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년 수련한 축구선수-154화 (154/173)

< 재회 (1) >

-[1보] 대한민국,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 백도훈 결승골

ㄴ울었다... 살면서 이런 날이 올 줄이야.

ㄴ평생 보지 못할 것 같았던 월드컵 우승이라니. 백도훈 정말 대단하다!

-카타르 월드컵 최우수 선수, 백도훈.. 2회 연속 발롱도르 수상 사실상 ‘확정’

ㄴ발롱도르가 문제냐.. 몇십 년 뒤엔 발롱도르가 백도훈 상으로 이름 바뀔 듯..

ㄴ백펠마.. 확정. 역대 최고의 선수가 대한민국 선수임에 감사합니다. 우리나라 선수여서 정말 감사합니다, 백도훈.

-아시아 최초 월드컵 우승.. 어쩌다 이런 격차가 벌어졌나.. 일본 자성의 목소리

ㄴ전체적인 수준은 몰라도.. 천재는 항상 한국에서 나왔음. 역대로 봐도..

ㄴ가장 놀라운 건 백도훈이 이제 18살이라는 거지. 다음 월드컵때도 고작 22살임. 34살까지 뛴다고 치면 앞으로 4번이나 더 월드컵에 나갈 수 있다는 거. 많으면 5번도 나가는 거고. 그 동안은 일본은 절대 한국 못 따라온다

아시아 최초.

월드컵 우승.

대한민국의 우승이 세계 축구사에 던지는 파문은 굉장했다.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시아 국가가 월드컵 우승을 한 역사는 100년 가까이 되는 월드컵 역사상 단 한 차례도 없었으니까.

그러나,

그 첫 우승의 주인공이 백도훈이었다는 사실은 그 충격을 반감시켜주고 있었다.

백도훈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

백도훈이었기에 가능했던 일.

“여지껏 그런 선수는 없었습니다. 솔직히, 나와 비슷한 레벨에 올라섰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본인의 저주 마저도 이겨냈기 때문일까.

언제나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혀왔던 축구 황제 팰레조차도 도훈이 자신의 위치에 도달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사실 팰레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이미 도훈이 그를 뛰어 넘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지난 2년간, 그리고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보여준 도훈의 모습은 그런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으니.

이제, 이 지구상에 백도훈보다 뛰어난 축구 선수는 없다고 말해도,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기는 힘들었다.

그렇게,

모든 축구팬들의 시선이 카타르와 도훈에게로 쏠리고 있었을 때.

비교적 평소보다 훨씬 보는 눈이 줄어 있던 잉글랜드의 2부리그, 챔피언십 리그에서.

조금은 재밌는 일들이 조용히 벌어지고 있었다.

“오늘도 로버스 트리오가 연승 행진을 이어 갔습니다. 이로써 벌써 세 팀 모두 17연승째 입니다.”

“가히 파괴적입니다. 동시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챔피언십 리그의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는 세 팀.

돈캐스터 로버스 FC.

블랙번 로버스 FC.

브리스틀 로버스 FC.

이 세 개의 로버스라는 이름을 가진 축구 클럽들은 장안의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난 시즌 3부인 리그1에서 나란히 승격해 온 이 세 개의 팀이 챔피언십을 무참히 폭격하고 있었기 때문.

또한, 특이한 점은 지난 시즌과 올 시즌의 모든 선수 로스터가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아무런 경력도 가지지 않은 낮은 몸값의 선수들로.

그러니까, 듣도 보도 못한 선수들로 가득 채워진 이 세 팀이 미친 기량을 선보이며 챔피언십에서 17연승, 리그를 완전히 정복하고 있었다는 것.

이 이해하기 힘든 시츄에이션에 잉글랜드는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요즈음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때까지만 해도 몰랐을 것이다.

챔피언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 세 팀이, 불과 몇개월 뒤 유럽 축구계에, 아니 세계 축구계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 지에 대해서는.

ㆍㆍㆍ

“어째 월드컵보다 더 힘든 것 같다잉..”

“그래도 즐겁잖아요.”

월드컵이 끝난 뒤.

선수들은 오히려 대회때보다도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결승전이 끝나고 귀국까지 카타르에서 이틀 정도의 시간 동안 개인적인 시간을 보낸 선수들은, 인천 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동시에 자신들이 어떤 일을 저지른 것인지 알 수가 있었다.

“대통령님께서 직접 맞이하실 거니까, 다들 복장 단정하게 갖추시길 바라겠습니다.”

“대통령님이요...?”

공항에서 국민들의 환대가 대단하겠지, 정도야 당연히 예상했던 선수들이었지만.

대통령이 직접 선수들을 맞이하러 마중을 나올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었는데.

선수들은 그제서야 자신들이 이뤄낸 업적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하는 듯 했다.

“고생 많았어요.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도훈을 비롯한 선수들은, 착륙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대통령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나눴고 며칠 뒤 청와대 만찬에 초대할테니 꼭 와달라는 당부를 받았다.

그리고,

“꺄아아아아악-!”

“와아아아아앗-!”

대통령과 인사를 마친 뒤 입국장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선수들은 다들 귀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

“밀지 마세요!”

“물러나세요!”

입국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인산인해.

선수들을 맞이하기 위해 나온 국민들의 함성으로, 인천 공항은 루사일 스타디움보다 더 뜨거운 열기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 환대에 안전사고가 걱정될 정도로 뜨거운 환영을 받는 대표팀 선수들.

“허, 허허..”

파울루 베투 감독 역시도 이런 경험은 태어나 처음인 듯.

소녀팬들이 만들어온 피켓들을 바라보며 나쁘지 만은 않다는 듯한 웃음을 짓고.

선수들은 여기까지 와 환영을 해주는 팬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고, 사인을 해주며 감사함을 표했다.

“자, 이제 가셔야 됩니다.”

“3분만요.”

역시나 그 중에서도 인기 최고는 도훈이었다.

도훈에게 쏟아지는 선물이 워낙 많아 두 손에 다 들 수도 없는 지경이었지만, 도훈은 최대한 많은 팬들과 사진을 찍어주고 사인을 해주기 위해 노력했다. 시간이 없다는 경호원들의 제지에도 굴하지 않고 팬서비스를 해주는 그 모습에, 팬들은 다시 한 번 도훈에게 반할 수밖에 없었고.

“자, 시간 관계상 감독님 소감 한 말씀 듣고. 선수분들 중 대표로 한 분만 소감 해주시고. 인터뷰는 차후에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환영 단상 위에 선 선수단.

수많은 팬들을 위해 파울루 베투 감독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국민들의 성원에 감사한다는 짧은 소감을 남기고,

마이크는 도훈에게로 넘어 왔다.

“백도훈!”

“꺄아아아악-!”

도훈이 마이크를 잡자 마자 더욱 거세지는 환성.

그 환성이 조금 진정되고 나서야 도훈은 간신히 입을 뗄 수 있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들 이렇게 응원해주신 덕분에 저희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 제가 했던 월드컵 우승이라는 약속도 지키게 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정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한 달 전.

도훈이 카타르로 떠나면서 했던 말.

이번 월드컵의 목표는 우승이라던 그 말.

도훈은 언제나 지킬 수 있는 말만을 뱉어 왔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대부분의 사람들도 믿기 힘든 약속이었다.

하지만 보란듯이 지켜낸 도훈이었고, 이번에도 당당히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도훈은 진심으로 감사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런 도훈에게 국민들은 더욱 더 감사하고 있었지만.

어딜가나,

대표팀 선수들은 자신들의 모습으로 온통 거리가 도배가 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티비를 틀면 온통 한국팀의 경기 장면들이 나오고 있었고, 시내 한복판 건물 외벽에는 도훈의 사진이 거대한 걸개로 걸려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결승전에서 결승 골을 넣은 뒤, 유니폼을 벗어 던지며 환호하던 모습이었다.

도훈은 내가 저랬나 싶어 미소를 피식.

“장래희망은 백도훈 같은 축구 선수가 되는 거요!”

요즘 아이들의 장래희망 1순위가 축구 선수가 되었다는 뉴스.

“축구 교실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고, K리그 역시도 월드컵 특수를 누릴 준비를 마치고 있습니다.”

자연히 호황을 누리게 된 국내 축구 시장에 대한 뉴스.

어딜가나, 오로지 축구, 축구, 축구 이야기 뿐.

“뭐, 월드컵 우승한 나라가 이 정도 열기는 있어야지.”

“그렇죠.”

이제, 한국도 월드컵 우승국.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잘 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제 그에 걸맞게, 일시적이 아닌 앞으로도 진정한 축구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이 뒤따를 듯 보였다.

도훈과 한국의 월드컵 우승은, 나라의 산업과 아이들의 꿈까지도 발전시키는 그런 큰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었다.

“3시까지 점심 만찬이고, 4시부터 6시까지 카퍼레이드. 7시에 해단식까지 하면 일정 끝.”

“휴. 월드컵도 이제 끝이구나.”

월드컵을 치루며 가족이나 다름 없게 된 선수단.

이제 해단식과 함께 오늘로써 월드컵도 정말 끝이라고 생각하니,

“고생했다.”

“고생 많으셨어요.”

다들 시원섭섭한 듯.

그러나, 선수들은 젊었고 거의 대부분이 다음 월드컵을 위한 준비를 함께 할 예정이니.

어쩌면 이들의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할지도.

대한민국, 진정한 황금세대들의.

“도훈이는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돼?”

“앞으로의 계획이요?”

“넌 정말 해볼 거 다해봤잖아. 리그 우승도 해봤고, 챔스 우승도 해봤고. 발롱도르에 월드컵까지 우승했으니까. 모든 걸 이뤄 본 입장에서, 어때?”

“글쎄요.”

정유영의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창밖을 바라보는 도훈.

그의 말마따나, 이미 이 세상 축구계에서 이뤄볼 건 다 이뤄본 도훈이었다.

마지막 숙원이었던 월드컵까지 우승한 마당에, 이제 도훈에게 동기부여를 일으킬 수 있는 게 있을까.

어느 정도는 도훈도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애초에 목표였던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가 되는 것.

100년 동안을 달려왔던 그 목표를, 이제 다 이룬 입장.

그런 입장이니 이제 더 앞으로 달려나갈 원동력이 사라졌다고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

“산에 들어가 도나 닦을까 싶기도 해요.”

도훈의 대답에 웃고 마는 정유영.

그러나,

사실 농담인 것만도 아니었다.

도훈에겐 여전히 축구에 대한 목표가 남아 있었다.

스승님의 비급을 끝까지 마스터하고, 기회가 된다면 거기서 더 비급을 발전시키고 제자까지 두는 것.

하지만 그것은 이제 세계 축구와는 관련이 없는 것들 뿐이었다.

이미 돈도 평생 쓸만큼 벌어 놓았겠다, 정말 산에 들어가 비급 수련이나 하며 지내는 게 지금으로썬 도훈이 가장 바라는 앞으로의 삶일지도.

그건 앞으로 며칠 쉬면서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였다.

“자, 청와대 도착 했습니다.”

“내릴게요.”

일단은,

“아, 머리가 왜 이 모양이지.”

머리가 마음에 안들어 투덜대는 게 먼저의 고민인 18살 도훈이었지만.

“훈장 수여증. 한국축구협회,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 선수, 백도훈. 체육훈장, 맹호장을 수여합니다. 이하 동문.”

“감사합니다.”

청와대 만찬에 초대된 선수단.

그 자리에서, 선수들은 체육 종사자로서 가장 큰 영예인 체육훈장을 수여 받았다.

그리고 두 시간 여에 걸쳐 귀빈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며 그 동안의 노고를 치하 받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그 보다 더욱 기분이 좋고 명예로웠던 순간은,

“잘했다!”

“최고였다!”

2층 버스의 옥상에 올라타 도로변을 가득 메운 국민들과 함께한 카퍼레이드 때였다.

하고 싶은 축구를 했을 뿐이었다.

축구 선수로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었다.

그러자 국민들은 자신들을 세계 축구와 맞서싸운 자랑스러운 태극 전사들로 봐주었고, 국민 영웅으로 추대해줬다.

그 얼마나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일이겠는가.

도훈도,

그 순간을 즐기고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감사합니다!”

“백도훈! 백도훈!”

최대한 많은 국민들에게 인사를 드리기 위해 2시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손을 흔든 도훈.

정말, 잊지 못할 순간들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연락해라~”

카퍼레이드까지 마친 선수들은, 다시 청와대 앞에서 공식적으로 해단식을 가졌다.

그리고 정말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각자의 일정을 위해 헤어지게 되었다.

“고생했다.”

“휴우.”

도훈을 집에 데려다 주기 위해 운전대를 잡아준 임찬주.

뒷좌석에 편히 누워, 어두워진 창밖을 바라보며 이제야 정말 월드컵이 끝났음을 실감하는 도훈.

이제 한국에서 쉴 수 있는 시간은 4일 정도.

5일 뒤엔 다시 맨체스터로 날아가 시즌 후반기를 준비해야 했다.

또한 월드컵 이후로 미뤄두었던 재계약에 대해서 에이전트, 구단과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이고.

다시 쉴 틈 없이 돌아갈 생활에, 어떻게 보내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이번 4일 동안의 휴식이라고 볼 수 있었다.

임찬주도 그걸 알고 있는 듯,

“이제 뭐할거야? 그냥 집에서 푹 쉴거야?”

“...”

도훈에게 물었다.

임찬주의 물음에 잠시 대답없이 생각에 잠기는 도훈.

그러다,

도훈은 문득 할 일이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설악산.. 에 가고 싶어.”

“설악산? 갑자기?”

“응. 설악산. 설악산을 가야겠다.”

도훈은 갑자기 그 곳이 가고 싶어졌다.

< 재회 (1) > 끝

ⓒ 한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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