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년 수련한 축구선수-136화 (136/173)
  • < 재밌겠네 (2) >

    어느 덧 카타르 월드컵이 개막한 지도 2주차.

    벌써 조별 마지막 라운드에 돌입하는 일정.

    이제부터는 한 조 네 개의 국가가 같은 시간에 경기를 벌여, 최종적으로 16강 진출국을 가리게 되는 마지막 라운드.

    하루 하루씩 경기가 진행이 되고, 조별 예선이 마무리되며 하나둘씩 16강 진출국들의 윤곽이 드러나게 되었다.

    “대이변이라면 대이변이겠네요! 개최국, 카타르가 알 하세르의 믿을 수 없는 극장골로 극적인 16강 진출에 성공합니다!”

    개최국 카타르가 속한 A조는 마지막까지 극적이었다.

    16강 진출을 위해선 마지막 경기 승리가 필요했던 카타르는 후반 90분까지 튀니지와 0대0 득점 없이 비기고 있다가, 추가시간 막판 천금같은 극장 골을 터뜨리며 16강 진출을 확정짓는 기적을 써보였다.

    그 기적에 카타르 전역이 들썩인 것은 당연.

    월드컵의 분위기는 더욱 달아 올랐다.

    “결국은 프랑스가 우승국 징크스를 깨버리는데 성공합니다!”

    B조에서는 오랫동안 이어져 왔던 월드컵 징크스 하나가 깨졌다.

    전 대회 우승국 프랑스가 결국엔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우승국 징크스에서 탈출한 것.

    그 주역에는 역시나 우스만 멤벨레와 킬리안 은바페가 있었고, 그들은 지난 대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아니 더욱 진보한 황금세대라는 것을 입증하며 저력을 보였다.

    물론 단연 조 1위를 차지해야 본전인 전력을 가지고 2위로 16강에 진출한 것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긴 했지만.

    “C조 역시 예상보다 더욱 치열했습니다.”

    1시드 국의 수난은 C조 역시 마찬가지.

    칠레에게 덜미를 잡혔던 벨기에는 예상치 못한 그 일격에 흔들리는 듯 했으나, 나머지 두 경기 세네갈과 파라과이를 잡아내며 결국 조 1위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C조 1강으로 꼽히던 개막 전 예상보다는 힘들었던 조별 예선이었다.

    “D조와 E조가 그나마 가장 개막 전 예상과 같게 흘러간 조들이 되겠네요.”

    1시드 국의 자존심을 지킨 건 D조와 E조의 브라질와 우루과이였다.

    브라질은 포르투갈과 무승부를 기록한 것 외에는 모두 승리를 거두며 16강 진출을 확정지었고, 특히나 올해 초 대한민국과의 평가전에서 3대3 무승부를 기록했던 것이 재조명되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이 되기 시작했다. 물론 이전부터 우승후보긴 했지만, 대한민국이 예상보다 훨씬 강한 전력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재조명이 된 것. 그 때 무승부에 대해서 브라질 자국 언론들은 우려를 표했으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재밌는 건 같은 조의 포르투갈 역시 마찬가지로 2승 1무를 기록했고 득실에서 오히려 앞서며 브라질은 1위로 16강에 진출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 재밌다면 재밌는 일이었다.

    우루과이 역시 난적 잉글랜드, 미국, 코스타리카를 모두 제압하며 1시드 국 중 가장 압도적으로 조 1위를 확정 지었다.

    “F조도 1,2위의 순위만 바뀌었지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스페인과 멕시코가 16강에 진출합니다.”

    F조에서는 멕시코가 스페인을 꺾은 기세로 조 1위, 스페인이 그 뒤를 이어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 특히 한국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던 G조의 최종 결과.

    “A조만큼이나 극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G조는, 마지막 경기 결과가 나오는 동시에 2위와 3위의 순서가 뒤바뀌게 되었다.

    크로아티아가 나이지리아와 비기며 1승 1무 1패를 기록하게 되었고, 일본은 조 1위를 달리고 있던 스위스에게 극적인 3대0 승리를 거두며 마찬가지로 1승 1무 1패를 기록하게 되었다.

    똑같은 승점에서, 일본은 크로아티아를 득실로 제치고 2위에 오르기 위해선 반드시 스위스를 3점차 이상으로 이겨야하는 아주 어려운 상황이었었다. 전승을 달리는 스위스의 기세는 상당했으니.

    그러나, 그 어려운 걸 해내고야 만 일본이었고, 결국 일본은 조 2위 자리를 차지해 16강에 진출하게 되었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H조.

    아직까지 모든 팀이 16강 진출의 가능성이 남아 있는, 박터지는 H조.

    그 가운데 홀로 여유로운 건 대한민국 뿐이었다.

    사실, 이렇게 대한민국이 마지막 경기 결과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었기도 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게 정반대의 이유였어서 그렇지.

    개막 전의 예상은 이미 16강 진출이 불투명해져 마지막 경기 결과에 대해서도 여유로운 입장일 것이라고 예상했었다면, 지금은 어찌 되어도 16강 진출이 확정이기에 여유롭다는 것.

    그렇게 12월 4일.

    같은 시간에 대한민국과 네덜란드, 그리고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의 경기가 카타르 월드컵 마지막 조별 예선 경기로 시작이 되었다.

    조 1위를 확정짓기 위해 싸우는 대한민국과, 16강 진출의 운명을 걸고 나서는 네덜란드.

    아무래도 경기에 임하는 그 각오의 무게가 조금은 다를 수밖에 없는 두 팀이었다.

    네덜란드는 강팀이었다.

    조추첨 당시 기준으로 피파 랭킹 8위.

    버질 반 도이크, 멤피스 데포이, 프랭키 데 종, 데 히르트 등 유럽에서도 걸출한 재능으로 일컬어지는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네덜란드였다.

    특히나 반 도이크, 데 히르트의 쌍벽은 단연 유럽 최고.

    그러나, 조별 2라운드에서 이탈리아에게 패배했던 네덜란드는 경기 내적이 아닌 외적인 문제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워낙 그런 스타 플레이어들이 많기 때문일까.

    몇몇 일간지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네덜란드의 감독 반 데 보리에는 팀 내의 실권을 상실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할 정도이고, 실권은 선수들이 잡고 있는 상태라고 전해졌다. 훈련, 전술, 심지어 선발 라인업까지. 이 모두를 선수들이 결정하고, 감독은 유명무실한 존재가 된 것이 현재 네덜란드 대표팀의 현실이라는 것.

    한 마디로 콩가루 팀이라는 것이었다.

    누가 주동자인지, 무엇이 진실인지 정확한 내부 사정이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탈리아 전 졸전 끝의 패배는 이러한 가십에 불을 붙였고 자국 언론도 선수들을 비판하는 논조에 힘을 싣는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네덜란드였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조별 마지막 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을까.

    전혀 아니었다.

    “부분 전술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거에요. 일단 롱 패스로 붙여놓고, 거기서 우당탕탕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게 다입니다. 이런 공격 전술의 부재 속에서 짜임새 있는 경기력이 나올리가 만무하죠. 그나마 데포이가 개인 능력으로 흔들고 가는 게 가장 위협적인 옵션 중 하나지만, 그걸 전혀 활용 못하고 있는 겁니다.”

    첫 경기도 그랬고, 두 번째 경기도 그랬듯이 대한민국과의 경기에서도 네덜란드는 답답한 경기를 이어 나갔다.

    감독의 전술 부재인 것인지, 아니면 선수들이 그 전술을 무시하는 것인지.

    어느 쪽이든 둘 중 하나는 사실일 게 분명하다고 생각이 될 정도로 짜임새 없는 네덜란드의 모습.

    그런 네덜란드가 하나의 목적의식을 가지고 완성된 전술 아래 단합된 대한민국에게 승리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은 처음부터 구실 좋은 변명에 불과할 지도 몰랐다.

    “백도훈, 데 리흐트를 완벽히 제쳐내고 들어갑니다! 슈우우웃-!”

    “고오오올-! 들어갔어요, 들어갔어요! 오늘도 득점포를 가동하는 백도훈입니다!”

    팀으로 단합이 안된다면 선수 개인 능력이라도 앞서야 하는 게 맞았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스타 플레이어들이라는 그 누구도, 한국의 도훈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선수는 없었다.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반 도이크는 도훈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선수였고, 그런 반 도이크에 비하면 애송이 취급을 받는 데 히르트야 말할 것도 없었다.

    경기 외적으로 흔들리는 네덜란드의 상황은, 어찌보면 명예로운 죽음인 것이었다.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네덜란드는 대표팀과 관련된 문제들을 모두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네요.”

    경기 외적으로 흔들렸기 때문에, 대표팀에 많은 문제들이 있었기 때문에 졌다고.

    단순히 경기력으로 패배한 것이 아니라고.

    다른 문제가 없었다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핑계를 돌릴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어쩌면, 그저 실력으로 패배한 것일지도 모르는 이 현실을 숨길 수 있도록.

    “경기 끝났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대한민국!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조별 예선 3전 전승을 기록하는 순간입니다! 조 1위로 당당히 16강 진출에 성공하는 대한민국!”

    네덜란드는 4대0으로, 대한민국에게 가장 큰 점수차로 패배하며 16강 진출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도훈은 이 날 경기에서 두 골을 기록하며 조별 예선 세 경기에서 7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그런 도훈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한일 월드컵 2승 1무가 최고 성적이었던 조별 예선을 3승 전승으로 통과하는 업적을 세우게 되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16강 토너먼트, 그리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갑니다!”

    물론, 그것에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역대 가장 성공적이었던 한일 월드컵의 조별 예선 성적을 앞섰듯, 선배들이 기록했던 4강이라는 신화 그 이상을 바라보는 도훈과, 대표팀.

    이제,

    카타르 월드컵은 조별 예선을 마치고 토너먼트 체제로 돌입하며, 진정한 월드컵의 시작을 알렸다.

    ㆍㆍㆍ

    A조

    1위 덴마크

    2위 카타르

    B조

    1위 스웨덴

    2위 프랑스

    C조

    1위 벨기에

    2위 칠레

    D조

    1위 포르투갈

    2위 브라질

    E조

    1위 우루과이

    2위 잉글랜드

    F조

    1위 멕시코

    2위 스페인

    G조

    1위 스위스

    2위 일본

    H조

    1위 대한민국

    2위 이탈리아

    16강 대진표

    덴마크vs프랑스              스웨덴vs카타르

    벨기에vs브라질              포르투갈vs칠레

    우루과이vs스페인          멕시코vs잉글랜드

    스위스vs이탈리아            대한민국vs일본

    대한민국이 조 1위를 차지하면서, 득을 본 건 토너먼트 대진의 왼쪽으로 가느냐 오른쪽을 가느냐의 부분에서 였다.

    토너먼트에 올라온 이상 누구도 쉬운 상대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확실히 막강한 전력의 국가들이 대진의 왼쪽으로, 비교적 수월한 국가들이 오른쪽에 포진이 된 것을 알 수 있었고, 대한민국은 H조 1위를 하며 오른쪽에 배치가 된 것.

    16강에서 일본을 꺾는다면 8강에서 멕시코와 잉글랜드의 승자와 만나게 될 것이고, 그 둘 중 하나를 꺾는다면 4강에서 스웨덴, 카타르, 포르투갈, 칠레 중 한 팀을 만나게 되는 것이었다.

    확실히 결승까지 프랑스, 벨기에, 브라질, 우루과이, 스페인 등을 피할 수 있는 것은 대한민국에게 굉장한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이런 행운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에, 토너먼트에서 한 경기 한 경기를 이기는 게 먼저라는 건 두 말하면 잔소리였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게 16강 상대가 일본으로 결정된 것은 이 역시 행운이라고 볼 수밖에는 없었다.

    이렇게 한국이 수월한 사이드에 배치가 되었다고 하지만, 그 어떤 언론도 그것을 먼저 이야기하는 언론은 없었으니까.

    그저, 16강 상대가 일본이 되었다는 것과 그에 따라 16강 경기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었으니 대표팀이나 모두가 16강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무조건 이겨야지. 16강이 아니라 친선 경기도 질 수 없는 게 일본인데.”

    “난 몇 대 몇으로 이길지가 기대되는데. 만약 일본이 H조였으면 뼈도 못추렸을텐데, 우린 3승을 했잖아? 백도훈이 아마 일본을 박살내 줄거야.”

    일본과의 16강 소식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재밌는 16강이 될 거라며, 일본을 어떻게 박살내줄지 대표팀에게 기대를 건다는 반응들이 대부분.

    그러나, 일본은 정반대였다.

    일단 극적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한 것에 대해선 긍정적인 반응들이었지만, 사람이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고 이제 8강 진출을 목표로 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만난 것은 굉장한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한국, 이제 운명의 단판 승부

    -만날 수 없을 것 같던 일본과 한국의 16강 대격돌

    조추첨 당시, 일본은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한국의 처지를 애도했었다.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표현까지 하면서.

    그러나, 일본이 애도했었던 그 조에서 한국은 모두를 제압하고 16강에 진출했다.

    그리고,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

    이제 그 어떤 일본 언론들도 대한민국을 비웃을 수는 없었다.

    -유럽, 남미 최강국 상대로 압도적 무력 과시.. 울트라 니폰에게 가망은 있는가?

    그저,

    저승사자를 만난 것처럼 떨고 있을 뿐이었다.

    한 편, 그런 가운데.

    월드컵하면 빼놓을 수 없는 브라질의 전설적인 축구 선수가 확정된 16강 대진을 보고 재밌는 의견을 내놓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언제나 말한 것의 반대로 되는 저주로 유명한 그 남자가,

    “결승은 브라질과 대한민국의 싸움이 될 것 같다.”

    라고 말한 것이었다.

    < 재밌겠네 (2) > 끝

    ⓒ 한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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