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83 전생 만화왕-83화 (83/425)

< 1위 쟁탈전 (2) >

“완판?”

“네.”

“정말 우리 잡지가 발행 4일 만에 완판이 됐다고?”

“네. 그래서 부랴부랴 인쇄기를 돌려 추가로 2만부를 증쇄하고 있답니다.”

“······.”

주간소년 히어로의 편집부 내의 직원들은 잡지가 느닷없이 완판이 되자 그 사건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요즘엔 그나마 좀 나아지긴 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11만부 정도 출간되면 이마저도 제대로 다 판매되지 않아, 다시 반품되거나 곧바로 폐기되는 양

도 제법 되었었다.

하지만 11만부는 편집부의 자존심 같은 것이다.

경쟁 잡지사들이 10만부를 넘지 못하고 있는 곳이 많다보니, 11만부는 절대로 물러설 수 없는 일종의 마지노선 같은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출판부와도 수없이 마찰을 빚어왔다.

출판으로 인한 손실뿐 만아니라 재고 처리비용에 대한 문제 때문이었다.

그랬던 주간소년 히어로가 4일 만에 그 11만부를 완판된 것이다.

듣기론 어떤 지역은 이틀 만에 다 팔린 곳도 있단다.

“무슨 일이지? 역시 키도 선생님의 신작 ‘진심의 남자’ 때문인가?”

“에이, 그건 아니죠. 요즘 반응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제 몇 편 나오지 않았는데, 신작 때문에 갑자기 판매부수가 급등하는 게 말이 됩니까?”

“그럼 다른 이유가 뭔데? 설명 해봐.”

“말도 안 되는 건 요구하지 마세요. 편집장님도 모르는 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그때 근처에 있던 신입이 나선다.

“혹시, 신작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 아닐까요?”

“아직 나오지 않은 신작?”

“네.”

“너. 입사한지 얼마나 됐지?”

“네? 아, 3개월 조금 넘었습니다.”

“야, 방금 연재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진심의 남자가 1위를 위협하고 있어도 정황상 말이 안 된다고 얘기중인데, 뭐? 신작? 그 뭐시냐, 파시엔······.”

“파시엔시아요.”

“그래, 파시엔시아. 아무튼 연재도 시작 하지 않은 만화 때문에 판매부수가 올라간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혹시 기대감 때문에······.”

“에라이!”

선배 편집자의 호통에 신입이 눈알을 굴리며 조용히 자리에 앉아 찌그러진다.

그때 누군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혹시 삼사라 때문은 아니겠지?”

그 말에 몇 명이 살짝 움찔거렸다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바뀐다.

“에이, 그게 말이 돼?”

“맞아요. 솔직히 괜찮은 만화는 맞는데, 순위가 영 아니잖아요. 요즘 계속 10위 근처를 맴돌기만 한다던데. 아키라 같은 작품도 누구나 인정하지만 독

자들에게는 어필이 부족하잖아요. 그런 만화 때문에 판매부수가 갑자기 올라가는 건 좀 이상하지.”

그제야 모두 납득하는 표정이다.

“그래도 삼사라도 참 용하다. 계속 비슷한 순위에 머무르는 걸 보면.”

“그러게요. 잡지랑 성향이 안 맞아서 금방 순위에서 밀려날 줄 알았는데.”

“하긴, 솔직히 점프 같은 곳이었다면 삼사라의 인기는 더 많았을걸? 그만한 퀄리티에 그 정도의 내용이라면.”

“아쉬운 작품이기는 하죠. 뭐 위쪽 분들이 삼사라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얘기도 있던데.”

“그렇겠지 담당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적지 않으니까.”

“어쨌건 아무리 생각해도 삼사라 때문은 아닐 것 같아요.”

“그건 그렇겠지.”

어쨌건 잡지가 더 많이 팔린다는 건 고무적인 일인 것만은 틀림없었다.

그 시각 이 사건으로 인해 편집장은 부사장실에 불려가 있었다.

“그럼, 편집장도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다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눈에 띄는 작품이라고 해봐야 키도 선생의 진심의 남자 정도지만, 아직 그 정도 파급효과를 일으킬 정도라고 생각하기엔 무리니까요.”

“혹시, 그냥 우연히 이런 일이 생기기도 하나?”

“아직은 없었습니다만. 생각지 못한 작품이 뜬다거나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생각지도 못한 작품이 관심을 받고 있다는 건가?”

“어디까지나 가능성이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그래? 그럼 좀 더 지켜봐야 된다는 거군.”

“네. 그렇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편집장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보던 부사장이 오른팔로 자신의 턱을 받친다.

“그래 삼사라는 어떤가? 혹시 완전히 하위권으로 밀려난 건 아니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단 10위 정도에서 머물러 있습니다. 신기한건 다른 건 순위변동이 심한데 삼사라는 그렇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래? 특이한 현상이군.”

“네. 아마도 새로운 팬 층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 정확한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런가······.”

부사장은 편집장을 걱정하고 있었다.

전무가 자신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편집장을 쳐내려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늘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편집장 역시 잘 알고 있었으니 삼사라에 대한 얘기가 껄끄럽기만 하다.

“그래. 그럼 그건 그렇다 치고······. 음, 며칠 후에 연재를 한다는 신인의 만화 말인데.”

“아, 파시엔시아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거. 자네 그 신인에 대해 숨기고 있는 거 맞지?”

“······죄송합니다.”

부사장이 편집장을 빤히 바라보다 몸을 뒤로 젖혀 소파에 몸을 기대더니 알겠다는 듯 머리를 끄덕인다.

“뭐, 자네가 그렇게 판단했다면 다 이유가 있는 거겠지. 그리고 그 정도는 자네가 직접 판단할 문제이기도 하고. 아무튼 나도 그 신작만화에 대해선 기

대가 크다네.”

“······?”

편집장이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자, 부사장이 싱긋 웃었다.

“복사본 가져다가 나도 좀 읽어봤거든. 솔직히 나는 야구보다는 축구가 취향이라 말이지. 그런데 이번 신작은 엄청 재미가 있던데. 미쯔다쇼텐의 부사

장으로서 할 말은 아니네만, 솔직히 난 캡틴츠바사의 팬이라네.”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부사장실 벽에 있는 책장을 힐끔 쳐다본다. 그곳엔 이제까지 출간된 캡틴츠바사 단행본이 모두 잘 꽂혀 있었다.

“그래. 캡틴 츠바사만큼 대단한 축구만화는 나오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굳게 믿고 있었는데 말이지. 어쩌면 그 믿음이 이번에 깨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네. 그것도 우리 회사에서 출판되는 잡지에 말이지. 이제껏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 타 잡지사의 만화라는 것이 늘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으로 남았으니까

말일세. 그러니까 이번엔 나도 기대가 아주 크다네.”

“네. 저도 그렇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 뭔가 요즘 분위기가 좋아. 조금만 힘내주게.”

화실에 들어오는 경희를 보던 미령이가 깜짝 놀란다. 선희와 똑같이 생긴 경희를 보고 놀란 것이다.

미령이는 자신 앞에 있는 선희와 방금 들어온 경희를 번갈아 바라보며 미간에 잔뜩 힘을 준다. 뭔가 혼란스럽다는 표정이 되자 주변사람들이 귀엽다며

웃는다.

그런 미령이를 본 경희가 밝게 웃으며 다가갔다.

“네가 미령이구나. 참 예쁘게 생겼네.”

경희가 미령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미령이는 다시 한 번 눈알을 데굴거리며 선희와 경희를 번갈아 쳐다본다.

그런데 미령이의 엄마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어머, 쌍둥이였군요.”

“네. 지금 들어온 아이는 경희라고 동생입니다.”

“이렇게 예쁜 소녀가 둘이나 되다니, 오빠로서 뿌듯하시겠어요.”

“아, 뭐.”

뿌듯하긴 하지만, 굳이 말로 하긴 좀 그렇다.

그런데 어느새 쌍둥이들과 미령이는 서로 웃으며 즐겁게 놀고 있다.

갑자기 좋아하던 언니가 둘이나 생겨서 기쁜지 미령이가 연신 크게 웃자, 미령이의 엄마 표정이 묘하다.

별일 아닌 것 같은데, 왜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을 짓는 건지.

“오늘 엄마랑 떡을 만들었어.”

“그랬니?”

“응. 나 어른이 되면 떡집에 꼭 시집 갈 거야.”

“떡이 그렇게 좋니?”

“응. 너무 좋아.”

“우리 미령이는 떡순이구나.”

경희의 말에 미령이가 인상을 쓰며 버럭 했다.

“나 떡순이 아니야!”

힘차게 말하는 미령이를 보며 화실에 있던 사람들이 웃었다.

그 모습을 계속 지켜보던 미령이의 엄마가 나를 돌아보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죄송해요. 미령이가 자꾸 언니보고 싶다고 졸라서.”

미령이의 엄마가 내게 미안해하자 내가 손을 내저었다.

“괜찮아요. 선희도 저렇게 좋아하는데. 자주 데리고 오세요.”

“고맙습니다. 아 참, 이거.”

미령이 엄마가 간식이라며 약과와 각종 떡들을 화실 식구들에게 나눠준다.

“잘 먹을게요.”

“와, 맛있겠다. 고맙습니다.”

“어머나, 이거 엄청 비싼 거 같은데.”

그때 쌍둥이들이랑 같이 놀던 미령이가 끼어들었다.

“그거, 미령이랑, 엄마가 같이 만든 거예요!”

미령이가 자신의 허리에 손까지 척 올리고 말하는 폼이 스스로도 꽤나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오, 그랬니? 어쩐지 떡이 고급스럽더라니. 잘 먹을게.”

“나도 잘 먹을게 미령아.”

그 말에 미령이가 머리를 힘차게 끄덕이자 사람들이 떡을 먹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곧 사방에서 감탄어린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와, 맛있다.”

“너무 맛있어. 이렇게 맛있는 떡은 처음 먹어봤어요.”

“나도.”

그런 반응에 미령이가 코를 바짝 세운다.

“내가 이렇게, 이렇게 주물러서 만든 거예요.”

기묘한 동작으로 떡을 조물딱 거리는 시늉을 한다.

미령이의 그런 모습이 너무 귀여운지 그걸 보던 어시들이 어쩔줄을 몰라한다.

“아유, 미령이 너무 귀엽다.”

“깨물고 싶어.”

그런 반응에 미령이가 흠칫하며 선희에게 착 달라붙는다.

그 모습을 보던 사람들이 크게 웃었다.

애가 은근히 귀엽네.

“좋아하시면 다음에도 또 가져다 드릴게요.”

미령이 엄마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자 모두 환호했다.

< 1위 쟁탈전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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