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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쿡쿡-
목검으로 찌르는데도 별 반응이 없다.
혹시 몰라 가까이 다가가니 다행히 숨은 쉬고 있었다.
“놀래라. 진짜 죽은 줄 알았네.”
5성 기사라고 해서 나름 힘을 줬더니 결과가 이렇게 되어버렸다.
“혀, 형님!”
놀란 펠리드가 다가왔다.
“잘 봤지? 검격간의 호흡이란 건 이렇게 단숨에 폭발시키듯이 파팍! 엉?”
“아뇨. 그건 어떻게 되든 상관 없는데, 어떻게 시리우스 백작을 단 번에...”
놀란 녀석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라휀을 비롯한 모든 동생 녀석들이 입을 쩍 벌리고 있다.
마치 못 볼 걸 봤다는 듯한 표정.
“음. 어쩌다 보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말이 안 되긴 하지.”
“네도대체 언제 이런 실력을 쌓으신 겁니까? 5성 기사를 일격에 쓰러뜨릴 정도면 최소한 6성의 경지에 오르신 거 아닙니까? 아니 어쩌면 7성에...”
“아닐걸?”
7성을 개뿔.
그깟 대륙의 기준으로 날 판단하려고 하지 말렴.
쪽팔리니까.
“형님...”
펠리드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새. 라휀이 다가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형님이 어떻게 시리우스 백작을 이리 간단히 쓰러뜨린 겁니까?”
“어이쿠, 얼굴 표정 봐라. 똥이라도 씹었냐? 형님이 숨겨둔 실력을 보였으면 대단하다고 우러러보지 못할망정.”
“숨겨둔 실력이라뇨. 형님에게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이는 필시 사악한 흑마법이나 악마와 계약한 게 아니라면...”
“아니지. 그렇게 믿고 싶은 거겠지. 망나니짓만 일삼던 1왕자가 갑자기 없던 실력을 발휘하면 너도 조금 곤란하니까. 그렇지?”
그 대단한 공작가를 등에 업고 있으니 왕좌에 오르는 건 문제가 되지 않겠지. 하지만 망나니로 남아 있어야 할 1왕자가 활약하면 조금 곤란하긴 할 거다.
“아! 아닌가? 생각해 보니 클루이안 공작가가 바라면 왕좌에 올라서는 건 일도 아니잖아. 사실 아버지도 그렇게 왕이 되셨고 말이야.”
그것은 모두가 알면서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불편한 진실.
“그 무슨!”
“에이, 다들 알고 있잖아. 사실 소튼 왕국의 왕은 아버지가 아니라 클루이안 공작가의...”
“이 무슨 소란이냐!”
한창 동생들과 비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와중에 훼방꾼(?)이 등장했다.
“폐, 폐하!”
모두가 무릎을 꿇는다.
왕의 상징인 왕실 근위병을 대동한 나의 아버지, 크라우스 왕이 장내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몸을 단련해야 할 이 시간에 왜 육체의 대화보다 말이 많은 것이냐. 대체 시리우스 백작은 무엇을 하고 있기에...으음?”
노한 음성으로 말을 이어가던 아버지의 시선이 한 곳에 머물렀다.
“...시리우스 백작?”
게거품을 물고 있는 시리우스 백작을 발견한 것이다.
팟- 공손히 옆에 서 있던 노기사가 앞으로 튀어 나갔다.
‘세그릭 클루이안.’
이마에 새겨진 검상, 그리고 강직한 인상을 본 순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왕국 유일의 7성 기사이자 클루이안 공작가의 가주.
왕위와는 거리가 먼 대공이었던 아버지를 단숨에 왕좌에 올려버린, 사실상 소튼 왕국의 보이지 않는 왕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권력가였다.
“누구의 소행입니까?”
백작의 상세를 살핀 세드릭이 물었다.
“...”
“...”
그 순간 동생들의 뜨거운 시선에 내게 닿았다.
“아서 왕자님이?!”
그 의미를 깨달은 세드릭이 눈을 크게 떴고.
“그게 무슨 말이냐. 아서가 시리우스를...?”
아버지 또한 놀라기는 매한가지였다.
그 망나니가 5성 기사인 시리우스 백작을 쓰러뜨렸다면 나라도 놀랐겠다.
“라휀 왕자님. 무슨 일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역시. 그나마 장내에서 믿을 수 있는 라휀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아서 형님이 시리우스 백작과 실력 확인을 위한 대결을 펼쳤고...”
“펼쳤고?”
“...일격에 시리우스 백작을 쓰러뜨렸습니다.”
“...”
갑자기 정적이 찾아왔다.
아무도 쉽게 입을 떼지 않는다.
5성 기사를 일격에 때려눕히는 건 7성에 달한 세드릭도 쉽지 않은 일이니 이렇게 사실을 전해 들어도 믿기지 않을 것이다.
“...그게 확실합니까? 왕자님이 직접 보셨는지요?”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그리고 여기 동생들도 그 사실을 목격했습니다.”
녀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허어! 어찌 그런...”
“왕자. 말해보아라. 그 말이 사실이냐?”
믿을 수 없던지 바람 빠지는 한숨을 토해내는 공작, 그리고 아버지는 나에게 직접 해명을 요구했다.
다들 호들갑은.
지나가는 5성 기사 한 명 쓰러뜨렸을 뿐인데 뭘 대단한 일을 했다고 해명 씩이나 요구하고 그러실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아무렇게나 내뱉었다.
아마 이 말은 앞으로도 자주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허허.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세드릭.
저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속에 능구렁이 수백 마리가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다.
“실력을 감추고 계셨던 겝니까?”
마치 날 해부하려는 듯한 세드릭 공작의 불쾌한 시선이 꽂힌다.
“뭐, 굳이 감추려고 했던 건 아니오. 보여줄 기회가 없었을 뿐.”
“허허.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5성 기사를 간단히 제압할 그 놀라운 실력을 말입니까? 노신이 그걸 믿으리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아무리 봐도 이건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게 아니고서는...”
말끝을 흐린 그가 나와 아버지를 번갈아 응시했다.
아버지는 그의 시선을 피하기 바쁘다.
쯧. 나도 나지만, 아버지도 참 가련하다.
아무리 등 떠밀려 왕위에 올랐다곤 하지만, 왕좌에 오른 지 벌써 20년. 여전히 공작의 눈치를 보고 있는 저 신세가 얼마나 서글픈가.
“아, 아니요 공작. 짐도 아서 왕자가 이런 실력을 갖추고 있었는지 몰랐소.”
“흠. 글쎄요. 제가 폐하의 말을 믿을 수 있을는지.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어서 말입니다.”
“그, 그건...”
어머니 이야기다.
과거 아버지가 유일하게 공작에게 반항했던 일이 바로 왕비를 들이는 일이었다.
대공 시절부터 연인 사이였던 어머니를 왕비로 맞이하셨고 그것 때문에 원치 않았던 나, 1왕자가 탄생했지.
“세그릭 공작.”
별 수 없나.
움츠러든 아버지를 보는 것도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니 여기서 내가 나서야지.
“예, 전하.”
“지금 폐하와 내가 공조하여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 같은데. 맞소?”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왕국의 누구도 아서 왕자님이 이런 실력을 지니고 있는 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그 이면에는 어떤 목적이 있을...”
“목적이라. 뭐, 사실이 아니지만, 설사 그렇다 한들 어떻소. 일국의 왕인 폐하와 1왕자인 내가 하는 일인데 그대가, 일개 공작인 당신이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있다고 보시오?”
“아, 아서 왕자!”
놀란 아버지가 얼른 나를 만류하려고 했다.
“지금 노신에게 그 말을 하는 겝니까?”
“연세가 있어서 이제 가는 귀도 먹었나 보오. 그러니 가문으로 돌아가 편안한 노후를 보내는 게 어떻겠소?”
“허허허허!”
인자한 척 웃지만, 속에서는 열불이 일고 있을 것이다.
“참으로 당돌하시군요. 도대체 무엇을 감추고 계시기에 이토록 대담하게 나올 수 있는지, 노신은 그것이 참으로 궁금합니다.”
그의 눈이 아버지의 옆을 지키고 있는 근위병들에게 닿았다.
척척척- 그리고 그들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공작의 옆에 섰다.
“정녕 그 말씀을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노골적인 무력 시위다.
왕의 근위병마저 자신이 다룰 수 있다.
네깟 녀석들은 내 손짓 한 번이면 얼마든지 없앨 수 있는 벌레 같은 존재다.
이 늙은이는 예전부터 그랬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을 때마다, 혹은 자신의 힘을 보여주려고 할 때마다 왕인 아버지와 왕자인 나를 깔아 뭉갰다.
그래야만 자신의 권력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처럼.
“한 번 해보시든가.”
과거였다면 물러서는 데 급급했겠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위협적인 기세를 발산하는 세그릭과 근위병을 똑바로 응시했다.
조금 급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참에 녀석들을 쓸어버리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왕과 1왕자를 향해 칼날을 들이댔으니 반역이라는 명분이 있고 말이지.
“흐음...”
폭풍같은 기세를 피어 올리며 나를 빤히 바라보던 공작은.
“많이 성장하셨군요, 1왕자 전하.”
그의 손짓에 의해 장내를 압박하던 사나운 기세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항상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왔기에 노신이 잠시 시험하였나이다.”
지랄하네.
“그 시험 한번 고약하기 그지없군. 까닥 잘못했으면 목이 달아났을 것 같던데.”
“그럴 리 있겠습니까. 감히 공작인 제가 뭐라고 폐하와 1왕자 전하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겠습니까?”
“글쎄. 마음만 먹으면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소만?”
“허허. 농이 지나치십니다?”
“농이 농이 아니니 문제겠지.”
농은 무슨.
만약 보는 눈이 없었다면 당장 우리의 목을 쳐버렸을 거면서.
“허허. 1왕자 전하. 참으로 심성이 굳건하십니다. 앞으로도 그 심성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 노신이 계속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을 지켜보려면 장수를 해야 할 것 같소. 내 굳건한 심성은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을 테니.”
“허허. 그러지요. 머릿속에 깊이 새겨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공작을 등을 돌렸다.
“폐하를 모셔라. 돌아가겠다.”
내색은 하지 않았으나 화가 단단히 난 공작이 아버지와 함께 연무장을 떠나갔다.
“...”
아버지가 슬쩍 뒤를 돌아본다.
나는 안심하라는 의미에서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형님.”
내게 다가온 건 라휀이었다.
“이번에는 선을 넘었습니다.”
“선은 내가 아니라 세그릭 공작이 넘었지.”
“차라리 그냥 망나니인 척 계속 살지 그랬습니까. 그랬다면 목숨이나마 부지할 수 있었을 터인데.”
“목줄 잡힌 개같이 사느니 죽는 게 낫지. 물론 죽겠다는 말은 아니지만.”
“지금부터 성급하게 벌인 일을 후회하게 될 겁니다.”
“과연 그럴까?”
내게 경고하는 라휀을 똑바로 응시했다.
“내가 후회할지 아니면 공작이 후회할지. 결과는 두고보면 알게 되겠지.”
물론 후회하게 될 이는 정해져 있었다.
“흥! 돌아가자.”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라휀이 동생들과 함께 연무장을 떠났다.
그 자리에 남은 건 나와 펠리드뿐.
“형님.”
“너도 같잖은 충고를 말하려고 한다면...”
“어휴, 웬걸요. 십 년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녀석은 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아주 그냥 그 늙은 능구렁이 공작도 한대 패 버리지 그러셨습니까.”
주먹을 휘두르며 입으로 슉슉 소릴 낸다.
총명한 녀석인 줄로만 알았더니 의외로 과격한 면도 있네?
“그럴 걸 그랬나? 근데 꼬릴 말고 도망가버리니 방법이 없구나.”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하여간 눈치는 빨라서는. 그냥 도망갈 때 엉덩이를 걷어찼어야 하는데. 아! 너무 아쉽다.”
내 말에 맞장구쳐주는 녀석을 빤히 응시했다.
이 녀석 진심으로 하는 소릴까?
“너 근데 그게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냐?”
“어이쿠, 불가능할 것 또 뭡니까. 5성 기사인 시리우스 백작도 일격에 쓰러뜨리지 않았습니까?”
“응. 그건 5성이고. 이번 상대는 7성 기사인데?”
“헤헤. 형님. 제가 나이는 어려도 눈치는 100단입니다. 공작과 근위병의 대치 상태에서도 한 점 물러섬 없이 맞서시더군요. 오히려 여유까지 풍긴달까? 적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당연히 뭔가 수를 마련하고 계신 게 아닐까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어휴, 소름.
정세를 읽는 능력이 좋다고 하더니 눈치도 100단이네.
“하지만 형님.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어도 지금부터는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돌연 정색한 녀석이 내게 말했다.
“어째서?”
“왕궁의 눈과 귀가 모두 공작의 손에 있으니까요.”
“그 말인즉?”
“반드시 암살자를 보낼 겁니다. 지금까지야 형님이 대업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아 가만히 뒀지만, 이제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했으니...”
“반드시 제거하려고 들겠지. 과거 그의 정적들이 갑자기 사라졌던 것처럼.”
세그릭 공작은 폭군이다.
자신에게 해가 된다고 판단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처리하고야 마는 독심(毒心)의 늙은이.
그런 그가 이번 일을 통해 나를 걸림돌로 봤을 테니 처리를 위한 청소부를 보낼 것이다.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녀석이 나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아직 앳된 얼굴이긴 하지만 눈동자. 그 그윽한 눈동자는 내 속을 들여다보는 심연과도 같다.
“왜 못할 것 같으냐?”
“...”
처음과는 달리 말없이 나를 바라보던 펠리드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공작의 세가 추락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하하하.”
녀석의 말에 나는 웃었다.
왕이 될 자는 따로 있다고 하더니 과연!
“그래. 암살자가 도착하는 날, 그날이 클루이안 공작가가 추락하는 날이 될 거다.”
그리고 그 시기는 그리 멀지 않아 찾아올 것이 분명했다.
*
똑똑-
야심한 밤, 내 방의 문을 누군가 두드린다.
“들어와.”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건 시녀와 그녀가 끌고 있는 카트였다.
“1왕자 전하. 야식을 가져왔습니다.”
“좋아!”
힘차게 대답하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밤만 되면 생각나는 따뜻한 닭고기와 소고기, 그리고 돼지고기. 역시 야식은 고기로 시작해서 고기로 끝나야지.
곧바로 닭 다리 하나를 집고서는 게걸스럽게 먹었다.
궁중 예의?
개나 주라 그래.
배고픔 앞에는 장사 없는 법이다.
“...”
고개도 들지 않은 시녀는 한쪽 구석에서 공손히 선 채로 내 식사가 끝나길 기다렸다.
“너도 하나 줄까?”
포크로 찍은 큼지막한 소고기 하나를 건넸다.
“아, 아닙니다. 미천한 것이 어찌 감히...”
그래. 그렇겠지.
“하긴. 독이 덕지덕지 묻은 걸 먹는 미친놈이 나 말고 또 있을까.”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무슨 말이긴. 이런 말이지.”
팟- 닭기름이 덕지덕지 묻은 손을 뻗었다.
“헛!”
놀란 녀석이 다급히 몸을 뒤로 빼려 했지만, 내 손아귀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커, 커컥...!”
목이 잡힌 녀석은 고통스러운지 연신 컥컥댔다.
쫍- 다 발라먹은 닭 뼈를 식탁에 뱉어내며 녀석을 노려봤다.
“인마. 겉모습을 시녀로 위장하면 뭐해. 숨소리, 발걸음이 이미 암살자의 것인데.”
먼 곳에서 카트를 끌고 올 때부터 녀석이 시녀로 변장한 암살자라는 걸 파악하고 있었다.
보통의 사람과는 달리 거의 없다시피 한 숨소리, 그리고 인기척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발걸음은 자신을 암살자라 광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 고작 그걸로...?”
“고작이라니. 나 정도 되는 사람한테 그 정도면 거의 얼굴에 써놓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거든.”
“무슨 말도 안 되는...”
“설명하기 귀찮으니까 그만 닥쳐.”
퍽!
명치에 꽂히는 주먹에 녀석의 의식이 날아갔다.
힘없이 축 늘어진 녀석을 어깨에 올린 채 소고기가 든 접시를 입에 털어 넣었다.
“으음. 맹독이 잘 발라져서 그런지 더 맛있는 것 같네.”
마계의 독과 비교해보면 이 정도는 거의 양넘 수준 아니겠는가.
“그럼 가볼까.”
맹독 만찬을 맛있게 즐긴 후 가볍게 지면을 박찼고.
쉬이익!
한 마리 새가 되어 왕궁을 벗어났다.
목적지는 정해졌다.
지나가던 개가 사람을 물었으니 주인을 찾아가 변상을 요구하는 게 당연한 이치.
개의 주인인 세그릭 공작이 머물고 있는 그의 저택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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