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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10화 (10/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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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9

    “저, 저기...”

    내 손을 잡은 어머님은 갑자기 들이닥친 영주의 부하들을 향해 다가가려 했다.

    손님인 내가 곤란한 상황에 놓이는 걸 바라지 않겠지.

    “괜찮습니다, 어머님. 제가 좋게 해결하겠습니다.”

    걱정하는 어머님의 손을 맞잡았다.

    “이것들이 뭐라는...”

    휙- 뒤돌아서서 눈을 부라리는 그를 노려봤다.

    「기다려.」

    감히 어머님과의 대화를 방해하는 그에게 의지를 실어 보냈다.

    “흡!”

    “으읍!”

    내 의지는 녀석들의 자유를 빼앗았다.

    “잠깐만 이야기 좀 하고 오겠습니다. 여기서 잠시 기다리고 계세요.”

    “그, 그래도...”

    “하하. 괜찮습니다. 제가 여기 영주...님과 꽤 아는 사이라서 말이죠. 좋게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나는 제리온이라는 녀석을 모르지만, 아마 녀석은 나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가자.」

    어머님을 자리에 앉혀 드린 후 영주의 부하들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아니, 얼마 전에 세금을 걷어 가시지 않았습니까.”

    “또 걷어가시면 저희는 어찌 살라고...”

    방문받은 건 어머님만이 아니었다.

    곳곳에서 과도한 세금 부과로 한탄하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없으면 다야?”

    “너희들이 누구 덕분에 발 뻗고 편하게 잘 수 있는 건데.”

    아랑곳하지 않고 윽박지르며 세금을 닦달한다.

    과도한 세금으로 영지민들의 고혈을 쥐어짜는 악덕 영주.

    사실 흔한 광경이다. 물론 내가 왕이 된 이상 앞으로는 보기 힘든 광경으로 바뀌겠지만 말이다.

    “씨발, 마련하라면 마련하는 거지, 왜 이렇게 말들이 많아!”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몇몇 녀석들이 선택한 것은 폭력이었다.

    체이스가 살았던 마을. 그리고 어머님이 계신 곳이니 소란은 용서할 수 없지.

    팟!

    의지를 움직인 순간 나의 육신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었다.

    “이...”

    정면, 건장한 털보 녀석이 몽둥이를 휘두르는 중이다.

    퍼억!

    다가오는 몽둥이를 손으로 쳐내어 산산 조각냈다.

    “어엇?!”

    갑자기 짠하고 등장한 날 보고 눈을 부릅 뜬다.

    “일단 맞자.”

    무슨 말이 필요할까.

    퍼퍽!

    빠른 속도로 주먹을 휘둘러 털보와 옆에 있는 부하 하나의 안면을 가격했다.

    그것으로 끝.

    녀석들은 지면에 허물어지며 기절했다.

    “그럼 저는 이만.”

    당황해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인사한 후 다시금 의지를 움직였다.

    “엌?!”

    “어엇?!”

    “악!”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눈 깜짝할 사이 집안 곳곳에 들이닥쳤던 영주의 부하들을 모두 정리했다.

    “으으읍!”

    “읍읍!”

    물론 아직 내 지배를 벗어나지 못한 둘은 남겨두었지만.

    「안내해라.」

    지배를 벗어나지 못한 녀석들은 내가 시키는 대로 안내를 시작했다. 그 대단하신 제리온 남작이 있는 영주성으로 말이다.

    *

    “이, 이곳입니다.”

    부하 녀석이 가리킨 영주성을 바라봤다.

    “으리으리하기도 하네.”

    그것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언덕 위에 자리한 영주성은 참으로 화려했다.

    내가 지금 왕궁에 잘못 도착한 게 아닐까, 의문이 들 정도로 화려한 성이 눈앞에 있었다.

    아니,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영지민들을 착취하면 이런 변방의 영주가, 오등작(五等爵)중 가장 낮은 남작 따위가 이렇게 화려한 성에서 살 수 있는 걸까?

    마음 같아서는 그 비법을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으으...이제, 이제 그만 우릴 좀...”

    “제발...”

    몸을 부들부들 떠는 영주의 부하 둘을 응시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의지를 속박했기 때문에 정신에 부하가 오고 있을 것이다.

    사실 녀석들보다 나의 정신력 소모가 더 크긴 하지만, 수백 년간 마계를 전전하며 얻은 심상의 크기는 일반인과 비교할 게 아니었으니.

    “그래. 그럼 그만 자라.”

    퍼억!

    더 편히 기절시킬 수도 있지만, 안면을 짓이겨가며 기절시켰다.

    쓰러진 녀석들을 한 차례 바라본 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누구냐!”

    “여기는 제리온 남작님의...”

    퍼퍼퍽!

    대화하러 온 것이 아니기에 곧장 영주성의 경비병을 쓰러뜨렸다.

    거칠 것 없이 곧장 영주성으로 진입.

    “제리온 남작!”

    힘을 실어 영주성 가득히 내 음성이 울려 퍼지게 했다.

    “지금 찾으러 갈 테니 막을 수 있으면 막아 보라고!”

    일부러 소란을 일으킨 후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나아갔다.

    척척척- 때아닌 소란에 무장을 갖춘 병사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기분도 꿀꿀했는 데 마침 잘됐네.”

    흉흉한 기세를 뿜어내며 다가오는 병사들을 바라보며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

    “지금 찾으러 갈 테니 막을 수 있으면 막아 보라고!”

    갑작스레 울려 퍼지는 음성에.

    “이게 무슨 소란이냐?”

    집무실에서 일을 보던 젊은 사내, 제리온 남작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웬 미친놈이 하나 들어온 것 같은데, 신경 쓰지 마십시오. 곧 경비병이 처리할 겁니다.”

    각종 보석과 화려한 실크 옷으로 치장한 뚱보 중년인. 그는 엘트로 상단의 상단주인 기르티스였다.

    영주와 부호가 만났다.

    당연히 그 만남은 앞으로의 행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만한 사안을 결정하기 위함이었다.

    “세금 문제는 어떻게 되셨습니까?”

    기르티스의 은근한 질문에.

    “이번에 세금 50%를 더 부과했으니 어떻게든 마련할 수는 있을 것 같소.”

    “이번 사안은 매우 시급하니 속히 준비하셔야 할 겁니다.”

    “그런데 이 방법이 정말 통할 것 같소?”

    제리온 남작이 의문을 표했다.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던 기르티스의 말이었기에 당장 진행은 하고 있었지만, 확신이 없었던 탓이다.

    “하하하. 남작님. 제가 누구입니까. 이 눈치 하나로 상단을 일으킨 기르티스 아닙니까? 제가 듣기로 이번에 즉위한 1왕자, 아니 아서 왕은 소싯적에 물욕과 색을 즐겼다고 들었습니다. 그 취향이 단숨에 바뀌지는 않았을 터. 그러니 하루빨리 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재물과 계집을 바친다면...?”

    “왕의 중임을 받을 수 있겠군!”

    “그렇습니다. 역시 남작님은 총명하시기 그지없습니다.”

    두 사람이 회동하게 된 것은 1왕자 아서의 즉위 때문이었다.

    본래는 2왕자 라휀이 왕위에 오를 줄 알고 연줄을 대고 있었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클루이안 공작가는 몰락했고, 라휀 왕자는 참수당했다.

    그 소식이 공표되기 무섭게 수많은 귀족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중에는 제리온 남작과 그의 후견인을 자처하는 기르티스도 있었다.

    “그러니 허투루 하는 일 없이 최대한 많이 뽑아내셔야 할 겁니다.”

    “알고 있소. 여차하면 평민들의 재산을 모두 몰수할 생각이오. 어차피 그깟 녀석들 다시 채워 넣으면 그만이니까.”

    “역시 남작님이십니다. 대의를 위해서는 그깟 평민들의 희생은 아무것도 아니지요.”

    “아! 그러고 보니 기르티스 경은 노예 매매도 한다고 들었소만?”

    “그렇습니다. 은근 찾는 사람들이 많아 쏠쏠히 벌고 있습니다.”

    “흠. 그럼 내 평민들 중 괜찮은 녀석으로 선별할 테니 중계를 해줄 수 있겠소?”

    “오! 당연히 환영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노예를 찾는 귀족들이 많아 물량이 걱정이었는데 말입니다.”

    이들에게 있어서 영지민은, 평민은 돈벌이가 될 수 있는 수단에 불과했다.

    사실상 가축 그 이상의 존재가 아니었던 것.

    그러한 속내를 여지없이 드러내며 낄낄대며 웃었다.

    “그러고 보니 그자에 대한 처리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문득 생각이 난 듯 말문을 여는 기르티스.

    “그자? 아, 혹시 타일로를 말하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아직도 지하 감옥에 가둬 두셨는지 궁금해서 말입니다.”

    “그거참 골치가 아프오. 분명 검의 재능이 대단한데 영 내 명령을 듣질 않아서 말이지.”

    “도대체 뭐가 그리 불만이랍니까?”

    “부당한 명령은 따를 수 없다나? 하여간 평민들의 생각은 당최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아무리 말을 해도 알아먹질 않으니 마지막 기회를 줘 보고...”

    스윽-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해보였다.

    재능이 아까워 살려두긴 했지만, 쓰지 못하는 인형을 더는 시간을 할애할 마음이 없었다.

    “그럼 영주님께서 적당한 평민들을 선별하여...”

    막 노예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려던 그 순간.

    “여, 영주님. 큰일입니다!”

    허락도 하지 않았건만 불청객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델룬 경?!”

    문제는 그 불청객이 영주성의 수비대를 책임지고 있는 기사 델룬이라는 점이었다.

    “적이 이쪽을 향해...컥!”

    하지만 그는 말을 잇질 못하고 쓰러졌다.

    “여어, 반갑다.”

    쓰러진 델룬을 툭 밀치고 나오는 한 사람.

    “네가 그 유명한 제리온 남작이냐?”

    순식간에 영주성 내 병력을 무력화한 젊은 사내가 환한 미소로 두 사람을 번갈아 응시하고 있었다.

    “무엄하다!”

    제리온 남작이 고개를 빳빳하게 들며 호통을 쳤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나는 소튼 왕국의 남작 제리온 알트레인이다. 네 소속을 밝혀라!”

    혹시 몰라 상대를 자세히 살폈지만, 귀족은 아니다.

    적어도 그의 기억 속에 소튼 왕국에서 저토록 젊은 귀족이나 자제를 본 적이 없었다.

    “나를 몰라?”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킨 사내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흥! 그 알량한 실력을 믿고 멋대로 까부는 것 같다만 이곳은 네가 설쳐댈 만큼 만만한 곳이 아니다.”

    병사들이 모두 제압되었지만, 당당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에게는 비장의 카드가 있었다.

    원한 관계에 있었던 4성 기사마저도 단번에 제압할 정도로 강력한...

    “커헉!”

    ...어쎄신이 침입자의 손에 잡혔다.

    “무, 무슨?”

    “어떻게?!”

    제리온과 어쎄신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기르티스도 덩달아 놀라 소리쳤다.

    목에 잡혀 허우적거리는 이.

    그는 4성 기사를 단숨에 두 쪽 내버렸던 검은 달 길드의 특급 어쎄신이었다.

    백작, 그리고 잘하면 후작급의 인사도 암살할 수 있는 특급 어쎄신이 단숨에 제압되다니.

    눈으로 보고 있으나 좀처럼 믿을 수가 없었다.

    “설마 이 녀석을 믿고 있었던 거야?”

    뿌득!

    손아귀에 힘을 주어 단숨에 어쎄신의 목을 부러뜨렸다.

    “...”

    일순간 장내는 정적에 빠졌다.

    턱이 빠질 듯 입을 벌려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제리온과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는 기르티스.

    “도, 도대체 네, 네 녀석의 정체가 무엇이냐?”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제리온 남작이 물었다.

    영주성의 병사들은 물론 특급 어쎄신마저 단번에 제압하는 강자. 도대체 이런 자가 어디서 튀어나왔단 말인가?

    “왕.”

    남작의 물음에 사내는 말했다.

    “뭐, 뭐라?!”

    “아서 델 알슈타드. 이번에 즉위한 소튼 왕국의 왕이다, 이 새끼들아.”

    스릉!

    그리 말한 사내, 아니 아서는 왕가의 문장이 선명하게 각인된 보검 데일을 꺼내 들었다.

    “헉!”

    “으허헉!”

    푸른 안개와도 같은 기운을 뿜어내는 보검 데일.

    소튼 왕국에서도 오직 한 존재, 왕만이 지닐 수 있는 보검을 확인한 제리온 남작과 기르티스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

    “폐, 폐하!”

    “미천한 이가 폐하를 알현합니다.”

    과연 눈치가 빠른 녀석들이라 그런지 곧장 납작 엎드린다.

    생각할 것도 없지. 고유의 푸른 마나를 뿜어대는 데일을 확인한 이상 나의 위치에 의심을 가질 만한 귀족은 없을 테니까.

    “아까 뭐라고 한 것 같은데. 뭐였더라. 알량한 실력? 설쳐댈 자리가 아냐?”

    “그, 그것은 폐하를 미처 몰라뵙고...”

    “모르면 귀족 생활 끝나?”

    “네, 네?”

    “귀족 생활 끝나냐고.”

    “그것이...”

    “그리고 아직도 네 잘못을 모르나 본데, 넌 자기가 모셔야 할 왕의 생김새도 몰라?”

    “...”

    억울하다는 표정이네.

    하긴 갑작스러운 대관식으로 인해 초대 받지 못한 귀족들이 많은 게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네 죄는 고작 대관식에 참여한 게 끝이 아니란다.

    “그리고 말이야. 내가 이루일 마을을 잠시 암행으로 돌아보고 왔는데. 너 부당한 세금 걷고 있더라?”

    “부담한 세금이라뇨. 아닙니다. 폐하에게 바칠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조금 영지민들의 협조를...”

    “협조하다가 아주 굶어 죽겠던데?”

    하여간 귀족 녀석들이 생각하는 것이란.

    나도 마계의 그 지독한 생활을 겪지 않았으면 깨닫지 못했을 테니, 딱히 할 말이 없긴 하다.

    “국법에 의하면 영지민의 세율은 10%가 넘지 않도록 지정되어 있다.

    “네?”

    “몰랐지? 나도 몰랐어. 그런데 그런 법이 있더라고.”

    국법.

    사실 그것을 알고 있는 영주는 거의 없다.

    왕국에 복속되어 있다고 해도 영지에 관한 권한은 영주에게 위임하는 형태였으니까.

    사실상 그들만의 세계.

    아마 똑똑이 듀란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아마 나도 평생 몰랐을 거다.

    “법을 모르니까 당연히 그것을 어겼을 때의 처벌에 관해서도 모르지?”

    “소, 송구합니다.”

    “송구할 필요는 없고. 죄를 지었으면 달게 받아야지.”

    불안한 듯 눈을 데굴데굴 굴리는 제리온 남작을 향해 선고했다.

    “지정된 세율을 무시하고 부당한 징수를 행한 자. 모든 재산을 몰수하고 귀족의 직위를 박탈한다!”

    “무슨 그런!”

    놀란 녀석이 감히 고개를 쳐들고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왕의 용안을 함부로 훔쳐본 죄. 태형 10대에 처한다.”

    망설일 것 없이 곧바로 처형을 실시했다.

    퍽!

    데일의 검집을 이용하여 녀석의 엉덩이를 세게 가격했다.

    “끄악!”

    입고 있는 옷이 터져나갈 정도였으니 녀석의 엉덩이 살점도 터져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랴.

    나는 그저 국법에 정해진 벌을 행할 뿐이다.

    퍼퍼퍽!

    연이어 엉덩이에 검집 찜질을 해줬다.

    “끄으으...”

    두 번째 타격부터 이미 혼절한 녀석은 꿈틀거리며 게거품을 게워냈다.

    “일단 태형은 이것으로 끝. 그리고...”

    나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상인 녀석을 응시했다.

    “기르티스라고 했던가?”

    “그, 그렇습니다, 폐하!”

    “왕국에 속한 백성을 함부로 노예로 만들어 매매하였으니 즉각 사형에 처한다.”

    “아, 아니...”

    손에서 피어난 검광이 녀석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고.

    툭.

    비스듬하게 잘린 목이 지면에 떨어졌다.

    팟- 한 차례 검을 털어낸 후 주변을 훑었다.

    상인은 처형했고, 남작 녀석은 깨어나는 즉시 재산을 몰수하고 예정대로 처리하면 되겠지.

    그리고.

    “대단한 재능의 인재가 갇혀 있단 말이지...”

    반란을 제압하느라 나름 실력 있는 귀족들을 모두 처형하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소국인 소튼 왕국의 인재 상황은 처참한 상태. 쓸 만한 인재가 있다면 업고서라도 데려가야만 한다.

    복도를 지나 지하고 가는 계단을 찾아 내려갔다.

    그 재능 있는 검사를 찾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왜냐하면 지하 감옥에 투옥된 이는 단 한 명밖에 없었으니까.

    “...”

    쇠사슬에 묶인 젊은 사내.

    짧은 푸른색 머리칼과 고집 있어 보이는 진한 눈썹과 오똑 선 콧대.

    마치 수행하는 수도승처럼 가부좌를 튼 채 눈을 감은 그는 내 접근을 눈치챘음에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것 봐라?’

    동요하지 않는 단단한 심상이 느껴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란 건 녀석이 자연스레 발산하는 기도였다.

    마치 잘 벼려진 한 자루의 검을 보는 듯한 그 기도는 만든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

    '천재다.'

    그 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

    녀석은 좀처럼 보기 힘든 천재라는 것을.

    흔히들 말하는 천년, 아니 만년에 한 번 태어날까 말까한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타일로!”

    남작이 언급한 그 이름을 부르며 녀석에게 다가갔다.

    “...나는 남작을 따를 생각이 없으니 차라리 여기서 죽이시오.”

    아마 나를 남작의 수하로 생각하는가 보다.

    “그래. 그딴 남작의 부하로 가기엔 네 재능이 너무 아깝긴 하지.”

    남작 따위라는 내 말에 반응한 녀석이 슬쩍 눈을 뜬다.

    “남작이 보낸 것이 아닙니까?”

    “미쳤냐? 남작 따위가 날 보내게?”

    “...”

    “아니, 다 집어 치우고. 너 내 기사 해볼 생각 없냐?”

    나는 곧바로 녀석에게 물었다.

    “당신이 누군데 나를 기사로 임명한다는 것입니까?”

    “왕.”

    “...네?”

    “왕이라고 인마.”

    오늘부턴 넌 내 기사다.

    물론 거절은 정중히 거절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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