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3)
드디어 쌍둥이들의 중학교 졸업식 날.
박상식이 우리를 보며 소리쳤다.
“자, 김치!”
꽃다발을 들고 있는 쌍둥이들을 중심으로 엄마, 누나가 양쪽에 그리고 쌍둥이 뒤에 내가 서서 박상식의 카메라를 바라본다.
경희와 선희는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그리고 엄마와 누나는 어색한 표정이다.
사진을 찍으려는 박상식이 찍으려다 말고 웃으며 말한다.
“자자, 어머니랑 진희 씨는 편하게 웃으시고······.”
그런데 그때 우리 가족 사이에 불쑥 끼어드는 인간이 있다.
“저도 같이 찍어용!”
이대봉이 끼어들려하자 박상식이 버럭 소리쳤다.
“형이 남의 가족사진에 왜 끼어?”
“나도 가족이나 마찬가지잖아.”
“친 가족 말이야. 친! 가족!”
“나 친 가족 시켜주면 안되나?”
그 말에 엄마가 웃었다.
“젬스 씨도 친 가족이나 다름없지. 이참에 친 가족해요.”
“어허헝, 역시 어머님이 최고에용. 그런데, 젬스가 아니라 제임스.”
“아, 미안해요.”
“형은 얼른 빠져. 이 사진 다음에 같이 찍으면 되잖아.”
박상식의 말에 이대봉이 침울한 표정으로 물러났다.
그제야 박상식이 다시 카메라를 들고 우리를 향해 외친다.
“자자, 다시 서시고. 하나, 둘.”
“김치!”
찰칵!
사진을 찍자마자 이번엔 다른 조합의 사람들이 카메라 앞에 모여들었다.
이번엔 화실 식구들과 쌍둥이들의 포토타임.
누나가 박상식에게 카메라 사용법을 간단히 배운 후 찍사 역할을 한다.
“하나, 둘”
찰칵!
누나가 사진을 찍고 나자 곧바로 세 명의 어시들이 선희에게 몰려들어 축하 인사를 전했다.
“선생님 졸업 축하해요.”
“두 분, 고등학교 가서도 열심히 하세요.”
“파이팅!”
누가 봐도 한참 언니뻘로 보이는 세 여자가 선희와 경희에게 인사를 하니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꽃다발을 들고 있는 쌍둥이들의 표정이 밝다.
경희야 원래 늘 밝은 표정이라 그렇다 쳐도 선희도 모처럼 웃는 얼굴을 보여주니, 가장 감격한 건 엄마였다.
“엄마, 또 왜 그래?”
“선희가 웃는 모습을 보니까, 좋아서 그러지.”
누나가 엄마 눈가를 손수건으로 훔치며 웃는다.
“엄마도 참.”
그때 쌍둥이들의 친구들도 몰려들어 같이 사진을 찍는다.
아무래도 카메라가 없어서 사진을 찍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은 모양인지 경희가 일부러 데려와 찍는 경우도 있다.
“너희들, 우리 선희의 친구들이니?”
이대봉이 아는 척을 하며 나서자 박상식이 말렸다.
“형은 좀 가만히 있어. 징그럽게.”
“내가 왜 징그러워. 이 정도면 잘생겼지.”
“맞아. 제임스 오빠는 탈렌트해도 될 정도로 잘 생겼어.”
“역시 경희가 사람을 제대로 알아본다니까.”
그렇게 말하며 여자애들 사이에 이대봉이 끼어든다. 그리고는 금세 아이들과 친해지며 수다까지 떨어댔다.
진짜 저 인간 친화력은 넘사벽이구나.
잠시 후 경희가 박상식에게 다가가 말했다.
“상식이 오빠. 사진 그거, 숫자대로 다 뽑아줘. 친구들 주게.”
“너무하네. 돈이라도 주고 부려먹던지.”
“돈은 우리오빠한테 받으면 되지.”
그 말에 박상식이 날 힐끔 보더니 한숨을 푹 쉰다.
“알았다. 그냥 찾아 줄 테니까. 그런 식으로 날 괴롭히지는 마라.”
“킥킥. 우리오빠한테 완전 쥐약이라니까. 그냥 동생인데 콱 쥐어박아버려.”
경희가 팔까지 걷어붙이며 주먹을 홱 휘두른다.
그러자 박상식이 경희에게 다가가 속삭이듯 말한다.
“야, 네 오빠 성질 몰라서 그래?”
“하긴, 양아치 생활을 하던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사람 된 거지.”
인간들아 다 들린다, 다 들려.
그런데 졸업식이 끝나고 사진을 한참 찍을 무렵 생각지 못한 사람들이 축하를 위해 몰려들었다.
“미안, 늦었지. 원고 아침에 일찍 마무리하고 넘기느라.”
“어? 선생님.”
전상길이 추양구와 함께 찾아왔다.
그들은 가지고 온 꽃다발들을 쌍둥이들에게 나눠준다.
가뜩이나 많은 꽃다발을 들고 있던 터라 금방 애들이 꽃 속에 파묻혀버렸다.
“이건 졸업선물, 뭘 사야 할지 몰라서 돈으로 대신, 성의 없다고 뭐라 하지 마.”
아이들의 꽃다발을 주변에서 나누어 받아들었다.
전상길이 돈 봉투를 쌍둥이들에게 각자 건네자 경희가 팔짝거리며 좋아하더니 넙죽 인사한다. 선희는 경희를 따라 덩달아 머리를 꾸벅 숙인다.
“고맙습니다.”
“······습니다.”
만족한 전상길이 ‘그래.’하며 대답하고는 이번엔 엄마와 누나 쪽으로 다가간다.
“안녕하세요, 인사가 늦었습니다. 요즘 윤환이랑 같이 일하는 전상길이라고 합니다.”
전상길의 인사를 받은 엄마는 그가 마치 생명의 은인인양 난리법석이다.
“아이고, 선생님. 그동안 말씀 많이 들었어요. 진작 제가 인사를 드려야 하는 건데. 우리 윤환이가 폐를 끼치고 있습니다.”
“아, 아닙니다. 어머님. 오히려 제가 윤환이에게 도움을 받고 있는 처지입니다.”
엄마가 머리를 푹 숙이며 인사하자 당황한 전상길이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렇게 짧은 인사를 주고받은 후 두 사람이 돌아가고 나자 이번엔 주간소년 토부의 담당 편집자인 지로가 양손에 뭔가를 잔뜩 들고 허겁지겁 달려온다.
서둘러 달려온 탓인지, 이마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서둘러 온다고 했는데 이렇게 됐습니다. 졸업 축하합니다. 선생님.”
그렇게 말하며 또다시 꽃다발을 내민다.
오늘 받은 꽃만 모아놔도 방안에 가득 차겠다.
그런데 그때 쌍둥이들의 친구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수군거렸다.
“선생님?”
“저 아저씨, 지금 선희더러 선생님이라고 한 거 맞지?”
“어, 무슨 상황이야?”
학교친구들이 놀라며 선희를 바라본다.
그러자 경희가 턱을 세우며 엣헴! 하고 거드름을 피운다.
그때, 지로가 선희에게 다가가서는 포장이 잘된 선물 상자를 내밀었다.
“······?”
“이거, 편집부에서 드리는 선물입니다. 요즘은 이게 유행이라고······.”
그것을 두 손으로 받은 선희가 꾸벅 인사를 하더니 그 자리에서 선물포장지를 까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엄마가 화들짝 놀라며 선희를 말렸다.
“어머나, 얘는! 그런 건 집에 가서······.”
그런 엄마에게 지로가 괜찮다며 손을 옆으로 흔들며 말한다.
“괜찮습니다. 사모님.”
박스를 까자마자 나타나는 건 그 유명한 소니의 ‘워크맨’이었다. 모양을 보니 이대봉이 가진 것과 달리 디자인이 세련되었다. 색상은 노란색. 묘하게 선희랑 어울리는 느낌이다.
“작년에 출시한 신형 워크맨인데, 이름이 스포츠에요.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이게 인기라.”
그것을 본 경희가 수다를 떨다말고 바람처럼 선희 곁으로 다가갔다.
“왁! 이게 뭐야! 미니카세트잖아! 아, 이쁘다, 이뻐. 아저씨, 이거 일제죠?”
“아, 네. 뭐 그렇지요. 일본에서 가지고 왔으니까.”
“아, 그렇구나. 일제구나. 부럽다아, 부러워.”
눈을 반짝이며 선희가 들고 있는 워크맨을 보며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한다. 무슨 귀신 들린 인간 같아 보일 정도로.
눈은 절대반지에 영혼을 빼앗긴 골룸같아 보인다.
그 모습을 본 지로가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선생님 동생 분 것도 함께 준비했습니다.”
이번엔 핑크색의 워크맨을 지로가 깜짝 선물처럼 꺼내자 경희가 화들짝 놀라더니 지로를 덥석 껴안는다.
“사랑해요! 일본아저씨!”
쌍둥이 친구들이 꺅꺅거리며 웃어댄다.
“얘!”
“쟤가!”
놀란 엄마랑 누나가 소리쳤지만, 지금 경희에겐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지로도 좀 당황했는지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고만 있다.
그렇게 졸업식이 사진 촬영까지 모두 끝나자 학교 근처 식당으로 함께 향했다.
졸업식이 열리는 덕분에 근처 중국집이나 돈가스 집은 모두 초만원 상태.
어쩔 수 없이 조금 떨어진 식당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모처럼 모두가 들어갈 만한 식당을 발견했다. 그리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려는 그때였다.
“······어?”
익숙한 반주와 음악.
[Sunny! yesterday my life was filled with rain~]
보니 엠의 써니다.
며칠 전 이대봉이 화실에서 음악에 맞춰 머리를 끄덕이던 그 팝송.
아무리 비슷한 음악이 주변에서 자주 들린다고 해도, 왠지 묘한 느낌이다.
그런데 음악이 흘러나오는 레코드 가게 앞에서 선희가 음악을 듣고 있다.
그것도 음악에 맞춰 머리를 까닥거리며.
평소에도 라디오를 많이 듣는 선희이기는 하지만 저런 모습은 또 처음이다.
그런데, 어째 절묘하다.
선희가 써니를 듣고 있는 모습이라니.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피어오른다.
“얘, 빨리 들어가자. 거기서 뭐해?”
식당에 들어가려던 경희가 곧바로 레코드 가게 앞에 서 있는 선희에게 다가가서는 끌고 식당으로 들어간다.
“오빠도 빨리 들어와.”
“그래. 알았다.”
그렇게 대답하고는 레코드 가게 쪽으로 시선을 보낸다.
여전히 흘러나오는 음악.
하지만 곧 어깨를 으쓱하고는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에서 나오자마자 화실로 들어와 곧바로 지로에게 원고를 건넸다.
“2화 원고입니다. 콘티도 완성 되었으니까 한번 확인해 보세요.”
그것을 두 손으로 받은 지로가 머리를 끄덕인다.
“원고 확실히 받았습니다.”
연재 초반은 비용과 시간이 들더라도 지로가 매주 화실을 찾아오기로 결정했다.
사실, 이 부분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출판사에서 이렇게 결정을 내려줬으니 나로서는 다행한 일이었다.
아무래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지로는 그것에 대한 건 출판사가 해야 할 일이라며 별말이 없다.
어쨌건 그만큼 선희와 내 능력을 크게 평가해 준 거니까,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출판사의 규모로 봐도 신인에게 이만큼의 특혜를 주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그렇다고 일본으로 건너갈 생각은 전혀 없다.
나 혼자라면 덕후로서의 열정 때문에라도 그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선희는 다르다.
선희는 만화에 열정이 있을 뿐 가족과 떨어져 지내게 할 생각 따위는 아예 가지고 있지 않다. 선희는 만화 이상으로 가족의 사랑이 필요한 어린애니까.
어쨌거나 주간소년 히어로에서 이정도로 신경을 써주고 있으니, 잘 된 일이지만.
“1화가 연재된 잡지책은 나흘 뒤에 나올 겁니다. 다음에 올 땐 직접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지로의 말에 화실 식구들도 급 관심을 보인다.
“와아, 그럼 곧 일본만화잡지에 드디어 선생님 만화가 실리는군요.”
“어째, 두근두근해요.”
“저도요.”
여자 셋이 흥분한 얼굴로 저마다 한마디씩 던진다.
슬쩍 시선을 돌렸다.
그런 분위기에도 선희는 구석자리에 앉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그저 데생에만 몰두한다. 오히려 자신의 책상 위에 있는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며 그림을 그리고 있을 뿐이다.
[두시의 데이트으~ 김기덕입니다. 라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전엔 몰랐는데, 선희는 팝송을 꽤나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이 라디오 방송도 화실에 있을 땐 빼놓지 않고 듣는 편이다.
선희 자리엔 언제 또 왔는지 백설기가 책상 한쪽 편에 널브러져 자고 있다. 선희 책상위에 있던 새우깡을 모조리 먹어치우고 나서는 저 모습이다.
완전 잡식성에다 덩치보다 많이 먹어치우는 엄청난 대식 냥이.
고양이 탈을 쓴 돼지 녀석.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는 확인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내가 대답을 한 뒤, 지로에게 콘티 작업용 노트를 한권 내밀었다.
그것을 받은 지로가 살펴보기 시작했다.
1화와 2화가 좀비로 인해 갑자기 아포칼립스 이야기로 넘어가 충격을 주었다면, 그 이후로의 이야기는 그 속에서 매일의 반복을 하는 주인공이 혼자서 살아남는 기술에 치중하는 이야기다.
물론 이 부분은 이미 전에도 넘겨준 콘티에도 있던 이야기라 다시 확인하지 않고 건너뛴다.
그리고 6화가 넘어가면서 주인공은 혼자가 아닌 팀을 구성하며 좀비에 대항하는 기술에 집중한다.
수없이 반복된 일상으로 인해 점점 주인공은 사람들을 이끌 지휘관으로 성장해 가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루의 시간동안 가장 효율적으로 사람들을 통제하며 훈련시키는 기술이 발전해가는 중이다. 물론 하루가 지나면 사람들은 주인공을 알아보지 못하게 되지만, 그것도 여러 번 겪으면서 단련되는 모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지로가 흠칫 놀란다.
자신도 모르게 열중에 있다가 현실로 돌아온 표정처럼 보인다.
그가 얼떨떨해 하며 고개를 들고는 내게 물었다.
“······여기까지 진행된 건가요?”
“네. 작업은 일단 거기까지입니다. 연재분량으로 치면 10화 정도가 되겠군요.”
“아직 연재를 시작한 것도 아닌데 꽤 진도가 많이 나갔군요. 거기다 뒤로 갈수록 더 흥미진진해집니다.”
지로가 콘티노트를 내게 돌려주며 흥분한 듯 말한다.
건네받는 노트를 통해 그의 떨리는 손이 느껴질 정도다.
“두 분 선생님들의 작품이 앞으로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기대가 됩니다.”
“너무 기대하시다가 실망이 커지면 어쩌시려고.”
“하하하.”
그때 선희의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귀를 붙잡는다.
[······나갑니다. 보니 엠의 써니!]
그리고 다시 들려오는 익숙한 멜로디.
또 이 노래다.
오늘 왜 이러지?
며칠 전에 이대봉이 듣는 모습을 봤고, 오늘 낮에 졸업식을 마치고 식당 앞 레코드 가게 앞에서 들었을 때 까지만 해도 그런가보다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또 라디오에서 듣게 되다니.
이쯤 되면 운명이라 생각될 정도다.
그래서 며칠 동안 고민하던 문제에 대해 결정을 내렸다.
“아참, 그전에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말씀하세요.”
“필명을 썼으면 하는데.”
“안 그래도 그 부분에 대해서 회의가 있었습니다. 저희 쪽에서도 되도록 가명을 쓰셨으면 좋겠다고.”
역시 이 시대엔 한국인이라는 이름이 걸림돌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저쪽에서도 이미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사실, 한국만화가 일본으로 조금씩이나마 본격적으로 건너가기 시작하던 시점이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였다. 그나마도 한국에서 히트 치던 작품에는 애초에 관심이 없었다.
한국적인 색채를 띠거나, 일본만화와는 다른 그런 만화를 소개한다는 명목이 더 컸던 것이다. 그만큼 일본에게 있어서 한국은 관심 밖의 세상이었다.
“물론 만화 속 배경의 모든 간판은 영문으로 표기할 생각이지만, 일본과는 다른 느낌이니까 한국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눈치를 채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크게 문제될 건 없을 겁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세세한 것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거니까요.”
하기야, 이 시절이라면 인터넷은커녕 단순한 PC통신도 제대로 사용되지 않던 시절이니까 그런 정보를 특별히 공유하기는 어려울 거다.
“그래, 어떤 필명을 생각해두셨습니까?”
그가 묻자 내가 선희에게 다가가 물었다.
“넌 필명 뭐로 할래?”
“필명?”
“만화가로 활동할 이름.”
“······써니.”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다.
“그럴 줄 알았다.”
그렇게 말하고는 지로를 돌아보며 웃었다.
“써니랍니다. 전 그냥 만화에서 빼주시고요.”
지로가 놀란 눈으로 날 보더니 선희의 자리에서 흘어 나오는 음악 쪽으로 시선을 보낸다.
아마도 즉흥적으로 정한 게 아닌가 싶겠지.
하지만 이내 머리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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