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년 수련한 축구선수-112화 (112/173)

< 비장의 무기 (2) >

“오케이. 고생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들 고생했다!”

안 필드, 리버풀.

맨유와의 리그 24라운드를 대비한 리버풀 선수단의 훈련이 방금 막 끝이 났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훈련이지만, 선수들의 의욕만큼은 넘쳐났던 오늘의 훈련.

영원한 라이벌인 맨유와의 경기 전 훈련은 언제나 그럴 수밖에.

하지만 그 중에서도,

“시작해볼까.”

“시작하자.”

유독 더 내일의 경기에 만반의 준비를 기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다름 아닌, 버질 반 다이크와 칼리두 쿨리발리.

안 그래도 반 다이크의 존재감만으로 프리미어 리그 최강의 수비력을 갖추고 있었던 리버풀이었다.

그러나, 거기에 더해 엄청난 이적료를 기록하며 합류한 또 다른 거목 쿨리발리의 가세까지.

그 두 명이 이루는 중앙 수비의 조합은, 공격 쪽에서의 슈퍼 콤비를 이룬 맨 시티의 메시와 음바페의 조합의 수비 버전이라고 불릴 정도.

하지만,

이 둘은 이미 그 둘의 조합과의 맞대결에서, 그 이상 가는 수비력을 갖췄다는 걸 보여준 바가 있었다.

리그 19라운드, 리버풀과 맨 시티의 경기에서 말이었다.

지난 맨유와의 경기에서 맨 시티의 메시와 음바페는 3골을 넣는 막강한 공격력으로 맨유를 위기다운 위기에 빠뜨린 적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전에 있었던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그 둘은 단 한 골도 넣지 못하며 봉쇄를 당한 바가 있었다.

반 다이크와 쿨리발리 때문이었다.

“오케이, 고.”

타타탓-

파아앙-!

동료들은 모두 훈련을 마치고 샤워실로 돌아갈 때.

여전히 훈련장에 남아 보충 훈련을 실시하는 쿨리발리와 반 다이크.

사실, 그 날 이후로.

그러니까 백도훈에게 깨진 리그 9라운드 이후로 반 다이크는 하루도 남들과 같은 시간에 훈련을 끝내본 적이 없었다.

매일, 최소 1시간에서 2시간까지.

자발적으로 개인 훈련을 하며 백도훈과 다시 만날 그 날을 위해 준비해 온 반 다이크였다.

그리고, 쿨리발리가 처음 리버풀에 와서 팀 훈련을 소화한 날.

“너도?”

쿨리발리는 반 다이크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반 다이크보다 먼저 개인 훈련량을 늘렸던 건 쿨리발리였으니까.

쿨리발리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만만하던 예전의 자신이 백도훈에게 허무하게 무너졌을 때.

그 이후로 세상은 넓다는 것을 느끼고 다시금 겸손한 자세로 추가 훈련에 매진했던 쿨리발리였던 것.

그런 둘이 만나니, 훈련량은 배로 늘었다.

아무래도 혼자보다는 둘이 뭉치니 그럴 수밖에.

둘의 시너지는 과거 ‘퍼디치’ 로 불리던 퍼디난드와 비디치 이후 최고의 프리미어 리그 센터백 듀오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수준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해..’

항상 백도훈과 마주 했을 때, 그리고 막아내지 못했을 때의 충격을 뇌리에서 잊을 수 없는 둘이기에, 그럼에도 언제나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던 둘이었다.

심지어 메시와 음바페의 조합을 눌러 버린 뒤에도.

백도훈은 항상 상상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상대기에 충분히 훈련이 되었다는 느낌을 경계하는 둘이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이 정도면..”

“쉽게는..”

그 둘도 만족감을 느끼며 개인 훈련을 마쳤다.

늦게까지 남아 훈련을 도와준 코치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발목에 묶었던 모래 주머니를 풀러 내리는 둘.

그리고, 서로의 다리 한 쪽씩을 묶었던 끈을 푸는 둘.

오직 백도훈을 막기 위해 최고의 수비수 두 명이 준비한 비장의 무기.

준비는 끝났다.

이제, 다시 한 번 제대로 붙을 시간이 왔다.

“해보자.”

“할 수 있어.”

손을 맞잡는 반 다이크와 쿨리발리.

리버풀과 맨유와의 두 번째 리그 맞대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ㆍㆍㆍ

“안 필드 입니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안 필드 구장.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듯한 경기장에 들어서는 맨유, 그리고 리버풀 선수들.

올 시즌 두 번째 레즈 더비.

올드 트래포드에서는 굴욕을 당했던 리버풀이, 자신들의 안방 안필드에서 복수를 꿈꾸고 있었다.

[리버풀 FC (4-3-3) 감독 : 위르겐 클롭]

GK 알리송 베커

CB 버질 반 다이크

CB 칼리두 쿨리발리

LB 앤드류 로버트슨

RB 알렉산더-아놀드

MF 조던 헨더슨

MF 조르지니오 바이날둠

MF 알렉스 옥슬레이드 체임벌린

FW 모하메드 살라

FW 제르단 샤키리

FW 로베르투 피르미누

“아시다시피, 리버풀의 홈 안 필드는 원정 팀들의 무덤입니다. 올 시즌도 리버풀은 12번의 리그 홈 경기에서 11승 1무.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는데요.”

“오늘이 진정한 시험대가 되겠지요. 과연 더욱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는, 홈 원정 가리지 않고 23연승을 달리고 있는 맨유를 상대로도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경기가 시작되길 기다리는 위르겐 클롭 감독.

사실, 오늘 경기를 위해 비장의 무기를 준비한 건 클롭 감독도 마찬가지.

지금까지는 그 어느 팀을 상대로도 강력한 전방 압박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이고 빠른 축구를 구사해왔던 클롭 감독의 리버풀이었다.

그러나, 오늘.

경기가 시작된 후 안 필드를 찾은 홈팬들은 낯선 모습에 조금 당황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어쩌면, 욕을 할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어쨌든 축구는 결과로 말하는 것.

오늘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는 반드시 모두가 수긍할 수 있을 것이라고 클롭 감독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삐이이익-!”

리버풀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 되었다.

오늘 경기를 준비하며, 도훈과 맨유 선수들은 상대의 강한 전방 압박을 무력화 시킬 움직임을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 부분이 리버풀의 가장 위협적인 무기니까.

하지만, 경기가 시작된 후 5분여가 흘렀을 때.

‘이상하군.’

맨유 선수들은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공을 잡고 전방을 살피다, 천천히 옆으로 내주는 포그바.

포그바는 하프 라인 근처에서 공을 잡고 있었지만, 매우 여유로워 보였다.

원래 그 위치라면, 리버풀에겐 강한 압박의 대상이 될 것이었음에도.

“리버풀이 상당히 내려 앉습니다.”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말이죠.”

제르단 샤키리, 로베르투 피르미누.

이 두 리버풀의 공격수가 하프라인보다 아래에 위치해 상대가 들어오길 기다리는 모습.

살라만이 좀 더 높은 위치에서 기회를 엿보는, 그 모습은 그저 한 마디로 텐 백 축구였다.

리버풀이, 텐 백을 펼친다니.

상대인 맨유도 상상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음..”

“이게.. 맞는거야?”

술렁이는 안 필드.

홈팬들도 어리둥절할 수밖에.

솔직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닌가.

서로를 조롱하는 걸 낙으로 삼는 이들인데, 자신의 팀이 약팀이 강팀을 상대할 때 써먹는 그 텐 백을 하고 있다는 게.

하지만,

“일단, 지지 않겠다는 게 틀린 생각이라고 저는 보지 않습니다. 괜찮아 보여요. 자존심을 앞세우기 보단, 일단 지금의 맨유가 자신들 보다 강팀이라고 인정하고 들어가는 건, 오히려 승리의 발판이 되기에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해설자의 말 처럼, 자존심보다 중요한 건 실리.

또한, 일단 어떻게 됐든 이기기만 한다면 그보다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건 없었다.

지금의 맨유가 어떤 팀인가.

유럽의 그 어떤 팀도 연승을 꺾지 못하고 있는 유럽 최강 팀 아닌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승리,

혹은 지지 않는 것뿐이었다.

파아앙-

파아앙-!

중원에서 계속해서 횡 패스를 가져가며 빈틈을 노려보는 맨유.

사실 안 할 뿐이지, 텐 백도 하기만 하면 약팀보다 강팀이 잘 하는 게 당연하다.

단단하게 늘어선 리버풀의 수비 대열은 간격이 좁고 두터웠다.

때문에, 웬만한 횡 패스로는 전혀 대열이 무너지지 않고 있었다.

“픽포드 키퍼에게.”

선수들을 끌어내 보기 위해 저 아래까지 공을 돌려도, 살라만이 어슬렁 거리며 압박 같지도 않은 압박을 해올 뿐.

인내심을 가지고 리버풀 선수들은 제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맨유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럴 때, 역시나 나설 선수는 도훈뿐이었다.

“백도훈. 풀어나가 줘야겠죠.”

“기본적으로 한두 명은 쉽게 제쳐낼 수 있는 선수기 때문에, 일단 여기서부터가 시작 입니다. 균열을 만들어 줘야 해요.”

중원에서 공을 잡고 천천히 올라가는 도훈.

아무리 상대가 텐 백을 펼치며 자리를 잘 잡고 있다 해도.

일단 한두 명씩 제쳐내기 시작한다면 균열은 생길 수밖에 없을 것.

여기서부터가 진정한 이 경기의 시작.

공을 몰고 올라가며 가장 먼저 마주하는 피르미누.

상대의 공격수가 1차 수비수라.

두텁긴 두텁다.

특히나 피르미누는 몇몇 수비수들보다 태클 성공 횟수가 많을 정도로 공격수 중엔 가장 수비를 잘하는 선수.

물론,

툭, 툭-!

“시작 됩니다!”

그 정도로 도훈을 막아내기 힘든 것은 당연.

도훈은 가볍게 피르미누를 제쳐내며 전진을 시작했다.

하지만, 한 명을 제쳤다고 해서 공간이 바로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리버풀의 좁은 수비 구역 안으로 들어왔으니 공간은 더 좁아졌다.

그 좁은 사이에서,

“...”

도훈은 주변에서 느껴지는 기의 흐름에 집중했다.

정적이었다.

그러나, 분명히 느낄 수 있는 건 모든 상대의 기가 한 쪽으로 방향성을 잡고 있다는 것.

자신의 향하는 게 아니었다.

상대 박스의 중심부.

쿨리발리와 반 다이크, 그 둘이 서 있는 곳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 이야기인 즉,

‘우리가 막지 못해도, 그 쪽으로 몰아세울 수만 있으면 돼.’

결국 백도훈을 직접적으로 막아낼 비책이 그 곳에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텐 백을 세운다 해도.

백도훈은 얼마든지 이 좁은 간격 사이도 헤집고 다닐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다.

피르미누부터 시작해서 체임벌린, 헨더슨 등의 3선까지.

그들이 미리 막아주면 좋지만, 몇 번이고 뚫릴 수 있을 것이라고 클롭 감독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단 중앙의 심장부.

그 곳에 발을 들인다면 얼마든지 백도훈을 집어삼킬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뚫리는 것이 아니다.

몰아세워 넣을 뿐.

‘기꺼이.’

그렇다면,

도훈은 기꺼이 그 소용돌이에 뛰어들어 줄 수 있었다.

타타탓-!

어차피 이 소용돌이의 끝까지 가겠다고 마음 먹은 이상, 굳이 처음부터 물살을 거스를 필요는 없었다.

그저 몸을 맡길 뿐.

상대가 은근히 유도하는 대로 모르는 척 움직여주면, 힘을 빼지 않고도 중심부까지 빨려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계속해서 빈 공간으로 움직여 줍니다!”

“대단하네요. 저 사이에서도 끊임 없이 활로를 찾으며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서.

가장 강력한 소용돌이에게 휩쓸리지만 않을 수 있다면.

소용돌이를 단번에 탈출할 수 있다.

“체임벌린, 달려 듭니다만!”

“이겨내고 들어 갑니다!”

좁지만, 그나마 넓은 공간으로 계속해서 도망치듯 공을 몰고 들어가는 도훈.

원래라면, 오히려 좁은 공간을 뚫고 들어가 단번에 수비를 허물어내는 스타일인 도훈이었다.

하지만 도훈은 피하듯 움직이며 공간을 향해 들어갔고,

마침내 도달할 수 있었다.

‘왔나.’

‘걸려 들었다.’

칼리두 쿨리발리와, 버질 반 다이크가 기다리고 있는 그 심장부에.

‘식사시간이다.’

그리고, 그런 도훈을 향해 제쳐졌던 리버풀 선수들이 포위망이 되어 달려들기 시작했다.

소용돌이가 도훈을 집어삼킬 듯 휘몰아치기 시작한 것.

‘대단한 페어군.’

그 사이에서.

도훈은 침착하게 다시 한 번 주변의 기를 감지했다.

그리고 작게 감탄했다.

좌우와 뒤에서, 많은 상대 선수들이 자신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강한 기는 여전히 전방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쿨리발리와 반 다이크, 둘.

그 둘은 나머지 전원보다도 강력한 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건, 절대 지지 않겠다는 결연한 기였다.

하지만,

‘너희도 기를 읽을 수 있었다면.’

만약, 반 다이크나 쿨리발리가 기를 느낄 수 있다면.

그들보다 더 거대한 기가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었다.

“달려 듭니다!”

“정면을 뚫어낼 생각입니다!”

도훈이 쿨리발리와 반 다이크를 향해 달려 들었다.

< 비장의 무기 (2) > 끝

ⓒ 한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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