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83 전생 만화왕-369화 (369/425)
  • 머신건 잭 - 링크 (2)

    드디어 뭔가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다.

    두 사람은 몸을 숨겼다.

    어떤 일이 앞으로 벌어질지는 전혀 예상이 불가능하다.

    그저 몸을 최대한 숨겨, 안전을 지키는 수밖에.

    그리고 다시 허공에서 일어나는 스파크에 시선을 보냈다.

    그런데 잠시 후 주변이 조금씩 붉게 변해갔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인데 마치 저녁노을빛이 주변에 깔린 듯 한 묘한 느낌이다.

    그렇게 긴장을 하며 숨어있던 그때, 곧 스파크가 여섯 개로 분리되며 강렬한 빛을 뿌렸다.

    빛이 사그라지자마자 두 사람이 슬쩍 머리를 들었다.

    허공에서 기괴한 복장을 한 여섯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의 형상을 한 것도 있고, 동물의 형상, 괴물의 형상을 한 이도 있었다.

    그들이 몸이 지니고 있는 무기도 각양각색.

    총이나 검, 화살처럼 익숙한 무기도 있고, 전혀 무기로 보이지 않는 장비를 몸에 장착한 이들도 있다.

    그런데 특이한 건 붉은 빛이 감도는 진영 셋과 푸른빛이 감도는 진영 셋, 이렇게 나뉘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잠시 동안 공중에서 서로 진영을 나눈 채로 있더니, 어느 순간 서로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마을 아래에 있던 노인들과 아이들이 올려다보고 있었다.

    위험한 상황임에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

    그리고 잠시 후 공중에서 엄청난 빛이 뿌려지기 시작했다.

    붉은 색과 푸른색이 존재들이 서로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곧 마을은 초토화가 되어갔다.

    그것을 구경하던 노인들과 아이들이 몸을 숨기려했지만 폭발에 휩쓸려버렸다.

    삽시간에 마을 주택의 30% 이상이 불길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런 주변의 상황에는 관심 없다는 듯 여섯은 그렇게 서로 얽히고설킨 채로 정신없이 서로 공격을 주고받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은 더욱 잿더미로 변해가는 상황.

    이미 잭과 파스가 숨어 있는 성벽 주위도 엄청나게 파괴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악착같이 몸을 숨기고 싸움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대략 1시간가량의 시간이 흐른 뒤.

    치열했던 싸움은 끝이 났다.

    그리고 중앙엔 어느새 여섯 중 단 둘만 남아있었다.

    둘 다 붉은 색이다.

    하나는 온몸을 기계로 둘러싼 인간형 로봇, 그리고 다른 하나는 굼벵이에 팔 다리가 달린 것 같이 생긴 괴물의 형상이다.

    그때 두 녀석을 계속 노려보던 파스가 갑자기 그들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숨어서 다가갔다.

    놀란 잭이 그녀를 저지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잭도 최대한 소리를 죽이며 파스와는 다른 방향으로 그들에게 접근했다.

    두 사람이 그렇게 빠른 속도로 접근해 갔지만, 붉은 색의 두 놈들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기회를 잡은 파스가 그들 중 굼벵이 모양의 괴물에게 화살을 날렸다.

    팟.

    파공성을 뿌리며 날아가던 화살의 주위에 불꽃 회오리가 생기더니 곧 놈의 머리에 명중 했다.

    그러자 그동안 가만히 있던 놈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흔들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머리통에 박힌 화살을 뽑아버린다.

    파스가 두 번째 화살을 날렸다.

    놈이 몸 앞에 반투명의 방패가 생기더니 화살을 튕겨냈다. 그리고는 곧바로 파스를 향해 푸른색의 가래침을 뱉어냈다.

    파스가 그것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파스의 주변을 빗겨간 가래침이 바위에 닿자 역한 냄새를 뿌리며 녹아내린다.

    그때 둘을 구경하던 기계인간이 묵직한 대포 같은 총을 파스에게 겨누었다.

    지금도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있는데 저것까지 쏘아지면 파스가 위험한 상황.

    그때 근처까지 숨을 죽이고 접근했던 잭이 기계인간의 뒤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기계인간의 덩치가 적지 않지만, 잭도 만만치 않다.

    그런 잭인 기계인간의 목을 왼팔로 조르며 목에다 자신의 머신건을 박아 넣었다. 그리고 그때 잭의 머신건이 불을 뿜었다.

    그동안 많은 싸움을 통해 업그레이드 된 머신건의 엄청난 화력이 기계 인간 뒷목 아래에서 굉음을 내며 주변으로 탄피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백 발을 탄피가 쏟아지고 나자 곧 스파크를 일으키던 기계인간이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그리고 이내 몸의 색이 검게 변하더니 사라져버렸다.

    그 와중에도 굼벵이 괴물을 파스를 향해 녹색의 가래침을 열심히 뱉어내고 있었다.

    잭에게는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

    그때 굼벵이의 가래침이 파스의 어깨를 스쳤다.

    “아아아악!”

    파스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굼벵이가 파스가 쓰러진 방향으로 꾸물떡거리며 이동했다.

    놈이 커다란 칼을 뽑아들었다.

    그때 잭의 머신건이 굼벵이를 향해 불을 뿜었다.

    쿠쿠쿠쿠쿠

    굼벵이의 몸에서 피가 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에 비해 데미지가 많이 들어가는 느낌은 아니다.

    놈이 잭을 향해 돌아보더니 가래침을 뱉었다.

    몽이 만들어준 가변형 방패로 그것을 막았다.

    푸쉬쉬

    연기를 뿜으며 한쪽이 녹아들어갔다.

    가래침이 연속으로 들어왔다.

    방패는 거의 반 이상이 녹아버렸다.

    잭의 민첩성으로는 피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잭은 놈의 가래침을 방패로 막아가며 접근해 나갔다.

    머신건의 쉴 새 없이 총알을 뿜어내자 총열이 붉게 변해갔다. 이대로 계속 총알을 뿌리며 곧 총열을 못 쓰게 될 것이다.

    하지만 계속 데미지는 주지 않으면 놈의 가래침은 더 많이 쏟아진다.

    그런데 그 때, 회오리 불꽃이 굼벵이의 오른쪽 눈을 타격했다.

    “크오오오오!”

    굼벵이가 비명을 지른다.

    놈의 오른쪽 눈에 화살이 박혀 있다.

    잭이 돌아보자 화살을 들고 숨을 헐떡이는 파스가 보인다.

    그녀는 고통을 참으며 화살을 날린 것이다.

    기회를 잡은 잭이 놈을 향해 들려들었다.

    몸통 박치기로 놈을 쓰러뜨리자 놈이 다시 비명을 질렀다.

    놈의 머리위에 올라탄 잭이 굼벵이의 아가리에 머신건을 박아 넣었다.

    “네 녀석 때문에 몽에게 잔소리를 듣겠군.”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곧 그의 머신건이 진동을 시작했다.

    쿠쿠쿠쿠쿠쿠

    그리고 곧 펑하는 소리와 함께 머신건이 부서져버렸다.

    하지만 이미 굼벵이는 몸을 축 늘어뜨린 상황.

    그리고 기계인간처럼 몸이 색이 검게 변하더니 금방 사라져 버린다.

    놈이 사라지자마자 근처로 다가오던 파스가 푹 쓰러져버린다.

    한쪽 어깨가 거의 녹아버릴 정도라 고통이 심해 혼절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주변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정확하게는 그들이 지금 서 있는 곳, 바로 파괴된 마을 전체였다.

    그리고 허공에서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시간부터 이곳은 링크월드의 공식 맵이 됩니다.]

    [완전 복구를 시작합니다.]

    “뭐?”

    황당한 소리에 잭의 표정이 어리둥절해졌다.

    그런데 그 순간 파괴되었던 마을이 조금씩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을과 함께 소멸했던 사람들까지 살아났다.

    머신건 잭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책장을 넘기던 남자 코이치의 손이 멈칫했다.

    순간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 참을 수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거 너무 재밌잖아.”

    퇴근길에 무심코 샀던 만화잡지였는데, 첫 이야기에서 충격을 받은 것이다.

    버스를 기다리던 코이치가 곧바로 발길을 돌려 근처 서점으로 달려갔다.

    머신건 잭이라는 만화의 단행본을 사기 위해서다.

    여운이 너무 큰 탓에 다음 연재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건 너무 힘들다.

    이참에 앞 이야기도 봐두기 위해 단행본을 사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코이치는 서점에 들어가자마자 직원에게 물었다.

    “만화책은 어느 쪽에 있어요?”

    “아, 저쪽입니다.”

    여직원의 안내를 받은 남자가 서둘러 만화책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그쪽은 사람들로 인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평소라면 보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많아 어리둥절했다.

    그때 여직원 한명이 사람들에게 큰소리로 소리치며 머리를 숙이는 모습이 보였다.

    “죄송합니다. 방금 머신건 잭 단행본이 다 소진되어서 더 이상 판매가 불가능합니다.”

    “뭐야? 우리 동네 서점에도 다 팔려서 여기까지 왔는데.”

    “언제 책이 또 나옵니까?”

    “출판사에 연락을 했습니다만, 추가 단행본 발행 날짜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 말에 사람들이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코이치도 이야기를 듣고는 난감해졌다.

    당장 보고 싶은데, 책이 없다니.

    이렇게 만화를 보며 두근거렸던 게 얼마만 인가싶었던 코이치가 힘없이 서점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아쉬움을 뒤로 하고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어가려던 그때였다.

    맞은편에서 푸른색에 하얀색 세줄짜리 줄무늬가 그려진 운동복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오는 수염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무서워 보이는 인상 때문에 코이치가 움찔거리더니 시선을 피했다.

    남자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비벼 끄더니 코이치를 빤히 쳐다본다.

    마른침을 삼키며 그들 피해 걸어가려는데 남자가 코이치를 불렀다.

    “어이, 거기.”

    “······.”

    “어이! 거기 양복.”

    “아, 저, 저요?”

    더 무시했다가는 맞은 것 같아 서둘러 대답하며 걸음을 멈췄다.

    “그래. 당신.”

    그렇게 말하며 남자가 슬리퍼를 질질 끌며 다가왔다.

    긴장한 코이치가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한 건가 싶어서 생각해 봤지만 당장 아무것도 떠오르는 건 없다.

    그런데 그때 코이치에게 다가와 그를 자세히 살피던 남자가 갑자기 웃으며 크게 말했다.

    “어? 코이치 아니야?”

    그 순간 코이치가 움찔하더니 남자를 돌아봤다.

    남자의 얼굴에서 콧수염이 지운 얼굴을 상상하자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아. 혹시, 긴조?”

    “야, 역시 맞구나, 코이치. 진짜 오랜만이다.”

    남자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눈앞에 있는 남자는 코이치의 고등학교 1-2학년 때 거의 단짝이나 다름없던 친구였다.

    6년만인데다가 콧수염까지 기르고 있어서 전혀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그제야 긴장이 풀린 코이치가 한숨을 쉬었다.

    친구가 코이치에게 물었다.

    “그런데 서점에 뭐 사러 온 거야?”

    “어? 아, 만화책.”

    “만화책?”

    친구가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코이치의 눈앞에 있는 친구는 고등학교 때 만화연구회를 다니고 있었던 게 떠올랐다.

    “뭘 사려고?”

    “아, 머신건 잭이라고. 이번에 소년 히어로를 보다가 갑자기 사고 싶어져서.”

    “와아, 너도 오늘 꺼 봤어? 정말 장난 아니지?”

    “어? 어. 맞아. 재밌더라.”

    “오늘 건 정말 너무 재미있어서 소름이 쫙 돋더라니까. 새롭게 등장한 걔네들 정체가 너무 궁금해서 참지를 못하겠어.”

    역시 만화이야기가 나오자 호들갑을 떨어댔다.

    그런 그에게 코이치가 물었다.

    “그럼 너도 단행본 사러 왔냐?”

    “뭐? 단행본?”

    “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단행본이라면 당연히 집에 다 있는데. 그걸 또 왜 사. 난 지금 만화연구회로······.”

    그 순간 코이치는 눈이 번쩍 뜨였다.

    그리고는 친구의 어깨를 붙들고 물었다.

    “단행본이 집에 있어? 정말로?”

    “어, 뭐. 그렇긴 한데, 갑자기 왜?”

    “지금 당장 보러 갈 수 없겠냐?”

    코이치가 손아귀에 힘을 주며 자신의 어깨를 붙들고 소리치자 친구가 인상을 썼다.

    “아야야, 아프니까, 이것 좀 놓고 말해라.”

    깜짝 놀란 코이치가 손을 뗐다.

    어깨를 슬쩍 풀던 친구가 코이치에게 물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집에 가자고? 머신건 잭 보려고?”

    “그래. 단행본을 사려고 했는데, 다 팔렸다고 하더라.”

    그 말에 친구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그래, 좋아. 만화연구회야 뭐 다음에 가지.”

    “고마워.”

    “고맙긴, 당장 우리 집에 가자. 그리고 써니의 전작인 삼사라도 읽어봐. 그것도 엄청 재밌거든.”

    “그래.”

    그렇게 말하며 둘은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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