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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8화 (8/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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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

본래 권력이란 게 그렇다.

한 번 맛을 보면 그 달콤한 맛을 잊지 못해 그것이 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삼킨다.

저기 진군하고 있는 귀족 녀석들을 봐라.

어떻게든 자신이 손에 쥔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하여 발버둥 치고 있지 않은가.

아마 이 반란이 끝나면 자신들이 왕국의 중심이 될 것이란 생각에 부풀어 있겠지?

“쯧. 머리엔 똥만 찬 머저리들 같으니.”

가벼이 탄식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팟- 그건 보통의 걸음이 아니라 공간을 접어 이동하는 수준의 권능에 가까웠다.

“추, 충!”

다급히 성문을 올리고 있던 병사가 내게 경례했다.

아무리 바빠도 왕에 대한 예의를 잊지 않는 게 나중에 크게 될 병사 같다.

혹시 시간이 나면 진급이나 시켜줘야지.

“적의 규모는?”

“족히 3, 3천은 되어 보입니다.”

3천이라.

징집한 것도 아니고 정규 병력 3천이면 어지간히 박박 긁어모은 것 같다.

“그렇군. 그런데 힘들게 성문을 닫을 필욘 없다.”

“네, 알겠...네? 폐, 폐하. 외람된 말씀이오나 지금 반란군이 왕성을 향해 진군을...”

“되었다. 짐이 다 해결할 테니.”

그리 말하며 반쯤 올라온 성문을 지나쳐 왕성 밖으로 나갔다.

“폐하, 폐하!”

멀리서 소리치는 병사의 말을 무시한 채 계속 나아갔다.

두두두두!

지축을 통해 전해지는 진동이 더욱더 강해진다.

정면. 자욱한 흙먼지를 동반한 병력이 다가오고 있다.

“워워!”

기병을 포함한 보병 수천이 마침내 내 앞에 도착했다.

“이게 누구신가?”

“그 대단하신 망나니 왕자가 아닌가?”

자이든을 포함한 귀족들이 말을 탄 채로 노려본다.

하지만 그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나는 오직 한 명, 그들의 중심에 서 있는 라휀을 바라봤다.

“동생아. 그렇게 왕위가 탐나더냐.”

녀석에게 물었다.

“그건 원래 제 것이었습니다. 일평생을 망나니짓만 하던 당신의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녀석의 눈동자 속 분노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손만 뻗으면 자신의 것이 될 것으로 생각했던 왕좌. 그것이 내게 온 것에 대한 강렬한 분노였다.

“내가 아니었어도 이 왕관은 네 것이 아니었다.”

“무슨...”

“클루이안 공작가, 정확히는 세그릭 공작의 것이었겠지.”

“...”

뭐라 말할 듯하더니 이내 입을 다문다.

“다시 묻겠다. 껍데기만 남은 왕위가 그토록 가지고 싶더냐? 오직 공작의 명령에만 움직이는 꼭두각시 왕이 무엇이 그리 탐이 났단 말이냐.”

녀석은 아버지의 뒤를 이을 꼭두각시 왕에 불과했다.

그건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을 터.

“꼭두각시 왕이든, 무엇이든 그것은 당신보다 내게 합당한 자리. 얌전히 물러선다면 목숨만은 보전해 주겠소.”

하하하. 다 이해해줄 순 있는데 이 새끼, 점점 말이 짧아지네?

“2왕자 전하.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는 왕국의 수치이자 폭정을 일삼은 이. 후환은 반드시 제거되어야만 합니다.”

“맞습니다, 형님. 지금은 형제의 정을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은 대의를 위하여 형제의 정을 잊으소서!”

동생들부터 시작해서 주위 귀족이 라휀에게 간청한다.

벌써 나를 죽이니 살리니, 지랄 염병이 났다.

“어리석은 동생들아. 그래도 형제의 정을 생각해서 목숨만은 살려주려고 했건만 스스로 굴러들어온 복을 걷어차는구나.”

수백 년간 마계를 전전하며 정이라는 것에 굶주렸다.

해서 아무리 잘못했어도 동생이라서, 혈육이라서 녀석들을 봐주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이 말을 듣고 있자니 있는 정도 다 떨어져 나간다.

결국, 형제라 생각한 것 나뿐이었던 건가?

“닥쳐라!”

“망나니를 형으로 둔 적은 없다.”

“네 녀석이 어디까지 건방을 떨 수 있는지 두고 보겠다.”

오히려 귀족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나를 모욕한다.

어떻게든 이번 자리를 통해 나와의 인연을 끊고, 각자 한 자리를 차지해 보겠다는 추악한 야욕을 엿볼 수 있었다.

“무엇 하느냐. 왕국의 수치인 망나니 왕자를 처치하라!”

자이든 후작이 명령을 내렸고.

척척척!

병력이 갈라지며 숨겨져 있었던 궁병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백의 궁병이 한꺼번에 시위를 당겼고.

파파파파파팟!

발사된 화살이 곡선을 그리며 날아왔다.

“...”

그 찰나의 순간 라휀과 동생 녀석들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살의, 환희, 기대.

녀석들은 형제의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각자의 본능에만 충실했다.

마침내 결심이 섰다.

팟- 섬전과도 같이 뻗은 주먹이 날아오는 화살 하나를 부러뜨렸다.

파팟!

주먹을 뻗는다.

내가 한 일은 단순한 동작의 반복이었다.

그러나.

퍼퍼퍼퍼퍽!

주위는 내가 만들어낸 주먹의 환영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주먹 하나하나가 날아오는 화살을 모두 꺾어버렸다.

“맙소사!”

“이,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

수백의 화살이 고작 주먹질 하나에 꺾였다.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눈을 부릅뜬 이들이 나를 바라본다.

저벅- 그리고 나는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천천히, 느릿한 걸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뭐, 뭣들 하느냐! 어서 쏴라!”

재차 시위를 당긴 궁병이 화살을 발사했으나.

퍼퍼퍼퍼퍽!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럴 수가!”

“미, 믿을 수 없다!”

연이어 실패한 궁병의 공격에 당황하는 이들.

경악하는 그들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당황하지 마라. 병사들은 무얼 하는가. 어서 저 잔악무도한 망나니를 처치하라!”

“망나니 왕자를 죽여라!”

“소튼 왕국을 위하여!”

궁병이 물러나고 보병과 은빛 광택의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달려왔다.

도주로를 차단하듯 둥글게 포위망을 형성해 압박한다.

하지만 그들이 포위하듯 말든 상관하지 않고 한 걸음을 내디뎠다.

“놈!”

“죽어라!”

기사 넷이 방위를 점하며 쇄도했다.

하반신에 기를 운용하여 움직인 것을 보니 최소 3성의 기사다.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이랴.

내게는 3성이든 7성이든 대륙의 경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퍽!

간단히 지른 주먹이 다가오는 기사의 안면을 강타했다.

투구는 찌그러졌고, 그 강력한 힘을 이기지 못한 녀석은 단숨에 기절했다.

쉬익- 그 틈을 파고들어 검을 휘두른다.

내가 한 일?

역시 주먹을 내지르는 것이었다.

날카롭게 벼려진 검과 살점으로 이루어진 주먹이 충돌했다.

쩌엉!

검은 부러졌고.

파앙!

그 충격의 여파로 발생한 충격파가 장내를 휩쓸었다.

“으아!”

“으윽!”

기를 운용하는 기사들이야 충격파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었지만, 병사들은 그 힘을 이겨내지 못한 채 아무렇게나 나동그라졌다.

충격파로 인해 자연스레 길이 났다.

나는 그 길을 향해 묵묵히 걸었다.

“마, 막아라!”

“흐압!”

어떻게든 내 걸음을 저지하려는 병사들이 달려든다.

퍽!

주먹을 내질렀다.

퍼퍽!

처음보다 좀 더 빠르게 주먹을 내질렀다.

퍼퍼퍽!

그리고 그보다 더 빠르게 주먹을 뻗었다.

“...”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지났을 때 내 주위에 덤벼드는 병사는 없었다.

수백의 병사가 쓰러져 꿈틀댄다.

기사도, 병사도, 그 누구도 내 한 방을 버티지 못했다.

“괴, 괴물!”

“괴물이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만약 내가 전력을 다한다면 쓰러지는 정도가 아니라 여기서 살아남을 이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너희가 귀족들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따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짐이 인정을 베풀 터이니 더는 다가오지 말라.”

어떻게 보면 그들 또한 나의 백성. 귀족들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것이기에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다.

그렇기에 어떠한 무기도 들지 않았고, 힘을 조절하여 기절만 시켰다.

하지만.

“만약 짐의 마지막 경고를 어기고 다가온다면...살아남길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부디 내 손에 너희의 피를 묻히지 않게 해다오.

내 작은 바람을 전하며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

다행히 내 걸음을 방해하는 병사는 없었다.

다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여전히 포위망을 유지하고 있을 뿐.

“뭣들 하느냐. 녀석을 공격하란 말이다!”

“이놈들! 감히 명령을 거부하는 것이냐!”

“항명하는 자는 즉결 처형이다!”

불안감을 느낀 귀족들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의지를 상실한 병사들이 덤벼드는 일은 없었다.

“시끄럽군.”

귀족들이 꽥꽥대는 그 소리가 참으로 거슬린다.

마기를 이용하여 바닥에 떨어진 쇠 창을 손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아무런 준비 동작도 없이 투창했다.

쐐애액- 맹렬한 속도로 날아간 쇠 창은.

퍽!

가장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자이든 후작의 복부를 관통했다.

아니, 그만이 아니다.

“엌!”

“컥!”

마치 쇠꼬챙이처럼 줄줄이 서 있던 귀족들을 꿰어 반대 방향으로 날아갔다.

“뭐, 뭣?!”

갑작스러운 후작의 죽음에 동요한다.

아직 놀라기는 이를 텐데?

콰앙- 지면을 박차며 순식간에 적진에 난입했다.

“왜? 병사들이 죽지 않아서 너희도 죽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나?”

그렇게 생각했다면 큰 오산인데 말이야.

“이 망나니 녀석이!”

거구의 사내, 페리튼이 휘두른 거대한 배틀 엑스가 쇄도한다.

힘만 잔뜩 들어간 너무도 정직한 공격.

꽈악- 쇄도하는 도끼의 날을 그대로 잡았다.

“흐으읍!”

처음에는 놀라는 듯했으나 이내 힘을 주어 내리누른다.

“힘은 그렇게 주는 게 아니다.”

“어, 어어어...?”

내리누르는 그 힘을 무시한 채 녀석을 도끼채로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대로 내리꽂았다.

콰앙!

육신에 가해진 엄청난 충격을 이기지 못한 페리튼은 그대로 기절했다.

콰직!

손에 힘을 주어 도끼를 부쉈고.

파파파파팟!

떨어지는 도끼날 파편을 손과 발을 이용해 차서 날려 보냈다.

“컥!”

“커헉!”

마치 암기처럼 날아간 파편이 귀족 수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하지만 녀석들도 마냥 죽음을 기다리진 않았다.

화르륵!

옆을 바라보니 영창으로 완성된 거대한 화염구가 다가오고 있었다. 아니, 화염구가 다가 아니다.

파직, 파지직-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번개의 창과 거대한 얼음 등 다양한 마법의 결과물이 쇄도했다.

“...”

마력이로군.

그러나 마계에서 경험한 본질적인 마력과는 전혀 다른, 불순한 게 많이 섞인 형편없는 마력의 집합체였다.

내가 대륙의 마법을 보고 한 일은 물끄러미 그것을 응시하는 것뿐.

콰콰쾅!

“됐다!”

“으하하하!”

내게 한 방 먹였다고 생각한 녀석들이 쾌재한다.

그것을 깨뜨리기 위해 피어오른 흙먼지를 날려 보내며 멀쩡한 내 모습을 드러냈다.

“뭐가 됐지?”

4써클의 마법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낸 날 바라보던 귀족들은.

“헙!”

“이, 이럴 수가?!”

경악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법이란 건 말이야...”

그들이 발현할 수 없는 순수한 마력, 마기를 운용했다.

츠츠츠- 허공에 생성된 건 4개의 마법 화살.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다.”

쉬익- 내 의지를 담은 4개 화살이 마법을 사용한 귀족들의 쇄도했고.

퍼퍼퍼퍽!

정확히 그들의 심장을 꿰뚫었다.

“끄으윽...”

인지할 수 없는 속도에 당한 녀석들은 불신의 눈빛을 빛내며 지면에 쓰러졌다.

어느새 수가 확 줄어든 귀족 녀석들을 차례차례 훑었다.

“으으으!”

마치 일어날 수 없는 일을 겪은 것처럼 넋을 놓아버린 모습이다.

수천의 군대를 끌고 왔으나 정작 한 명을 감당해내지 못하고 있으니 정신을 놓을 만도 하지.

“악마다! 망나니 왕자에게 악마가 빙의한 게...”

스팟!

또 헛소릴 지껄이는 귀족 녀석 하나의 목을 날려버렸다.

“꿇어라.”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들에게 명령했다.

“...”

처음에는 다들 머뭇거리는 듯했으나.

털썩!

이내 한 명이 무릎을 꿇었고, 그것이 연쇄작용처럼 작용하여 모든 이들이 무릎을 꿇는 결과를 가져왔다.

나는 오만한 시선으로 그들을 한 차례 둘러보았다.

덜덜덜- 몸을 심하게 떠는 이도 있었고, 눈을 질끈 감은 채 각오를 다지는 이, 그리고 모든 것을 초탈한 듯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그들이 어떤 식으로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건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감히 짐에게 대항하여 역모를 일으킨 이들에 대한 즉결 처분에 들어가도록 하겠다.”

척척- 느릿한 걸음으로 나아가 이름 모를 귀족 앞에 섰다.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사로이 병력을 일으켜 짐의 왕위를 찬탈하려 하였단. 인정하는가?”

“저, 전하...사실 저는 자이든 후작의 강요에 못 이겨...”

“반역죄, 사형!”

서걱!

구차한 변명을 지껄이는 귀족의 목을 베었다.

촤악- 분리된 목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왕관과 대관식 복을 물들였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다음 귀족에게 다가갔다.

“사형! 사형! 사형!”

반역죄에 대한 나의 처분은 사형, 단 하나였다.

그 처분에 극도로 흥분하여 반항하는 녀석도 있었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녀석도 있었다.

수 명의 귀족들을 모두 참수하고 마침내 나는 나의 어리석은 형제들 앞에 섰다.

“혀, 형님. 제발, 제발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형님. 우리는 형제가 아닙니까. 제가 잘못했으니 목숨만큼은 보전해 주십시오.”

“제, 제 의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래, 라휀 형님이 시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녀석들은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사정했다.

“웃기는군. 반란을 일으켰다는 건 너희들도 짐을 죽일 작정이었던 것 아닌가?”

녀석들을 향해 냉소했다.

애초에 반란을 일으켰다는 것 자체가 나를 죽이려 했다는 속셈을 드러낸 셈.

“만약 짐에게 너희가 예상치 못한 힘이 없었다면 상황은 반대가 되었겠지.”

“아닙니다. 저희가 어찌 형님을...”

“구차한 변명은 필요 없다. 왕족이면 왕족답게 의연히 죽음을 맞이해라.”

스팟!

손에 쥔 철검을 휘둘렀다.

툭, 데구르르- 네 개의 머리가 동시에 지면을 굴렀다.

감상은...없다.

녀석들은 나를 죽이려 했고, 실패했다.

그리고 지금 그에 합당한 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잠깐 그 모습을 응시하다가 마지막 남은 한 명, 라휀을 향해 다가갔다.

“할 말이 있느냐?”

“믿을지 모르겠지만 제게도 꿈이 있었습니다.”

녀석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일단 왕위에 오르면 강력한 왕정을 구축하여 아버지와 다른 강력한 왕이 되려 했습니다.”

“개소리는 잘 들었다.”

녀석의 원대한 포부에 대한 나의 감상은 간단했다.

“스스로 왕위에 오르지도 못하는 녀석이, 남이 쌓은 모래성 위에 앉으려는 네가 무슨 왕권을 구축한단 말이냐. 결국 너도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걸었을 것이다.”

공작의 세를 등에 업고 왕이 되려 했던 녀석이 강력한 왕권은 무슨.

녀석이 하는 말은 그냥 개소리에 불과했다.

“...그렇군요. 지금에서야 깨달았습니다. 형님과 같이 스스로 쟁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씁쓸하게 중얼거린 녀석이 눈을 감았다.

더 무슨 대화가 필요할까.

서걱!

나는 최대한 빠르게 철검을 휘둘러 녀석이 고통을 느끼지 못하도록 목숨을 끊었다.

피를 뿜으며 허물어지는 그 모습을 응시하다가 이내 등을 돌렸다.

“...”

“...”

숨을 죽인 백성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보아라. 짐이 반역을 꾀한 이들을 모두 처리하였으니!”

힘을 실은 내 음성이 왕성 곳곳에 울려 퍼졌다.

“지금부터는 새로운 시대가, 짐이 이룩하는 원대한 역사가 대륙에 쓰여질 것이다.”

“위대한 왕 아서 만세!”

“소튼 왕국에 영광 있으라!”

장내의 모두가 바닥에 납작 엎드리며 굴종의 맹세를 했다.

내가 이룩한 피의 대관식에 공포, 그리고 경외감을 느낀 그들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보고 있나 비에리.

네 녀석이 말했던 훌륭한 왕은 아니지만, 만인이 두려워하는 피의 군주는 된 것 같다.

대충 이걸로 소원 퉁치자고 하면 안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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