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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3화 (3/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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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하압!”

힘찬 기합성과 함께 목검이 대기를 가른다.

수련의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그곳은 왕실 연무장. 그것도 왕족에게만 허락된 장소였다.

왕족에게만 허락되었으니 당연히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도 왕족이어야 하지만.

“제리튼 왕자님. 힘에만 의존하시면 안 됩니다. 좀 더 손목을 써서 부드럽게 검격을 이어나가십시오.”

단 한 명은 예외였다.

강인한 인상을 지닌 금발의 중년인.

순백의 갑옷에 중앙에는 소튼 왕국을 상징하는 세 개 원이 새겨져 있었고, 오른쪽 가슴 위에는 가문의 문장, 힘찬 날갯짓을 하는 독수리가 보인다.

시리우스 에소르 백작.

유명 무가 에소르 가문의 현 가주이자 클로에나 왕비의 오빠. 그리고 지금은 일곱 왕자의 검술 스승이라는 지위를 통해 이곳 연무장에 자리하고 있었다.

부웅- 아직 성년도 되지 않은 왕자들이지만, 목검의 궤적이 제법 매섭다.

그리고 시리우스는 주변을 날카롭게 돌아보며 열심히 단련하고 있는 왕자들을 살폈다.

“여기서 뭔가 걸린 것처럼 동작이 끊어지는데, 어찌해야 합니까?”

시리우스는 자신에게 다가온 청년을 응시했다.

심연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깊게 가라앉은 흑색 눈이 인상적인 푸른 머리칼의 왕자. 그는 레오나 4왕비 태생인 펠리드 7왕자였다.

‘성군(聖君)이 될 자질을 가진 이.’

시리우스의 머릿속에 곧장 떠오른 건 성군이었다.

일곱 번째라는 위치와는 달리 어렸을 때부터 제왕의 기질을 보였지만.

‘힘이 없는 자가 왕좌를 차지하면 비극만 낳을 뿐이지.’

왕좌라는 건 자질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 건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

현실은 욕심 많고 잔혹한 2왕자 라휀이 왕위를 계승할 것이 분명했다.

“호흡이 중요합니다, 펠리드 왕자님.”

그렇기에 펠리드에겐 중요한 검격의 호흡을 상세히 알려주지 않았다.

다만.

휘익- 연무장 중앙으로 시선을 옮긴다.

“라휀 왕자님. 거기선 그 호흡이 아닙니다. 숨을 참았다가 폭발하듯이 내뱉어야만 좀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습니다.”

펠리드 왕자를 지나친 시리우스가 그에게 다가갔다.

보란 듯이 연무장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적발의 사내.

고집스러워 보이는 진한 눈썹과 쭉 찢어진 눈매로 인해 어쩐지 접근하기가 힘든 인상을 자아내고 있는 그가 바로 2왕자 라휀 알슈타드였다.

‘나와 그리고 로릭 왕자님이 모셔야 할 분은 바로 이분이다.’

크라우스 왕의 ‘반항’으로 변수가 생기긴 했지만, 상관없다.

분명 다음 왕위는 라휀 왕자가 차지할 것이다.

왜?

라휀 왕자가 클루이안 공작가를 외가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소튼 왕국 권력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그곳 태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

왕이 될 수 없다면 왕이 될 사람에게 충성하여 영원한 영광을 누릴 것이다.

그렇기에 최대한 권력에서 먼 왕자들을 배척하며 라휀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애썼다.

“흠. 확실히 말해준 대로 하니 조금 나아진 것 같군.”

호흡법에 대한 지도가 꽤 마음에 드는지 고개를 주억거린다.

벌써 왕위에 오른 듯 오만한 태도가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어차피 곧 왕이 될 게 확실하다.

“다 라휀 왕자님의 재능이 뛰어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니 불만이라는 사소한 감정을 떠올릴 필요는 없었다.

“제 말을 명심하십시오, 라휀 왕자님. 좀 더 상승의 경지로 가기 위해서는 이 호흡법이 중요합니다. 자, 다시 검을 휘둘러 보십시오. 제가 호흡이 필요한 순간마다 직접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러지.”

시리우스는 다른 왕자들을 배척하면서 라휀에 대한 충성을 보였고, 라휀은 그러한 분위기를 은연중에 즐기며 미소 지었다.

‘그나저나 로릭 왕자님은 왜 오시지 않는 거지?’

라휀의 검술 지도를 하며 잠깐 주변을 둘러보던 시리우스는 7왕자 중 보이지 않는 두 명을 떠올렸다.

1왕자야 워낙 빼먹는 일이 많으니 그렇다 치고, 로릭이 모습을 보이지 않는 건 의외였다.

검술 시간만 되면 누구보다 먼저 와서 라휀의 곁에 붙어 아부를 떨던 그가 아닌가.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로 모습을 비추지 않는 걸까.

‘쯧. 이런 중요한 때에 늦장을 부리다니.’

아무래도 사랑하는 조카 왕자를 위하여 한 소릴 해야겠다.

그리 다짐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저벅!

멀리서 한 사람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서 왕자?’

태연히 걸음을 옮기고 있는 건 아서였다.

평소와는 달리 한 발자국, 한 발자국에 무게를 실은 채 느릿하게 다가오는데.

“음?!”

시리우스는 놀라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로, 로릭 왕자...?”

아서가 한 손으로 질질 끌고 오고 있는 이.

얼마나 맞았는지 곤죽이 되어버린 로릭 왕자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

의식을 잃어버린 로릭을 이끈 채 연무장 중앙으로 다가갔다.

“...”

“...”

나를 향한 시리우스, 그리고 동생들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진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을 거다.

물론 지금부터 내가 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지 확실히 보여줄 생각이고.

쿵!

건방진 동생 녀석을 연무장에 내팽개쳤다.

“아서 왕자님. 이것이...어찌 된 일인지 설명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도끼눈을 뜬 시리우스가 날 바라본다.

권력의 통로인 조카가 형편없이 당해버렸으니 상당히 열 받았을 것이다.

“시리우스 백작.”

“네, 전하.”

“명색이 집안의 어른으로 조카 왕자 교육에 힘 좀 써야 할 것 같아.”

“그게 무슨...”

“이 녀석이 보통 싸가지가 없어야지. 형한테 대드는 건 물론 욕설에, 심지어 손을 쓰려고까지 했다니까.”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만약 내가 수련을 게을리했다면 쓰러져 있는 건 녀석이 아니라 나였을 걸?”

“그 무슨. 왕자님이 무슨 수련을 했다고...”

“아, 남들 모르게 열심히 했지. 왜 그런 말도 있잖아.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

잠깐 말이 없다.

그렇게 잠깐 나와 쓰러진 로릭을 번갈아 보던 시리우스가 입을 열었다.

“그렇군요. 확실히 로릭 왕자를 쓰러뜨렸을 정도면 몰래 수련을 열심히 하신 것 같습니다.”

굳었던 표정이 돌아왔다.

하긴 왕궁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정도로 속내를 감출 수 있어야지.

로릭 녀석은 그게 안 돼서 이 꼴을 당한 거고.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돌연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다.

속지 마라. 미소 뒤에 칼날을 감추고 있으니.

“무려 1성 기사인 로릭 왕자를 이렇게 쉽게 상대하실 정도면 도대체 아서 왕자님의 본 실력이 어느 정도일지 말입니다.”

“궁금하다?”

“그렇습니다, 전하.”

“백작이 직접 내 실력을 확인해 보겠다는 말로 들리는데.”

“그래야만 확실히 실력을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놀고 있네.

실력 확인차 흠씬 두들겨 패겠다는 목적이겠지.

추락한 내 위상을 왕자들에게 보일 수도 있고, 조카인 로릭의 복수도 할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일석이조라며 쾌재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요. 그건 좋지 않은 방법 같습니다.”

막 대답하려던 때 끼어든 녀석이 있었다.

내 옆에 나란히 선 꼬맹이.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빛내고 있는 녀석은 과거 내가 그나마 아꼈던 2명의 동생 중 하나인 펠리드였다.

“경지의 확인이라면 후에 공식 절차를 밟고, 공정한 심사를 통해 확인하면 될 일. 굳이 백작이 임의로 확인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영특한 녀석은 알고 있을 것이다.

실력 확인이라는 명목하에 대련을 펼치게 된다면 내가 어떤 꼴을 당하게 될지.

“하하. 아닙니다. 굳이 복잡한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겠습니까. 저 또한 성의 경지를 측정할 수 있는 5성의 기사. 이 자리에서 확인하여 아서 왕자님의 놀라운 실력을 폐하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습니다.”

“글쎄요. 굳이 지금 폐하에게 고하려고...”

“되었다.”

날 걱정하여 열심히 변론하는 펠리드를 말렸다.

“형님. 하지만...”

“네 마음은 잘 알고 있으나 신경 쓰지 마라.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녀석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과거 망나니짓을 하며 소튼 왕국의 망신이라는 소릴 들을 때도 유일하게 내 편을 들어 주었던 녀석이다.

그것이 동정심의 발로인지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그나마 정을 줄 수 있는 동생이란 건 확실하다.

그리고 녀석을 보니 내가 이뤄야 할 소원 중 하나가 떠오른다.

애슬린. 소튼 왕국의 병사였던 녀석의 소원은 내가 가장 난감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였다.

‘이 녀석을 잘만 이용하면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은데.’

물론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모두 모여주십시오!”

내 허락을 얻은 시리우스가 제각기 흩어져 있던 왕자들을 모이게 했다.

“지금부터 저와 아서 왕자님의 대련을 시작하겠습니다. 실력 확인을 위한 대련이나 왕자님들이 얻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부디 집중하여 봐주시길 바랍니다.”

내가 흠씬 두들겨 맞다가 쓰러지는 것을 보라는 거지.

“크큭.”

“이거 재밌겠는데?”

“형님, 힘내십쇼.”

관전하는 태도는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라휀의 옆에 붙어서 나를 비웃으며 조롱하는 쪽.

그리고 불안한 눈빛으로 연신 나를 응시하는 쪽.

물론 펠리드를 제외한 모든 동생 녀석들이 나를 비웃으며 조롱하고 있다.

귀여운 녀석들.

너희도 로릭처럼 쓰다듬어줄 테니 조금만 기다리고 있으렴.

“준비는 되셨습니까?”

“준비가 나발이고 그딴 거 필요 없으니까 그냥 시작하지?”

“...”

그래도 아직 1왕자 체면이 살아 있는지 감히 반박하지 못한 채 목검을 움켜쥔다.

“세 번 공격을 양보해 드리겠습니다. 부디 최선을 다하여 검을 펼쳐보십시오.”

어이쿠, 지랄도 풍년이네.

꼭 별것도 아닌 녀석들이 저렇게 말하더라.

하긴, 그러니까 그 지옥에서도 그리 쉽게 죽어 나갔지.

겉멋만 잔뜩 든, 진정한 검의 의지도 모르는 반푼이 같으니.

그의 모습을 응시하다가 이내 시선을 돌려 펠리드를 바라봤다.

“펠리드. 아까 검격이 자꾸 끊기는 것 같다고 물어봤었지?”

멀리 있었지만, 그 말을 똑똑히 들었다.

“네? 아, 네. 그렇습니다, 형님.”

“아마 영특한 너라면 지금의 내 일격에 뭔가 얻을 수 있는 게 있을 거다. 그러니까 눈 크게 뜨고 잘 봐둬라.”

그리 말한 후 정면을 바라봤다.

목검을 가볍게 말아쥔 채 나를 응시하고 있는 시리우스.

꼴에 5성 기사랍시고 여유가 넘치신다.

사실 대륙이 정한 강함의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

그렇기에 로릭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조금 힘을 줘볼 생각이다.

“어서 오시...”

녀석의 호흡이 흐트러진 그 순간.

콰앙- 폭음과 함께 연무장의 바닥이 움푹 파였다.

그 폭발력으로 인한 속도는 시리우스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것.

“헙!”

어느새 접근한 나를 바라보던 시리우스가 다급히 목검을 휘두르려고 했지만.

빠악!

수직으로 떨어진 내 목검이 먼저 그의 정수릴 강타했다.

그렇게 힘을 주진 않았으니 여기서 반격이 올 테니 준비를.

털썩!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시리우스는 곧장 그 자리에 쓰러졌다.

처음에는 연기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혀를 빼문 채 게거품을 게워내고 있는데 죽은 게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

“5성 기사라며. 왜 이렇게 약해?”

푸념하면서도 살짝 걱정이 되었다.

설마 진짜 죽진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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