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년 수련한 축구선수-115화 (115/173)

< 알고 싶다 (2) >

24연승.

24승 0무 0패.

승점 72점.

이것이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말도 안되는 리그 성적.

사실상 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거야 옛날 일이고,

24라운드 리버풀과의 경기를 승리로 가져간 뒤 맨유는 산술적으로 우승 확정에도 어느 정도 가까워져 있었다.

현재 2위인 맨체스터 시티가 16승 5무 3패, 승점 53점으로 맨유와 19점차.

앞으로 14경기가 남았으니 만약 시티가 남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한다고 해도 최대 승점이 95점이었다.

맨유가 승점 95점을 넘기기 위해선 8승이 더 필요한 상황이고.

즉 맨유의 매직 넘버는, 8.

앞으로 8경기에서 승리만 거두면 자력으로 우승을 미리 확정지을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물론 맨유가 워낙 압도적이니 매직 넘버라고 표현하는 거지, 사실 14경기 중에 8경기만 이기면 된다고 표현하진 않죠. 어려운 거니까요. 맨유니까 하는 말인 겁니다. 맨유에겐 어렵지 않아 보이거든요.”

“사실 그것보다 관심을 사는 게 전승 우승의 가능 여부 잖아요?”

“전대 미문의 기록이 가능할 것이냐 하는 거죠. 어디 몇십 년전의 변방 리그 이야기도 아니고 말이죠. 2022년 현재, 프리미어 리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니까요. 정말 전승 우승이 가능한 이야기인지 저도 눈으로 확인하고 싶습니다.”

여태 무패 우승 팀도 20년 가까이 나타나지 않은 축구계였다.

그만큼, 워낙에 타이트해진 유럽 축구기에 그러한 역사들은 이제 말 그대로 역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타난 전대 미문의 선수, 백도훈의 존재로 전설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살아 있는 전설의 위대한 도전이었다.

이쯤 되니,

“시즌이 끝나면 번외 경기로 맨유와 맨유를 제외한 프리미어 리그 올스타 팀의 경기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무국의 말도 나오고 있어요. 성사 가능성은 떨어지겠지만, 성사만 된다면 재밌는 경기가 되겠죠.”

맨유와 이피엘 올스타의 경기를 추진해야 한다는 재밌는 의견까지.

사람들은 보고 싶어 했다.

과연 이 최강의 팀이 어떤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인지.

맨유의 팬이 아니라고 해도, 직접 눈으로 전설이 쓰여지는 걸 보고 싶다며 맨유의 연승을 지지하는 축구팬들도 많았다.

물론,

“연승이 깨지는 순간을 보기 위해 맨유 경기를 챙겨보는 팬들이 더 많겠지만요.”

하루라도 빨리 그 연승이 깨지길 염원하는 팬들은 더욱 많았지만.

아마 맨유의 연승 좌절을 가장 염원하고 있는 팬들은, 당장 챔스 8강 2차전을 앞두고 있는 도르트문트의 팬들이었을 것이다.

“올드 트래포드입니다. 오늘은,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 맨유와 도르트문트의 경기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결연한 자세로 올드 트래포드를 찾은 도르트문트 선수단.

3대1로 패배했던 지난 이두나 파크에서의 경기.

게다가, 이젠 등에 업을 거대한 홈 팬들의 응원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유럽 최강의 팀을 상대해야 하는 입장.

기적이 일어나길 바랄 수밖에.

이젠 다른 하위권 팀들이 아니라, 무려 챔피언스 리그 8강에 진출한 팀마저 맨유를 상대로 기적을 바라야만 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었다.

“도르트문트는 지난 경기와 조금 다르게 상당히 공격적인 포메이션과 공격적인 선수들로 선발 라인업이 가동 됩니다. 이게 최선이죠. 다득점이 나와야만 하는 상황이니까요.”

마리오 괴체와 제이든 산초, 파코 알카세르의 삼각 편대를 앞세우며 마르코 로이스가 뒤를 받치는 전형을 들고 나온 도르트문트.

그 선수 명단만 봐도 오늘 도르트문트가 어떤 각오로 경기에 임할 지가 보이는 모습.

“삐이이이익-!”

경기가 시작 되고.

1차전과 비슷한 흐름으로 시작되는 경기.

다득점이 필요한 도르트문트기에, 이젠 홈 팬들의 응원이 없어도 스스로 기세를 올리고 적극적으로 골문을 두드려야 하는 입장.

공격의 시작이 되는 로이스를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 나가기 시작하는 도르트문트는 심기일전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전반 4분,

“산초, 크로스!”

“알카세르 있어요! 아, 살짝 벗어 납니다! 아쉬운 슈팅!”

알카세르의 첫 슈팅을 시작으로 꽤나 괜찮게 경기를 시작하는 도르트문트.

“나이스!”

“좋아! 할 수 있다!”

그 슈팅으로 도르트문트 선수들은 자신감을 되찾는 듯 보였다.

선수들의 컨디션은 좋아 보였고, 패스 플레이는 살아 있었다.

첫 공격 시도, 시작 4분만에 슈팅까지 이어갈 수 있었으니 오늘 경기 충분히 다득점과 대역전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은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그 때까지만 해도 전혀 몰랐을 것이다.

그 4분만에 때린 첫 슈팅이,

전반전의 마지막 슈팅이 될 것이라곤.

“맨유, 지독하게 경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맨유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선발 라인업을 보기 전부터, 당연히 도르트문트가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걸.

공격적으로 움직이려면 당연히 공격적인 선수들로 라인업이 채워져야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선수들은, 당연히 수비적인 부분에서 조금씩 떨어질 수밖에 없고.

파아앙-

“에레라, 백도훈에게. 백도훈, 공을 내주지 않습니다. 돌아서는 백도훈, 뺏기지 않습니다!”

그런 선수들이 급하게 전진 압박을 시도해 본다 한들, 중원에서 볼을 간수하며 탈압박하는 도훈에게서 공을 뺏어낼 수는 없었다.

도훈은 놀고 있었다.

동료들의 중심에 딱 서서, 계속해서 삼각형을 만들어 주며 패스를 통해 동료가 압박을 벗어날 수 있게 해주고, 본인에게 공이 오면 개인 능력을 통해 탈압박했다.

그렇게, 한참이나.

10분이고 20분이고 도훈은 절대로 쉽게 상대에게 공을 주지 않았다.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속절 없이 시간이 흐르는 상황.

1분 1초가 아쉬운 도르트문트는 미칠듯한 초조함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면, 더욱 압박은 통하지 않게 되었고.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했건만, 어느 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점유율이 8대2에 가까울 정도까지 벌어진 상황.

“이익...!”

도르트문트 선수들은 오기로 달려 들었다.

어금니를 악 물고.

그러나 도훈은, 그런 선수들을 가지고 노는 듯 보였다.

어쩔 수 없었다.

원래 급하면 동작이 커지는 법이고, 동작이 커지면 다음 동작도 간파하기 쉬워지니 도훈이 오기로 압박하는 도르트문트 선수들에게 공을 빼앗길 리가.

“게임 정말 더럽게 하네..”

“치사하다! 더럽다, 더러워!”

그 모습을 보며 울분을 토하는 도르트문트의 원정팬들.

그러나,

그런 울분은 맨유에겐 극찬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너희 게임 정말 더럽게 한다는 말을 본심으로 번역하면,

너희 정말 너희의 유리함을 잘 살려 게임을 똑똑하게 잘 하는구나 라는 말이 될 테니까.

그리고 그 울분은,

전반 33분에 마침내 폭발하고 말았다.

“조금씩 위에서 놀죠?”

슬금슬금 탈압박의 위치를 높여가는 도훈.

하프 라인 아래서 볼을 간수하던 도훈은 어느 새 하프 라인 위에서 움직이고 있었고, 도르트문트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박스 근처에서 도훈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러다 급한 마음에 범하고 만 파울.

위험한 위치에서 내준 프리킥을, 도훈이 처리했다.

정말,

정말 더럽게 플레이하는 맨유였다. 도르트문트의 입장에선.

뻐어어어엉-!

슈우우우웅-

철썩-!

“아름답게 감겨 들어갔습니다!”

정말 더럽고 치사하게 잘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5:1) 도르트문트

바이에른 뮌헨 (2:4) 맨체스터 시티

유벤투스 (2:3) 리버풀

바르셀로나 (4:2) 토트넘

2대0으로 8강 2차전도 승리로 가져가며 도합 5대1의 스코어로 4강에 진출한 맨유.

그리고 다른 대진들의 결과도 정해졌다.

그리하여 완성된 챔피언스 리그 4강 대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vs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시티 vs 리버풀

역시나 눈에 띄는 건, 4강 네 팀 중 세 팀이 프리미어 리그 팀이라는 것.

따라서 최소한 결승 한 팀은 프리미어 리그팀이 될 것이고.

과연 강세를 보이는 프리미어 리그였다.

과거 도훈은 그런 생각을 했었다.

세계 최고의 리그에 가서, 세계 최고의 팀에 속해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다 라고.

하지만 그건 겸손한 목표였다.

실상은 순서가 거꾸로 였으니까.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된 도훈이 팀을 세계 최고의 팀으로 만들고 있었고, 그러자 팀이 속한 리그가 세계 최고의 리그가 되어 가고 있었다.

이것은 도훈이 주도하는 질서였다.

ㆍㆍㆍ

우승까지 매직 넘버 8.

맨유와 도훈은 착실히 매직 넘버를 줄여가기 시작했다.

리그 25라운드, 본머스 전에 선발 출장한 도훈은 다른 주전 선수들이 대거 휴식을 취하게 될 이 경기에 백업 선수들을 이끌고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사실, 선수단 체력 관리의 가성비는 이 쪽이 훨씬 좋은 편.

도훈 하나가 쉬고 나머지 주전 선수들이 뛰는 것보다, 도훈 하나만 있으면 얼마든지 다른 선수들을 대거로 쉬게 할 수 있으니까.

그 이유야,

“백도훈,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25연승을 이끕니다!”

도훈만 있어도, 본머스 정도의 팀은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경기력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바통 터치.

한 주를 쉰 다른 선수들이 다시 출전한 26라운드, 카디프 시티전.

도훈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며 경기를 지켜 보았고, 동료들의 플레이를 편안하게 지켜 보았다.

경기가 쉽게 흘러 갔으니.

분명히 맨유는 도훈이 없다고 해도 강팀.

물론,

“완벽하게 박살 냅니다!”

“6대0! 백도훈의 헤트트릭의 더불어 번리를 완벽하게 제압하는 맨유입니다!”

거기에 도훈까지 합세한다면 27라운드, 번리와의 경기같은 경기 결과가 나오게 될 정도로 엄청나 지지만.

그렇게,

맨유는 리그 3연승을 추가하며 매직 넘버를 5로 줄였다.

27승 무패.

물론, 리그에서만 맨유를 멈출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어느 덧 3월이 지나고, 4월에 접어드는 무렵.

“맨유가 다시 한 번 결승에 오릅니다!”

“올 시즌 두 번째 트로피에 도전하게 됩니다!”

맨유는 FA컵 4강전에서 에버튼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지난 카라바오 컵에 이어 두 번째 결승전에 진출하게 된 맨유.

그리고, 그 결승전에 앞서 다시 4강전을 한 번 더 치뤄야 하는 맨유였다.

챔피언스 리그 4강 1차전, 올드 트래포드에서 펼쳐지는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였다.

바르셀로나, 그 자체.

캄프 누에 가면 3발자국에 한 번씩 그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을 볼 수 있고, 온통 그를 찬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리오넬 메시의 이야기였다.

바르셀로나에서 자라, 세계 최고가 되었고 바르셀로나를 세계 최강으로 만든 사나이.

그런 메시가 바르셀로나를 떠났다.

사람들은 그 이전부터 그런 걱정을 해왔었다.

과연 메시가 떠난 뒤에도 바르셀로나가 세계 최고일 수 있을까.

그의 빈 자리가 너무나 크지는 않을까.

맞는 말이었다.

여전히 캄프 누의 구석 구석엔 그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으니.

하지만, 메시가 떠난 뒤에도 바르샤엔,

네이마르가 남아 있었다.

“네이마르! 팀을 4강에 안착 시키는 쐐기골입니다!”

토트넘과의 8강전에서 총 4골을 기록하며 바르샤를 4강으로 이끈 네이마르.

왕이 되고 싶어 메시의 그늘을 벗어나 파리로 갔던 네이마르는, 이제 그가 원하던 대로 바르셀로나의 왕이 되어 있었다.

그런 네이마르의 바르셀로나와, 맨유의 4강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선발 라인업부터 살펴 드리겠습니다.”

[FC 바르셀로나 (4-3-3)]

GK 안드레 테어 슈테겐

CB 헤라르드 피케

CB 사무엘 움티티

LB 호르디 알바

RB 넬슨 세메두

MF 아르투르 멜루

MF 프랭키 데 용

MF 필리페 쿠티뉴

FW 네이마르

FW 우스만 뎀벨레

FW 루이스 수아레즈

전 시즌, 밀란을 이끌고 바르셀로나를 격파했었던 도훈.

그러나 이제는 맨유의 유니폼을 입고, 다시 한 번 바르셀로나를 무찌를 차례.

“그게 벌써 10년도 전 이야기지만..”

“난 아직도 퍼기 경이 손을 떨던 모습이 지워지지 않아..”

사실, 맨유 팬들에게 바르셀로나라는 팀의 이미지는 쉽게 입에 올려선 안되는 불경한 존재같은 느낌이었다.

10년 전, 맨유는 두 번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바르셀로나를 만나 모두 패배한 적이 있었으니까.

특히 두 번째 결승전에서, 완벽히 내준 경기를 무기력한 모습으로 지켜보는 퍼거슨 감독의 모습은 그를 사랑하는 팬들이 다시 떠올리기 싫을 정도로 잊고 싶은 순간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박살을 내줘라!”

“무참히 밟아 버려! 무기력함을 느끼도록!”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맨유 팬들은 오랜 원수를 만난 것처럼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

< 알고 싶다 (2) > 끝

ⓒ 한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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