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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 전생 만화왕-312화 (312/425)

메갈로폴리스 인 캣 (2)

내가 연습장에 그린 것이라······.

그러고 보니 무심결에 이것저것 낙서하는 버릇이 있는데, 그때 스마트폰에 대한 그림도 그렸던 모양이다.

그나저나 그걸 언제 봤지?

하긴, 쟤 눈이 그냥 눈은 아니지.

그냥 카메라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런데 사용법은 어떻게 알았지?

낙서에 그런 것까지 그려 놓았을 리는 없고.

평소 버릇을 본건가?

가끔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 비스 무리한 물건을 만지면 습관이 나왔는지도 모른다. 며칠 전에도 경희의 손거울을 들고 스마트폰 만지듯 손장난을 한 적도 있었으니.

그래도 이건 못 묻겠다.

너무 물으면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고.

사실, 뭐 이렇게 지나가듯 나오면 독자들도 크게 신경 쓰지 않을지 모르니까.

물론, 미래엔 이 만화가 예언만화니 어쩌니 하면 회자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스마트폰은 그냥 무시하고 계속 그림을 살펴봤다.

검은 슈트의 여자가 반대쪽 고층건물을 바라보다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곁에 놓아둔 검은 가방을 열고는 거기서 총처럼 생긴 물건을 꺼낸다.

그리고는 감시 중이던 건물 꼭대기에 세워진 탑을 향해 겨누고는 발사.

그런데 방사하자마자 쇠붙이가 쭉 뻗어나가더니 철탑에 부딪치자마자 콱 움켜쥐는 물건으로 변한다.

그것을 확인한 여자가 지금 서있는 곳 옥상의 철골 구조물로 한 번 더 발사한다. 그 순간 두 건물사이에 미세한 줄이 연결되었다.

보일 듯 말 듯 할 정도로 가는 줄.

그런데 그 줄 위에 조그마한 손잡이를 달기 시작했다. 그리고 빌딩 사이로 몸을 날린다.

그 순간 고양이가 점프하더니 여자의 등에 매달렸다.

갑작스런 상황에 놀란 여자가 황당한 얼굴로 등에 매달린 고양이를 돌아보다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짓는다.

아무래도 고층높이에서 고양이를 떨어뜨릴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 일 것이다.

그리고 빠르게 줄을 타고 이동하는 순간이라 다른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그렇게 맞은편 건물에 도착하기 직전, 여자가 쥐고 있던 기계의 버튼을 누르자 이번엔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록 추락하는 여자.

그럼에도 고양이는 여자의 등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여자의 몸이 공장에서 강하게 튕겨 앞으로 나간다.

여자는 줄을 매달고 떨어졌고, 그 줄이 끝나자 반동으로 건물 쪽을 향해 몸이 튕겨져 나간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 목표했던 층의 유리벽에 도착한다.

그 순간 여자가 그곳으로 뭔가를 던졌다.

동시에 건물 유리창에 변화가 생기고 그 속으로 여자가 뛰어들었다.

물론 등에 매달린 고양이도 함께.

그런데 유리창은 부서지기는커녕 마치 공기방울이 막처럼 여자를 통과시킨다. 그리고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유리를 뚫고 안으로 들어간 여자가 바닥을 구르려는 찰나 고양이가 그녀의 등에서 풀쩍 뛰어내린다.

멋들어지게 착지한 여자가 그런 고양이를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는 곧 고양이에게 ‘쉿 조용’이라는 행동을 하며 곧바로 실내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장면은 딱 여기까지다.

일련의 연속 장면이 마치 영화처럼 자연스럽고 흥미롭다.

덕분에 눈을 뗄 수가 없어서, 놀라운 디테일의 그림에 대한 건 잊어버릴 정도다.

상당한 몰입력.

대사가 없다는 게 이렇게 강점이 될 수도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그것도 사이버펑크에서.

그나저나······.

“이 뒤는 더 없어?”

내 질문에 선희가 머리를 내저었다.

“없어.”

“콘티는?”

“그런 거 없어.”

“뭐?”

“그냥 생각나는 대로.”

“······.”

할 말이 없다.

그럼, 이 원고는 그냥 콘티 만들 듯이 했다는 건가?

“이거 만드는 데 얼마나 걸렸어?”

“오래 걸렸어.”

“오래?”

“응. 하루.”

10페이지에 하루라.

혼자서 완성한 원고라는 것을 생각하면 빠르다고 느낄 수 있지만, 선희의 속도로 봤을 때 결코 빠른 게 아니다.

물론 그 하루가 어느 정도의 시간을 들인 건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마 물어보면 모른다고 말 할 거다.

“시간은?”

“······모르겠어.”

역시.

어쨌거나, 꽤나 흥미로운 만화다.

대사가 없음에도 상당히 재미도 있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이야기를 만든다면, 이게 에피소드 방식인지, 아니면 쭉 써나가는 방식인지는 정해진 것도 없겠네.”

“응. 그냥 떠오르는 대로 하니까.”

무작정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진행한다는 거군.

그럼에도 일단 시작은 상당히 임팩트도 있고, 몰입감도 좋다.

놀라운 그림에 신경을 쓰지 못할 정도로 흐름이 좋다.

그때 선희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어때?”

“좋아. 이런 느낌이 계속 이어진다면 상당히 괜찮을 것 같다. 몇 편 완성되면 한번 찔러나보자.”

내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살짝 웃더니 원고를 가지고 자리로 돌아갔다.

며칠 후.

의식의 흐름에 맡겨 작업 중이라는 선희의 만화가 두 편이 완성되었다.

작업 도중에 몇 번 보기는 했지만, 첫날 본 이후로는 이야기는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도중에 자주 확인하게 되면 처음 접하는 독자들의 느낌을 전혀 알 수 없게 되니까.

아니, 그보다 나 스스로 궁금했기 때문이다.

선희가 정말 그려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읽어봐도 될까?”

“응.”

이야기는 다시 고양이의 시선부터 이어진다.

고양이의 시선이라고 느끼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시점이다.

고양이가 바닥에서 볼 때는 낮은 시점.

높은 장소로 올라가자, 시점도 동시에 높아진다.

물론 장면에 따라서는 고양이의 시점이 아닌 장면도 상당히 있다. 하지만 고양이의 시점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고양이가 주인공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아무튼, 대사가 없다보니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림에 집중하게 되고, 그림이 주는 정보를 보고 내용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야기의 흐름은 매끄럽다.

마치 영화처럼 이어지는 연출에 감탄하며 다시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실내로 침입한 순간 고양이가 무엇을 봤는지 몸의 털을 바짝 세운다.

여자가 고양이의 시선을 향해 봤지만 보이는 것은 없다.

그런데 그때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 지점에 있는 벽의 디지털시계.

설마 고양이가 시계를 보고 놀란 건 아니겠지.

아무런 설명도 대사도 없으니 궁금하긴 하지만, 그냥 계속 집중했다.

시간은 23시 16분.

어쨌건 일부러 시간을 보여준다는 건 뭔가 의미가 있다는 뜻으로 생각된다.

검은 슈트의 여자가 커다란 원룸형태의 방을 어둠속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여자가 쓴 안경은 어둠을 잘 보이게 하는 적외선 안경쯤으로 보인다.

화면은 어둠과 밝음이 교차되는데, 밝은 건 고양이의 시점인 것 같다.

고양이가 어둠속에서 눈을 빛내며 여자를 지켜본다.

여자는 조심스럽게 어둠속을 돌아다닌다.

뭔가 중요한 물건을 찾고 있는 듯한 모습.

그리고 침대 옆에 붙어있는 테이블로 시선을 돌리고 그곳에 있는 캐리어에 시선을 보낸다.

캐리어를 살피던 여자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낸다.

또, 스마트폰이다.

그런데 그것을 캐리에게 가져가더니 스마트폰 화면위로 손가락을 열심히 까닥거린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지만, 이건 확실히 앱을 작동시켜 뭔가를 실행하는 모습이 틀림없다.

앱이라.

이런 시대에 이런 게 나와도 되는 건가?

하지만 그림 속에서는 어떠한 설명도 없고, 아주 짧게 표현되고 있으니, 뭔가 알 수 없는 기계를 작동시키는 것쯤으로 보일수도 있다. 물론 전화기 기능을 포함하고 있는 물건인 건 알겠지만.

아무튼, 스마트폰으로 보이는 물건을 이용해 결국 캐리어를 열었다.

무선으로 접속해 걸려있던 락(LOCK)을 푼 모양이다.

캐리어가 열리고 나자 안에서 복잡한 기계가 모습을 드러낸다.

꽤나 복잡하게 보이는 것으로 무엇을 위한 기계인지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

여자는 그것을 확인할 때도 다시 스마트폰을 가지고 뭔가를 실행시킨다.

홀로그램 영상이 떠오르며 기계에 대한 정보를 확인한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가 표시는 되지 않는 모양인지 여자가 손가락으로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이내 여자는 뭔가를 결심했는지 기계를 작동시킨다.

순간 방안의 공간에 변화가 일어난다.

기계로부터 뻗어 나온 파동이 방안 전체를 덮친다.

하지만 파동이 사라지자 별다른 변화가 없다.

여자는 방안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무슨 변화가 있는지를 확인한다. 하지만, 당장 변한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는 눈치다.

머리를 갸웃 거리던 여자가 기계 옆에 다시 스마트폰을 놓았다.

그리고는 다시 앱을 실행시킨다.

스마트폰에 ‘MAKE A COPY'라는 글자가 뜬다.

아마도 기계를 통째로 카피하는 모양인데, 진짜 말 그대로 스마트폰이다.

아무튼 홀로그램으로 카피 진행률을 표시하는 바가 공중에 떠있고, 계속 작업은 진행 중이다.

그런데 그때, 여자가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그리고 시선을 돌린다.

여자의 시선에 닿은 것은 처음 들어왔을 때 보았던 디지털시계.

그런데 시간이 좀 이상하다.

23시 15분.

처음 들어왔을 때 시간은 23시 16분.

오히려 시간이 과거로 거꾸로 가 있다.

이상하다는 생각에 여자가 잠시 시계를 보다가 곧 주변에서 인기척을 느끼고는 돌아서자 누군가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순간 반사적으로 피하고는 주먹을 휘두른다.

상대가 그 주먹을 팔로 쳐낸다.

그런데.

순간 여자가 흠칫하고 놀란다.

상대방도 같은 반응.

바로 맞은편에 있던 상대방과 같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거울처럼 똑같은 외모와 복장.

쌍둥이 같은 외모의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황당해하고 있던 그 순간.

두 명의 여자 머리가 동시에 창밖으로 향한다.

뭔가 빠른 물체가 다가온다는 것을 느끼고는 방금 들어왔던 여자가 서둘러 스마트폰 작업을 중단시키고 캐리어를 닫는다.

그리고는 침대 아래로 숨어들었다.

방금 만났던 여자는 어디로 숨었는지 알 수 없다.

아무튼 그런 정적이 흐르던 순간 건물의 커다란 통유리가 출렁거리며 뭔가가 안으로 뚫고 들어온다.

이번에도 검은 슈트의 여자다.

그런데, 놀랍게도 여자에게 매달려 있는 고양이가 있다.

고양이가 착지하려던 여자에게서 뛰어내리며 실내를 둘러보다 자신과 닮은 고양이를 발견한다.

두 마리가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더니 털을 바짝 세우며 경계한다.

먼저 들어왔던 고양이가 화들짝 놀라며 책장을 타고 올라가서는 천장에 붙은 환풍기 구멍의 틈으로 들어가 버렸다.

길고 긴 환풍기를 종종걸음으로 이동해가는 검은 고양이.

그리고 고양이는 환풍기 통로를 이용해 한참을 이동하고는 얼마 후 건물 밖으로 나가게 된다.

그런데 밖을 나오자 건물 주변에서 이상한 시선들이 느껴진다.

골목, 차 밑, 쓰레기통 주변에서 보이는 눈동자들.

그때 검은 고양이가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그곳에선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다음날 낮.

빌딩을 포위한 경찰의 모습이 보이고, 건물 상공에도 비행물체들이 사방을 에워싸고 있다.

고공에 있는 방송용 비행물체에서 실시간 중계를 하는 남자가 뭐가를 이야기하고 있고, 카메라는 빌딩의 꼭대기를 비춘다.

같은 복장의 여자들이 꽤 많이 보인다.

카메라가 확대되자, 여자들의 외모가 같다는 것이 확인된다.

그리고 여자들 중 한명이 카메라를 향해 저격용 총을 겨눈다.

곧 번쩍하더니 화면이 노이즈를 만들고는 곧 꺼진다.

하나의 에피소드는 이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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