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83 전생 만화왕-209화 (209/425)
  • 콜라보 (6)

    지로의 말에 깜짝 놀랐다.

    드래곤볼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삼사라와 다크 프린세스의 단행본 판매량이 늘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까.

    하지만 금방 알 것 같았다.

    아무래도 드래곤볼의 영향이 컸던 모양이다.

    - 지금 전국서점에서 단행본을 추가로 보내달라는 요청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지금 인쇄공장이 쉬질 못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서 다른 인쇄소에 외주를 주고 있을 정돕니다.

    “그 정도에요?”

    - 네. 일단 달라는 곳이 많은 것도 있지만, 원래 저희와 협력하는 인쇄공장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요.

    그럼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는 건가?

    그렇다고 해도 놀라운 일이기는 하지만.

    - 잘은 모르지만 권당 10만부씩 이상은 더 찍어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도 지금으로서는 최소로 잡은 겁니다.

    “······.”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다.

    단번에 권당 10만부씩 늘어버린다면 도대체 얼마야?

    이미 삼사라의 경우 권당 평균 30만부를 훌쩍 넘은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최소 10만부 이상이 더 추가된다는 건······.

    도대체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인 거지?

    이쯤 되면 어시들 보너스라도 좀 줘야 할 것 같은데.

    혼자 그렇게 생각에 빠져있는데, 여전히 전화기에선 지로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지금 소년 히어로도 판매량이 급증해서 추가 증쇄에 들어갔습니다. 이 때문에 출판사 전체에서 난리입니다. 누군가는 ‘칼파나현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구요.

    지로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 물었다.

    “칼파나······ 현상요?”

    - 네. 드래곤볼이라는 만화에 등장한 칼파나의 매력이 상당해서 생긴 말 같습니다. 거기다가 이번에 나온 드래곤볼 편에선 손오공과의 액션이 화제가 되는 바람에 덩달아 관련 상품들이 팔려나가고 있으니까요. 덕분에 얼마 전에 나온 삼사라 OVA도 추가주문이 늘어서 그 파급력이 상당한 모양입니다.

    역시 역대급 만화의 위용이다.

    물론 아직은 전설급 만화로서 인기를 폭발시킨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정도라니.

    어느 정도는 삼사라 인기에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예상을 훨씬 넘어버렸다.

    마치 달리는 호랑이에게 얼떨결에 탄 기분이다.

    - 아, 그리고 이건 제 의견입니다만.

    “······?”

    - 예전에 써니 작가님이 코미케에서 판매했었던 그 설정집말입니다. 그거 때문에 떠올린 건데, 써니 작가님 평소에도 연습장에 일러스트 많이 그리고 계시지 않습니까? 상당히 많은 걸로 아는데.

    “맞아요.”

    물론 선희, 본인은 낙서라고 하지만, 누구도 그걸 낙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지금 지로는 바로 그 그림들을 말하는 거다.

    - 그걸, 책자로 만들어 판매하면 어떨까해서요. 물론 많이 판매될 거라고 예상할 수는 없으니까, 고급책자로 만들어 대충 3천권 안팎으로 인쇄해보면 어떨까해서요. 3천권이면 대충 수입이 나올 수 있는 권수니까 손해도 없고요. 일종의 이벤트긴 하지만 써니 작가님에 대한 관심을 올릴 수 있는 기회기도 하고요. 제가 담당으로서 늘 아쉬운 게 써니 작가님의 재능이 삼사라와 파시엔시아, 그리고 다크 프린세스만으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것같아서요.

    “그건 저도 괜찮은 것 같아요.”

    솔직히 저런 고퀄의 그림이 화실 안에서 썩고 있다는 게 평소에도 아쉽게 느껴지고 있었는데, 지로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평소에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참에 선희에 대한 이미지를 좀 더 각인 시킬 필요도 있을 테고.

    물론 일반인들에게 어필하기는 힘들지 모르지만, 앞으로 미래까지 생각한다면 분명히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지금도 물론 선희에게 영향을 받은 신인만화가들이 제법 등단하는 모양이긴 하지만, 앞으로 미래에도 수많은 만화가 지망생들에게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니까.

    이런 기회에 이런 책자들을 많이 만들어 두는 것도 나중에 선희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일단 일러스트 책자 문제는 선희랑 이야기를 해보고 결정하도록 하죠.”

    - 네, 알겠습니다. 급한 건 아니니까, 충분히 검토해보시고 연락주세요.

    “네.”

    지로와의 통화를 끝내고 선희에게로 다가갔다.

    그러자 선희는 머리를 숙인 채로 묻지도 않았는데 대답했다.

    “나도 좋아.”

    “통화내용 들었냐?”

    “응. 연습장에 그린 낙서들 맞지?”

    녀석, 귀도 밝아.

    “하지만 낙서는 아니지. 아무튼 그거는 맞아. 아무튼 그럼 너는 동의하는 거고?”

    “응.”

    선희가 머리를 끄덕인다.

    그때 박수미가 작업을 멈추고 내게 물었다.

    “엿들어서 죄송한데요, 저기 칼파나현상이 뭐예요?”

    “아, 맞다. 나도 그거 들었는데. 궁금해요.”

    어시들이 모두 칼파나현상에 대한 말은 들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대부분이 눈을 반짝거리며 날 쳐다본다.

    “칼파나가 드래곤볼에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단행본, OVA들의 판매가 늘어서 그런 모양이에요. 그리고······.”

    지로에게 들었던 구체적인 부분까지 다 세세하게 설명했다. 그러자 어시들의 반응이 뜨겁다.

    “이거, 설마 권당 50만부 고지까지 올라가는 거 아니에요?”

    “들어보니까, 가능성이 높은 것 같은데.”

    “막 두근두근해요. 아, 하지만······ 이거 자랑하고 싶은데, 할 데가 없다는 게 참 아쉽네요.”

    “자랑하면 되는 거지.”

    “언니는 참, 누가 믿어줘야 하지.”

    “하긴, 나도 그렇기는 하다. 우리 엄마는 그냥 내가 돈 잘 벌어 온다고 그것만 좋아하던데.”

    “너도나도. 우리엄마도 그래.”

    그때 성준희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끼리 좋아하면 되죠. 안 그래요?”

    “그건 그렇죠.”

    그렇게 어시들이 흥분하며 즐거워한다.

    곁에서 만족한 듯 머리를 끄덕이던 실버가 어쩐 일인지 갑자기 급 정색하며 말했다.

    “파시엔시아는 또 찬바람인가?”

    “파시엔시아도 20만부가 넘었는데, 무슨 찬바람이라는 거예요?”

    “상대적인 거잖아, 상대적인 거. 내가 가난하다고 느끼지 않아도 부자랑 같이 있으면 가난하게 느껴지는 거.”

    “무슨 배부른 소리를 하는 거예요?”

    “사람이란 그런 존재라고. 만족을 모른다, 이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툴툴거린다.

    저 인간이 말은 저렇게 해도,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다.

    그때 정미자가 내게 물었다.

    “그나저나 이번 점프는 언제 와요?”

    “내일이나 모레쯤엔 올 거예요.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리는 거니까.”

    “빨리 보고 싶네요.”

    “저도요.”

    * * *

    콰앙!

    충격에 뒤로 쭉 밀려난 칼파나가 얼굴을 찌푸린다. 그리고 곧바로 자세를 바로 하더니 웃으며 말한다.

    [꼬마 주제에 제법이네.]

    [당신도 대단해. 너무 강해. 그래서 너무 즐거워.]

    [이거야, 워. 저런 꼬마한테 겨우 인정받을 정도인 건가?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네.]

    [나도 기분 좋아!]

    손오공이 팔짝거리며 흥분한 모습을 보고는 칼파나가 피식 웃었다.

    [꼬마, 이름이 뭐냐?]

    [오공, 손오공이야!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

    [난 칼파나다.]

    손오공이 머리를 갸웃했다.

    [이름이 이상해!]

    [네가 더 이상하거든!]

    [그런가?]

    [······.]

    [이젠 결판 내 보자.]

    [나도 그러고 싶다만, 지금은 바쁘다. 아까 그 녀석을 쫓아가야해서.]

    [그래? 아쉽다.]

    [그럼 다음에 또 기회가 있으면 보자. 그때 결판을 내보자고.]

    손오공이 머리를 끄덕인다.

    [좋아!]

    손오공의 대답을 들은 칼파나가 만족한 표정을 짓더니 곧바로 몸을 공중으로 띄운다. 그곳을 보며 손오공은 손을 흔든다.

    그렇게 둘의 전투는 마무리가 되었다.

    무대는 방금까지 치러진 전투로 인해 엉망진창이 되어있었고, 구경하던 사람들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마지막 페이지가 끝이 난다.

    “와, 이거 진짜 재밌네. 이대로 끝나는 게 너무 아쉬워.”

    “그러게. 칼파나의 전투 정말 대단했는데. 손오공의 재치도 좋았고.”

    “이제까지 본신의 힘으로 싸우는 대회에서 굉장한 아이템으로 무장한 칼파나의 화려한 공격을 보니까, 몰입감이 굉장하더라고.”

    “드래곤볼 끝나고 뒤에 추가로 그려진 작가의 이야기에서 그러던데, 전투부분 네임은 써니가 직접 그린 거라더라. 그거 보고 엄청 놀랬어. 이제까지 삼사라나 다크 프린세스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라 눈치도 못 챘는데.”

    “난 그냥 토리야마 아키라가 직접 그린 줄 알았어. 너무 자연스러웠으니까. 그래서 써니의 네임을 대충 자신의 스타일로 바꿨겠거니 했는데, 진짜 네임을 보고나니까, 말이 안 나오더라.”

    “아마 이번 편 본 사람들 대부분 그렇게 생각했을 걸?”

    카페에 모인 삼사라연구회 사람들이 각자 점프를 보면서 시끄럽게 떠들었다.

    “그런데 오늘 카페 사람들 평소보다 더 많은 것 같던데?”

    “아, 아까 화장실 가면서 보니까, 저쪽 테이블에 모인 사람들도 전부 드래곤볼 이야기로 시끌벅적 하더라고.”

    “요즘 애들이 더 난리야. 내 동생은 학교에서 남자애들 모이면 다 드래곤볼 얘기만 한다더라고. 그만큼 지금 인기가 폭발중이래. 거기다 칼파나의 인기는 뭐 난리도 아니고.”

    “하긴, 드래곤볼에서 등장한 칼파나의 섹시한 느낌은 정말 놀라우니까.”

    그 와중에 다시 소년점프를 다시 뒤적거리며 가장 멋지게 등장한 칼파나의 그림을 들여다보는 사람도 있다.

    “와, 진짜 매력이 넘친다, 넘쳐. 드래곤볼에서 등장하니까 더 예쁜 것 같아.”

    “토리야마가 개인적 취향이 반영된 탓이겠지.”

    “하긴. 조금 그런 냄새가 나긴 한다.”

    “그나저나 칼파나 브로마이드는 또 안 나오나?”

    “안 그래도 소년 히어로 쪽에 문의를 해봤는데, 아직 계획은 없다더라.”

    “너 바보 아니냐? 지금 다크 프린세스가 연재중인 빅 히어로 쪽에 전화를 걸었어야지.”

    “아, 그런가?”

    “이것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며칠 후에 아카기 씨, 모임에 참석하신다고 했잖아. 그때 물어보면 되지.”

    “아, 잊고 있었네.”

    그때 그들이 모여 있는 테이블로 남자 한명이 다가왔다.

    “야, 넌 왜 이제와? 20분 늦었으니까, 200엔 벌금 내.”

    “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저 녀석, 이렇게 또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거 봐. 이번엔 안 돼. 무조건 200엔.”

    “지금 저기 앞 서점에 붙어있는 거 봤어?”

    “빨리 내 놓고 이야기 해.”

    “젠장, 알았다, 알았어. 인간들이 인정사정없어.”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100엔짜리 동전을 두 개 꺼내놓고 다시 입을 열었다.

    “좋아. 이제 말해봐.”

    “써니의 일러스트집이 나올 거라는 홍보 포스터가 붙어있더라니까.”

    “뭐?”

    “진짜?!”

    “정말!!”

    “언제 나오는데?! 빨리 말해봐!”

    “일단 발매일은 보름에서 한 달 정도래. 그래서 미리 주문예약을 해 두었지.”

    “왜?”

    “오기 전에 출판사에 전화했더니 초판부로 3천부를 생각하고 있다더라고. 그래서 미리 예약을 걸어 둔거야. 미리 선금내고 이렇게 영수증도 받아왔지.”

    그렇게 말하며 조그마한 종이를 살랑살랑 흔들어댔다.

    그러자 테이블 주위에 앉아있던 연구회사람들이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젠장, 그걸 왜 이제 얘기해? 배신자 녀석.”

    “넌 벌금 2만 엔이다!”

    “뭐? 그런 게 어디 있어!”

    “배신자의 벌금으로는 치고는 싼 거지. 비켜 임마!”

    그렇게 말하며 그를 밀치고는 단체로 우르르 나가기 시작했다.

    “2만 엔이라고! 너무하네!”

    그렇게 말하며 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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