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83 전생 만화왕-371화 (371/425)

머신건 잭 - 링크 (4)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존재들은 곧장 잭과 파스를 향해 돌아봤다.

여섯 존재들의 강렬한 살기를 느낀 파스가 움찔하더니 잭을 돌아보며 물었다.

“저놈들 동시에 상대할 수 있겠어?”

파스의 질문에 잭이 피식 웃었다.

“설마.”

“그렇겠지?”

파스도 쓴 웃음을 지으며 활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도 싸울 마음의 준비를 했다.

어차피 목숨을 건 싸움이다.

그리고 싸워 이기지 못한다면 마을이 부활할지 어떨지 확인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전혀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잭과 파스를 확인했음에도 여섯의 존재들을 두 사람을 내버려두고 자기들끼리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사방에서 번쩍거리는 빛이 난무하고 폭발음에 귀가 얼얼할 기경이다.

잭과 파스는 속으로 안도하며 그들의 싸움을 지켜봤다.

어쨌건 저들끼리 싸워서 숫자가 줄어든다면 이쪽은 환영이니까.

몽과 조크도 일찌감치 가장 안전해 보이는 장소에 숨어서 그 광경을 지켜봤다.

눈을 게슴츠레 뜬 조크가 몽에게 물었다.

“뭐 보여?”

“전혀.”

“그렇지?”

“넌?”

“빛이랑 폭발만 보인다.”

“역시.”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그들에겐 그냥 사방에서 빛이 번쩍이며 폭발만 일어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하지만 잭과 파스에겐 다르다.

전에는 거의 보이지 않던 그들의 움직임이 이젠 제법 또렷하게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옷이랑 무기만 바뀐 게 아니었다.

두 사람은 스스로 실력이 상승했다는 걸 어느 정도 느끼고 있었다.

더불어 이들의 싸움이 얼마나 엄청난지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정말 저번에 싸워 이긴 건 순전히 운이 좋았다는 걸 실감했다. 거기다 저번에 습격했던 존재들 보다 더 강하다는 느낌도 든다.

아무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부가 될 정도로 대단한 전투였다.

동시에 그 싸움은 넋을 놓고 볼 만큼 흥미진진하기도 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하나둘 소멸하는 이들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어느 샌가 전투가 완전히 멈추었다.

사방에 연기와 먼지가 자욱한 상황에서 이제 남은 그림자는 하나다.

이번에 남은 이는 푸른색 빛이 감도는 사자의 외모를 한 괴물 혼자였다.

그리고 놈은 싸움이 끝나자 한동안 잭과 파스를 노려보기만 했다.

그렇게 잠시 동안의 눈싸움이 진행되었고, 곧 괴물이 자신의 양손 검을 치켜들었다.

괴물이 두 사람을 향해 가벼운 동작으로 검을 휘둘렀다.

뭔가를 직감한 두 사람이 그 자리를 피하자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앙!

폭발로부터 피한 잭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냥 피하려는 생각만 했을 뿐인데 그 점프력이 엄청났다. 물론 그 때문에 스스로의 능력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런 잡념에 빠질 틈도 없이 잭의 앞에 괴물의 형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놈의 검이 잭에게 날아들었다.

카앙!

그 순간 잭의 머신건이 반사적으로 움직여 괴물의 검을 막아냈다.

이전의 머신건이었다면 분명 단칼이 잘려나갔을 위력임에도 그저 잭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것으로 무마되었다.

바닥이 푹 파일 정도로 충격을 받았지만, 잭의 몸은 건제했다. 더불어 머신건 역시 멀쩡하다.

그 틈을 타 파스가 괴물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화살은 예전처럼 불길의 회오리치며 날아갔다.

물론 화력은 더 강하다.

괴물이 몸을 날려 피했지만, 회오리 화염화살은 놈을 따라 유도탄처럼 움직였다.

공중에서 여러 번 피해냈지만, 여전히 괴물을 쫓는 화살.

하는 수 없이 검으로 베었다.

콰가가가캉!

엄청난 폭발과 함께 놈이 튕겨져 나갔다.

가장 놀란 사람은 누구도 아닌 화살을 쏜 당사자, 파스였다.

강해졌다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을 상상도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에 반해 상대도 전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강했다.

스피드에 힘, 공격력 모든 것이 두 사람을 웃돌았다.

하지만 잭과 파스는 협공으로 괴물을 궁지로 몰았다.

그리고 치열한 공방전을 주고받은 후, 결국 괴물은 두 사람의 공격에 소멸해버렸다.

가뜩이나 황폐한 도시가 그야말로 아무런 흔적조차 남지 않을 정도로 파괴되고 말았다. 물론 약삭빠른 조크와 몽은 땅까지 파고 들어간 덕에 별탈은 없었지만.

아무튼 싸움이 끝나고 나자 이전과 같은 음성이 들려왔다.

[이 시간부터 이곳은 링크월드의 공식 맵이 됩니다.]

[완전 복구를 시작합니다.]

땅이 요란하게 울리며 땅속에서 건물들이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각종 물건들이 나타나고, 동물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멍한 모습의 사람들이 곧 자신을 돌아보며 얼떨떨해 한다.

사람들은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 모습으로 감격한다.

그 모습을 본 몽과 조크가 경악했다.

설마한 일이 정말로 벌어진 것이다.

파스는 얼떨떨한 얼굴로 사람들을 바라보았고, 그런 그를 사람들이 반갑게 맞이했다.

곧 파스는 가족을 떠올리며 자신의 집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 집 앞에 있는 두 사람.

바로 어머니와 여동생이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뛰어가던 파스.

그 순간 하늘에서 빛이 파스를 향해 쏟아졌다.

“······!”

그 순간 파스의 몸이 모래가 흩어지듯 사라지기 시작했다.

“파스!”

“언니!”

그때 파스를 따라왔던 잭의 몸에도 빛이 쏟아졌다. 그리고 파스와 마찬가지로 몸이 가루가 되어 흩어져버렸다.

그 모습을 본 몽과 조크가 소리쳤다.

“잭!”

“파스!”

* * *

책을 보던 키도가 비명을 질렀다.

“으악! 뭐야! 왜 이렇게 끝나! 갑자기 얘 둘은 왜 사라지는 건데?”

그 모습을 보던 어시들이 키도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머리를 끄덕였다.

그들도 지금의 키도와 같은 고통을 겪었으니까.

“한주 동안 어떻게 기다리죠? 너무 궁금해서 죽겠어요.”

“힘들게 가족이 살아났는데, 갑자기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가려는 건지 감도 못 잡겠어요.”

“업그레이드 나올 때는 세인트 세이야도 떠올랐다니까요.”

“지금 드래곤볼 인기를 넘어섰다는 그 만화?”

“네. 지금 애니 방영중인데, 인기가 엄청나잖아요. 아무튼 은색 갑옷으로 변하는 모습을 볼 땐 짜릿한 느낌까지 있더라니까요. 거기다 이번 편에선 파스의 가족도 부활했잖아요. 그 장면이 너무 감동적이었는데, 느닷없이 파스가 소멸해버려서······. 다음 편이 너무 궁금해 죽겠다니까요.”

“잭이랑 파스가 같이 사라졌다는 건 역시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안 그래요?”

어시 중 한명이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했다.

“아, 궁금하다, 궁금해!”

“아, 이번에도 써니 선생님이 정말 제대로 된 만화를 만든 것 같아요. 이번 만화는 진짜 삼사라 때보다 더 재미있어.”

“저도요.”

어시들이 더 흥분해서 떠들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키도는 고민에 빠졌다.

“역시 앞으로는 판타지 배틀물이 대세인가?”

“맞아요. 지금 소년점프 1위인 세인트세이야도 그렇고. 드래곤볼도 판타지 배틀물이잖아요. 대세는 역시 배틀물이죠.”

“선생님, 저희도 다음 작품은 판타지 배틀물이 어때요?”

그 순간 반사적으로 머리를 끄덕이던 키도가 화들짝 놀랐다.

“그래도 그건 아니야! 우리 작품에 자부심을 가져야지! 아직은 근성물이 먹힌다고. 그리고 따지고 보면 세인트세이야도 근성물이잖아.”

“그래도 우리랑 세인트세이야는 좀 많이 다르죠.”

“맞아. 진심의 남자랑 비교하기엔 좀 그렇지. 그쪽은 소녀 팬도 엄청 많고.”

“소녀팬? 정말이냐?”

키도가 묻자 어시들이 동시에 끄덕였다.

“그럼요. 거긴 등장인물이 죄다 미소년들이라 소녀 팬이 엄청 많다니까요.”

“그래?”

잠시 고민하던 키도가 이내 머리를 가로 저었다.

“역시 그래도 진심의 남자는 그런 느낌이 아니야.”

“유행을 무시하면 안 된다니까요.”

“맞아요. 이미 머신건 잭이랑 드래곤 수프 모두에게 밀리고 있잖아요. 요즘엔 에스퍼 존도 바짝 추격중이고. 솔직히 이대로는 3위도 아슬아슬 하다고요.”

“이참에 머신건 잭이 그렇게 했듯이 우리도 이야기를 좀 바꿔보면 어때요? 그러니까 세인트세이야처럼 미소년이 왕창 등장한다거나 뭐 그런 이야기로요.”

어시들이 말에 키도가 버럭 했다.

“그렇게 유행만 따라가서 뭘 어쩌겠다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분야로 하는 게 옳아! 그리고 미소년을 잔뜩 등장시켜서 뭐 어쩌려고? 그럼 더 이상 진심의 남자가 아니야. 그냥 미소년들의 이야기지. 그리고 진심의 남자는 소녀들의 만화가 아니야. 애초에 소년 히어로가 소녀만화도 아니고.”

“그야 그렇지만, 그래도 대세가······”

“됐어! 이것저것 다 따지다가는 이도저도 아닌 게 되고 말아!”

키도가 버럭 소리치자 어시들이 움찔했다.

그런 어시들을 돌아보던 키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밖에 좀 나가서 머리 좀 식히고 올 테니까, 너희들은 일 하고들 있어.”

그렇게 말한 키도가 점퍼를 걸치더니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보던 어시들이 서로 눈치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선생님 화나신 모양이야.”

“그러게요. 괜히 쓸데없는 말 했던 모양이에요.”

“으이그, 그러게 눈치 없이 왜 판타지가 좋다는 말을 했어.”

“선배도 찬성하셨잖아요.”

“내가?”

“그랬잖아요.”

“맞아요. 저도 봤어요.”

“그치?”

그때 밖으로 나간 키도가 곧바로 택시를 잡아탔다.

그리고 한참 달리던 택시가 멈춰 섰다.

도쿄 시내에 있는 익숙한 건물.

바로 소년 히어로가 있는 미쯔다쇼텐의 빌딩이었다.

4층.

주간소년 히어로의 편집부.

키도가 안으로 들어서자 담당인 테고시 케이가 그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어? 키도 선생님.”

테고시가 키도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키도는 그런 테고시를 지나치더니 지로의 자리로 다가갔다.

그런데 지로의 자리엔 생각지 못한 인물이 보였다.

“어? 니시다?”

“키도 선생님은 여기 무슨 일이시죠?”

“나야······, 우리 테고시랑 할 말도 있고.”

“네? 방금 테고시 씨 지나치고 오신 거 아닌가요?”

“아, 뭐. 아카기에게 긴히 할 말도 있고.”

그 말에 작업 중이던 지로가 머리를 들고 돌아보더니 키도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키도 선생님.”

“어, 그래. 요즘 써니랑 유난도 잘 지내고 있지?”

“네. 모두 건강하세요.”

“그래, 잘됐네.”

그 말을 들은 니시다가 머리를 갸웃거렸다.

“어? 평소에도 두 분 선생님께 자주 전화하신다면서요. 그런데 또 그런 걸 왜 물으세요?”

“물을 수도 있지. 사람 일이라는 게 항상 모르니까.”

“아, 그러셨어요?”

“뭐야, 너 왜 그런 눈빛으로 봐? 무슨 불만 있어?”

“아뇨. 그런 건 없는데요.”

“방금 이상한 눈빛으로 봤잖아.”

“키도 선생님이 잘 못 보신 거예요. 절대 이상하게 안 봤어요.”

끝까지 아니라고 하자 키도가 인상을 썼다.

“그건 뭐. 그렇다고 치고. 그나저나 넌 여기 무슨 일이야? 자네 담당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오오타케를 발견한 키도가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에 있잖아.”

“그러는 키도 선생님은요? 바로 뒤에 담당이 서 있는데.”

“뭐, 오늘은 아카기에게 긴히 할 말도 있고 해서.”

“전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거든요.”

“기다리다니, 뭘?”

“아카기 씨가 식자 작업 끝나면 원고 보여준다고 약속했거든요.”

그 말에 키도가 깜짝 놀랐다.

“뭐? 진짜!”

“어? 설마 키도 선생님도 저랑 목적이 같은 겁니까?”

“아, 아니야.”

“그래요? 그럼 뭐 저만 보면 되겠네요.”

그때 지로가 입을 열었다.

“일단 식자작업은 끝났지만, 한 번 더 수정을 해야 하니까, 여기서 빨리 읽어주세요. 손때 타지 않게 조심해 주시구요.”

“아, 네.”

그렇게 대답한 니시다가 지로 옆자리에 앉자, 키도도 그에게 바짝 붙으며 말했다.

“나도 보여줘, 나도!”

그 모습을 본 테고시가 화들짝 놀랐다.

“서,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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