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년 수련한 축구선수-106화 (106/173)
  • < 라스트 펀치 (2) >

    전반 20분.

    점수는 2대2.

    단순 계산으로 5분마다 한 골씩, 벌써 네 골이 터진 경기.

    그러나,

    “미친 경기로군.”

    “아직 반도 안왔어.”

    이대로 경기가 끝날 거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벌써 양 쪽다 눈이 터지고, 코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지만.

    모두가 가드를 올리는 대신 한 번 더 주먹을 뻗기 위해 주먹을 뒤로 당기고 있었으니까.

    “음바페, 백도훈이 각각 2골씩! 이 균형이 과연 경기가 끝나는 순간에는 깨질지!”

    “그 균형이, 다른 선수들에 의해 깨질 수도 있겠죠. 분명히 양 팀에는 다른 좋은 옵션들도 많습니다.”

    한 대 얻어 맞았으니 이번엔 자신들의 차례라는 듯, 다시 주먹을 뒤로 당기기 시작하는 맨 시티.

    공을 끌고 올라가는 케빈 데 브라이너.

    ‘확실히.’

    이미 두 번이나 음바페의 속도를 저지하지 못하고 얻어 맞았기에, 음바페가 도사리고 있는 오른쪽은 많이 뒤로 내려 앉아 있는 모습.

    그러나, 오른손뿐만 아니라 왼손 또한 묵직하다는 게 시티의 무서움.

    파아앙-

    왼쪽의 메시에게 공을 넘기는 데 브라이너.

    메시는 다시 슬금 슬금 중앙을 향해 공을 몰고 내려가는 듯 싶다가,

    툭, 툭-!

    “메시의 드리블!”

    전매특허인 라 크로케타로 에레라를 손쉽게 제쳐내며 왼쪽 사이드를 향해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플레이 메이킹을 하는 것 자체가 마치 힘을 숨기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게 메시.

    윙어로서의 메시도 여전히 세계 최고.

    “몰고 들어 갑니다!”

    달롯을 앞에 두고 들어가는 메시.

    일단 앞을 가로 막고 있다 해도, 메시가 전진해 들어오면 뒤로 물러나며 막을 수밖에 없는 것이 수비의 입장.

    괜히 먼저 인내심을 잃고,

    지금의 달롯처럼 달려 들었다간,

    스르륵-

    타타타탓-!

    “다리 사이!”

    순식간에 벗겨지기 십상.

    크게 어려워 보이지도 않았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달롯을 제쳐낸 메시는 멈추지 않고 박스 왼 쪽으로 파고 들었다.

    “왼발!”

    수비 커버를 들어오는 린델로프에게 외치는 픽포드 키퍼.

    좀 더 넓은 슈팅 각도를 만들어 내려면 중앙, 즉 오른발 각도로 열어야 하는 메시의 위치.

    그러나 오른발 슈팅이라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 픽포드 키퍼였고, 린델로프에게 왼발 각도만 주지 말라고 외친 것.

    린델로프는 그런 오더에 따라 골 라인쪽으로 무게 중심을 두며 메시의 왼발 각도를 봉쇄했다.

    그런 효과적인 차단에,

    메시의 움직임이 순간 멈추었다.

    한 번 무르려는 것일까.

    메시의 시선이 동료들을 찾는 듯 주변으로 향했고,

    린델로프도 어느 덧 박스 안에서 움직이는 아구에로에게 주의가 끌리는 시점이었다.

    메시의 상체가 번개처럼 출렁였다.

    쉬이이익-

    툭, 툭-!

    “...!”

    알고도, 못 막는다.

    메시는 중앙 쪽으로 상체를 비틀었다가, 순식간에 양 발 드리블을 치며 다시 골 라인 쪽으로 파고 들었다.

    그 움직임에, 이미 무게 중심이 반대로 쏠려 메시를 저지하지 못하는 린델로프.

    그렇게 주지 말라고 했거늘.

    또한 린델로프 본인도 알고 있었거늘.

    메시의 왼발 각도가 열렸다.

    그래도 각도는 좁은 상황.

    어떻게든 막아보자며 픽포드 키퍼는 어금니를 깨물고 몸을 움츠렸다.

    뻐어어어엉-!

    그러나 메시는 마지막까지 침착하게 빈 틈을 찔렀다.

    촤아아아-

    다시 한 번 다리 사이였다.

    철썩-!

    “메시, 멧씨!”

    “믿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메시입니다, 믿을 수 있습니다!”

    이번엔 왼손, 메시의 골이었다.

    오른손으로 두 대.

    그리고, 왼손으로 한 대.

    하지만, 그 한 대가 두 대만큼 얼얼한 이 느낌.

    메시는 메시였다.

    이게 지금까지 시티가 1월부터 이어온 연승의 이유.

    “음바페가 번개처럼 눈 깜짝할 새에 득점을 성공시켰다면, 메시는 눈 앞에서 모든 걸 보고도 당한 느낌이네요. 알고도 못 막는다는 게 저런거죠.”

    과연 과르디올라가 ‘완벽하다’ 고 칭할만한 공격력.

    음바페를 조심했더니 메시가 있었다.

    그렇게, 다시 3번째 리드를 잡는 맨 시티.

    “맨유가 올 시즌 한 경기에 3번째 득점을 허용하는 건 처음이죠?”

    “처음이 맞습니다. 처음이에요. 그렇다는 건, 오늘 이 경기는 맨유가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첫 패배를 경험하게 될 수도 있겠어요.”

    한참이나 망연자실한 채 무릎을 꿇고 있는 린델로프와 픽포드 키퍼.

    “어쩔 수 없었어.”

    그러나, 그 누구도 그 둘을 질타할 수는 없었다.

    빈 말이 아니라, 정말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축구에 2점슛은 없는건가.’

    한 번의 공격만에 다시 리드를 내주며 생각하는 도훈.

    오늘 이 승부는, 확실히 리드를 잡는 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승부차기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승부차기처럼 한 번씩 주고받는 지금의 상황.

    먼저차는 쪽의 승률이 60퍼센트라는 승부차기의 연구 결과처럼.

    이 쪽에서 한 번이라도 추격이 늦춰지게되면, 힘이 쭉 빠지게 될 것이고 승률은 급격히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주먹을 뻗을 때 조금이라도 주저함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것은 곧 패배를 의미했다.

    주먹을 뻗는 걸 두려워하는 쪽이 패배인 오늘 경기니까.

    “3대2! 아주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되고 있습니다!”

    심각한 맨유의 상황과는 달리, 경기 자체는 아주 화끈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

    어쨌든 아무리 멋지게 넣는다 해도 축구에 2점슛은 없다.

    한 점, 한 점 따라붙는 수밖에.

    뻐어어어엉-!

    “린델로프, 길게 넘겨 줍니다.”

    방금 한 점을 실점한 팀같지 않게, 전방으로 때려 놓고 선수 대부분이 물 밀듯 밀고 올라가는 맨유.

    어쨌든, 다시 맨유의 차례.

    린델로프의 롱 패스는,

    파아앙-!

    “백도훈이 따냅니다.”

    페르난지뉴와의 경합을 이겨낸 도훈의 이마를 맞고 떨궈졌다.

    그 공을 잡아내는 포그바.

    파아앙-

    포그바는 왼쪽으로 패스를 열었고, 린가드가 공을 이어 받아 돌아 들어가는 루크 쇼에게 내줄 듯 하더니,

    타타탓-!

    중앙 쪽으로 접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타타탓-

    타타탓-!

    산개하듯 넓게 퍼지며 침투해 들어가는 맨유 선수들.

    머뭇거림은 없었다.

    각자 빈 공간을 향해 과감히 들어가는 선수들의 모습에서는 확신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뒤가 없어 보일 정도로, 이 공격은 반드시 마무리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파아앙-

    “띄워 올립니다!”

    박스 안으로 로빙 패스를 띄우는 린가드.

    그런데 애매했다.

    누군가를 노린 패스라기도 뭐하고, 누군가가 침투해 들어가는 공간을 노린 패스라기도 뭐하고.

    하지만, 그렇기에 맨시티의 수비수들도 건드릴 수 없는 곳으로 패스가 떨어졌다.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

    당연히 박스 안에서 가장 빠른 사람이 공의 소유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

    툭-

    “백도훈!”

    도훈이 잡은 공.

    공을 잡자 마자, 순식간에 박스 안의 맨 시티 선수들이 모두 도훈에게로 달려 들었다.

    각자 위험 지역에 있음에도, 다른 선수들은 철저히 무시 당하는 그 웃지 못할 상황.

    여섯 명의 포위망 사이에서, 골대를 바라보고 고고한 학처럼 선 도훈.

    도훈의 선택은,

    스르륵-

    “뒤로!”

    백 힐.

    동료들은 충분히 집중하고 있었고, 그 모습에서 승리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던 도훈이었다.

    그 기운이 틀린 게 아니라면, 분명히 이 찬스도 동료들이 살려줄 수 있을 것이었다.

    백 힐로 뒤의 린가드에게 다시 내주는 도훈.

    파아앙-!

    린가드는 곧바로 오른쪽의 마샬에게 원 터치 패스를 내줬다.

    박스 안 우측에서 공을 받는 마샬.

    공간은, 많았다.

    뻐어어어엉-!

    슈우우웅-

    그러나, 그 많던 공간이 순식간에 없어졌다.

    워낙 때리기 좋게 열린 각도 때문일까, 마샬의 슈팅 타이밍이 너무 정박이었던 탓.

    마음 먹고 때린 그 슈팅을 향해 몸을 날리는 맨시티 수비수들.

    파아아앙-!

    스톤스의 몸에 막혀, 마샬의 슈팅이 튕겨 나왔다.

    멋진 육탄 방어.

    그러나, 스톤스는 곧바로 불같이 성을 내었다.

    자기가 그렇게 몸을 날려 막는 동안, 그 막아낸 공이 다시 백도훈에게로 흘러가는 동안 동료들이 모두 지켜만 보고 있었으니까.

    하필, 또 공이 그 쪽으로 흐를 게 뭐란 말인가.

    뻐어어어엉-!

    여전히 문전 앞은 선수들로 혼잡했기에 슈팅 각도는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마샬의 슈팅과 도훈의 슈팅이 다른 게 있다면.

    슈우우우웅-

    단 하나의 길이 있다고 해도, 도훈은 그 길을 보고 찰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이었다.

    철썩-!

    “들어 갔습니다! 또, 또, 또! 백도훈입니다!”

    “다시 동점, 이햐하! 대단합니다, 대단해요! 3대3!”

    다시 따라 붙었다.

    도훈의 멋진 리바운드 슈팅으로 다시 한 점 따라 붙으며 세 번째 동점을 만들어내는 맨유.

    “하...”

    이제, 오히려 질색이 되는 쪽은 맨 시티였다.

    “삐익, 삐이이익-!”

    “정말 치열했던 전반이 끝났습니다! 대단했죠, 정말?”

    “양 팀 세 골씩, 도합 여섯 골이 터졌던 전반전이었습니다. 올 시즌 이렇게 많은 골이 터진 경기가 있을까 싶네요. 하지만, 후반전에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죠!”

    뚫린 지붕 위로 김이 피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후끈한 열기가 가득 찬 올드 트래포드.

    전반이 끝나고 하프 타임이 되었지만 관중들 누구 하나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10분 마다 두 골이 터지는 경기에 다들 45분 내내 긴장한 채로 경기를 지켜봤으니 휘슬이 울리는 순간 탁, 하고 맥이 풀려버렸으니까.

    그러나 오래쉴 틈은 주어지지 않았다.

    “자, 다시 달려보자. 45분.”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경기는 후반전으로 이어졌다.

    ‘2대3...’

    음바페의 킥 오프로 재개되는 후반전.

    현재 양 팀의 스코어는 3대3.

    그러나, 음바페의 생각은 달랐다.

    2대3이었다.

    백도훈이 3골을 넣었고, 자신이 2골을 넣었으니까.

    지고 있는 기분이었다.

    ‘따라 잡는다.’

    한 순간이라도, 뒤지고 있다는 이 기분을 참을 수가 없는 음바페.

    이 경기를 팀 대 팀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과 백도훈이라는 동상이몽에 빠져 있는 음바페.

    그 마음가짐은, 해가 될 수도 있지만 득이 될 수도 있었다.

    최고의 실력자가, 확실한 동기부여까지 있다면 그보다 실적을 내기 좋은 경우도 없으니까.

    파아앙-

    파아앙-!

    “전진합니다, 리오넬 메시.”

    중원에서부터 공을 주고 받으며 전진하기 시작하는 메시.

    수비수들은 곤욕이었다.

    앞에선 공을 달고 다니는 메시의 움직임을 응시해야 하지, 뒤로는 언제 뛰어들어갈지 모르는 음바페와 아구에로를 예의주시해야 하지.

    그래도,

    “두 번 중에 한 번만 막아줘. 그럼, 우린 두 번 중에 두 번을 넣어서 역전할 수 있을 테니까.”

    하프타임때 들었던 그 든든한 말 덕분에 좀 더 자신감 있게 수비에 임할 수 있는 선수들이었다.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 아무도 귀 담아 듣지 않았을 말.

    그러나, 그 말을 한 사람이 도훈이기에 맨유의 수비수들은 믿고 수비에 임할 수 있었다.

    두 번 중에 한 번만.

    그게 어렵다고 생각이 된다면, 이 유니폼을 입고 이 경기에 뛸 자격이 없는거다.

    파아아앙-!

    다시 한 번 찔러 들어오는 메시의 패스.

    “음바페에게!”

    “아니, 아구에로가 받습니다!”

    중앙에서 박스 오른편을 보고 찔러 넣은 패스.

    그 패스는 뛰어 들어가는 음바페에게 향하는 패스인 듯 했다.

    그러나, 중간에서 대각선으로 짤라 들어가며 그 패스를 끊어내듯 받아 쇄도하는 아구에로.

    멋진 움직임이었고, 그 예상치 못한 움직임에 순간 마크에 혼선이 빚어지는 맨유 수비진이었다.

    하지만,

    뻐어어어엉-!

    슈우우웅-

    파아앙-!

    “키퍼 정면!”

    그 움직임이 약속되어있던 플레이는 아니었던 듯 했다.

    잘 짤라 들어간 아구에로의 슈팅이 픽포드 키퍼의 품에 안긴 뒤.

    음바페가 미간을 찌푸리며,

    “놔두지, 내가 있는데!”

    라고 외쳤기 때문이었다.

    “뭐?”

    “놔뒀어야 됐다고. 내가 마무리할 수 있었는데!”

    “충분히 할 수 있는 시도였잖아?”

    뭐라 한 마디 더 대꾸하려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제 자리로 돌아가는 음바페.

    음바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시도가 좋으면 뭐해, 결과가 좋아야지.”

    입단한 지 2달도 지나지 않은 선수가, 팀의 레전드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음바페밖에 없을 것이었다.

    “휴, 그래. 미안하다.”

    그리고, 그런 아구에로에게 사과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좋아, 좋아!”

    “한 번, 막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맨유 선수들은 오늘 충분히 경기를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 라스트 펀치 (2) > 끝

    ⓒ 한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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