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년 수련한 축구선수-131화 (131/173)
  • < 11월의 월드컵 (2) -작가의 말 먼저 확인 부탁드립니다. >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했소. 강한 팀을 만드셨군. 그나저나..”

    경기를 마치고 악수를 나누는 베투 감독과 스웨덴의 군나손 감독.

    군나손 감독은 무엇인가 물어볼 것이 있는 듯 베투 감독에게 말을 걸었다.

    “본선에서도 이런 식의 경기를 할 생각입니까?”

    “내가 대답해 줄 것이라고 바라고 묻는 건 아니겠지요?”

    베투 감독의 대답에 피식 웃고마는 군나손 감독.

    자기가 생각해도 어처구니 없는 질문이었다.

    같은 대회에 출전하는 팀 감독에게 본선에 대한 계획을 묻다니.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스웨덴도요.”

    베투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선수들을 불러 모으는 군나손 감독.

    평가전은 완패였다.

    때문에 선수들의 표정도 밝지 못했고.

    하지만,

    “상심할 것 없다. 오늘 분명 우리는 패배했다. 하지만, 본선에서도 이런 패배를 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너희들은 오늘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

    선수들을 격려하는 군나손 감독.

    그러나 그런 격려에도 선수들은 의기소침한 표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당연했다.

    한국에게, 5점을 내주며 패배했으니까.

    다른 유럽이나 남미의 강호도 아닌, 한국에게.

    하지만, 군나손 감독은 선수들이 모르고 있던 사실을 분명하게 말했다.

    “오늘 평가전은 프랑스와의 경기를 위한 대비전이었다.”

    그 말에 고개를 들어 군나손 감독을 쳐다보는 선수들.

    오늘 경기가 프랑스 전을 대비한 평가전이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프랑스와 한국, 두 팀이 가지는 공통점은 없어 보였다.

    프랑스는 저번 대회 우승팀이자, 이번 대회에서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팀인데.

    “공통점이 없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아니다. 오늘, 너희들은 백도훈을 상대해봤다. 그 백도훈은 가상의 은바페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또한, 한국은 그런 백도훈을 이용한 역습, 그리고 수비를 위주로 효율적인 경기를 했지. 프랑스도 비슷하다.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두 팀은 매우 닮아 있어.”

    조 추첨이 확정된 뒤, 프랑스의 경기를 몇십 경기나 분석했던 군나손 감독이었다.

    프랑스에게 아트사커라는 별칭은 예전 이야기였다.

    프랑스는 어떤 팀보다 좋은 수비와 역습으로 효율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었다.

    그런 프랑스의 향기를 아시아의 한국에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군나손 감독에게도 의외였다.

    그러나 더욱 의외였던 것은,

    “은바페를 상대하는 건 백도훈을 상대했던 것보다 훨씬 쉬울 것이다. 그러니, 본선에서는 오늘같은 대량 실점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 말은, 우리도 충분히 프랑스를 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은바페와, 스웨덴에겐 가상의 은바페였던 백도훈.

    그 둘의 플레이를 모두 직접 본 바가 있는 군나손 감독.

    의외였다는 건, 그 둘간의 기량 차이가 생각보다도 더 있다는 것.

    “이길 수 있다. 은바페는, 백도훈이 아니다.”

    군나손 감독은 선수들에게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

    대표팀은 스웨덴과의 평가전에 이어,

    콜롬비아, 덴마크와의 평가전을 치루며 본선을 위한 팀 완성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 두 경기는 스웨덴과의 경기와 달리 공개 평가전이었고, 스웨덴과의 경기 결과를 보고 기대감에 부풀었던 국민들은 그 경기들에서 기대감을 확신으로 바꿀 수 있었다.

    “잘 하네..”

    “두 말하면 입 아프지. 백도훈 잘 하는 거 한 두번 보나.”

    “그것도 그런데, 잘 쓴다. 백도훈을 잘 써. 이거, 진짜 할 만 하겠는데?”

    대한민국 대표팀은 콜롬비아를 3대1으로 물리쳤고, 덴마크를 3대0으로 꺾었다.

    중요한 점은 그 두 경기에서 1실점만을 기록했다는 것.

    평가전 세 경기에서 11득점을 기록한 공격력은 새삼스럽게 주목할 필요도 없었다.

    도훈의 실력이야 클럽, 대표팀을 막론하고 어디에서나, 누구를 상대해서도 최고라는 건 굳이 따로 확인하지 않아도 믿을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그보다 중요한 건, 대표팀의 수비력이 본선에 가까워 질수록 완성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은 철저히 선수비 후역습의 전술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평가전을 치루고 있었다.

    상대에 따라 다양한 전술을 준비하고, 상대에 맞춰 자신들의 플레이를 준비하는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

    이건 실력에 자신 있는 강팀들이 보여주던 성격이었다.

    상대가 누구든, 우리의 축구만 할 수 있다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강팀들 말이었다.

    베투 감독은 그런 자신감이 있었다.

    사실, 도훈이 있는 선수단을 가지고 그런 자신감이 없다면 그게 이상한 것이겠지만.

    어찌됐든,

    한국 대표팀은 그렇게 순탄하게 본선을 준비했고, 마침내 11월 18일.

    첫 경기, 이탈리아 전이 열리는 카타르 칼리파 국제 경기장에 입성했다.

    ㆍㆍㆍ

    11월 21일,

    마침내 카타르 월드컵 개막.

    전 세계는 축구 열기로 가득 차게 되었고, 모든 축구 팬들의 시선이 카타르로 쏠렸다.

    “예상보다 멋진 개막전입니다!”

    카타르와 덴마크의 개막전으로 시작된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는 과거 개최국으로써의 자격이 있느냐는 등 많은 팬들의 우려를 받았었으나, 지난 아시안컵을 우승하는 등 그 자격을 스스로 증명해냈고 이번 개막전에서도 덴마크와 2대2로 비기며 예상외의 선전을 펼쳐 보여 개최국으로써의 자존심을 세웠다.

    덕분에 뜨겁게 달아오른 월드컵의 분위기.

    이어진 경기들도 열광적인 분위기 속에서 멋진 승부들이 속출하며, 과연 월드컵이 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축구 대회인지를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A조부터 G조 경기들까지.

    그 경기들을 요약해보자면, 이번 대회는 이변의 대회보다는 전통 강호들의 강세가 돋보이는 대회가 될 것 같다는 것이었다.

    전 대회 우승국인 B조의 프랑스만이 스웨덴과 2대2로 비겨 우승국 징크스의 이야기가 흘러 나왔을 뿐, C조의 1시드 국가인 벨기에는 칠레를 3대1로 물리쳤고 D조, E조의 브라질과 우루과이도 각각 폴란드와 미국을 꺾으며 이변 없는 경기를 보여주었다.

    F조의 스페인, G조의 크로아티아 역시도 생각보다 치열했던 경기지만 결국 첫 경기를 승리로 가져갔고.

    그런만큼,

    사람들은 H조의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될 지에 대해 더욱 시선을 모았다.

    누가 강호고, 누가 이겨야 이변인 지의 구분이 없는 H조.

    대한민국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세 나라가 서로를 이기고 서로에게 진다고 해도 그 어떤 걸 이변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예측이 불가능했기에, H조는 그 어떤 조보다 더 주목을 받고 있었다.

    그런 H조의 첫 경기,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의 맞대결.

    그 둘은 월드컵에서 맞붙을 때면 항상 명경기를 펼쳤었던 국가들이었다.

    특히나 98년 월드컵 8강에서 펼쳤던 두 팀의 경기는 월드컵 역사상 최고의 명경기로 꼽힐 정도.

    어쨌든,

    결과적으로 둘간의 경기는 1대1, 무승부로 끝이 났다.

    버질 반 도이크와 라이오넬 멧시의 승부로 주목을 모았던 경기답게 둘의 공방전은 치열했다.

    그리고,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90분은 끝이 났고.

    역시 눈부셨던 건 반 도이크의 수비력이었다.

    반 도이크는 멧시 뿐만이 아니라 아르헨티나의 공격 전 범위를 커버하는 미친 수비력을 선 보이며, 패배할 경기를 혼자서 무승부로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그런 반 도이크의 활약은 베투 감독이나 한국 국민들에게 예민한 경계심을 심어주기 충분했고.

    그러나, 일단 신경쓸 건 그게 아니었다.

    당장 그 경기에 이어 두 시간 뒤.

    “여기는 카타르,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입니다.”

    대한민국에게 결전의 시간이 찾아 왔기 때문이었다.

    이탈리아.

    남유럽, 지중해에 위치한 이탈리아 반도의 국가 이탈리아는, 유럽 축구 역사에 있어 빼놓을 수가 없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전통의 강호였다.

    사실 이탈리아의 축구 역사에 대해 굳이 주절 주절 설명하지 않아도, 이탈리아라는 이름 하나면 설명은 끝.

    그런 이탈리아가 러시아 월드컵에 나오지 못했었다.

    충격적인 결과였다.

    적잖은 사람들이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눈물을 흘렸을 정도로.

    언제나 우승후보로 꼽히고, 실제로 네 번이나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이탈리아가 월드컵 조별 예선도 아닌 지역예선에서 탈락했다는 사실은 아마 러시아 월드컵에서 가장 큰 사건 중 하나였을 정도였다.

    그런 이탈리아가, 이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절치부심이라는 단어가 적절할 것이었다.

    축구 명가에게 부진은 한 번으로 족했고, 이젠 다시 아주리 군단의 행진의 나팔을 불 차례였다.

    그런 각오로 이번 월드컵을 준비해온 이탈리아에게,

    대한민국은 아주 적절한 첫 경기 상대가 아닐 수 없었다.

    러시아 월드컵 출전 실패만큼이나 이탈리아 축구 역사에 있어서 충격적이었던 사건.

    바로, 2002 한일 월드컵 16강 전의 패배를 설욕할 수 있는 기회기 때문.

    그 당시의 충격은 승리한 한국도 믿을 수 없을만큼 대단했었다.

    어쩌면 이탈리아에겐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패배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고.

    때문에,

    이탈리아가 전의를 불태우며 반드시 승리를 다짐하고 칼리파 국제 경기장에 입성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백도훈 선수의 컨디션 여부일 것입니다. 언제나 항상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대단한 자기관리를 보여줘 왔던 백도훈 선수인데요. 오늘도 몸상태가 100퍼센트 좋은 상태라면 우리도 충분히 승리를 노려볼만한 경기입니다.”

    경기 시작 전 그라운드에서 가볍게 몸을 푸는 선수들.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만치네 감독은 그런 한국 선수들 중, 역시나 도훈을 예의주시 했다.

    선수들의 상태를 파악하고 경기 명단을 짜는 게 직업인 감독.

    감독들은 가볍게 몸을 푸는 모습만 봐도 선수의 상태를 대강 파악할 수 있는 법.

    ‘흐음..’

    도훈의 모습을 지켜본 만치네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모은 뒤, 오늘 경기의 의미에 대해 연설에 가까울 정도로 힘주어 이야기하며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이끌어내려 노력했다.

    왜냐하면,

    쉽지는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잠깐이나마 확인해 본 백도훈의 몸 상태는,

    아마도 최상의 상태가 아닐까 싶었으니.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결전의 시간은 다가왔고, 관중들은 관중석을 가득 메웠으며 선수들은 입장을 마쳤다.

    그리고, 애국가가 먼저 울려 퍼졌다.

    듣기만 해도 벅차오르는 가슴.

    도훈은 가슴에 손을 얹고, 태극기를 향해 서서 애국가를 큰 목소리로 불렀다.

    월드컵, 드디어 월드컵이다.

    그 동안 프리미어 리그, 챔피언스 리그 등 꿈의 무대를 밟아 왔던 도훈에게도 꿈의 무대였던 월드컵.

    그 월드컵의 한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이 도훈으로서도 가슴이 쿵쾅쿵쾅 뛰는 일.

    -대한민국

    -피파 랭킹 34위

    -아시아 지역 예선 1위

    -월드컵 최고 성적 4강(2002년)

    -상대 전적 1승 1패

    대한민국 선발 명단 (4-4-2)

    GK 조형우

    CB 김민제

    CB 김형권

    LB 서영제

    RB 박의영

    MF 위강인

    MF 백성호

    MF 권창운

    MF 정유영

    FW 손홍민

    FW 백도훈

    “~...길이 보전하세~”

    “와아아아앗-!”

    함성, 그리고 박수와 함께 애국가 제창이 끝나고.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서로에게 박수를 쳤다.

    이 순간, 국민들은 물론 선수들의 가슴엔 온통 나라를 위해 승리를 거둬야겠다는 의지만이 폭발할 듯 넘실거릴 뿐.

    이어 이탈리아의 국가가 연주 되었다.

    -이탈리아

    -피파 랭킹 28위

    -유럽 지역예선 1위

    -월드컵 최고 성적 우승(1934, 1938, 1982, 2006년)

    -상대전적 1승 1패

    이탈리아 선발 명단 (4-4-2)

    GK 지안루이지 돈나롬마

    CB 알레시오 로마놀리

    CB 마티아 데 셀리오

    LB 다비데 자파쿠스타

    RB 다비데 칼라드리아

    MF 마르코 베라튀

    MF 자코모 보나벤추라

    MF 페데리코 베르나데스키

    MF 로렌조 인치네

    FW 치로 임모발레

    FW 조르지오 마티니

    이탈리아의 국가 연주 역시 박수와 함께 끝이 나고,

    “이제 진짜 시작입니다.”

    악수를 나누는 선수들.

    찡긋-

    도훈은 이탈리아 선수들과 인사하며 몇몇 선수들과 윙크를 주고 받았다.

    역시나, 오늘 경기 절대 질 수 없는 이유 중 하나.

    이탈리아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많았다.

    밀란 시절 동료들이 넷이나 대표팀에서 뛰고 있었다.

    특히, 이탈리아의 스트라이커 자리를 꿰찬 조르지오 마티니.

    지난 번 만남은 그의 집에서, 그의 동생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였을 정도로 절친한 관계지만, 또한 어쩌면 훗날엔 가족의 연을 맺게 될 지도 모르는 사이지만.

    “...”

    “...”

    오늘만큼은 둘도 없는 적이 되는 둘이었다.

    개인적인 친분은 이제 없다.

    ‘로레나, 이탈리아를 응원해라.’

    ‘로레나, 오늘만큼은 날 응원하지 않아도 좋아.’

    서로의 나라를 대표하는, 각자의 나라를 위해 목숨바쳐 뛸 국가대표만이 있을 뿐.

    “경기가!”

    “삐이이이이이익-!”

    “시작 됐습니다!”

    대한민국의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

    ‘그리고, 로레나. 미리 말할게.’

    이탈리아 전이 시작되었다.

    ‘미안해.’

    < 11월의 월드컵 (2) -작가의 말 먼저 확인 부탁드립니다. > 끝

    ⓒ 한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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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본 글이 외부 유통이 됨에 따라 선수들의 실명을 수정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원래 표기되던 실존 인물들의 명칭이 변경될 예정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쓰일 예정입니다. 혹시나 보기 불편하셨다면 사과드리고, 어쩔 수 없다는 말씀밖에 드리지 못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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