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83 전생 만화왕-315화 (315/425)

메갈로폴리스 인 캣 (5)

“와, 텐겐과 써니의 반응이 올라왔네. 우리 연구회에서 만든 걸 원작자가 보고 평을 달아놨어.”

“진짜네. 뭔가 신기하다.”

“조용히 해봐. 일단 읽어나 보자.”

대학교의 한 연구회 사람들이 소년 히어로의 신간에 나온 편집자가 쓴 후기 글을 보기 시작했다.

이번 주는 메갈로폴리스 인 캣이 연재를 안 해서 좀 섭섭하긴 했지만, 그래도 기대하지 않았던 기사가 있으니 꽤나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었다.

누군가 기사를 소리 내어 읽었다.

“써니 작가가 유독 관심을 보인 대사다. 고양이 시점으로 천진난만한 진행이 재미있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대사가 없을 때 보였던 긴장감이 고양이의 대사로 인해 많이 희석되었지만, 색다른 시선이어서 즐거웠다고. 평소 고양이를 좋아한 덕분에······.”

대사를 읽어나가고 있는 동안 모임에 있던 사람들 중, 유독 뿌듯해하는 표정의 여자가 있었다. 모두도 싱글거리며 그녀를 기웃거렸다.

다 읽고 나자 그녀가 발그레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써니 선생님이 좋아하셨다니, 기분이 묘해.”

그 말에 연구회의 사람들이 떠들기 시작했다.

“써니 선생님이 가장 좋아했다는 거잖아. 와, 너 기분 좋겠다.”

“써니 선생님을 감동시킨 거냐? 부러운데?”

“역시 여고생의 감성인가? 고양이의 시선으로 대사를 넣은 게 좋았던 모양이야.”

“야, 이제 고등학교 졸업이야, 졸업. 성인이라고.”

“맞다. 지금 졸업시즌이지? 한국도 마찬가지겠지?”

“잘 모르겠지만, 그럴걸?”

“야, 그럼 출판사로 졸업선물 보내야하는 거 아닌가?”

그렇게 모두 흥분하자 그때 누군가 그런 분위기를 진정시키며 헛기침을 했다.

“내가 출판사에 알아봤어. 써니 선생님 졸업식 4일 후라고 하더라.”

“오, 그럼 빨리 출판사로 보내자, 조금 늦긴 할 테지만 그래도 할 수 없지.”

“써니가 뭘 좋아할까?”

갑자기 졸업이야기로 대화가 옮겨가더니 선물이야기로 마무리되자 처음 관심을 받았던 여자가 인상을 찌푸렸다.

“야, 너희들. 써니가 여자라고 이러는 거야?”

“아니.”

“아니지.”

“그럼?”

“예쁘니까.”

“맞아. 미인이잖아.”

“귀엽기도 하고.”

그런 반응에 여자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짐승들.”

*

“와, 엄청난데요. 저게 다 써니 선생님 졸업선물이라는 겁니까?”

“네. 졸업은 내일이라니까, 실제로 이게 제때 도착은 못할 테지만, 그래도······, 엄청나네요.”

편집부 직원들은 지로의 자리 근처에 쌓여있는 선물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어제부터 쌓이기 시작한 선물들이었는데, 처음엔 신선하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선물이 끊이지 않고 계속 쌓여가자 편집부 직원 대부분이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기존의 인기작가들 중 생일이 공개된 경우, 선물이 편집부로 오는 경우도 제법 있는 일이긴 했지만, 이번처럼 많은 선물이 한꺼번에 쌓이는 경우는 처음 본 것이다.

하지만, 편집부에선 이것을 그냥 써니에게 보내줄 수는 없는 일이라 일단 쌓아두고 있었다. 왜냐하면 내용을 확인하고 보내야한다는 내부 방침이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간혹 선물 안에 이상한 것을 넣어 보내는 미치광이들이 있기도 하니까. 특히나 써니의 경우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소녀이기 때문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지로가 편집부로 들어오자 직원들이 그에게 한마디씩 던졌다.

“아카기 팀장님, 부러워요. 이렇게나 독자들에게 관심을 많이 받는 선생님을 담당하시니까.”

“저도요.”

“역시 소년 히어로 인기 최고 만화가라는 거 아닙니까?”

그런 반응에 지로가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네. 써니 선생님이 기뻐하실 거라 생각하니까, 저도 기분이 좋군요.”

“그게 다 일이구만, 뭐가 기뻐. 나라면 쌓이는 선물을 봐도 피곤할거 같은데.”

야지마가 불쑥 끼어들자 다른 직원들이 그를 보며 인상을 썼다.

“야지마 팀장님은 이런 상황에서 꼭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맞아요. 괜히 부러워서 저러신다니까.”

“부럽긴······ 하지. 하지만 그것도 적당히 와야 그런 생각을 하지. 저렇게 왕창 쌓인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들기도 어려워.”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쌓여있는 선물로 향했다.

그때 누군가 소포를 들고 편집부로 들어오더니 ‘아카기 씨, 소포입니다.’라고 말하며 세 개를 테이블 위에 놓고 다시 돌아나간다.

그 모습을 보던 직원들이 동시에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겠네. 아직도 저렇게 선물이 들어오고 있으니.”

“어째 점점 부담스럽기는 하네요.”

“선물을 받지 않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가?”

그때 들어오던 다른 팀장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팀장 아래로 전원 오늘 남아서 선물검사할거야.”

“네? 저희들 모두요?”

“당연하지.”

그 말에 일반 직원들이 절망했다.

“아니, 그래도 저 많은 걸 다 검사하려면. 거기다 아직 계속 들어오는 모양이고.”

“팀장님들은 안 해요?”

“안 해.”

“너무해요. 같이 좀 도와주지.”

“팀장들도 따로 일이 있어.”

그때 누군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누군 없나?”

그렇게 모두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지로가 그들에게 말했다.

“이 일은 제 일이니까,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러니까 모두 개인 업무 끝나면 퇴근하시죠.”

“뭐야, 그것도 업무라니까.”

“괜찮아요. 이건 담당이 할 일이니까.”

“정말 괜찮아?”

“네. 괜찮아요. 이런 걸로 다른 직원들 폐를 끼칠 수는 없으니까.”

“뭐, 본인이 그렇게 말한다면이야.”

팀장이 그렇게 말하자 직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였다.

“모두 안녕하세요?”

편집부로 들어오던 미치코가 인사하더니 쌓여있는 선물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어머나, 이게 다 뭐예요?”

그 순간 직원들의 시선이 미치코에게 쏠렸다. 그리고 묘한 표정을 하자 미치코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왜, 왜들 그렇게 쳐다보세요?”

“너, 오늘부터 좀 도와줄 일이 있어. 괜찮지?”

지로의 말에 미치코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가 곧 주먹을 옴팡 쥐며 머리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그런데 무슨 일인데요?”

“이거.”

그렇게 말하며 선물을 향해 턱짓하자 미치코가 머리를 갸웃했다.

“이게 왜요?”

“이거 써니 선생님 졸업 선물이라고 독자들이 보낸 건데, 나랑 같이 검사하자.”

“네? 이걸 전부다요?”

“그래.”

“우리 둘이서 만요?”

“응.”

지로가 머리를 끄덕이자 미치코가 당황하며 주변을 돌아봤다. 그러자 직원들은 잽싸게 그녀의 시선을 외면하며 흩어졌다.

그 순간 미치코가 울상을 지었다.

그때 또 직원 한명이 소포를 들고 편집부로 들어왔다.

“또, 또야?”

미치코가 경악하며 말하자 소포를 들고 들어오던 직원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곧 지로에게 다가가서는 그것을 내밀었다.

“한국에서 온 소포입니다.”

“아, 네. 고맙습니다.”

“······아니구나. 다행이다.”

미치코가 안도하자 소포를 건네주었던 직원이 머리를 갸웃거리고는 다시 인사하며 나갔다.

그때 지로가 소포를 조심스럽게 뜯자 미치코가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다가왔다.

“한국에서 온 거면, 써니 선생님 원고인 모양이죠?”

“그렇겠지.”

그렇게 말하며 소포를 개봉하자 예상대로 원고가 들어있다. 평소처럼 2화분의 머신건 잭 원고와 함께 새로운 원고도 보인다.

“어? 이거 그거죠? 그거.”

“그거라니.”

“메갈로폴리스 캣. 맞죠?”

“어. 그러네.”

“비정기 연재라고 해서 가끔 보낼 줄 알았는데, 써니 선생님은 역시 부지런하시네요. 이거 어시들 도움도 없이 그린다던데.”

그렇게 말하며 지로 곁으로 다가와 어깨 너머로 슬쩍 원고를 본다.

이번 내용도 검은 고양이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검은 고양이는 엄청난 보안시설물 안으로 들어가는데, 조그마한 빈틈인데도 자연스럽게 미끄러져 들어간다.

고양이가 좁은 틈으로도 잘 다니기는 하지만 녀석은 그 정도가 심한 것처럼 보일정도.

그리고 거대 실험실로 보이는 장소로 간 고양이에 비치는 실내의 이야기다.

수많은 사람들이 테이블 위에 누워있다. 그리고 흰색의 가운을 입은 직원들이 그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다.

누워있는 사람들의 몸에 수많은 장비를 달고 있으며 직원들은 그 반응을 살피는 모양이다.

사람들마다 붙어있는 기계엔 심장박동을 체크하는 것으로 보이는 장비들도 보인다.

기계의 모니터엔 빛의 실선이 계속 옆으로 흐르고 있다.

아마도 모두 죽은 시체인 모양.

한참동안 시체 주변을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던 그때 시체중 하나에 달린 모니터에서 실선이 아래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소리가 울린 건지 직원들이 그 시체 주위로 몰려들었다.

잠시 후 꽤나 높은 직책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그 자리에 나타났다. 그러더니 시체를 한동안 살피던 그들은 서로 묘한 눈빛을 교환했다. 그리고는 직원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는 곧바로 그곳을 빠져나갔다.

마치 뭔가에 쫓기는 듯이.

그렇지만 그런 그들의 반응을 눈치 채지 못한 직원들은 지시 받은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컴퓨터로 뭔가를 입력하거나, 혹은 시체의 표면을 살피기도 하면서.

오로지 엄청난 일에 흥분하며 서로 소리치고는 바쁘게 실내를 돌아다닌다.

그렇게 실험실의 분위기가 열기로 가득 차던 그때였다.

꿈쩍도 하지 않던 시체가 갑자기 작은 경련을 하고, 심장박동도 더욱 강해지기 시작했다.

그 반응에 모두가 경악하면서도 기대어린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자신들의 일에 더욱 바빠진다.

잠시 후 시체의 경련이 더욱 강해지자, 실험실 내부에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니 그 전부터 조금씩 이상한 기운을 느낀 고양이는 진즉 아래에 있는 실험실 주변을 이리저리 머리를 돌려가며 보고 있었다.

그리고 곧 뭔가를 느낀 직원 한명이 작업을 멈추고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기 시작했다.

다른 직원들도 하나 둘 작업을 멈춘다.

소매 끝이 흔들리자 이상함을 느낀 것이다.

서류들이 바람에 펄럭거린다.

그리고 그 바람이 조금씩 강해지기 시작했다.

종이들이 바닥을 굴러다니기 시작하며 서서히 시야가 흐려졌다.

마치 안개가 실내에 생긴 것 같은 느낌.

그때 컴퓨터와 각종 장비들에서 불꽃이 튄다.

깜짝 놀란 사람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공포에 물든 표정을 지었다.

바람이 점점 심해지자 다른 시체들의 몸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바람으로 인한 현상인지 어떤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어쨌건 실내에 있던 직원들은 혼돈에 빠진 표정으로 이곳을 빠져나가려했다.

하지만 그때 투명한 유리문 모두가 잠겨버린다.

몇 명이 문쪽으로 달려서 소리치며 강하게 두드리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근처에 있던 의자나 기계들을 던져 봐도 전혀 소용이 없다.

그런 와중에 실험실 천장엔 검은 소용돌이가 일기 시작했다.

그것을 바라보던 고양이가 몸을 잔뜩 웅크리며 시선을 고정시킨다.

그곳에 있던 직원들도 그 소용돌이에 시선을 빼앗긴 채 멍한 표정이다.

그때 검은 소용돌이에서 번쩍거리던 물체가 아래로 조금씩 내려왔다. 그리고 곧 그것이 아래로 향해있는 기다란 낫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사람들이 경악했다.

그리고 곧 로브 같은 걸 뒤집어 쓴 얼굴이 거꾸로 내려오기 시작하자 모두 놀라 주변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장면이 끝이 났다.

“악! 이게 뭐야?!”

마지막 장면을 본 미치코가 깜짝 놀랐는지 버럭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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