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년 수련한 축구선수-120화 (120/173)

< 다음 장 (1) >

프리미어 리그 우승, 확정.

그리고 앞으로 남은 경기, 4경기.

어차피 맨유의 우승이야 일찌감치 예정된 사실이었고, 더 중요한 건 과연 전승 우승이라는 대위업을 달성해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

짝짝짝짝-

“맨유 선수들이 뉴캐슬 선수들의 박수를 받으며 경기장에 입장하고 있습니다.”

“상대팀이지만, 같은 동업자의 입장에서도 그들의 행보는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겠죠. 모두 그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고 있으니까요. 이 위대한 행군이 끝나기 전까지, 가장 힘든 건 맨유의 선수들일 겁니다. 그들은 찬란한 명예를 위해 달려가고 있지만, 그 명예를 위해 그에 준하는 고통도 받고 있을 거예요.”

실제로,

해설자의 말처럼 맨유의 선수들은 상당히 지쳐 있는 상태였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지금까지 모든 경기를 이겨왔지만, 앞으로 단 한 번만 삐끗한다면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한 번의 패배가 모든 걸 망칠 수 있다는 정신적인 압박감.

여러 대회를 치루며 많은 경기를 소화하느라 쌓인 육체적 피로감.

당연한 일이었다.

고된 행군 끝에 고지에 다다른 병사들이 지칠대로 지친 것은.

그러나, 이 행군의 끝에 엄청난 영광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기에.

피로와 지침이 오히려 즐거움으로 다가오기도.

“한 걸음만 더 딛고 오자.”

“이제 몇 걸음 안남았다!”

도훈과 맨유 선수들은 오늘도 승리를 위해 달려 나갔다.

“크게 충돌 합니다! 아, 하지만 벌떡 일어나 공을 향해 뛰는 루크 쇼! 대단한 집념 입니다!”

“뉴캐슬의 역습! 아, 하지만 에레라가 다시 공을 따냅니다! 좋은 책임감입니다!”

“픽포드의 멋진 선방! 실점 하나를 막아 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최선을 다해 몸을 날리는 선수들.

사실,

지금까지 맨유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백도훈이라는 선수 한 명 덕분이라고 하나 같이 이야기 했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도훈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지금의 성적인 것은 맞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선수들의 헌신이 절하 되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맨유는 하나의 팀이었다.

아무리 도훈이 혼자서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내는 선수일지라 하더라도, 동료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그 또한 여기까지 오기란 불가능했을 것.

도훈도 그걸 알고 있기에, 승리를 위해 뛰는 첫 번째 목적은 다른 무엇도 아닌 팀을 위해서였다.

자기 자신을 뛰어 넘고, 축구사의 기록을 갈아 치우며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모든 목적의 위에 서는 궁극적인 목표는,

언제나 팀의 승리인 것이었다.

“백도훈!”

“고오올-! 골입니다! 오늘도 득점을 기록하는 백도훈! 이로써 프리미어 리그 출장 전 경기 득점 기록을 오늘도 이어 갑니다!”

또한,

동료들도 그걸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렇게 득점을 기록한 도훈에게 다같이 달려 들어 함께 기쁨을 나누는 것이겠지.

만약, 도훈이 자기밖에 모르고, 팀보다 자신을 우선시하는 선수였다면.

아무리 도훈이 팀을 승리로 이끈다고 해도 동료들이 이렇게 도훈의 득점이 자신의 일인 것처럼 함께 기뻐했을까.

절대 아니었을 것이었다.

도훈이 득점했을 때,

누구보다 기뻐하는 건 동료들이었다.

때문에 도훈의 셀레브레이션은, 언제나 동료들과 함께였다.

이것은 팀의 득점이었으니까.

“35연승! 이제 전승 우승까지 단 3승만을 남겨놓게 되는 맨유입니다!”

그 어떤 팀도 맨유를 꺾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맨유가 하나의 팀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4월, 뉴캐슬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시작으로 마지막 4경기를 시작하게 된 맨유.

4월의 두 번째 상대는 토트넘.

그리고 세 번째 상대는 에버튼이었고, 마지막 상대는 크리스탈 팰리스였다.

셋 다 만만치 않은 팀들.

나겔스만 감독은 당연히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트레블과 전승 우승 사이에서.

어차피 트레블을 위한 리그 우승은 확정이 지어진 상태.

리그가 끝나면 일주일을 쉬고 밀라노로 날아가 맨체스터 시티와 챔스 결승전을 치뤄야 한다.

현재 맨 시티는 리그에 완전히 힘을 뺀 상태였다.

어차피 우승은 물 건너갔고, 남은 챔스 결승전에 모든 신경을 집중한 상태기에.

그런 맨 시티와의 단판을 남겨 놓은 상황에서, 전승 우승이라는 명예만 얻을 수 있는 기록을 위해 손해를 감수해야하는 것일까, 라고 나겔스만 감독이 고민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런 나겔스만 감독의 고민은 사실 무의미한 것이었다.

이미 선수들의 의지는 아무리 감독이라고 해도 꺾을 수 없을 정도로 충천했으니.

누구 하나가 빠진다고 해도 승리를 거둘 수 없는 것도 아니고, 만약 무승부나 패배를 당한다고 해도 우승컵을 박탈 당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왜 모두가 하나가 되어 여기까지 달려 왔는데.

동료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누구 하나라도 빠진다면, 하나로 모아진 의지는 공중에 흩날릴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만일 손해가 있다고 해도.

맨유 선수들은 끝까지 리그 경기에 최선을 다할 셈이었다.

그게, 오히려 마지막까지 의지를 하나로 모아, 밀라노에서 맨 시티를 꺾는데에 있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3대1, 경기 종료! 토트넘의 기세가 매서웠습니다만, 맨유가 투혼을 보여주며 경기를 제압 합니다!”

그렇게 맨유는 전력을 다해 토트넘을 꺾었다.

그리고, 이어진 에버튼 전에서도 마찬가지로 전력을 다했다.

“5대1! 맨유의 압승! 더 지칠 것이라고 보였지만, 더 강해집니다!”

하나로 응집된 의지는 날카로운 창이 되었고, 그 창이 나아가는 길은 누구도 막아설 수가 없었다.

지칠수록, 맨유는 더 강해졌다.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리그 마지막 라운드를 앞둔 전 날 밤.

홈에서 펼쳐지는 경기지만, 맨유 선수단은 전원이 정장을 갖춰 입고 호텔에 집합했다.

그리고 모두 로비에 모여, 엄숙하게 나겔스만 감독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긴 여정이었고, 힘든 여정이었다. 또한, 아직 끝나지 않은, 끝이 정해지지 않은 여정이기도 하다. 모두 낙오 없이 여기까지, 다들 서로의 손을 꽉 붙잡고 무사히 온 것을 나는 진심으로 존경하고, 경이롭게 생각한다.”

나겔스만 감독의 말에 미소가 번지는 선수들.

그 말을 들으니 지금까지의 힘들었던 순간들이 하나둘씩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듯.

도훈도 그 수많았던 골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시작보다 중요한 건 마무리다. 이제 우리에겐 올 시즌 두 경기가 남았다. 하나는 내일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리그 마지막 라운드고, 하나는 맨체스터 시티와의 챔스 결승전이다. 도훈, 하나만 묻자. 이 두 경기 중에 어떤 게 중요하지?”

나겔스만 감독이 도훈을 보며 묻자, 도훈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둘 다 중요 합니다. 비교할 수 없이요.”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는 나겔스만 감독.

또한 동료들도 모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모두 중요하고, 어떤 경기도 패배할 수 없다. 우리는 그 두 경기 모두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을 것이다. 내일, 나는 너희들이 경기를 끝내고 모두 탈진해 그라운드 위에 쓰러지길 바란다. 밀라노로 날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기 싫어질 정도로 말이다.”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이는 모두.

모두의 눈빛이 결연하게 빛났다.

“해보자! 역사에 우리의 이름을 남기자!”

“가자!”“해보자!”

그리고, 몸이 근질거려 참을 수 없다는 듯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나는 선수들.

도훈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모두가 일어나, 한 마음이 되어 파이팅을 외쳤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자!”

“남기자!”

내일,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이름은 여기 있는 모두가 될 것이라고,

모두는 다짐했다.

ㆍㆍㆍ

“리그 마지막 라운드, 올드 트래포드에서 펼쳐지는 올 시즌 마지막 경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크리스탈 팰리스 전이 시작 되겠습니다!”

결국 마지막까지 왔다.

-전승 우승!

-세계 최강의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여러 응원 문구들을 가지고 관중석을 가득 채운 맨유의 팬들.

뿐만 아니라, 경기장 밖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맨유의 유니폼을 입고 운집했을 정도로 이 순간을 몸으로 느끼기 위해 모든 맨유맨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 순간, 모두의 염원은 하나로 뭉쳐졌다.

“완전히 베스트 일레븐입니다.”

다짐했던 대로 마지막 경기에 나설 맨유의 선발 라인업은 힘을 빼기는 커녕, 이보다 힘을 줄 순 없는 멤버들로 채워졌다.

“삐이이이익-!”

그리고 21/22 시즌 마지막 경기가 시작 되었다.

경기장의 분위기는 평소와 같을 수가 없었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는 게 느껴졌고, 그 모두가 내는 소리도 차원이 달랐다.

하지만, 도훈은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움직였다.

동료들도 마찬가지.

익숙하게.

이들에겐 익숙한 게 최고였다.

이들에게 익숙한 것이, 승리였으니까.

지금까지 37연승.

오늘도 하던대로만 한다면 어려울 건 없었다.

“에레라, 포그바에게. 포그바, 백도훈에게 내줍니다. 백도훈!”

“치고 들어 갑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패스를 주고 받은 뒤 상대를 제쳐내며 치고 들어가는 도훈.

곧바로 좁게 막아서는 크리스탈 팰리스의 수비수들.

하던대로,

하던대로.

파팡-!

“백도훈!”

하던대로 유령신보로 달려드는 수비수를 제쳐내고,

쉬이익-!

“한 명 더 제쳐내고 박스 안까지!”

하던대로 환영신보로 막아서는 수비수를 허수아비로 만든 뒤,

뻐어어어엉-!

“슈웃-!”

하던대로 구석을 찌르는 슈팅을 때리는 도훈.

그리고 하던대로,

“고오오올-! 백도훈!!”

팬들의 함성 소리를 들으며 코너 플래그를 향해 달리는 도훈.

그리고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뛰어 오르며,

“예에에에에-!”

포효.

하던대로,

하던대로.

“삐이익, 삐이이이익, 삐이이이이익-!”

맨유는 마지막 경기, 크리스탈 팰리스를 7대0으로 제압하며 승리를 거두었다.

마침내,

“전승! 리그 전승 우승! 전승 우승입니다!”

도훈이 이끄는 맨유는 리그 38경기 모두에서 승리를 거두며,

전승 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대업을 달성해내고야 마는 순간이었다.

“해냈다!”

“으아아아!”

환호하는 선수들.

그러나,

모두들 기진맥진해 그라운드에 누운 채로였다.

이 위업을 달성한 순간, 이 역사에 남을 순간 다들 조금이라도 더 멋지게 누리고 싶을 것이건만.

그러나,

일어서기도 힘들어 보이는 그 기진맥진한 모습이, 사실은 이 위업이 얼마나 힘든 것이었는 지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모습이었고, 그렇기에 어쩌면 이 순간에 가장 알맞는 모습일 지 몰랐다.

전승우승.

그 어떤 팀도 해내지 못한 대위업.

그것을, 도훈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해내고야 말았다.

마침내.

2021/22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율리안 나겔스만

GK 조던 픽포드

DF 크리스 스몰링

DF 빅토르 린델로프

DF 루크 쇼

DF 디오고 달롯

MF 폴 포그바

MF 안데르 에레라

MF 마커스 래시포드

MF 앙토니 마샬

MF 백도훈

FW 로멜루 루카쿠

그리고,

GK 조엘 페레이라

DF 에릭 바이

DF 필 존스

DF 에쉴리 영

DF 팀 포수-멘사

DF 악셀 튀앙제브

MF 후안 마타

MF 프레드

MF 스캇 맥토미니

MF 제시 린가드

이 이름들이,

역사에 남게 되었다.

전승 우승의 멤버로서.

그리고 도훈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었다.

17살의 나이로 팀을 전승 우승으로 이끈,

불멸의 에이스로서.

ㆍㆍㆍ

그러나, 그 날의 승리가 끝은 아니었다.

이제 더 중요한 페이지로 넘어갈 뿐.

아직 다음 장이 남아 있었다.

“오랜만이네.”

구단 전용기에서 내리며 밀라노의 공기를 들이 마시는 도훈.

오랜만에 찾은 이 곳.

좋은 기억들이 가득한 도훈의 친정, 산 시로에서 펼쳐질 올 시즌 마지막 경기.

성공적이었던 올 시즌의 마침표를 찍을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 다음 장 (1) > 끝

ⓒ 한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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