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83 전생 만화왕-367화 (367/425)

날아오르라 제임스 (7)

깜짝 놀란 카나가 이즈미를 쳐다봤다. 그러자 이즈미가 이대봉을 살짝 힐긋거리고는 다시 카나에게 말했다.

“모처럼 친구네 호텔에서 식사나 하려고 들렀더니, 이런 일이 있었네?”

그 말에 카나가 살짝 당황했다.

“아, 아니 이분은······.”

“알아, 제임스 씨. 스토리작가잖아.”

“······알고 있었니?”

“당연하지.”

“넌, 다른 사람 만화엔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뭐, 이 사람도 딱히 관심 있는 건 아니야.”

그 말에 이대봉이 눈을 크게 떴다.

“사람을 앞에 두고 그런 말이라니, 저 상처 받았는데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표정은 웃고 있다.

카나도 그 말에 동조했다.

“맞아. 너 실례야.”

“그랬니?”

이즈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대봉을 보며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뭐, 그쪽 무시하려고 한 말은 아닌데, 기분이 나빴다면 미안해요.”

하지만 이대봉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원래 말투가 그런 건 알고 있으니까 이해하고 있어요.”

“······뭐요?”

이대봉의 말을 들은 이즈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자 그 모습을 보던 카나가 풋 하고 웃었다. 그 모습을 이즈미가 슬쩍 째려보자 표정관리를 한 카나가 헛기침을 했다.

“별로 관심 없다면서 어떻게 제임스 씨를 아는 건데?”

그때 제임스가 끼어들었다.

“선희랑 윤환이 때문이죠.”

“그게 누군데?”

“아, 지금 머신건 잭 그리고 있는데, 모르니?”

“설마, 써니?”

“그래.”

그 말에 깜짝 놀란 카나가 이대봉을 보며 물었다.

“그럼 제임스랑 써니가 친분이 있어?”

“당연하지. 내 동생이나 다름없는데. 그런데 카나는 써니, 좋아해?”

“당연하지. 다른 만화는 몰라도 써니의 작품은 좋아해. 그나저나 신기하다. 제임스가 써니와도 친분이 있다니.”

카나의 감탄에 이대봉이 코를 바짝 세웠다.

“에헴, 당연하지.”

그런 이대봉을 보며 눈살을 찌푸린 이즈미가 입을 열었다.

“그쪽이 이번에 앙케이트에서 머신건 잭을 밀어내고 1위를 했다면서요?”

“네. 맞아요. 그래서 이번에 이벤트도 했고.”

“이벤트?”

“사인회요. 어제 했는데.”

그 말에 이즈미가 고개를 삐딱하게 눕혔다.

“한심한 일이네요.”

“네? 뭐가요?”

“겨우 이런 작품에 머신건 잭이 무너지니까. 내가 너무 과대평가 한 모양이에요.”

그 말에 카나가 깜짝 놀랐다.

“이즈미!”

“차라리 잘 된 거지. 어차피 무너질 거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야, 그만해!”

그런데 그때였다.

“여자 손님, 주문하신 요리 가져왔습니다.”

직원 복을 입은 여자가 그들이 있는 테이블로 다가오며 말하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돌아갔다.

곧바로 이즈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직, 주문 안했는데······.”

“내가 한 거야.”

“뭐?”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이즈미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처럼 되먹지 못한 것들을 보면 기분이 나빠.”

“······.”

그 순간.

다가왔던 여직원은 자신이 들고 있던 요리접시를 이즈미의 머리위에 쏟아버렸다.

“꺄악!”

비명을 지른 건 오히려 이즈미가 아니라 카나였다.

이즈미는 눈을 부릅뜬 채로 그냥 굳어버렸고.

그런데 그때 여직원이 곧바로 이대봉 쪽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이대봉의 양 볼을 손으로 붙들었다.

놀란 이대봉이 머리를 뒤로 뺐다. 하지만 여자는 격렬하게 반항하는 이대봉을 향해 입술을 내밀었다.

“으악!”

이대봉이 놀라 비명을 지르다 곧 그녀의 얼굴을 기억해냈다.

서점 사인회에서 자신에게 달려들었던 젊은 여자라는 걸.

그때였다.

주변에 있던 직원들이 달려와 그런 그녀를 양쪽에서 붙들었다. 그리고는 끌고 나자가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제가 그러려고 한 건 아니고요! 그냥 저도 모르게······. 제가 미쳤었나봐요!”

그때랑 똑같은 말을 하며 끌려 나갔다.

이대봉이 멀뚱거리며 그쪽을 보더니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소, 소름 돋는다.”

그렇게 말하며 이즈미를 돌아봤다.

노인이 이즈미의 머리에 붙었던 음식을 치워내며 수건으로 닦아내고 있었다. 그 상태로 이즈미는 입술을 부들부들 거리더니 잠시 후 버럭 소리쳤다.

“방금, 그 여자 뭐야! 당장 경찰에 처넣어요!”

* * *

이대봉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실버가 가장 크게 웃었다.

“하핫, 듣던 중 가장 재미있는 얘기네. 그 여자 꼴을 직접 봤어야 하는 건데. 어쨌건 속이 다 시원하다.”

실버가 이대봉의 이야기를 듣고 저렇게 즐거워하는 건 처음 본다.

나도 이즈미가 요리를 뒤집어쓰고 황당해 하는 표정을 직접 보고 싶기는 하다.

그렇게 도도한 여자가 그런 모습이라.

마치 막장 아침드라마에서나 볼법한 광경이겠지?

그런데 그 얘기를 들은 선희의 입 꼬리도 살짝 올라가 있다.

선희에게도 꽤나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어쨌건, 일본에서 돌아온 이대봉이 사인회와 함께 호텔에서 지냈던 이야기를 하는데, 꽤 흥미로웠다.

물론, 이대봉이 워낙 맛깔나게 이야기를 하는 것도 한몫했지만.

“그나저나 그 여자 뭐야? 제임스 오빠 광팬이야? 좀 무섭다.”

박소미의 말에 이대봉이 어깨를 부르르 떨며 인상을 썼다.

“그러니까. 그리고 끌려 나갈 때 서점에서랑 똑같은 말을 했어. 토시하나 안 틀리고.”

“······그건 다른 의미로 좀 소름 돋네.”

“그렇지?”

나도 이대봉의 이야기를 듣고는 좀 놀랐다.

그쯤 되면 사생팬이잖아.

아이돌도 아닌 이대봉을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여자 팬이 있다니. 이건 부러워 할 만한 일이 절대 아니다.

“그런데 말이야. 그 여자, 호텔 직원이었어?”

내 질문에 이대봉이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게, 호텔에 몰래 들어왔던 모양이더라. 직원복도 슬쩍한 모양이고.”

깜짝 놀랐다.

직원이 아니라니.

“뭐? 그건 범죄 아니야?”

“범죄 맞지. 처음엔 직원인줄 알고 경찰이 그냥 풀어주는 바람에 놓쳐버렸대. 직원이 아닌 것도 나중에 안 거지.”

그 말에 모두가 놀랐다.

놀란 박소미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물었다.

“뭐야? 그 여자 무슨 스파이야? 그럼 오빠가 호텔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대?”

“그건 나도 몰라.”

완전 스토커네. 스토커.

극악의 사생팬.

“어쨌건 너무 무서워서 그날 저녁엔 다른 방으로 옮겼다니까.”

“정말 무서웠겠다.”

이대봉이 어깨를 움츠리며 과도한 리액션으로 이야기를 이었다.

“말도 마. 무서워서 악몽까지 꿨다니까. 여자가 좀비 같은 모습으로 밤새 날 쫓아다니는 꿈.”

“그 정도면 정말 좀비 같겠다. 멀쩡한 얼굴을 한 좀비.”

“좀비보다 더 무섭지. 머리를 쓰잖아. 그리고 변장까지 하고.”

“아, 그러네.”

그 말에 실버가 콧방귀를 꼈다.

“멍청한 놈. 호들갑 좀 적당히 떨어.”

이대봉이 도끼눈을 뜨고 실버를 노려봤다.

“야, 너도 당해봐. 그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데.”

“훗, 그런 일이 내 인생에 있을 리 있겠냐? 나야 그런 일이 있으면 그저 고마울 뿐이지.”

그 말에 이대봉이 기회를 잡은 눈빛이 되었다.

“고맙다고 했지, 너. 그거 미자 씨에게 전화해서 이른다.”

“······비겁하게.”

이번엔 김기철이 이대봉에게 물었다.

“그다음엔 별일 없었어요?”

“너는 별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표정이네.”

움찔한 김기철이 양손을 휘저었다.

“아니, 그럴 리가 있겠어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예요. 정말이에요.”

그런 김기철을 빤히 쳐다보던 이대봉이 곧 한쪽 입 꼬리를 끌어올렸다.

“실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어.”

그 말에 화실 사람들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 이대봉에게 집중했다.

이야기가 갈수록 흥미진진해서.

“어떤 일이 있었는데? 빨리 말해봐.”

이번엔 내가 재촉했다.

실제 사건이라 그런지 너무 궁금했던 것이다.

“윤환이 너도 내 얘기가 궁금한 모양이네.”

“딴소리 말고 얘기나 계속해봐.”

“그래, 그래. 알았어.”

그렇게 말 한 이대봉이 다시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아무튼 호텔에서 나와 공항으로 갈 때까진 별일 없었어. 아, 가는 길엔 카나가 직접 자신이 차로 태워줬어. 빨간색 포르쉐 스포츠칸데 엄청 멋지더라고.”

“어? 역시 그 여자 호텔에서 제법 높은 지위에 있었나보네.”

“차안에서 들었는데, 거기 사장이래.”

“뭐? 사장? 그럼 그 고급호텔을 직접 운영하는 거였어? 젊은 주방장이 아니고?”

이즈미의 친구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부자일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역시 클래스가 달랐던 모양이다.

그런데 내 말을 들은 이대봉이 묘한 표정으로 날 보며 말했다.

“윤환이 너 카나에게 관심 있어? 소개해 줘?”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카나는 형한테 관심 있는 것 같구만.”

“아니야. 우린 그냥 친구야.”

“그건 형 생각이고.”

“맞다니까.”

저 인간은 여자랑 얘기는 잘 통하는데, 마음은 잘 모르는 모양이다.

아무튼 난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헛소리는 그만하고 빨리 하던 이야기나 더 해봐.”

내 말에 이대봉이 마른 입술을 핥고는 곧장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공항에서 카나랑 헤어지고 나서 혹시나 해서 공항에서 주변을 좀 살폈어. 혹시나 또 그 여자가 달려들까 봐.”

그렇게 말하며 꽤나 리얼한 연기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 모습을 보던 화실 사람들 몇 명은 정말로 긴장이 되는지 마른침까지 삼켰다.

“사람들이 많아서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어. 하지만 한참동안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았고, 곧 시간이 돼서 게이트로 들어가려고 줄을 섰지. 하지만 역시 아무 일도 없어서 좀 안심했어.”

“야, 분위기 그만 잡고, 또 그 여자가 어디서 나타났는데?”

실버가 분위기를 깨며 말했다. 그러자 모두의 원망어린 시선이 실버에게 향했다.

대중의 따가운 시선을 느낀 실버가 슬쩍 머리를 숙였다.

그때 다시 이대봉이 입을 열었다.

“그렇게 안심하며 게이트로 조금씩 다가가는데, 그때였어. 누군가 날 툭 건드리며 말했어. 저기요, 하면서.”

그 말에 어시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설마, 그 여자야?”

“역시 그 여자가 또?”

“와 미쳤다, 그 여자.”

그런데 곧장 이대봉이 김빠지는 소리를 했다.

“아니, 그게 아니고. 내 뒤에 줄서 있던 사람이 빨리 좀 가라고 하더라고.”

그 말에 사람들이 인상을 썼다.

“뭐야, 그게.”

“설마, 그게 다예요? 그럼 실망인데.”

그 말에 실버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역시 놀리는 재미가 있다니까.”

“거봐, 저 놈에게 모두 놀아난 거라니까.”

실버가 어이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데 그때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이대봉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나갈게.”

그렇게 말하며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 이대봉을 보며 모두가 어이없어하며 다시 작업에 몰두했다.

아무튼 꽤나 재미있는 이야기였다는 생각에 나도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런데 그때였다.

밖에서 남자 비명, 아니 이대봉의 목소리로 여겨지는 비명소리가 울렸다.

순간 놀란 사람들이 하나둘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대문 밖을 나갔더니 이대봉이 허무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왜 그래, 형.”

“다, 당했어.”

“뭐?”

“그······ 여자한테 당했다고.”

그러고 보니 이대봉의 입술이 벌겋게 변해있었다. 다가가서 봤더니 입술루즈 자국처럼 보인다.

깜짝 놀란 내가 물었다.

“설마, 그 기습 뽀뽀녀야?”

“······.”

하지만 이대봉은 더 이상 말도 하지 않고 힘없이 머리를 푹 숙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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