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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7화 (7/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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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

“1왕자 전하. 시국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이리 철없는 장난을 벌이시는 겁니까!”

언성을 높이는 이를 응시했다.

어딜 봐도 얍삽하게 생겼는데 거기에 염소수염까지 기르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누군지 모르겠다.

“경은...?”

“어흠! 자이든 후작입니다, 전하.”

“아, 자이든 후작. 그래서 경은 지금 내가 장난을 치는 것 같소?

“그럼 이것이 장난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입니까?”

“말했잖소. 어전회의라고. 오늘 폐하께서 몸이 조금 불편하시어 1왕자인 내가 대신 진행하게 되었는데, 무슨 문제라도?”

“1왕자 전하께서 어전회의를 말입니까? 참으로 재밌는 농담을 하시는군요.”

“하하하하!”

자이든에게 동조한 귀족들의 비웃음이 장내에 울려 퍼졌다.

“더는 장난에 어울려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전하. 하지만 여기 있는 모두가 1왕자 전하와는 달리 굉장히 바쁜 몸이라 말입니다. 이만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그가 손짓하여 귀족들을 데리고 자리를 이탈하려고 했다.

「멈춰.」

하지만 내 진의(眞意)가 그것을 막았다.

“흡?!”

“모, 몸이...?”

의지를 유형화하여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

초월의 영역에 발을 들여야 겨우 발휘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발휘할 수 없는 인외의 권능이었다.

스윽- 거만하게 턱을 튼 채로 좌중을 훑었다.

“내가 분명히 경고했을 텐데. 회의가 끝날 때까지 누구도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다고.”

꼭 좋게 말하면 말귀를 못 알아 먹어요.

그리 말하며 일부의 기세를 일으켰다.

고오오-

숨 막히는 기세가 장내를 장악했다.

“컥!”

“으으으...”

포식자를 만난 먹이처럼 신음을 토하며 두려움에 몸을 떤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네 녀석들과 마주 앉아 얼굴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심사가 뒤틀리거든? 그러니까 좋게 말할 때 듣는 게 좋을 거야. 수틀렸다가는 당장 죽여버릴 수도 있으니까.”

농담이 아니다.

이들 또한 공작가와 결탁하여 아버지와 나, 그리고 왕권을 조롱했던 이들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목을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들에게 주어진 역할이 있으니 그 역할이 끝나면 처리해야만 한다.

그렇게 마지막 경고와 함께 기세를 풀었다.

사아아- 마치 환상이었던 듯 단숨에 장내를 압박하던 기사게 사라졌다.

“...”

그리고 정적이 찾아왔다.

데굴데굴- 하지만 여전히 눈알을 굴리는 모양새가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된 모양이다.

그럼 상황이 파악되도록 만들어줘야지.

쿵!

나는 회의석 밑에 숨겨 놓았던 그것을 꺼냈다.

“허업!”

“고, 공작 각하?!”

엉망진창으로 당해 혼절한 공작을 본 귀족들이 경악한다.

“1왕자 전하. 이,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왜 세그릭 공작이 이런 모습으로...?”

이제야 내 눈치를 살살 보는 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감을 잡은 모양이다.

“그는 반역죄를 지어 체포되었다.”

“반역죄?!”

“허어!”

아무리 제멋대로인 이들이라도 반역죄라는 그 무거운 무게는 알고 있을 터.

“공작이 반역죄를? 믿을 수가 없군요.”

자이든 후작이 말했다.

이제야 좀 기억이 나는 것 같다.

공작가 결탁한 이들 중에서도 가장 그의 비호하는 세력이 바로 저 자이든 후작이었다.

그러니 천지분간도 못하고 여기서도 공작의 편을 들고 있는 거겠지.

“첫 번째. 암살자를 고용하여 나를 시해하려 하였다.”

“전하를...말입니까?”

놀라는 척하지만 사실 그리 놀란 것 같지는 않다.

하긴. 나 같은 망나니 왕자야 손가락만 까닥해도 죽일 수 있는 위치였으니까.

하지만 내 할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두 번째. 폐하를 구금해 자신이 왕이라도 된 듯 그 권력을 휘둘렀다. 세 번째. 왕국을 지켜야 할 병력을 사사로이 움직여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데 사용하였다. 네 번째...”

나는 공작의 죄를 하나하나 나열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단 하나만 저질러도 능지처참을 당할 범죄다.

그러니 이 왕국이 얼마만큼 클루이안 공작가에 놀아났는지, 그의 손에 의해 얼마나 좌지우지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니 이를 반역이라 하지 않으면 무엇을 반역이라 할까?”

“...”

막상 하나하나 나열하니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자기들도 알고 있겠지. 힘이 있으니까 당연시되었지, 그것은 설사 왕이라 해도 저질러선 안 되는 중범죄였다.

“하지만 1왕자 전하. 그에게는 흑철 기사단을 비롯한 사병이 있습니다. 만약 이에 앙심을 품고 그 병력을 움직이기라도 했다간...”

시리우스 백작이었다.

역시 한 번 맞아본 사이(?)라 그런지 어쩐지 정감이 간다.

“아, 물론 그게 염려되겠지. 다들 그깟 기사단과 사병이 무서워서 공작 앞에서는 숨도 못 쉬었을 테니까.”

“...”

“하지만 걱정하지 마. 흑철 기사단은 와해 되었고, 사병은 해체 시켰으니까.”

“...도대체 누가 그런 일을...?”

믿을 수 없었던지 되묻는 시리우스 백작.

“누구긴 누구야. 내가 했지.”

“전하께서...?”

“그게 정녕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당혹과 경악, 불신,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가 몰아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답은 단순하다.

맥없이 끌려온 공작. 그리고 공작의 인장이 찍힌 초대장. 그 모든 것이 내가 말한 일의 증거였으니까.

“더 놀라운 사실을 알려줄까?”

아직 놀라기는 이를 텐데.

나는 여전히 넋을 놓은 그들을 향해 지금 내가 벌일 일들을 말해주었다.

“반역을 꾀한 세그릭 공작과 그 일가는 모조리 구금되었으며 현 시간부로 공작의 직위 및 모든 권한을 박탈한다. 그리고 왕실 재판을 열어 만백성이 보는 앞에서 그의 죄를 낱낱이 따질 것이다.”

왕 위의 공작이라는 클루이안 공작가는 더는 없다.

이제 진정한 왕이 왕국을 다스릴 것이며, 왕실 재판은 그것을 공표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그러니 경들도 명심하라.”

나는 눈을 부라리며 좌중을 훑었다.

“감히 왕권에 도전하지 마라. 사사로이 권력과 재물을 탐하지 마라. 그리고...”

이 대목이 제일 중요하다.

“...내게 대항하지 마라. 공작과 같이 몰락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이미 이들에게 있어서 왕권이란 별거 아닌 게 된 지 오래일 것이다. 그렇기에 강한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

“...”

좌중은 다시금 침묵에 휩싸였다.

공작이 굴복당한 이상 감히 내 말에 토를 달수 있는 이는 없었다.

“공작의 처리에 관한 건은 이것으로 됐고. 그럼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지.”

“허나 우리는 공작에 관한...”

“너희의 의견은 필요 없어.”

사실 내가 귀족들을 소집한 건 일방적인 ‘통보’를 위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굳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 없었다.

“크라우스 반 알슈타드 폐하께서 드십니다!”

내가 미리 심어놓은 시종이 아버지의 등장을 알렸다.

“폐하를 알현합니다!”

“폐하를 알현합니다!”

느릿한 걸음으로 회의장에 들어선 아버지가 내게 다가왔다.

슬쩍 옆으로 물러서 상석을 양보한 후 그 옆에 공손히 시립했다.

“경들은 고개를 들어라.”

“...”

한껏 경직된 귀족들이 고개를 들어 폐하와 나를 바라봤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나 아직 아니야.

무대의 등장인물이 다 등장하지 않았거든.

“왕자들은 들라.”

아버지의 명령과 함께.

끼익- 다시금 문이 열리고 나를 제외한 여섯 왕자가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 짐이 왕자들과 경들을 이 자리에 모은 이유는 한 가지 중대한 사안을 공표하기 위함이다.”

마지막이기 때문일까.

어쩐지 아버지의 음성에는 평소와 다른 힘이 넘쳤고, 또한 좌중을 휘어잡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폐하, 중요한 사안이라 하심은?”

“짐에게 더없이 무거웠던 왕관을...1왕자 아서에게 전해주고자 한다.”

“폐, 폐하!”

격앙된 감정이 장내를 휩쓸었다.

왕관을 전해주는 것. 그것은 곧 왕좌를 물려준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폐하께서 아직 정정하신데 어찌 그런 결정을 하신단 말입니까.”

“폐하. 재고하여 주시옵소서!”

“재고하여 주시옵소서!”

이 썩을 것들 봐라?

내가 왕이 되면 여러 가지로 힘들 게 빤하니까 어떻게든 막으려고 하네.

“이미 짐이 결정한 바요. 어떤 말을 한다 해도 되돌릴 생각은 없으니 그리 아시오.”

“아니, 어찌...”

“대관식은 내일 정오에 시행할 예정이니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참석하여 새로운 왕의 즉위를 축복할 수 있기를 바라오.”

그리 말한 아버지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당당한 왕의 걸음을 보이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적어도 지금 순간만큼은 아버지의 등은 그 어느 군주들보다도 크고 단단해 보였다.

문득 느껴지는 뜨거운 시선에 고개를 돌리자.

“...”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눈동자의 라휀이 있다.

“동생아. 뭔가 불만이 많아 보인다?”

“흥!”

하지만 외가인 공작과 그 일가의 모두가 구금되었다는 사실을 알기에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자신의 야망이 좌절된 것에 분노하여 자리를 박차고 나갈뿐.

“어어...?”

“형님!”

그리고 라휀을 따르는 동생 녀석들도 같이 움직였다.

쯧. 머저리 녀석들 같으니.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서 썩은 동아줄을 잡으려는 건가?

“어, 어흠.”

“그럼 회의가 끝난 것 같으니 우리도...”

눈치를 살살 보던 귀족들도 냉큼 그 자리를 벗어났다.

“형님.”

장내에 남은 건 나와 펠리드뿐.

“하하. 결국 너와 내가 남았구나.”

마치 왕궁의 세력 판도를 보여주는 듯한 그 모양새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이대로 저들을 두고 보실 작정이십니까?”

아마 펠리드는 할 말이 많은 모양이다.

“두고 보지 않으면?”

“비열한 자들입니다. 아마 클루이안 공작가라는 거대한 산이 사라진 기회를 틈타 이번에는 자신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려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네 말은 대관식에 반란이 일어날 거란 이야기지?”

“아마 공작가에 억울한 누명을 씌웠다는 명분을 들고 올 겁니다.”

“그렇겠지.”

내가 공작가를 눌렀으나 당장에만 조심할 뿐이다.

야욕에 눈이 먼 그들은 권력을 탐하려 할 것이고, 유일한 기회인 대관식에서 일을 벌일 테지.

“형님의 자신감을 알겠으나 귀족파가 모두 힘을 모은다면 곤란하실 겁니다. 차라리 준비되지 않은 이때 일망타진하시는 게...”

“동생아. 너는 너무 앞만 보는구나.”

확실히 펠리드의 통찰력은 놀라운 편이다.

하지만 녀석의 단점이라고 한다면 너무 앞만 바라본다는 것이다.

“비록 폐하에게 선위를 받아 왕으로 즉위하지만, 과연 망나니였던 날 그 누가 인정이나 하겠느냐.”

백성들도 눈과 귀가 있다.

그간 온갖 더러운 짓으로 왕국의 망나니라 불렸던 날 누가 진심으로 따르고 왕으로 생각하겠는가.

귀족들의 인정은 필요 없으나 적어도 만백성의 군주가 되려면 확실히 눈도장을 찍을 필요가 있다.

나를 따라다니는 망나니, 그 불명예를 벗기 위해서는 말이다.

“형님, 혹시...?”

“그래. 대관식 날 사람들은 보게 될 거다. 소튼 왕국의 망나니가 어떠한 존재인지를. 그리고 귀족들은 깨닫게 되겠지. 자신들이 어떤 멍청하고 어리석은 짓을 벌였는지를.”

그것이 내가 준비한 무대. 귀족들은 그 무대의 최고조를 위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

“오늘 소튼 왕국에 새로운 왕이 즉위하게 되었으니...”

새로운 왕을 축복하기 위한 대사제의 세례가 한창 이어지고 있었다.

왕이 즉위하는 영광스러운 대관식.

그러나 그 자리를 빛내야 할 귀빈석은 텅텅 비어 있었다.

왕국의 귀족 중 참여한 이는 시리우스 백작을 비롯한 몇 명뿐.

그건 왕족의 자리도 마찬가지였다.

사정상 자리할 수 없는 공주 둘을 제외하고서라도 자리를 지킨 건 막내 왕자 펠리드 뿐이었다.

“어째서 망나니 왕자가...”

“쉿! 이 사람아, 말조심해.”

“허어. 우리 소튼 왕국의 미래가 어찌 되려고.”

그나마 대관식을 보기 위해 수많은 백성이 모여 있었으나 그들의 표정 또한 그리 밝지는 않았다.

새로운 왕에 즉위하게 될 왕자가 1왕자 아서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2왕자 라휀이 왕위에 오를 줄 알았던 그들은 왕국의 미래를 걱정하며 남몰래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제 폐하께서 왕관을 수여하여 다음 왕이 즉위하였음을 널리 선포하겠습니다.”

대관식의 마지막 의식.

왕관 수여를 하기 위하여 시종이 화려한 함에 보관된 왕관을 가지고 입장했다.

그러나 그의 발걸음을 채 열 걸음을 넘지 못했다.

“망나니 1왕자의 즉위는 무효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클루이안 공작가의 원수를 갚자!”

“소튼 왕국을 폭군에게 넘겨서는 안 된다!”

“우리가 왕국을 지키자!”

“병사들이여 일어나라!”

“와아아아!”

확성 마법을 통하여 전해진 함성이 왕성에 울려 퍼졌다.

두두두두- 지축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왕성의 입구를 향하여 병력이 몰아닥치기 시작했다.

대관식을 노린 귀족들의 반란군.

칼을 간 그들이 신성한 의식을 피로 물들이기 위하여 진군하고 있었다.

“아악!”

“왜 벼, 병사들이...?”

“도망쳐!”

장내는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대관식을 지키는 병력이라고 해봐야 왕을 지키는 근위병 몇 과 수백의 병사뿐. 몰아닥치는 대규모 병력을 막기에는 너무도 부족해 보였다.

「안심해라.」

혼란에 빠진 장내에 울려 퍼진 절대의 의지.

“...”

그 순간 거짓말처럼 사람들은 평온을 되찾았다.

저벅-아서는 걸음을 옮겨 왕관을 든 시종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말없이 함에 있는 왕관을 받아 머리 위에 썼다.

마침내 새로운 왕이 즉위한 그 순간.

“지금부터 반란을 꾀한 귀족들의 숙청을 시작하겠다!”

펄럭!

대관식용 망토를 펄럭이며 나아가는 1왕자, 아니 왕 아서.

콰아아아-그의 몸 주위로부터 좌중을 압도하는 가공할 만한 기세가 뻗어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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