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83 전생 만화왕-301화 (301/425)

데빌 바이러스 (3)

도쿄 시내의 큰 서점.

서점을 찾은 젊은 남자가 매장의 여직원에게 물었다.

“저기 오늘 소년 히어로 나오지 않았어요?”

“죄송합니다. 아까 다 팔려서 새로 주문했어요. 내일 오후쯤에 책이 들어온다고 하니까 그때 오시겠어요?”

“어? 여기도요?”

젊은 남자가 머리를 갸웃거렸다.

벌써 세 번째 서점에서 똑같은 말을 들어서다.

“이상하네? 오늘 가는 곳마다 소년 히어로만 없으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던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서점을 빠져 나갔다.

“또 찾아 주세요.”

나가는 남자에게 그렇게 말한 여직원이 몸을 돌렸다. 그러자 다른 여직원이 다가와 물었다.

“벌써 저런 손님 여러 번이지?”

“네. 꽤 많았어요.”

“방금 말하는 거 보니까 다른 서점도 책이 없는 모양인데.”

“그런가봐요. 아까 온 손님도 저렇게 말했으니까.”

“그럼 아침에 온 그 사람들이 다른 서점에서도 소년 히어로만 몽땅 사갔다는 거네. 도대체 그 사람들 정체가 뭐지?”

“베스트셀러 만든다고 일부러 같은 출판사 직원들이 사가는 거 아닐까요?”

그 말에 다른 여직원이 팔짱을 끼며 머리를 가로저었다.

“이게 무슨 일반 책도 아닌데 무슨. 그런 짓은 별로 의미가 없어. 잡지니까.”

“그럼 그 사람들 정체는 뭐죠?”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니?”

그렇게 모여 이야기하는 그때 누군가 그들에게 소리쳤다.

“모여서 뭐하는 거야? 얼른 여기로 와서 정리하는 거 도와줘!”

“아, 네!”

“네!”

그렇게 대답하며 여직원들이 우르르 뛰어갔다.

*

직원 몇 명이 잔뜩 쌓여있는 엽서들을 중 적당한 양을 골라내고 있다. 그리고 한쪽에선 그 엽서들에 적힌 것들을 일일이 손으로 적어간다.

바로 앙케이트 조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앙케이트를 조사하던 직원 중 한명이 머리를 갸웃거렸다.

“어, 의외네?”

“왜?”

“이번에 연재를 시작한 ‘데빌 바이러스’ 말이야. 생각보다 엽서에 이름이 많이 올라왔어. 생각보다 인기가 좋아.”

같이 엽서를 살피던 직원도 머리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내가 보는 엽서들도 그래. 하지만, 뭐 그만큼 독자들도 좋아했다는 거 아닐까? 나도 꽤 재밌게 봤고.”

“그거야 그렇긴 한데······.”

처음 말을 꺼냈던 직원이 머리를 긁적이며 갸웃거렸다.

“또 왜?”

“그게 말이야. 3작품을 골라야 하는 게 앙케이트잖아.”

“그런데?”

“뭔가 이상하단 말이야.”

“······뭔 소리야? 또 뭐가 이상해?”

“그게······. 지금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는 머신건 잭이 없단 말이지.”

“없다니?”

“데빌 바이러스가 첫 번째로 적혀있는 엽서엔 머신건 잭이 없다고.”

그 말에 깜짝 놀란 동료직원이 방금 골랐던 엽서들을 뒤적거리며 다시 살펴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어? 정말이네? 뭐, 가끔 있는 것도 있기는 한데, 거의 없는 편이고. 그나마 머신건 잭이 가장 먼저 적혀있는 엽서엔 데빌 바이러스가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는데.”

“이상하지?”

“그러게. 많이 이상하네.”

그때 근처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던 직원 하나가 입을 열었다.

“어? 그러보니 며칠 전에 도쿄 내에 있던 큰 서점 몇 군데에서 당일 책들이 몽땅 팔린 일이 있었는데.”

“아, 그거 들었어. 느닷없이 책이 모두 소진되었다고 책 보내달라고 하던 서점들 말이지?”

“맞아. 그런데 그거,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 여럿이 들이닥쳐서 진열되어 있던 소년 히어로를 몽땅 쓸어갔다고 하더라고.”

“뭐? 검은 양복? 근처 장례식장 사람들이 단체로 잡지를 사가기라고 했데?”

“그게 아니라 다 젊은 사람들이었다더라고. 뭐랄까 그런 사람들이 단체로 들어오니까 눈에 확 뛰더래.”

“와, 상상만 해도 엄청나게 위압감 들었겠다. 그런데 그 얘기 진짜야? 거짓말 같은데.”

“진짜라니까, 거기서 일하는 직원에게 직접 들었대.”

“햐, 별일이네, 별일이야.”

“나도 그거 처음 듣고 뭔 헛소린가 했거든. 잡지를 몽땅, 그것도 우리 잡지만 가져갔다기에 어디 돈 많은 정신병자의 짓인가 했다니까.”

그 말을 들은 직원 하나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돈 많은 정신병자 그거 말 된다.”

“그래.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되잖아.”

“아무튼 별난 인간들이 다 있다니까.”

그렇게 모여 떠드는 그 이야기를 들은 야지마가 머리를 갸웃 거렸다.

“돈 많은 정신병자라······. 데빌 바이러스······.”

잠시 인상을 쓰다가 곧 어깨를 으쓱했다.

“나야말로 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그렇게 말하며 그냥 웃고 말았다.

*

커다란 저택의 잔디마당.

그곳 중앙에 놓여있는 하얀색의 원형 테이블과 의자.

거기에 한 여자가 하얀색의 원피스와 코트를 입고서 우아한 자세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녀가 그리고 있는 것은 만화.

하얀 백지의 원고에 연필 데생도 없이 펜으로 열심히 손을 놀리고 있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고고하면서도 품위가 넘쳐 보인다.

그녀의 정체는 바로 데빌 바이러스의 만화가인 이즈미였다.

평소에도 그녀는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했다.

그런 그녀를 근처에서 지켜보던 양복차림의 노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가씨, 날도 추운데 이만 들어가세요. 그러다가 감기라도 걸리시면.”

“괜찮아요, 구로다. 오늘은 햇볕이 따듯해서 그림 그리기 딱 좋으니까. 뭐 눈이 좀 부시긴 하지만 이런 자연광을 쐬며 그리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이즈미가 정말 편안해 보이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지만, 노인은 여전히 걱정스럽다는 얼굴이었다.

“그럼, 장갑만이라도······.”

“장갑을 끼면 감각이 무뎌져서 곤란해요.”

“하지만 아가씨······.”

“괜찮다니까. 그보다 차는······?”

그때 메이드 차림의 여자가 쟁반에 찻주전자와 잔을 가지고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이즈미 앞에 잔을 내려놓고는 조심스럽게 차를 따른다.

그리고 차를 다 따른 다른 인사를 하고는 돌아서서 다시 종종걸음으로 돌아갔다.

곧장 이즈미는 찻잔을 들어 다소곳하게 마시고는 머리를 끄덕였다.

“오늘은 차 맛도 일품이고, 컨디션도 좋아서 이야기가 잘 풀릴 것 같아요.”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다행이긴 합니다만.”

“구로다는 걱정이 너무 많아요.”

“죄송합니다, 아가씨. 저는 그저.”

“알아요, 알아. 죽은 오빠 때문이라는 걸.”

“······.”

“하지만, 난 오빠랑은 달라요. 구로다도 알잖아요.”

“네. 그렇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노인이 희미하게 웃었다.

그때 이즈미가 뭔가 떠올랐는지 그리던 것을 멈추고는 살짝 고개를 돌려 노인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 참, 구로다.”

“네, 아가씨. 말씀하세요.”

“그거 어떻게 되었어요?”

이즈미의 질문에 잠시 생각하던 노인이 뭔가를 떠올리고는 곧바로 대답했다.

“앙케이트 말씀이십니까?”

“그래요.”

“제가 지금 확인해 보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렇게 말한 비서노인이 근처 테이블에 놓여있던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얼마 전에 구입한 신형 무선전화기로 벽돌보다는 조금 작은 크기다.

하지만 그 가격은 보통 회사원의 몇 달치 월급과 맞먹을 정도의 고가다.

그것을 조심스럽게 들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통화를 하던 노인이 곧 전화를 끊고는 잠시 머뭇거렸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어요?”

이즈미가 마치 별로 관심 없다는 듯 그림을 계속 그리며 넌지시 물었지만, 노인은 금방 대답하지 못했다.

“구로다. 어서요.”

“아, 네. 아가씨.”

놀란 노인이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가서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아쉽게도 3표차이로 2위라고 합니다.”

그 말에 빠르게 움직이던 여자의 펜이 멈칫했다.

“3표차······.”

그렇게 중얼거린 이즈미의 이마에 아주 잠깐 핏대가 나타났다가 빠르게 사라졌다.

곧장 표정 관리를 하던 그녀가 다시 미소를 지었다.

“아직은 독자들이 내 만화의 대단함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네요.”

“그렇습니다, 아가씨. 이제 겨우 1화잖습니까. 곧 1위를 차지하게 될 겁니다.”

“구로다.”

“네?”

“구로다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1위에 집착하는 거 같잖아요.”

“아, 죄송합니다. 아가씨. 이 늙은이의 입에서 헛소리가 나온 모양입니다.”

“아니에요, 구로다. 누구나 실수는 하는 거니까.”

그렇게 말하며 다시 손을 빠르게 움직이며 원고를 채워나갔다.

“감사합니다. 아가씨.”

그렇게 대답하며 노인이 머리를 숙였다.

그때 이즈미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늘은 이만 하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곧장 몸을 홱 돌려 저택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노인은 이즈미가 그리던 그림을 서둘러 정리해 그것을 들고는 그녀를 따라 허둥지둥 뛰어갔다.

*

키도가 놀란 표정으로 크게 소리쳤다.

“뭐? 순위가 3위로 밀려? 그럼 니시다가 2위?”

그 말에 테고시가 손사래를 쳤다.

“아뇨, 에스퍼 존은 4위로 밀렸어요.”

“그럼, 뭐가 2위야?”

“데빌 바이러스요.”

테고시의 말에 키도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그 애송이 아가씨의 만화?”

“네.”

“그게 그렇게 재밌었나? 아니 재밌기는 하지만, 1화로 단숨에 2위?”

그때 다른 어시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대화에 끼어들었다.

“와, 데빌 바이러스가 2위에요?”

“그거 저도 재밌게 보긴 했는데.”

“저도요. 하지만, 2위라니. 그건 좀 의외네요. 저도 상위권일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렇게 단번에 2위까지 올라갈 거라고는 예상 못했는데.”

어시들도 대부분 데빌 바이러스가 재미있다는 사실에는 동의했지만 순위가 생각보다 높게 나왔다는 사실에 놀라는 분위기였다.

“저거 봐. 애들도 저렇게 말하잖아. 그리고 최근 진심의 남자의 인기가 얼마나 좋은데, 솔직히 요즘은 내가 생각해도 이야기 귀신에 쓰인 것 같이 재밌다고.”

그런 자화자찬에도 테고시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만큼 최근의 키도 만화는 엄청나게 재미가 있었으니까.

진심의 남자 새로운 에피소드는 그 때문에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었다. 드라마도 제작에 들어간 상태고, 애니도 새로운 에피소드가 곧 방영될 예정이라 조만간 인기가 더 오를 것이 분명했다.

아무튼 그런 진심의 남자를 첫 화에서 눌렀으니 키도가 충격을 받은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써니랑은 몇 표 차이야?”

“아마 3표인가 4표 차이 일걸요?”

“뭐? 그렇게 아슬아슬 했다고?”

“네.”

“허.”

키도가 어이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요즘 독자들 취향이라는 건가? 예전이랑 너무 다른데.”

“글쎄요. 편집부에서도 이것 때문에 말이 좀 있었거든요.”

“정말인가?”

“네. 거기다가 독자엽서에서도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는 얘기도 있고.”

“이상한 점이라니?”

“이상하다고 해도 특별히 문제될 건 없는데······.”

“······?”

키도가 눈을 부릅뜬 채로 바라보자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테고시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앙케이트 담당에게 들은 건데요······.”

그렇게 말하며 그들이 했던 대화를 이야기 해줬다.

그리고 그 얘기를 듣고 난 키도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흐음. 그럼 누군가 책을 대량으로 구입해 앙케이트를 조작했을 수도 있다는 말이군.”

“아뇨, 꼭 그렇다는 건 아니고요.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정도······.”

“그러니까, 조작을 의심하고 있다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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