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 팀 (2) >
2022/23 시즌 챔피언십 강등팀
18위 노리치 시티 11승 7무 20패
19위 미들즈브러 8승 5무 25패
20위 헐 시티 8승 4무 26패
프리미어 리그 승격팀
1위 블랙번 로버스 46승 0무 0패
2위 돈캐스터 로버스 43승 2무 1패
3위 브리스틀 로버스 40승 4무 2패
챔피언십의 리그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로버스 3형제가 압도적인 격차로, 승격.
워낙에 세 팀이 챔피언십에서 보여준 포스가 절대적이었기에, 이번만큼 사람들이 승격팀들에 대해 관심을 모았던 적은 없을 만큼,
많은 이들은 궁금해 했다.
대체 어떻게 갑자기 그들이 그런 경기력을 뽐낼 수 있게 된 것인지?
그리고, 과연 그들이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을 것인지?
원래 승격 팀들이야,
첫번째 목표가 프리미어 리그 잔류였다.
그리고 실제로 잔류에 성공하면 승격팀 치고 상당히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라고 보는 게 맞았고.
하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압도적으로 챔피언십을 초토화 시키고 승격을 했던 팀은 없었기에.
내년 시즌 그들의 행보가 주목되는 것이었다.
과연, 그들은 다를 수 있을 것인가 하고.
그러나 그보다,
사람들이 더 주목하고 있는 것은 역시나 맨유의 행보였다.
지난 겨울,
그러니까 1월 이적 시장 때 라이트백 조슈아 케미히와 중원 자원인 은골로 콩테를 데려오며 전력 강화를 했던 맨유.
이미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더 강해지려는 것이냐는 소리를 들었던 맨유였다.
하지만 이번 여름.
맨유는 대놓고 유럽에 공표했다.
“맨유의 갤럭시 프로젝트 1기 출범.”
과거,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 프로젝트라는 것이 있었다.
은하수 최고의 선수들로 팀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지네디 지단 등을 포함한 초호화 스타 플레이어 들로 한 팀을 꾸렸었던 그것.
그것을,
맨유가 2023년에 재현하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이름하야 갤럭시 프로젝트.
-2022년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구단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역시나 도훈의 지분이 컸다.
지난 시즌 모든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얻은 대회 상금도 무시 못할 정도였고,
매 홈 경기 마다 올드 트래포드 만석을 채워 버리는 티켓 파워 역시 유럽 1위.
또한 유니폼 판매 등의 개인 마케팅으로만 해도 웬만한 중소 구단들의 1년 예산을 벌어 들인 도훈이니만큼.
그리고 애초에 맨유라는 구단 자체가 돈이 많은 구단이기도 하고.
때문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현재 재정 상태는 다른 부자 구단들 보다도 월등히 건전한 상태였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선수들이 맨유를 ‘가고 싶은 구단’ 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두 번째.
이거야 더 말 하지 않아도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서 어찌됐건 간에.
여름 이적 시장이 시작 되자 마자 맨유는 상당히 놀랄만한 소식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제리 신가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이적 합의..
-디오고 달룻, 발렌시아 행.. 위강인과 한솥밥
-루크 슈, 아쉽지만 여기까지.. 맨유 떠난다
-안데르 헤레라, 네마냐 무티치도 이적... 각가 세리에 라치오, 나폴리행
먼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기존 선수들의 이적 소식이었다.
그것도 벤치 멤버들이 아닌, 많은 우승컵을 위해 주전으로 뛰었던 멤버들.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미 검증된 1군 선수들을 이렇게 무더기로 내보내도 되는 것인가.
대체 어쩌려고 핵심 멤버들을 모두 내치는 것인가.
그러나,
고개를 갸웃이던 사람들은 이후부터 이어진 영입 소식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여름 이적 시장 1호 영입, 토비 알도웨이럴트 맨유 합류
토트넘과 벨기에의 주전 수비수인 토비 알도웨이럴트를 데려온 것.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맨유의 영입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맨유, 마로셀루도 영입.. 갤럭시 프로젝트 본격 가동
오랫동안 레알의 레프트백이었던 마로셀루 마저 합류 시키는 맨유.
이로써 강력한 수비 라인을 구축하게 되는 맨유였다.
그러나 전력 강화는 미들 라인에서도 이어졌다.
이미 푸그바와 콩테라는 프랑스 최고의 미드필더들로 후반기 시즌 동안 그 전력을 입증했으나, 거기에 날개를 달아줄 두 명의 스타가 맨유에 합류하게 된 것.
-비니시오스 주니오르, 전격 맨유 입단
-미랄렘 피에니치 맨유 합류 ‘숨 막히는 중원’ 완성
레알과 브라질의 미래, 비니시오스 주니오르.
그리고 유벤투스의 믿을맨 미랄렘 피에니치까지.
“이거 참..”
“이거.. 이길 수 있는 팀이 있긴 한거야?”
맨유가 여름 동안 거둬 들인 힘의 크기는,
맨유 팬들 조차 너무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완전히,
‘슈퍼팀’ 이 완성이 된 것이었다.
ㆍㆍㆍ
“스승님.”
“응?”
“좋은 소식이 있사옵니다.”
“좋은 소식?”
7월의 어느 날.
도훈과 호산은 팀 훈련을 마치고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호산도 여름 프리 시즌 동안 리저브 팀에서 1군으로 콜업이 되어 도훈과 함께 훈련을 소화했다. 불과 열다섯의 나이지만 훈련 동안 보여준 그 실력은 코치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고.
그 덕분인지,
“다음 시즌부터 1군 로스터에 제가 등록이 된다고 합니다.”
“으음.”
싱글벙글 웃는 호산.
자신의 스승님 도훈에게 빨리 칭찬을 듣고 싶다는 듯, 호산은 뿌듯한 표정으로 도훈을 쳐다 보았다.
그러나,
도훈은 별 다른 반응을 보여주지 않았다.
“고작 그것으로 기뻐하는 것이냐?”
“예?”
“이번에 함께 훈련을 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속으로 목표도 세웠겠지. 네 목표가 고작 1군 등록이었던 것이냐?”
“...”
시무룩 해지는 호산.
그 모습을 보며, 도훈은 몰래 속으로 웃었다.
스승님께 되갚아주는 작은 복수였다.
“네게 두 가지 목표를 부여 하겠다.”
“그게 무엇입니까?”
“하나는, 나를 뛰어 넘는 것이다.”
“아니, 그것은..”
미간을 찌푸리는 호산.
지금의 호산에게, 도훈을 뛰어 넘으라는 소리는 하늘을 뛰어 넘으라는 소리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꽤나 시간이 걸리겠지. 그것은 네 축구에 있어서 궁극적인 목표로 잡아라. 그리고 그 전에. 너는 올 시즌 안에 맨유의 주전이 되는 것을 목표로 잡거라.”
“그, 그것 또한...”
호산은 고개를 저었다.
호산은 분명히 천재였다.
하지만 이번에 1군 멤버들과 훈련을 하며, 체격적인 조건 또는 체력적인 부분에서 아직 덜 여물었다는 것을 많이 느꼈던 호산이었다.
그런 자신이,
올 해 안에 하늘처럼 보이는 형들을 제치고 주전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라니.
아무리 스승님이 자신의 잠재력을 높게 봐준다지만 그건 호산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무리인 목표인 듯 싶었다.
그러나,
“너는 분명히 할 수 있다. 그 목표를 향해 뛰거라.”
도훈은 당연히 호산을 믿고 있었다.
도훈이야, 완전히 만개한 호산의 실력을 눈으로 본 사람이니까.
“이제 시작이다.”
“힘 닿는 데까지 해보겠사옵니다.”
“녹록치 않을 거다.”
“각오하고 있겠사옵니다.”
피식.
도훈은 호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웃었다.
새 시즌이 다가오고 있었다.
ㆍㆍㆍ
2023년 8월 13일.
2023/24 시즌 프리미어 리그 개막.
리그 개막전을 알리는 올드 트래포드의 문이 활짝 열렸다.
올해도 어김 없이,
올드 트래포드는 인산인해.
7,6000여 석이나 되는 관중석이 매진이 되는 것은 물론, 어떻게든 암표라도 구해보기 위해 경기장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 사람들로 거리가 붐빌 정도. 그나마 암표도 구하기 힘들 정도라는 것이, 사람들이 얼마나 더 강해진 맨유에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블록 버스터라는 표현을 쓰더군요.”
“충분히 그런 표현을 쓸만한 스쿼드죠. 유럽에서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구단이 되었구요. 각 포지션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들이 한 팀에 모였습니다. 맨유가 스스로 말하듯, 갤럭시 프로젝트라는 말이 걸맞는 맨유입니다.”
천천히 몸을 푸는 선수들을 보는 것만으로 전율이 이는 느낌.
이것이 올스타전인가, 아니면 그저 평범한 리그 경기일 뿐인가 관중들은 헷갈릴 정도였다.
‘젠장.’
‘이게 무슨 생태계 파괴냐.’
오늘,
개막전을 위해 올드 트래포드로 원정을 온 본머스 FC 선수들은 몸을 풀다 말고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이것은 누가 봐도 불공정한 게임이었다.
안 그래도 원래 맨유를 상대하는 것은 이미 한 게임을 지고 시작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맨유가 거대한 눈덩이처럼 덩치를 더 불려 나왔다.
그런 맨유를 마주해야 하는 상대의 입장에서는, 보기만 해도 압사될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밖에.
“자, 드디어 개막전이 시작 되겠습니다.”
“먼저, 홈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개막전 선발 라인업부터 살펴 드리겠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4-4-2)]
GK 조던 픽포트
CB 라파엘 베란
CB 사무엘 움티티
LB 마로셀루
RB 조슈아 케미히
MF 은골로 콩테
MF 미랄렘 피에니치
MF 폴 푸그바
MF 비니시오스 주니오르
FW 백도훈
FW 로멜루 로카쿠
“화려한 라인 업입니다.”
“그리고, 전 시즌과 반절 가까이가 바뀌었죠. 그나마 약점이라고 꼽히던 포지션들이 모두 보강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최고의 선수들로 말이죠. 그리고 역시나, 아무리 그래도 가장 중요한 점은 백도훈이 팀에 남았다는 것이겠고요.”
맨유의 갤럭시 프로젝트 1기,
슈퍼팀의 그 첫 경기가,
“삐이이이이익-!”
시작 되었다.
여름 프리 시즌 동안,
맨유는 다른 것보다 선수들의 합을 맞추는데 공을 들였다.
아무래도 워낙 많은 선수들이 바뀌었기에, 그들의 톱니바퀴가 잘 맞물릴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 급선무.
축구는 팀 스포츠고, 조직력이 상당히 중요한 스포츠기에 꼭 스타 플레이어들을 모아놓는다고 해서 강한 팀이 되는 스포츠는 아니었다.
실제로 레알의 갈락티코 정책이 사실상 실패에 가까웠다는 것만 보더라도.
때문에 은근히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꽤나 있었다.
각자의 색깔이 강한 저 스타들이, 과연 한 팀으로 뭉칠 수 있을까.
하지만,
맨유는 이미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 나온 상태였다.
“마로셀루, 몸이 가볍습니다. 한 명 제치고, 피에니치에게.”
“피에니치, 푸그바에게. 푸그바, 곧바로 백도훈에게 연결 합니다. 빠른 패스 연결!”
스타 플레이어들이 많으면 생기는 문제점은 간단하다.
모두 저마다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
그 생각 때문에 팀으로써 보다 자신을 먼저 내세우게 되는 것이고, 그 때문에 호흡이 맞지 않게 되는 것.
한 마디로 서열정리가 되지 않은 맹수들이, 눈앞의 먹이를 두고 자기들끼리 싸우는 꼴이 발생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맨유는 분명 스타 플레이어들로 가득찬 상태였지만 그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있었다.
스스로를 뽐내려 하지 않고, 간결하게 물 흐르듯 흐르는 패스만 보더라도.
“백도훈, 백도훈!”
“아, 경쾌합니다! 단번에 두 명 사이에서 발 재간으로 빠져 나오는 백도훈!”
이유는 간단했다.
누구도,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을 품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맨유에는 백도훈이라는 스타 중의 스타가 있었다.
정점 위의 정점.
하늘 위의 하늘.
태양 위의 태양.
세계 최고들만 모아놓은 곳에서도, 어나더 레벨.
이 중의 최고는 누구인지가 자명했고,
누구도 자신을 최고라 칭할 수 없었다.
그러니,
자연히 서열은 정리가 되었고,
모두는 우두머리와 함께 사냥에 집중할 뿐이었다.
그것이,
지금의 맨유였다.
“가.. 강합니다.. 맨유..!”
“슈퍼팀, 슈퍼팀이라는 말이 정말로 어울리는 팀이 탄생했습니다!”
도훈과 맨유는 본머스를 압도 했다.
눈이 즐거워지는 경기력이었다.
“6대0! 홈에서 개막전을 완벽하게 승리로 장식하는 맨유입니다!”
올 해도,
맨유를 이길 팀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한 편.
맨유가 그렇게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내는 동안.
승격 후 첫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가진 세 개의 로버스도 모두 승리를 거두고 있었고.
< 슈퍼 팀 (2) > 끝
ⓒ 한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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