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83 전생 만화왕-268화 (268/425)
  • 유명해지면 피곤하다 (2)

    내가 미쯔다 사장의 조카랑 미래를 약속했다니.

    그보다 미쯔다 사장의 조카는 또 누구고.

    이 시대에도 이렇게 사람을 궁지에 몰려는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는 모양인건가.

    어이가 없어 웃었더니, 그런 날 미네가 묘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왜요?”

    내가 그런 그녀에게 물었더니 대답 없이 계속 날 바라보던 미네가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왜 저래?

    그런 내 표정을 읽었는지 금방 이유를 말해준다.

    “저도 솔직히 긴가민가했거든요.”

    “그 기사가 사실일지도 모른다?”

    “네. 그런데 윤환 씨 표정을 보니까, 아닌 것 같기는 하네요.”

    미네가 그렇게 말하며 느긋하게 팔짱을 꼈다.

    표정만 보고 눈치를 챈 건 대단하긴 하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한 겁니까? 나 일본에 몇 번 가지도 않았는데. 여자를 만날 시간도 별로 없었으니까요.”

    “진짜 미쯔다 사장의 조카가 누군지 모른다는 거예요?”

    이 여자가 왜 자꾸 헛소리를 하고 그러지?

    “그러니까, 미쯔다쇼텐의 사장님도 만난 적이 없는데, 그분 조카를 어떻게 소개를 받냐고요.”

    “진짜 모르나보네?”

    진짜 놀랐다는 듯 과장 섞인 제스처를 한다.

    이 여자가 진짜.

    그보다 내가 왜 변명까지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고 이 상황도 마음에 안 든다.

    “가짜뉴스 알려주고 추궁할 거면 돌아가든가요.”

    이맛살을 잔뜩 구긴 채로 말했는데도 꿈쩍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미네가 머리를 내 쪽으로 쭉 내밀었다.

    뭐야, 이 여자.

    화들짝 놀라 머리를 뒤로 뺐더니, 미네가 씩 웃었다.

    “진짜로 몰랐어요? 이건 정말 예상 밖이네요.”

    “아까 말했잖아요. 애초에 만난 적도 없다니까.”

    “그건 아니죠. 만난 적은 많잖아요. 그런데 윤환 씨 말 대로면 그 정체를 몰랐을 뿐이고.”

    “만난 적 없다니까 그러네.”

    “그 여자 있잖아요. 그 여자. 여기 담당인 아카기 씨보다 더 자주 찾아오는.”

    “······.”

    뭔 소리야?

    하는 생각을 하다가 주춤했다.

    어?

    설마.

    미네가 실실 웃으며 물었다.

    “이제 생각이 났나보네?”

    “······카와다 씨?”

    “딩동댕!”

    “딩동······.”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따라하려다가 멈칫했다.

    “진짜요?”

    “네.”

    “······.”

    “오히려 신기한 건, 저예요. 어떻게 그걸 아직도 모르고 있었던 건지.”

    “진짜 조카라고요? 미쯔다 사장님의?”

    “진짜 제대로 충격 받으셨나보다.”

    그렇게 말하며 미네가 웃었다.

    그런데 묘하게 안심하는 듯한 표정은 뭐지?

    내가 그런 생각을 했을 때, 그녀가 입을 열었다.

    “카와다 미치코, 나이 22세. 미쯔다 히로유키의 누나인 미쯔다 유이, 아니 현재는 카와다 유이죠. 아무튼 그녀의 딸이 바로 카와다 미치코에요.”

    “······그런 것도 알고 있어요?”

    내 질문에 팔짱을 낀 채 어깨를 으쓱하며 자랑스럽다는 표정이 되었다.

    “이런 건 기본이죠.”

    “그거 범죄 아닌가?”

    그 말에 미네가 버럭했다.

    “아니거든요! 이 정도는. 그냥 정보조사예요. 정보조사.”

    하긴, 탐정도 합법화 된 곳이니,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걸 떠나 나야 뭐, 그런 법에 대해선 잘 모르니까.

    아무튼 정말 미치코가 미쯔다쇼텐 사장의 조카였다니, 전혀 뜻밖이었다.

    아니, 그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다.

    그러니까, 미치코랑 내가 미래를 약속한 사이라고 기사를 썼다는 거잖아.

    이런 미친.

    갑자기 화가 치밀고 동시에 짜증이 솟구친다.

    일본 쓰레기 잡지의 기레기놈들 때문에.

    그러다가 본능적으로 미네를 쳐다봤다.

    그러자 미네가 움찔 하고 놀란다.

    “저랑 그런 놈들을 같이 놓고 보면 곤란해요.”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건가.

    “······.”

    “저는 다르다니까요.”

    “그렇습니까?”

    “자자, 진정하시고 심호흡을 해보세요. 그렇게 흥분하지 말고.”

    “딱히 심호흡을 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내 말에 눈을 크게 뜬 채 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가리키며 말했다.

    “핏대가 빨대같이 굵게 툭 튀어 나왔다니까요. 심호흡. 후, 하.”

    “······.”

    일단 그녀의 말대로 심호흡을 하며 화를 가라앉혔다.

    그런데 이거 임산부가 하는 라마즈호흡 아닌가?

    어쨌건 내 행동에 안심했는지 그녀가 휴 하며 장난스럽게 이마의 땀을 닦는 시늉을 하고는 곧장 내게 말했다.

    “그런데요, 저는 그런 기사를 쓰게 된 이유는 알 것 같은데.”

    “이유요?”

    “네. 잘 생각해보세요. 카와다 씨는 담당인 아카기 씨보다 이곳에 자주 들락거리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소문이 생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죠.”

    생각해보니 그럴 듯하다.

    그건 그렇다 치고.

    “어떻게 그런 것 까지 알고 있는 거죠?”

    “이쪽 기자들이 좀 집요하거든요. 확실한 정보를 기반으로 한 사진과 기사가 있다면 이게 또 꽤 큰돈이 되거든요. 그리고 이쪽 계통엔 저보다 능력 있는 사람들도 많고. 만약 저였다면 소년 히어로 편집부 사람 중 누군가에게 정보를 받았을 거예요. 그리고 그 내용에 상상을 더했을 거고. 제가 생각해도 그 정도 정보라면 이런 예상도 그럴 듯 하거든요.”

    턱을 긁적이며 손가락으로 허공에 그림을 그리며 설명한다.

    팩트 한 스푼에 뇌피셜 두 스푼이라.

    충분히 스토리가 나온다는 건 이해되지만 정작 그 표적이 내가 되니까, 기분이 좋을 리는 없다.

    “그러니까, 그게 쇼킹 스타라는 잡지에서 이번에 나올 기사라는 거군요.”

    “표정이 안 좋으시네요.”

    “좋을 이유가 있습니까? 그렇게 헛소문을 당당하게 퍼뜨리는데. 막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방법도 모르겠고. 나오기 전에 압력을 넣을 힘도 없고. 고소하면 더 이슈가 될지도 모르고. 그래서 좀 답답하기는 하네요.”

    “흐음. 그렇다면 저에게 제대로 한 턱 내셔야겠는데요?”

    “네?”

    “제가 그 기사 막았거든요.”

    “······막아요?”

    “네. 아까 제가 말씀드렸죠. 이쪽에서 발이 좀 넓다고.”

    “······?”

    어리둥절한 반응에 다시 한숨을 쉬던 미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튼 그 기사는 제가 미리 막아 두었어요. 그러니까 기사로 나오는 일은 없을 거예요.”

    “어떻게요.”

    “뭐, 적당히 조사 중이던 기사 하나랑 교환······, 뭐 그런 건 어찌되었건 제가 막았으니까 밥이나 한번 사세요.”

    별일 아니라는 듯 손을 휘적거리며 말했다.

    그런 그녀를 잠시 빤히 바라봤다.

    “왜······ 그렇게 보세요?”

    “저야, 고맙기는 한데, 왜 이렇게까지 도와주는 겁니까? 혹시 가족일 때문이라면,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어요. 저에게도 이익인 일이니까요.”

    “뭐, 꼭 그것만은 아니에요. 사실은······.”

    그때 미네가 내 뒤쪽을 보며 깜짝 놀란다.

    뭔 일인가 싶어서 돌아봤더니, 거실 창을 빠끔히 열고 몇 명이 이쪽을 기웃거리는 것이 보인다. 선두엔 당연히 경희였고.

    그 모습을 본 미네가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작게 말하며 손을 흔들자 저쪽에서도 경희가 웃으며 손을 신나게 흔든다.

    입모양을 보니 ‘반갑습니다.’하고 있다.

    쟤는 너무 친화력이 높아서 문제다.

    “어머, 저분 써니 작가님 아니세요?”

    일본에서 사진을 찍은 경험도 있고, 사진을 몇 번이고 봤을 테니 선희의 얼굴을 기억하나보다.

    하지만 아직 우리가족에 대한 정보가 완전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선희랑 경희가 쌍둥이인 걸 모르는 걸 보니까.

    “쟤는 써니의 쌍둥이 동생이에요.”

    “네? 정말이에요?”

    그렇게 말하며 놀라워한다.

    돌아보니 경희는 여전히 손을 흔들고 있고, 다른 어시들은 벌써 안으로 들어가 버렸는지 보이지 않는다.

    “확실히 써니 선생님과는 얼굴이 같긴 한데, 뭔가 다른 느낌이긴 하네요.”

    “맞아요. 얼굴만 같지 성격은 완전히 다르죠.”

    “쌍둥이 여동생들이군요. 혹시 형제가 또 있어요?”

    “누나가 한 명 더 있죠.”

    “형제가 많으시네요. 재미있으시겠어요.”

    그렇게 말하더니 곧 자신의 손목시계를 내려다본다.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저도 아까 공항에 도착한 터라 피곤해서.”

    “아, 네. 그러시군요. 아무튼 이번일은 고마워요.”

    내 말에 미네가 뒷걸음치면서 웃는다.

    “허술하시네. 그거 거짓말 일수도 있잖아요. 진짜 기사로 나오지 않는다면 증거도 없는데.”

    “거짓말 같지는 않네요.”

    “나, 월간 루머 기자에요. 사람들에게 믿음을 줄만한 사람도 아닌데.”

    “······.”

    “그럼 갈게요.”

    그렇게 말하며 돌아서려할 때 문득 떠오른 것이 있어서 그녀를 불렀다.

    “아, 잠깐만요.”

    “네?”

    “아까 뭔가 더 이야기 하려고 하다가 말았던 것 같은데.”

    “아, 그거요?”

    “네.”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곧장 멀어진다.

    뭐야?

    *

    며칠 후.

    “카와다 씨, 저기 물어볼 게 있는데.”

    내 말에 파시엔시아와 절망의 페르소나 원고를 받으러 왔던 미치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데요?”

    “혹시 미쯔다쇼텐 사장님의 조카입니까?”

    작게 속삭이듯 물었더니 미치코가 움찔하며 놀란다.

    정말이구나.

    과연 파파라치 기자.

    “어떻게 아셨어요? 설마 아카기 선배가······.”

    “아뇨. 아카기 씨는 아무 말도 안했어요. 제가 아는 잡지 기자가 있는데, 그 사람이 그러더라고요.”

    그때 우리 이야기를 들었는지 경희가 끼어들었다.

    “어? 그 야시시 기자.”

    “야시시요? 그게 뭐에요?”

    “그게요, 월간루머라고 되게 야시시한 잡지가 있는데요, 혹시 아세요?”

    “네. 알죠.”

    “어머, 망측해라.”

    그렇게 말하며 발을 동동 구르며 호들갑을 떤다. 그러더니 곧장 입을 가리고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거기 기자가 있는데, 며칠 전에 여기 오빠를 찾아 왔었거든요.”

    “네? 정말요?”

    깜짝 놀란 미치코가 뭘 생각했는지 눈이 초승달로 변해있다. 그리고는 은근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어머, 텐겐 선생님, 혹시 그라비아 아이돌이랑 사귀시는 거예요? 어머 어째, 어머머.”

    얼씨구.

    혼자 좋아 죽네, 죽어.

    아무튼 그런 반응에 다시 경희가 폭탄을 잔뜩 짊어지고 뛰어들었다.

    “어머, 오빠, 거기 야시시한 사진 속 모델이랑도 무슨 관계가 있는 거였어?”

    “역시 그러시군요.”

    헛소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는 눈덩이처럼 자꾸만 불어난다.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이것들이 정말.

    “둘 다 말도 안 되는 소리는 그만하고!”

    “네.”

    “넹.”

    내가 정색하고 말했더니 두 사람 다 곧장 뻣뻣해진다.

    그런데 미치코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손뼉을 쳤다.

    “월간 루머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설마.

    “이름이 뭔데요.”

    “미네 아츠코요. 저보다 두 살 많은 언니인데, 저랑 친해요.”

    “미네 씨랑 아는 사이에요?”

    “어머, 텐겐 선생님도 아세요?”

    “네, 방금 말한 제가 아는 사람이 미네 씨거든요.”

    “와, 신기한 인연이네.”

    “그 야시시 언니랑 카와다 씨랑 친한 사이였구나.”

    “야시시라니, 그 언니가 들었으면 무슨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네요.”

    어쩐지······.

    미치코에 대해 너무 잘 알더라니.

    원래 친분이 있었던 사이였군.

    아, 그러고 보니, 그 기사를 막은 이유도 그거였구나.

    그녀가 하려다 만 이야기라 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카와다 씨랑 오래전부터 그 야시시 언니랑 친했어요?”

    “친해진 건 얼마 되지 않았어요. 공항에서 몇 번 부딪쳤었는데 한번은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앉았거든요. 우연하게 알게 된 거예요.”

    “와, 그렇게도 친해지는구나.”

    경희가 미치코의 이야기를 들으며 즐거워한다.

    뭔가 그 여자 직업상 우연이 아닐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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