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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12화 (12/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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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1

“생각할수록 열 받네. 트리안 왕국 그 쌍놈의 새끼들.”

마계의 식인 꽃 열매로 담근 술을 마시던 다르손이 표정을 구겼다.

“왜? 무슨 일인데?”

“뭘 물어. 또 어렸을 적 트리안 왕국 녀석들에게 당한 걸 생각하는 거겠지.”

같은 소튼 왕국 출신인 비에리와 도란이 말을 주고받았다.

“너희들이 어찌 알겠냐. 국경 인근 마을, 그 척박한 땅에서 지내야만 했던 나의 설움을...”

그로부터 시작된 다르손의 구구절절한 사연.

“내 마을 클루디엔에서는 매일이 지옥과 같았지. 트리안 왕국의 국경 경비대가...”

“...매일 죄 없는 어른들을 구타했고.”

“아이들은 마치 투기장의 노예처럼 끌려가...”

“...트리안 왕국 아이들의 분풀이 대상이 되었지.”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을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지켜만 보는 우리 왕국 경비대였어.”

다른 이유는 없다.

오직 국력이 약한 왕국의 백성이라는 이유로 매일 고통받으며 살았다.

그런데 자국의 백성을 지켜야 하는 경비대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구경했다.

이에 대해 여러 번 항의를 해봤지만, 상부에서 트리안 왕국의 행위를 지켜만 보라는 명령이 떨어졌다고 했다.

“씨발, 그게 싫어서 어떻게든 왕국의 병사로 들어왔는데 말이야. 그런데 현실은 다르지 않더라고. 나조차도 녀석들이 무서워서 똑같은 짓을 반복하고 있더란 말이지.”

그것이 싫었던 다르손은 왕국의 병사로 자원하여 국경에 배치를 받았다.

하지만 과거 그가 그토록 증오했던 경비대가 했던 일을 그가 반복했다.

“무서웠거든. 고참도 무섭고, 나로 인해서 괜한 분쟁이 될까봐 무섭고. 그게 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하는데, 씨발 좆이나 까잡수셔!”

그것이 현실이다.

그것이 어른이 되는 과정이다.

주위에서 하는 말을 믿었고, 그렇게 자위하며 살았다.

“내가 모른척했기 때문에 때 묻지 않은 아이가, 그 착한 아이가 죽었다고. 크흐흑...”

분함에 눈물을 훔친다.

마계 원정대에 자원한 이유.

용자 일행이라면 모를까 일반 병사에게는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던 마계 원정대에 지원한 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살아남았다.

병사들의 무덤에서 용자도, 그렇다고 대륙의 강자도 아닌 그는 아서 왕자의 도움을 받아 생존했다.

“내가 만약 대륙으로 돌아가잖아? 그럼 당장 국경으로 넘어가서 그 빌어먹을 국경 경비대 녀석들 전부 패 죽여버릴 거야.”

물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생존한 만큼 그는 미약한 희망을 가졌다.

마계를 넘어 대륙으로 돌아가 트리안 왕국 국경 경비대를 학살하는 희망을 말이다.

“야야, 참아. 그러다가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어떡하려고.”

혹시 돌아갔을 때 사고를 칠까 염려되었던 비에리가 그를 만류했다.

“좆까! 전쟁이고 뭐고, 일어날 테면 일어나라지. 당장 눈앞에서 죽어가는 아이들도 지키지 못하면서 일어나지도 않을 전쟁이나 걱정하고. 씨발, 그러니까 나라가 그 꼴을 못 벗어나지.”

“다르손, 그만! 왕자님이 듣고 계신다.”

근엄한 표정의 셀론이 다르손을 나무랐다.

“...”

원정대 군기반장의 말에 다르손은 얼른 입을 다물었다.

그가 무서워서가 아니다.

이 일에 대해 혹여 아서 왕자가 죄책감을 가지지 않을까 염려되어서였다.

“왜, 맞는 말만 하고 있는데.”

곁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서 왕자는 다르손의 편이었다.

“다르손.”

“죄송합니다, 왕자님. 제가 취해서 헛소릴...”

“헛소리는 무슨. 맞는 말만 했다니까.”

비아냥거리거나 거짓으로 말한 게 아니다.

“그리고 걱정하지 마. 혹 대륙으로 돌아가잖아? 그럼 그 망할 트리안 왕국 녀석들 내가 다 잡아 족친다.”

돌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크크큭. 하긴. 지금 왕자님 실력이면 왕국 전체가 덤벼들어도 상대가 못 될 겁니다.”

“그래. 그러니까 그만 억울해하고.”

“알겠습니다. 역시 왕자님밖에 없습니다. 대륙에 돌아가면 왕자님에게 충성을 바쳐 소튼 왕국을 부강한 나라로 만들 겁니다.”

“하하하. 물론이지. 다르손. 네가 있다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을 거다.”

하지만 다르손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었다.

그날 밤 밀어닥친 핏빛 대지의 악몽, 모든 것을 먹어 치우는 혈귀(血鬼)를 단신으로 막아섰기 때문이다.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 그는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말았지만, 숭고한 희생으로 원정대원들을 지켜냈다.

그것은 그가 그토록 바라던 것.

그는 죽음을 통해 안식을 얻을 수 있었다.

*

‘다르손. 조금 전 광경을 봤다면 네가 참 좋아했겠지.’

사신의 목을 베어버린 그 순간을 다르손과 함께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녀석은 죽었고, 내 곁에는 사신의 죽음을 기꺼워하는 사람보다 그것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폐하!”

“어찌 셸린 백작을, 트리안 왕국의 사신을 죽일 수 있단 말입니까.”

“실로 너무 성급한 결정이었습니다.”

“허어. 앞으로 닥쳐올 일을 어찌 감당하시려고...”

뚱보 사신의 죽음 이후 알현실에 모인 귀족들은 나를 책망하기 바빴다.

일전의 대관식에서 보여준 내 모습을 보고도 이리 강경하게 나올 정도면 어지간히 충격을 받은 것 같긴 하다.

이해는 한다.

사신을 죽였다는 것. 그것은 곧 전쟁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폐하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아, 전부는 아니다.

단 한 명은 내 편을 들고 있었다.

이루일 마을에서 데려온 타일로. 녀석이 좌중을 훑어보며 검과 같은 날카로운 기세를 뿜어대고 있었다.

“트리안 왕국의 사신은 폐하와 소튼 왕국을 욕보였으며, 자신들의 전쟁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왕국의 백성을 한낱 노예로 취급했습니다. 폐하께서는 자신을 욕보인 건 참으셨으나 백성들을 모욕한 것에는 참지 못하고 결국 손을 쓰셨지요. 여러분들은 그게 잘못되었다고 폐하를 탓하시는 겁니까?”

내가 사신을 죽인 게 꽤 감명이 깊었는지 열심히 변호한다.

“그대는 대체 누구인가?”

“감히 누구이기에 이 자리에 끼어들어 그따위 망발을 지껄인단 말인가!”

대노한 귀족들이 타일로의 신분을 묻기 시작했다.

하여간 이 녀석들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을 작위로 나눠서 평가하는 게 변하지 않는다.

“...”

그 말에 타일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막상 나서긴 했는데, 자신에게 그 어떤 명분이나 권리도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고작해야 남작가 평기사 신분이었던 녀석이 무슨 용기가 나서 나섰는진 모르겠지만, 뭐 그리 기분이 나쁘진 않다.

그러니 유일하게 내 편이 되어준 타일로에게 선물을 하나 줘야겠다.

“인사해. 이번에 새롭게 부임한 왕실 근위대장이야.”

“네?!”

“와, 왕실 근위대장?!”

그 말에 경악하며 나와 타일로를 응시한다.

비록 정해진 작위는 없지만, 예로부터 왕실 근위대장은 공작과도 비견되는 높은 자리였다.

적어도 장내에 자리한 이들 중에서 왕실 근위대장을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이는 존재하지 않는 셈.

“제, 제가 왕실 근위대장...?”

물론 남들보다 본인이 더 놀란 것 같지만 말이다.

“그래. 타일로. 너는 오늘부로 왕실 근위대장의 소임을 맡아 짐과 왕궁의 안전을 책임져야만 할 것이다.”

“...”

잠시 어안이 벙벙한 듯 나를 바라보는 타일로.

“왜 싫으냐?”

“아, 아닙니다. 기꺼이 충심을 다하여 폐하를 보필하겠습니다!”

“자, 다들 들었지?”

마찬가지로 눈을 동그랗게 뜬 귀족들에게 선언했다.

“지금부터 타일로는 왕실 근위대장이다. 왕궁을 수호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만큼 앞으로 그를 대할 때 짐을 대하는 것과 같은 존중을 보일 수 있도록.”

녀석을 내 사람으로 찍었으니 그만큼의 힘과 권력을 쥐어줄 것이다.

“그건 아니 될 말입니다!”

“어찌 근본도 모르는 자를!”

“폐하! 재고하여 주십시오!”

물론 우리 귀족님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지만 말이다.

“재고는 무슨. 왕실 근위대장에 대한 임명은 짐의 권한이다. 감히 그대들이 왈가왈부할 게 아니니 괜히 힘 빼지 말고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좋을 거야.”

나는 경고의 의미로 눈을 부라렸다.

그제야 찔끔한 듯 입을 다문다.

하여간 조금만 풀어줘도 금방 기어오르려고 한다니까.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내가 준비한 선물(?)은 왕실 근위대장만 있는 게 아니었다.

“들어와라.”

끼익- 내 말과 함께 회의장으로 들어오는 이.

“여러분 반갑습니다.”

환한 미소를 보이는 녀석은 바로 동생 펠리드였다.

“인사해. 이번에 새로이 총리대신이 된 펠리드. 모두 얼굴은 알고 있지?”

“...”

할 말을 잃은 귀족 녀석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놀랐겠지. 하지만 아직 놀라기는 일러.

썩어빠진 왕국을 뒤엎어버리기 위한 내 계획은 이제 시작이거든.

*

“사신의 목을 베었다...?”

측근이 전하는 말에 적발의 미녀가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소튼 왕국의 사신으로 보낸 셸린 백작의 목을 왕이 직접 베었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지금 왕궁은 난리도 아닙니다.”

속국이라 생각한 소튼 왕국의 왕이 사신의 목을 베었다.

벌써 왕궁에서는 병사를 보내야 하네, 전쟁을 벌여 그들을 일벌백계 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었다.

“아하하하하!”

하지만 적발의 미녀, 트리안 왕국의 공주 플레아는 한 차례 큰 웃음을 터뜨릴 뿐이었다.

“재밌네.”

감상은 무척 간단했다.

“새 왕이 즉위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그 겁쟁이 왕국에서도 드디어 인물이 나오는 건가?”

지금까지 플레아가 평가하는 소튼 왕국은 겁쟁이 그 이상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게 아무리 국력의 차이가 있다곤 해도 스스로 속국을 자처하는 그 대응이 그리 좋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로 즉위한 그는 왕위에 오르기 무섭게 사고를 쳤다.

사신의 목을 베어버리는 대단한 사고를 말이다.

“게롤드 경.”

“예, 전하.”

“소튼 왕국과 접촉해 보세요.”

“네? 설마...?”

“짐작하는 바가 맞긴 하지만, 아직 확정은 아니에요. 일단 그들을 만나본 후 대계에 도움이 될 만한 인물인지 판단할 테니.”

“알겠습니다. 전하의 뜻이 그러하다면 그리하지요.”

촉이 좋은 공주가 아닌가.

게롤드 후작은 공주가 지닌 특유의 감을 믿었다.

“아, 그런데 왕위에 오른 이가 누구죠?”

문득 궁금해진 플레아가 물었다.

사실 지금까진 소튼 왕국의 누가 왕위에 오른들 관심도 없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관심이 생긴 이상 그들에 대한 정보는 필수였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2왕자 라휀이...”

“아닙니다. 왕위에 오른 인물은 1왕자 아서입니다.”

“...네?”

그 이름을 들은 플레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서요? 그 정보 확실한 건가요?”

“확실합니다.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왕국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던 클루이안 공작가와 수천의 병력을 단신으로 막아섰다고 하던데. 물론 그건 거짓일 테니 그리 신경 쓰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흔한 일이었다.

왕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전설을 갖다 붙이는 일 말이다.

“맙소사!”

하지만 플레아는 전혀 다른 의미로 놀라고 있었다.

“그 변태 새끼가 왕이라고?!”

과거 황실 아카데미의 동기였던 그녀의 기억 속 아서는 이 여자 저 여자 껄떡대던 변태로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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