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년 수련한 축구선수-137화 (137/173)
  • < 재밌겠네 (3) >

    덴마크vs프랑스     스웨덴vs카타르

    벨기에vs브라질     포르투갈vs칠레

    우루과이vs스페인   멕시코vs잉글랜드

    스위스vs이탈리아   대한민국vs일본

    “프랑스, 브라질, 스페인, 이탈리아. 반대편에서는 스웨덴, 포르투갈, 멕시코, 대한민국.”

    “그럼 8강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브라질, 스페인, 포르투갈, 대한민국.”

    “그럼 4강은..?”

    “브라질, 대한민국.”

    월드컵 때마다 소환이 되어 우승후보를 점찍고 사라지는 한 남자, 팰레..

    역사상 최고의 축구선수라고 추앙받는 그이지만, 재밌게도 그가 하는 예측은 모두 반대로 이루어져 예언이 아니라 저주로 취급되는 그의 말.

    때문의 그의 말은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게 아니라, 묵직함을 담고 있었다.

    그런 그가, 놀랍게도 대한민국을 결승전에 진출할 두 팀 중 하나로 꼽았다.

    “젠장..”

    “O QUE A FODA..”

    그런 그의 예측에 혼비백산한 것은 역시나 한국과, 브라질이었다.

    아직 16강을 치루지도 않은 상태였으니, 결승까지 갈 것이라는 그의 말은 3번의 저주를 이겨내야 한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브라질의 처지는 한국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우승은 대한민국이 할 것이라고 말하겠다. 브라질이 우승한다고 말하면 또 무수한 브라질인들에게 협박을 받을테니..”

    그의 본심이야 당연히 브라질 우승이겠지만, 그는 농담조로 대한민국이 우승을 할 것이라며 저주의 쐐기를 박았다.

    그러니까 한국은 정말로 우승을 하기 위해선 네 번의 저주를 이겨내야 하는 셈이 되는 것이었다.

    “안그래도 힘들텐데 왜 그러냐 우리한테..”

    저주 따위가 없어도 순탄하지만은 않을 토너먼트이거늘.

    한국의 우승 도전은 저주를 이겨내야 한다는 또 하나의 과제까지 떠안은 채 헤쳐나아 가야 하게 되었다.

    ㆍㆍㆍ

    진정한 외나무 다리.

    월드컵 16강에서 서로를 만나게 된 한국과 일본.

    이 맞대결에 대해, 양 국가의 반응은 굉장히 상반된 모습들이었다.

    아무래도 지난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의 경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

    당시 도훈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일본 대표팀은 완전히 박살을 내버렸고, 6점차 이상의 패배만 당하지 않는다면 상관 없었던 일본은 그 이상의 패배를 당하며 플레이오프까지 치뤄야 하는 수모를 겪었었다.

    그 때의 경기를 생각한다면, 이번 16강도 한국으로썬 매우 쉽지 않겠냐는 전망이 당연한 듯 보였다.

    그러나,

    “일본이 조 1위 스위스를 3대0으로 잡는 기적을 보여줍니다! 대단한 저력입니다!”

    일본은 오히려 플레이 오프까지 치루면서 더 강한 팀이 되어 돌아온 듯 보였다.

    비록 한국보다 수월한 조에 편성이 된 것은 사실이었지만, 전 대회 준우승국 크로아티아와 아프리카의 영원한 강호 나이지리아를 꺾고 16강에 진출한 일본의 모습은 저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물론,

    그렇다 해도 도훈의 대한민국을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게 된 일본의 반응은 참담한 수준인 것이 사실이었다.

    “차라리 이탈리아를 만나는 게 훨씬 나았을 겁니다. 조별예선에서 보여줬듯이요. 한국은 H조에서 가장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팀입니다. 많은 전문가들도 3경기 모두에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 한국을 새로운 다크호스로 꼽고 있어요.”

    거대한 벽을 만나게 된 느낌이랄까.

    16강 진출의 기쁨도 잠시, 일본 선수단은 그런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해일을 마주한 조타수의 기분.

    단순히 피해 돌아가면 되는 암초를 만난 것이 아니라,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그러면서도 마주하게 된다면 모든 것이 뒤집어질 그런 해일을 마주한 기분인 것이었다.

    하지만,

    “그래. 뭐 있냐. 죽기 아니면 살기로 덤벼 보는 거지.”

    그렇기에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있긴 했다.

    또한 상대가 지난 번의 대승으로 방심을 하고 있을 수도 있는 일이고.

    단판으로 펼쳐지는 경기에선 어떤 결과가 일어나도 놀랍지 않다.

    경기는, 해봐야 아는 것이었다.

    12월 7일.

    카타르 월드컵 토너먼트 개막.

    덴마크와 프랑스의 경기를 시작으로 우승을 향한 레이스가 시작 되었다.

    “토너먼트는 완전히 다른 승부입니다. 오직 두 가지의 경우밖에 없죠. 다음 라운드로 올라 가느냐,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 가느냐.”

    토너먼트의 묘미라면 역시나 내일이 없는 듯이 맞붙는 간절함과 처절함일 것.

    16강의 첫 번째 경기인 덴마크와 프랑스의 경기부터 그 월드컵 특유의 간절함과 처절함은 넘쳐 흐르기 시작했다.

    “멋진 슈팅, 에릭슨!”

    “받아치는 은바페!”

    천재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슨과 천재 공격수 킬리안 은바페의 대결.

    그러나,

    그 둘이 천재로 주목받던 시절의 차이는 꽤나 세월의 격차가 있었다.

    분명 프랑스는 조별 예선에서 부진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으나, 또한 덴마크도 분명히 분전하며 90분이 다되어갈 때까지 승부의 결과를 알 수 없게 만들었으나 프랑스는 저력을 보여줬다.

    “은바페! 결국 극적인 골을 만들어 냅니다! 후반 43분에 터진 은바페의 골! 남은 시간 동안 덴마크가 이걸 만회할 수 있을까요! 시간이 너무나 뼈아픕니다!”

    은바페는 경기 종료를 2분 남겨두고 결승골을 터뜨렸고, 에릭슨과 덴마크를 집으로 돌려 보내며 가장 먼저 8강에 안착했다.

    한편 반대편에선 개최국 카타르가 일을 냈다.

    유럽의 강호 스웨덴을 꺾고 8강에 진출하고야 만 것.

    승부가 갈린 건 마지막의 마지막, 승부차기에서 였다.

    카타르와 스웨덴 모두 수비적인 부분에 신경쓴 듯 경기는 흘러갔고, 양 팀은 0대0으로 120분을 모두 보내며 승부차기로 승부를 결정짓게 되었다.

    “브랑크비스트! 실축합니다!”

    “이게 웬 일입니까! 카타르가 8강으로 진출합니다!”

    아시안컵 우승국이자 개최국인 카타르의 승리는 아마도 이번 대회 최대의 이변이자, 이번 대회의 토너먼트 전체를 하나로 요약하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화끈한 승리보다는 패배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보이는 팀들, 그리고 아시아 팀의 약진.

    그렇게 8강의 두 번째 자리는 카타르의 차지가 되었다.

    덴마크와 프랑스, 스웨덴과 카타르의 경기들이 보여줬듯, 나머지 16강 경기들도 양상은 비슷했다.

    다득점이 터지는 경기는 없었고 모두 살아남기 위한 전략에 목숨을 걸듯 끈질긴 승부들이 이어졌다.

    그 가운데 16강 경기 중 가장 주목을 받은 벨기에와 브라질의 경기.

    미리보는 결승전이라고 해도 충분한 두 나라의 경기는 브라질이 팰레의 저주를 이겨낼 수 있느냐는 것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었다.

    결과는,

    “일단 첫 번째 저주는 이겨냅니다!”

    브라질의 승리였다.

    이 역시 한끝차이의 승부였다.

    두 팀 모두 수비에 상당히 신경을 쓴 경기 내용을 보여줬고, 90분 동안 터진 골은 단 한 골,

    비니시오스 주니오르의 78분 결승 골이었다.

    그 골로 브라질은 강력한 우승후보 벨기에를 물리치고, 팰레의 저주까지도 이겨내며 8강에 진출하는데 성공한다.

    이어서 호널두와 베르나르 실바의 포르투갈이 칠레를 꺾었고, 스페인이 우루과이를 제압했다. 멕시코와 잉글랜드,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경기는 모두 승부차기에서 승부가 갈려, 잉글랜드와 이탈리아가 8강에 합세했다.

    이 모든 토너먼트에서 터진 골은, 단 6골이었다.

    7경기에서 6골이 터졌으니, 평균적으로 1경기당 1골도 터지지 않은 셈.

    예전과 달리 워낙 나라들간의 전력차가 작아지고,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아진 세계 축구의 흐름탓일까. 워낙 수비 전술이 토너먼트에서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흐름의 연장선일까.

    이기는 것보다, 지지 않는다.

    이 한 문장이 16강 라운드를 지배한 모습이었다.

    사실 이 명제는, 16강의 마지막 경기에서도 이어질 듯 보였다.

    대한민국과 일본, 두 아시아 국가들의 마지막 승부.

    두 팀은 조별예선에서 득점이 적은 편에 속하는 나라들은 아니었다.

    특히나 대한민국은 오히려 득점이 가장 많은 팀이었으니.

    하지만 그 안의 경기들을 들여다보면 분명 두 팀은 수비적인 전술을 주로 하는 팀들이 분명했다.

    그런 두 팀이 토너먼트에서 만났으니, 이전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또한 다른 토너먼트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수비적인 경기의 흐름이 이어지지 않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는 다르게 간다.”

    대한민국은 이번 경기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이전 경기들과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파울루 베투 감독은 이해하고 있었다.

    한국의 문화, 대표팀의 문화.

    일본만 만나면 강해지는 전투력, 그리고 그 근본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를.

    때문에 이번 경기만큼은,

    해방시킬 것이었다.

    선수들을 수비적인 전술 속에 가둬놓는 것이 아니라,

    지지 않는 경기를 위해 뛰는 것이 아니라 이기기 위한 경기를 하게끔 풀어 놓을 생각인 것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한다면 이기는 경기가 아니라 상대를 박살 낼.

    지난 번 이미 한 번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그 경기를 다시 한 번 되풀이할 생각이었다.

    “여기는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대한민국과 일본의 16강 경기를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준비는 끝났고, 무대는 준비 되었다.

    이젠 모두가 지켜보기만 하면 되었다.

    “손홍민과 백도훈의 투 톱. 선발 명단의 선수들은 대부분이 그대로입니다만, 약간의 성향이 오늘은 달라 보이죠? 백도훈이 조금 더 공격적으로 올라간 위치에서 나옵니다. 베투 감독의 생각이 보이는 전형입니다.”

    오늘 도훈은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닌 쳐진 스트라이커 위치에서 경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 차이가 큰 의미 없어 보일 순 있으나, 그것만으로 일본이 갖게 되는 위협은 배로 증가하는 느낌.

    일본은 역시나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극명히 보이는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다른 토너먼트 경기를 치룬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그러나 그 의미는 조금 달랐다.

    다른 나라들이 8강 진출을 위해 지지 않겠다는 마인드였다면, 일본은 말 그대로 정말 지지 않기만을 바라는 마인드. 이 경기를 지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준비는 많이 했고, 복잡하지도 않았다.

    무조건 사활을 걸고 백도훈을 막아내는 것.

    백 쓰리를 들고 나온 일본은 포메이션 상으로는 3-5-1의 전형이었지만,

    “사실상 텐 백이죠. 거의 모든 선수가 하프 라인 아래로 내려와 수비 라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파이브 백이라고 보는 게 맞아요.”

    양 쪽 윙백이 깊게 내려와 수비하며 다섯 명이 박스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줬고, 그 앞선에도 선수들이 우글우글 몰려 완전히 수비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말이었다.

    파아앙-

    파아앙-!

    그 앞에서 공을 돌리며 천천히 경기를 시작하는 한국.

    ‘시작부터 이렇게 나온다라..’

    일본이 세운 촘촘한 방벽을 흥미롭다는 듯한 눈길로 바라보는 한국 선수들.

    그 눈빛이, 마치 길거리에 놓여 있는 펀치 기계를 발견한 격투기 선수들의 눈빛처럼 보였다.

    “한 번 할까?”

    “하하, 재밌겠네.”

    우두둑, 우두둑.

    펀치 기계를 앞에 두고 팔을 붕붕 돌리며 몸을 푸는 것처럼.

    “백성호, 위강인에게. 위강인, 한 명 벗겨 냅니다! 그대로 슈우웃-!”

    첫 번째 주자, 중거리 슈팅으로 포문을 여는 위강인.

    뻐어어어엉-!

    슈우우우웅-!

    주르륵 올라가는 점수.

    그러나,

    “크로스바를 살짝 벗어 납니다!”

    위강인의 첫 번째 도전은 최고 기록을 경신하지 못했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던 동생의 시도에 박수를 보내는 형들.

    그리고 위강인의 첫 번째 시도 이후,

    최고 기록을 경신하겠다는 기세로 달려드는 형들의 난타가 시작 되었다.

    “백성호, 그대로 때립니다!”

    “날카롭게 올라오는 코너킥! 김민제의 헤더! 아아, 그러나 히가시우치 골키퍼의 품에 안깁니다!”

    “손홍민, 손홍민! 슈우웃-!”

    전반 5분만에 터진 다섯 번의 슈팅.

    1분에 한 번 꼴로 슈팅을 때리며 일본을 몰아붙히기 시작하는 한국.

    “굉장한 공격력입니다!”

    “조별 예선 때와는 다르게 공격적으로 나서는 대한민국!”

    일본은 그렇게 나오는 한국의 모습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음에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모두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고 있었다.

    상대의 세 번째 슈팅이 중앙 수비수인 김민제의 것이었을 정도로.

    일본이 텐 백이라면, 한국은 텐 어택이라는 식이었다.

    한 번의 역습이라도 내주면 어쩌려고 저렇게 공격 일변도로 경기를 시작하는 것인지.

    이것은 토너먼트인데, 어찌 저리도 조심성 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지.

    화가 나고, 오기가 발동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렇게 오기가 발동할 수 있었던 것도, 지금까지의 펀치들이 신기록을 수립할 정도로 강하지는 못했기 때문일 것이었다.

    “정유영, 백도훈에게. 백도훈, 순식간에 일본 선수들에게 둘러 싸입니다.”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도훈이, 드디어 팔을 걷으며 나섰다.

    그리고, 펀치 기계를 향해 주먹을 붕붕 돌리며 달려들기 시작했고,

    “저 사이를 빠져 나옵니다! 백도훈!”

    “어엇!”

    뻐어어어어엉-!

    그대로 주먹을 내질렀고, 굉음이 일었다.

    “그대로 때립니다!”

    거리는 30미터가 조금 안되는, 먼 거리였다.

    쉽사리 슈팅을 예상하기엔 거리가 있던 위치.

    그러나 개의치 않는 듯 도훈은 그대로 오른발등을 공에 얹었다.

    그리고,

    점수가 무섭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슈우우우우우웅-

    골대를 향해 날아가는 원거리 미사일.

    그 거리라면 웬만한 슈팅이라도 키퍼가 준비를 하고, 몸을 날리기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질만했다.

    그러나, 그것도 슈팅을 때린 공이 어디로 향할 지 예측이 될 때의 이야기.

    이미 히가시우치 키퍼가 공을 발견한 이후에도, 공은 멋대로 춤추고 있었다.

    “무회전!”

    슈우우우우웅-

    철썩-!

    일본의 모든 선수들이 고개만 뒤로 돌린 모습으로 굳어 버렸다.

    도훈의 괴물같은 슈팅은 그들의 머리 위를 춤추며 골대를 향해 날아갔고, 그대로 꽂혀 버렸다.

    모두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압도적인 힘.

    펀치 기계의 신기록이 수립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신기록에 한국 선수들 마저도 힘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더 이상 그 기록을 넘을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 재밌겠네 (3) > 끝

    ⓒ 한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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