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83 전생 만화왕-132화 (132/425)
  • < 톱을 노려라! (4) >

    “축구는 역시 브라질이지. 지구 최강의 축구국가 대표 팀이잖아.”

    “무슨 소리! 프로축구 리그는 당연히 유럽이야.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선수들도 결국 유럽리그에서 뛰는 게 그들의 꿈인 거고.”

    “브라질이라니까.”

    “아니거든. 유럽이거든.”

    까까머리 일본 중학교 아이들이 교실에서 서로 패가 나뉘어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여자애들이 수군거린다.

    “쟤들 지금 축구로 싸우는 거야?”

    “아니, 만화로 싸우는 모양이던데?”

    “만화? 지금 브라질이 어쩌고, 유럽이 어쩌고 하던데?”

    “자세히는 모르는데, 캡틴 츠바사랑 파시······뭐라고 하는 만화를 좋아하는 애들의 파벌이 나뉜 거래.”

    “칫, 바보 같아.”

    “그러니까. 원래 남자애들은 바보잖아.”

    “맞아.”

    여자애들이 킥킥거리며 수군거리고 있는 와중에도 아이들은 서로의 생각을 상대에게 강요하느라 바쁘다.

    “세계 최강의 브라질 축구 몰라? 축구의 신, 펠레야, 펠레. 월드컵 최강팀은 당연히 브라질이지.”

    “리그는 유럽이 최고잖아. 그리고 앞으로는 스페인리그가 대세가 될 거야. 세계 최고의 선수는 거기에 있을 거라고.”

    “헛소리 하지 마!”

    “헛소리를 하는 건 너지!”

    남자아이들이 소리를 지르고 있던 그때 한 남자아이가 반으로 묵직한 만화잡지책을 들고 뛰어 들어온다.

    “빌렸어! 빌렸어! 오늘 나온 거.”

    자신이 들고 있던 잡지를 흔들자 모두의 시선이 몰린다.

    “정말?”

    “진짜냐?!”

    한참동안 서로 다투던 아이들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순식간에 방금 들어온 아이에게 몰려들었다.

    “같이 봐. 같이.”

    “밀지 마.”

    “안 보여!”

    들어온 아이가 자신의 책상에 앉자마자 주변으로 남자아이들이 몰려들자, 근처에 있던 여자애들이 놀라서 흩어진다.

    “아. 진짜! 바보들!”

    “멍청이들!”

    “짜증나!”

    여자애들이 투덜거리며 한쪽으로 물러나자 그 주변에 몰려든 남자애들이 만화책을 보려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만화책 한권을 두고 많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몰리자 그 자리는 그야말로 전쟁터가 되어버렸다.

    “다음페이지, 다음페이지!”

    “넘겨! 어서!”

    “나 안 봤어. 넘기지 마! 넘기지 말라고!”

    “야야, 다음 페이지 넘겨, 빨리! 궁금해 죽겠다.”

    “악, 누구야. 여자애처럼 지금 나 꼬집은 놈!”

    “와, 너무 재밌다. 다음 페이지! 빨리!”

    지금 아이들이 몰려들어 읽고 있는 책은 바로 주간소년 히어로였다.

    연재중인 20개의 만화 중에서 최근 이 아이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끌고 있는 만화는 파시엔시아다.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 팀과의 경기에서 켄토의 활약이 시작되는 시점에 끝이 난 터라 책이 나오는 날을 아이들은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바로 신간이 발매되는 날.

    하지만, 배포되는 시간이 늦은 아침인 관계로 하는 수 없이 하교 때 만화를 보겠다는 일념에 빠져 있었다. 학교 앞에 있는 편의점은 그들이 모여 만화를 보는 가장 최적의 장소.

    평소라면 당연히 소년점프 정도만 구입목록에 있을 뿐이지만, 오늘의 경우는 달랐다. 최근 파시엔시아를 좋아하는 남자아이들이 늘어 소년 히어로를 구입하는 비율이 늘어난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모두 학교 마치는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던 그때 다른 반에서 소식이 들려왔다.

    다른 반 녀석 하나가 고의적으로 지각을 하며 책을 구입해 늦게 등교한 모양이었다.

    그것이 알려지자마자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남자아이들이 전쟁을 치렀다.

    하지만 그쪽에서 각반 대표들을 한명씩 보내라는 주문을 했고, 결국 반에서 임의로 뽑은 대표가 가서 책을 받아온 것이다.

    7개의 반이 있는데, 이 반은 그중 세 번째로 책을 받아온 것이다.

    아무튼 책을 가져온 영웅을 중심으로 몰려든 아이들이 야단법석을 떠는 사이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우왓! 골이다!”

    “야! 진짜다! 야, 켄토. 최고다! 역시 츠바사보다 멋져!”

    “멋지긴 한데, 그래도 츠바사보다 멋진 건 아니지.”

    “맞아. 솔직히 실력으로 봐도 츠바사가 한수 위지.”

    “너는 이런 그림을 보고도 그런 헛소리냐? 그림으로 보나 멋짐으로 보나 켄토가 훨씬 대단하지!”

    “내 생각도 그래. 켄토는 진짜 같은데, 츠바사는 만화느낌이잖아.”

    “만화가 만화느낌 나는 게 뭐가 나빠!”

    “누가 나쁘다고 했냐? 켄토가 더 좋다는 뜻이지.”

    “그래도 츠바사에 비하면 애송이지.”

    “애송이? 지금 이 만화를 보고도 그딴 소리야?”

    “재미있는 건 인정하지만, 역시 난 츠바사가 더 좋아.”

    “나도.”

    “흥. 꼬마 녀석들.”

    “누구더러 꼬마래! 죽고 싶냐?”

    “좋아 축구로 승부해 볼까?”

    “점심시간 때 보자!”

    “오케이!”

    만화를 다 보고나자 다시 파벌이 나뉘며 다시 싸움을 시작했다.

    그러자 다음 차례를 기다리던 다른 반 아이가 소리친다.

    “이제 다 본거 맞지?”

    “조금만 기다려. 우리 몇 페이지 놓쳤으니까.”

    “야, 쉬는 시간 끝나간다고. 빨리 봐.”

    “알았어. 알았다고.”

    그리고 잠시 후 다 봤다는 신호를 보내자마자 서둘러 그것을 받아서는 곧장 교실을 빠져나간다.

    그런데 남자아이들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역시 켄토가 최고지!”

    “츠바사엔 못 미친다니까!”

    애들의 모여 말싸움을 시작하자, 여자애들이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찬다.

    “저 바보 무리들.”

    “맞아.”

    “우린, 패션 잡지나 보자. 너 논노 가져왔지?”

    “당연하지. 여기, 짠!”

    여자애 하나가 잡지를 꺼내 펼치자 모두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은 비단 이 중학교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다.

    파시엔시아가 얼마 전 유명 잡지에 최고의 스포츠만화라는 기사에서 소개된 일이 있었다.

    분야별 만화들이 소개되던 와중에 축구 분야에서 캡틴 츠바사와 함께 소개된 것이다.

    기사를 쓴 기자는 캡틴 츠바사의 인기를 이을 수 있는 대단한 만화라고 호평을 했고, 그것을 본 사람들이 소년 히어로에 연재중인 파시엔시아를 찾아보는 일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때에 마침 파시엔시아의 주인공이 소속된 아스코가 강팀 마드리드 유소년 팀과의 경기라는 빅 이벤트가 연재중이라 인기가 폭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덕분에 주간소년 히어로가 오랜만에 다시 완판을 하며 추가 발행을 할 정도로 인기가 올라가고 있었다.

    심지어 경쟁만화잡지사의 편집부에서도 소년 히어로를 구입해 만화를 볼 정도로 최근 파시엔시아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경쟁 출판사중 한곳인 ‘소년 일레븐’에서도 그 때문에 회의가 벌어질 정도였다.

    회의를 주최하는 편집장이 입을 열었다.

    “젠장, 요즘 소년 히어로, 너무 잘 나가는 거 아냐? 갑자기 히트작이 이렇게 많이 쏟아지는 이유가 도대체 뭐야?”

    “특급 신인들이 많아진 것도 특이한 일이지만, 기성인 키도 죠타로가 지금 그곳의 1위를 하며 기세가 오르고 있어요. 뭐, 지금 파시엔시아의 분위기로 보면 1위 자리는 빼앗기겠지만요.”

    “다른 작가들도 대폭 물갈이가 된 모양입니다. 소년 히어로가 아동용 만화에 올인 한다는 건 이제 옛날이야기에요. 지금은 독자 주 연령층이 14세 이상이라고 합니다.”

    “우리도 연령층을 확대해야 하지 않을까?”

    “힘듭니다. 갑자기 연령층에 변화를 주면 오히려 주 독자들만 떨어져나갈 우려가 있어요. 지금 저희 주간 판매부수가 12만부 정도인데, 잘못하면 10만부 아래로 추락할지도 모릅니다.”

    “지금 소년 토부가 어설프게 그 짓을 하다가 얼마 전에 폐간되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최대한 인기 작가는 붙들어두고, 실력자들을 스카우트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토부의 폐간 소식은 이미 이들도 들어 잘 알고 있다.

    아무래도 경쟁사다보니 늘 촉각을 세우고 있던 탓이다.

    아무튼 경쟁사라고는 해도 출판부수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데 폐간이 되어버렸으니 이들도 이 사건으로 인해 마음이 착잡한 상황이었다.

    “그나저나 요즘 신인들 발굴은 잘 되고 있어?”

    편집장의 질문에 직원들의 표정이 좋지 않다.

    “요즘 소년 히어로가 잘나가니까, 그쪽으로 신인들이 몰린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뭐야, 소년점프나 소년매거진으로 안가고?”

    “아뇨. 그쪽은 레벨이 높으니까, 한 단계 낮춰가는 신인들이 대부분이죠. 하지만 그런 B급 신인들의 발길이 그쪽으로 향하고 있고, 실제로 A급 신인 중에서도 삼사라나 진심의 남자를 동경해서 가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아, 진짜. 안 그래도 요즘 미쯔다쇼텐이 너무 잘나간다고 임원 회의 때마다 사장님이 엄청 화를 내신다던데.”

    회의를 주도한 소년 일레븐의 편집장이 한숨을 푹 쉬었다.

    ***

    소년 히어로의 편집부.

    직원 한명이 종이를 들고 소리를 질렀다.

    “앙케이트 결과 나왔어요!”

    그 순간 직원 모두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빨리 줘요! 빨리!”

    “저도요!”

    지금 결과가 가장 궁금한 당사자들이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바로 지로와 테고시.

    직원은 두 사람 쪽으로 서둘러 다가가 종이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두 사람은 긴장된 표정으로 직원이 건네는 A4용지를 받아들고는 서둘러 그것을 펼쳤다.

    그리고 순간 두 사람의 명암이 갈렸다.

    순간 지로가 양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소리를 질렀다.

    “앗싸!”

    당연히 테고시의 표정은 지로와 반대로 절망적이다.

    “······.”

    표차는 20표.

    결국 파시엔시아가 처음으로 1위가 되고 그동안 1위를 한 번도 빼앗기지 않았던 진심의 남자가 2위로 밀려나 버렸다.

    그동안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진심의 남자가 결국 파시엔시아의 빅 이벤트에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때문에 여전히 흥분에 어쩔 줄을 모르는 지로 곁으로 편집부 직원들이 몰려들었다.

    “1위 축하해요!”

    “결국 1위를 차지해 버렸네. 축하합니다!”

    “축하해!”

    “감사합니다.”

    지로는 축하를 건네는 직원들에게 인사하며 흥분한 얼굴로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곧바로 그의 시선이 테고시로 향했다.

    그동안 1위 싸움으로 두 사람은 라이벌 관계가 되어있었다. 히트작을 여러 개 가지고 담당하고 있기는 하지만, 연재 1위를 한 번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 늘 마음속에 남아있는 지로였다.

    그리고 테고시 입장에서도 진심의 남자가 1위를 하고 있음에도, 담당인 키도 선생마저 한수 접어줄 정도의 천재 남매작가들이 아닌가. 때문에 그런 두 사람의 작품을 맡고 있는 지로를 내심 부담스러워 하고 있던 입장이었다.

    그런 와중에 마지막 자존심과도 같았던 1위를 빼앗긴 테고시의 마음이 어떨지 지로도 알 것 같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과 달리 절망하던 테고시는 곧 표정을 고치고 밝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축하합니다. 아카기 씨.”

    “고맙습니다. 테고시 씨.”

    “다음번엔 저희가 반드시 1위를 탈환할 겁니다.”

    역시 기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지로가 웃으며 맞받아 쳤다.

    “지금 파시엔시아가 기세가 강해서 쉽지는 않을 겁니다.”

    “물론 그렇긴 하겠지만······. 아니, 키도 선생님이시라면 반드시 이겨내실 겁니다.”

    “기대 할게요.”

    두 사람이 악수를 하며 눈빛을 교환했다.

    서로를 강렬하게 바라보자 주변에 있던 직원들이 웃었다.

    “와, 살벌하구만. 칼만 안 들었지. 완전 사무라이들의 대결이야.”

    “막 스파크가 튀는 것 같은데?”

    “어휴, 그나저나 우리 선생님은 언제쯤 히트작을 만들어서 저런 싸움을 해볼까나.”

    “나랑 미리 연습해볼래?”

    “관둬. 어쩐지 서글퍼지니까.”

    “그렇겠지?”

    직원들이 그런 대화를 나누며 아쉬워하는 동안 지로와 테고시가 동시에 전화기를 들었다.

    한쪽은 기쁨에 찬 표정, 다른 한쪽은 침울한 얼굴로.

    < 톱을 노려라!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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