 때 무너뜨린 외벽 말고는 지극히 멀쩡한 상태.

    “남는 방 많지?”

    슬픔에 잠긴 녀석에게 넌지시 물었다.

    “...네?”

    “여기서 볼 일이 좀 있어서. 오늘 하루 신세를 지고 싶은데.”

    “알겠습니다. 폐하의 격식에 맞게 최대한의 준비를...”

    “준비는 무슨. 그냥 남는 방 하나만 줘. 잠깐 묵었다가 날이 밝는 데로 떠날 테니까.”

    이곳까지 왔으니 몇 가지 처리하고 갈 일이 있다.

    ‘후우.’

    그런데 절로 한숨이 나온다.

    어떻게 보면 가장 난감한 것 중 하나인 그 ‘소원’을 해결해야만 하는 순간이 왔기 때문이다.

    *

    모두가 잠든 새벽.

    스스스-

    트라인 왕궁 인근의 숲을 헤치고 나오는 이가 있었다.

    티 한 점 없는 순백의 갑옷과 자신의 몸만큼 거대한 철퇴를 한 손에 쥔 금발의 여인.

    최근 세를 확장하고 있는 광명의 교단 문양을 가슴에 새긴 그녀는 대륙 최강자인 육망성 중 광명의 별이라 불리는 킬리아 에스텔라였다.

    불과 반나절 전만 해도 절망의 군도를 점거한 마인들을 죽이던 그녀가 트리안 왕성 인근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느껴지는구나!」

    「마기다. 사악한 기운이다.」

    「사악한 기운이 왕성을 지배하고 있구나.」

    왕성에 가까워질수록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는 음성은 또렷해졌고, 또한 많아졌다.

    ‘마왕. 사악한 존재. 악을 멸살한다.’

    그리고 속삭임이 이어질수록 킬리아의 마음 속에는 강력한 증오와 분노의 불꽃이 타올랐다.

    저벅- 느릿하게 걷는 듯 하지만, 걷는 게 아니다.

    성력(聖力)이라 명명한 강력한 힘을 하체에 부여하여 순식간에 공간을 뛰어넘는다.

    어느새 그녀는 트리안 왕성이 바라보이는 언덕 위에 당도했다.

    「왕성이 마기로 가득하구나!」

    「늦었다. 마기가 지배하였으니 정화해야만 한다.」

    「동의한다. 이곳은 이미 회생이 불가능한 곳이 되었다.」

    속삭임, 킬리아는 신의 목소리라 주장하는 그들의 의지는 트리안 왕성의 정화를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기가 그리 강하지 않습니다. 마기의 근원만 제거한다면 사람들은 다시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킬리아가 의문을 표했다.

    광명의 성녀로 활동하면서 숱하게 ‘강림’을 겪었다.

    풍겨오는 마기가 실로 지독하긴 하지만, 아직 왕성 전체를 뒤덮은 정도는 아니었다.

    고유 결계 현상도 없으니 이 정도라면 마기의 근원, 즉 마왕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정화를 할 수 있을 것이로 판단했다.

    「아니, 그것은 옳지 않다.」

    「이 강력한 마기가 느껴지지 않느냐?」

    「대의를 위하여 작은 희생을 불가피한 것.」

    「왕성을 정화하지 않는다면 불행의 씨앗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으니.」

    「왕성을 정화하라!」

    「정화하라!」

    하지만 그녀의 의견은 묵살 당했다.

    “으으으...”

    수백의 외침이 귓가를 괴롭힌다.

    아니, 귓가가 아니라 마치 뇌에 대고 직접 말하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던 킬리아.

    “...대의를 위하여 트리안 왕성을 정화하겠습니다.”

    일그러진 표정은 평온을 되찾았다.

    마치 인형이 된 것처럼 무표정한 얼굴을 한 킬리아는 신의 목소리에 따라 성력을 끌어올렸다.

    드드득- 어마어마한 힘의 집중으로 대지가 들썩인다.

    그렇게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온 성력이 이내 기적을 만들었다.

    쿠쿠쿠쿠!

    트리안 왕성의 하늘 위를 가득히 덮는 찬란한 황금빛 망치.

    그것은 대규모 정화를 위해 고안된 성법 중 하나인 ‘심판의 망치’였다.

    보통은 수백 명 신관과 성기사가 성력을 집중시켜야만 완성할 수 있는 절대의 성법을 킬리아는 혼자 발휘한 것이었다.

    「심판이다!」

    「말살하라!」

    「정의를 위하여!」

    마침내 펼쳐진 심판의 망치를 확인한 신의 목소리가 환호했다.

    “트리안 왕성 정화. 임무 완수했습니다.”

    아낌없이 성력을 부어 완성된 심판의 망치는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목적을 완수한 킬리아가 몸을 돌리려 하는 그 순간.

    팟!

    그녀는 볼 수 있었다.

    공간 그 자체를 베어버리는 미지의 검광을.

    그리고 절대의 성법에 의해 생성된 심판의 망치가 빛의 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광경을 말이다.

    “무, 무슨...?!”

    놀란 그녀가 신음을 토할 때였다.

    “거, 망치 떨어지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장내에 쩌렁하게 울려 퍼지는 외침과 함께 한 사람이 왕성 위로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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