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년 수련한 축구선수-105화 (105/173)
  • < 라스트 펀치 (1) >

    뻐어어어어엉-!

    박스 우측에서 불을 뿜는 음바페의 오른발.

    촤아아아아-

    슈팅은 날카롭게 페널티 박스를 가로 지르며, 파 포스트를 향해 낮게 깔려 들어갔다.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다가, 동물적인 감각으로 그 슈팅을 향해 손을 뻗는 픽포드 키퍼.

    그러나,

    “큭...!”

    음바페의 슈팅이 워낙에 빨랐다.

    철썩-!

    “으, 음바페! 고오올-! 전반 5분만에 킬리안 음바페의 득점이 터져 나왔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터져 나온 빠른 실점에 일순간 조용해지는 올드 트래포드.

    그런 관중석을 바라보며 유유히 코너 플래그를 향해 뛰어간 음바페는,

    건방진 듯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는 특유의 셀레브레이션을 선보였다.

    오늘만큼은 이 셀레브레이션이 정말 하고 싶었다.

    그리고, 5분만에.

    ‘봤지?’

    해냈고.

    혼자만의 힘으로 맨유의 수비진을 헤집어 놓은 뒤 득점까지 성공 시키는 음바페.

    무서운 기세였다.

    파아앙-

    도훈의 킥 오프로 재개되는 경기.

    오늘 경기가 쉽게 흘러가진 않을 것이라는 건 당연히 모두가 예상한 바지만, 전반 5분만에 실점을 하리라곤 생각치 못했기에 당황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맨유 선수들의 표정.

    사실,

    상성상 현재의 맨유에게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은 바로 맨 시티였다.

    맨 시티 선수들 개개인 기량 자체도 워낙에 뛰어나지만, 맨 시티는 11명을 모두가 하나의 플레이에 기여할 정도로 톱니바퀴같은 움직임을 이용하며 주도권을 쥐고 가는 팀이기 때문이었다.

    이걸 상대하려면 이 쪽도 11명 모두가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힘들어진다.

    하지만, 분명히 맨유는 백도훈이라는 한 명의 플레이어에게 의존도가 높은 입장.

    방금과 같은 실점 장면은 도훈도 해결해줄래야 해결해줄 수 없는 부분.

    ‘우리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해.’

    맨유 선수들은 도훈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지 않도록, 경기에 더욱 집중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경기에 임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시티를 이길 수 없었다.

    연승이 여기서 마감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강하게 압박 합니다, 맨 시티.”

    역시나 중원에서부터 강하게 압박을 가하는 맨 시티.

    그렇게 압박이 거세질수록, 자연히 맨유 선수들의 패스가 도훈에게 향하는 횟수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아냐, 이러면 안 돼.’

    반사적으로 다시 도훈에게 패스하려다 움찔하는 포그바.

    상대의 압박은 조직적이고, 워낙 손발이 잘 맞아 이 쪽에서도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공을 빼앗기기 쉬웠다.

    물론 도훈이 쉽게 공을 빼앗길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90분 내내 도훈 혼자서 공을 지킬 수는 없는 노릇.

    상대는 알고 있었다.

    맨유가 백도훈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는 걸.

    그러니, 저렇게 도훈 주변에만 네 명의 선수들이 둘러싸고 있는 것일테고.

    분명히 말했지만, 도훈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지 않도록 동료 모두가 집중해야 했다.

    파아앙-

    “포그바, 뒤로 내줍니다. 에레라. 오른쪽, 디오고 달롯에게.”

    뒤로 패스를 내주는 포그바를 보며 한숨을 내쉬는 도훈.

    방금, 거의 5초 동안 4번의 원 터치 패스를 하며 달려드는 상대의 발을 피해냈던 도훈이었다.

    주변의 동료 모두가 패스를 받으며 곧바로 자신에게 넘겨주고 있었다.

    그러니 상대도 오히려 편했다.

    도훈의 주위만 지키고 있으면 되니까.

    마지막 순간 도훈의 주변엔 4명의 맨시티 선수가 포진되어 있었다.

    마지막 패스를 포그바가 다른 쪽을 택하지 않았다면 분명히 베르나르도 실바가 스크린을 서는 사이 데 브라이너가 패스를 가로채갔을 것이고.

    하지만, 역시 동료들은 집중하고 있었다.

    생각 없이 플레이 한다면 절대로 지금의 맨 시티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걸 도훈도 알고 있었다.

    도훈은 동료들을 보며, 분명히 이 경기 잡을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또한,

    ‘나도 믿음을 줘야 겠지.’

    그런 동료들에게 자신도 믿음으로 보답하리라 마음 먹는 도훈.

    방법은 간단했다.

    최대한 빠르게 동점 골을 넣는 것.

    타타탓-

    공이 다른 쪽에서 돎에도, 여전히 도훈의 주변에서 멀어지지 않는 상대 중원진.

    도훈은 무시한 채 그들을 끌고 올라갔다.

    당연히 좌우측 사이드는 크게 열려 있는 상황.

    동료들을 믿고 도훈은 박스를 향해 달렸다.

    “오른쪽에서 마샬이 이어 받습니다. 돌파, 아 뒤로 내줍니다! 달롯의 오버래핑!”

    뒤로 돌아 들어가는 달롯을 보고 센스있게 내주는 마샬.

    그리고 박스 오른쪽을 파고든 달롯이 박스 쪽을 흘끔 바라본 뒤, 논스톱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뻐어어엉-!

    날카롭게 박스로 향해드는 크로스.

    느리고 높은 크로스가 아니었다.

    높이로만 제공권 승부를 본다면 189, 188센티미터의 신장을 가진 시티 센터백 듀오를 상대하는 데 승산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도훈은 알고 있었다.

    헤딩은 머리가 아니라 발로 하는 것이라는 걸.

    타탓-!

    문전을 향해 뛰어들다, 순간적으로 제동을 걸며 스톤스와 라포르테 사이에서 쏙 모습을 드러내는 도훈.

    또한 달롯의 크로스도 미리 약속한 대로, 정석 코스인 수비와 키퍼 사이가 아닌 박스 뒷편으로 향하고 있었다.

    둘의 약속된 플레이였다.

    “흐읍!”

    공중에서 허리를 활 처럼 휘는 도훈.

    그리고 공이 자신의 눈앞을 지나가는 순간 정확하게 허리를 펴며,

    뻐어어엉-!

    이마에 맞췄다.

    허리 힘이 실려 빠르게 쏘아져 나가는 헤더.

    이렇게 힘이 실린 채 구석으로 향하는 헤더는,

    에데르송이 아니라 야신이 와도 막기 어려울 것이었다.

    슈우우웅-

    철썩-!

    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최근 2경기에서 헤더로만 3골.

    그러나, 운이라고 치부한 건 분명한 실수.

    엄연히 지금의 도훈에게, 헤더는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였다.

    “동점 골! 선제 실점 후 7분만에 곧바로 동점 골을 만들어 내는 백도훈!”

    “대단하네요! 또 다시 헤딩 골입니다, 백도훈!”

    파아아앙-!

    셀레브레이션 대신 공을 빠르게 회수해 하프라인에 내려놓고, 동료들과 하이 파이브를 나누는 도훈.

    “크로스 너무 좋았어!”

    “계속 그렇게 해볼게!”

    도훈이 엄지를 치켜 보이자 뿌듯한 표정을 짓는 디오고 달롯.

    이번 맨체스터 극장은, 정신 없이 액션신이 오고 가는 블록버스터가 될 듯 했다.

    ‘난타전.’

    아직 1대1이지만, 오늘 경기는 절대로 적당히 끝날 것이라고 도훈은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히 더 치고 받고, 둘 다 만신창이가 되고 나서야 승부가 갈릴 것이다.

    ‘해보자고. 자신 있으니까.’

    절대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메시, 줄 곳을 찾습니다.”

    “메시는 이제 확실히 플레이 메이커가 된 것 같아요. 물론, 혼자서 마무리까지 가능한 플레이 메이커지만, 확실히 조력자의 역할에 머무르는 걸 즐기게 된 것 같습니다.”

    바르샤에서도 그랬듯, 언제나 공격의 기점이 되는 메시.

    그런 메시가 슬금슬금 한 명 정도를 달고 움직이며 전방을 훑는 것만으로, 맨유 수비수들은 움찔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파아아앙-!

    “찔러 줍니다!”

    메시의 패스는 언제나 없는 빈 틈도 찾아내 찔러 버리니까.

    지금처럼.

    촤아아아-

    스몰링과 루크 쇼, 그 사이로 향하는 메시의 패스.

    그 패스를 향해, 사이드로 크게 돌아 들어가는 음바페.

    ‘끊지는 못해도.’

    워낙 절묘하게 파고드는 패스라 중간에서 커트할 수는 없어도, 분명 루크 쇼는 자신이 먼저 공을 잡아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크게 돌아가는 음바페에 비해, 자신은 좀 더 짧은 동선으로 바로 돌 수 있었으니.

    하지만,

    타타타탓-!

    언제나 음바페의 스피드는,

    예상 밖의 범주에서 놀고 있지 않은가.

    툭-

    “음바페가 빠릅니다!?”

    공을 먼저 터치하는 음바페.

    돌아 들어가던 그 움직임 그대로, 음바페는 자연스럽게 박스 중앙 쪽으로 공을 컨트롤 해놓으며 파고 들었다.

    그 움직임에, 그대로 달려들었다간 뒤에서 밀어버리게 됨으로 두 팔을 들어 보이며 멈춰설 수밖에 없는 루크 쇼.

    이거였다.

    메시가 공을 달고 움직이며 수비의 시선을 이끌고,

    놀라운 시야와 발 끝의 감각으로 패스를 찔러 넣으면 음바페가 속도를 살리는 간결한 움직임으로 그 패스를 받아 마무리하는 것.

    ‘완벽하지.’

    모든 것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과르디올라 감독 조차도, 이 보다 완벽한 콤비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조합.

    뻐어어엉-!

    공을 길게 끌지 않고 간결하게 슈팅을 때려 넣는 음바페를 보며, 과르디올라는 황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슈우우웅-

    철썩-!

    “또...?”

    “또 이렇게 쉽게..”

    맨유 팬들의 표정에 당혹감이 피어오를 정도.

    음바페가 곧바로 두 번째 골을 집어 넣었다.

    “전반 14분만에 두 골을 몰아치는 음바페! 다시 앞서가는 맨시티입니다!”

    “정말 화끈한 경기네요. 공격을 했다 하면 일단 슈팅까지 마무리되고, 그 두번 중 한 번은 골로 연결되는 느낌이에요. 아, 메시. 그리고 음바페. 가히 위력적 입니다.”

    보란듯이 두 골째.

    확실히 음바페는 성장해 있었다.

    ‘덕분에.’

    그 성장은, 아마 백도훈이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없는 일이었을지도.

    워낙 어린 나이에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던 음바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의 자신은 기고만장해 있었다.

    앞으로 모든 것이 자기 것으로 될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도쿄에서의 수모는 뼈가 되고 살이 되었고,

    한층 성장한 지금의 음바페가 될 수 있었다.

    지금의 자신이라면, 아무리 백도훈이라고 해도 질 자신이 없었다.

    “2대1로 경기가 재개 됩니다.”

    근심 어린 얼굴로 경기를 지켜보는 나겔스만 감독.

    시즌 내내 이야기했듯, 지금의 팀을 만들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가장 많은 공을 들인 건 수비쪽이었다.

    그런 수비가 이토록 허무하게 뚫리고 있다는 건 엄청난 위기가 아닐 수 없는 일.

    그렇다고 당장 뭐라고 지시를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선수들은 훈련한 대로 움직여주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상대가 그걸 깨부수고 있을 뿐이었다.

    주먹이 너무나 강했다.

    “과감하게 해!”

    대신, 손을 저으며 양 쪽 풀백들에게 과감히 올라갈 것을 종용하는 나겔스만 감독.

    난타전이 될 것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양 팀의 수비력을 양 팀의 공격력이 상회하고 있으니.

    여기서, 주먹을 뻗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됐다.

    먼저 한 발을 빼고 물러난다면, 그 이후론 계속해서 날아드는 주먹에 물러나는 것밖에 할 수 없게 될 것.

    자신은 있었다.

    아무리 시티에게 메시와 음바페, 아구에로가 있다 해도.

    이 쪽엔 백도훈이 있으니까.

    파아앙-

    “왼쪽으로.”

    나겔스만 감독의 지시대로 높게 올라온 루크 쇼에게 연결되는 공.

    그러나 상황의 여의치 않자, 루크 쇼는 다시 뒤로 공을 돌렸다.

    그 공을 도훈이 잡아, 곧바로 반대편을 향해,

    뻐어어어엉-!

    긴 전환 패스를 뿌렸다.

    동료의 위치를 파악하지도 않고 때린 것처럼 빠른 패스.

    그러나 패스는 너무도 정확히 달롯에게 향했다.

    “지금같은 빠른 좌우전환이 맨 시티의 수비를 흔들어 놓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좁게 간격을 유지하며 지역을 점거하고 있는 시티.

    큰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빠른 전환.

    그걸 해줄 수 있는 도훈.

    그리고,

    파아앙-

    “포그바에게.”

    파아아앙-!

    “포그바, 바로 찔러 넣습니다!”

    마무리까지 해줄 수 있는 도훈.

    달롯이 중앙으로 내줬고, 포그바가 어느 새 박스로 침투해 들어가는 도훈을 보고 논스톱 패스를 찔러 넣었다.

    촤아아아-

    절묘하게 흘러 들어가는 스루 패스.

    박스 안, 우측에서 공을 잡는 도훈.

    스르르륵-!

    그리고, 도훈은 자신을 뒤따라붙는 라포르테를 기준으로 시계 방향으로 부드럽게 돌아섰다.

    박스 안, 그 좁은 곳에서 공은 도훈의 발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젠장.’

    곧바로 열리는 왼발 각도에 있는 힘껏 다리를 뻗는 라포르테.

    슈팅을 내주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기 위함.

    그러나,

    파아앙-!

    도훈은 다시 한 번 접으며 쓰러지는 라포르테를 지나쳐, 골 라인쪽으로 한 번 더 치고 들어갔다.

    라포르테가 제쳐지자 곧바로 튀어 나오는 에데르송.

    그러나 도훈의 손바닥 안이었다.

    툭-!

    슈우우우웅-

    투웅-!

    “고오오올-! 다시 동점 골!”

    에데르송의 머리 위를 가볍게 넘기는 칩 샷.

    공은 유유히 텅 빈 골대 안을 튕기며, 두 번째 골이 되었다.

    “그렇지!”

    주먹을 불끈 쥐는 나겔스만 감독.

    오늘은 이런 경기였다.

    서로를 향해 있는 힘껏 주먹을 뻗는 하드 펀쳐들의 대결.

    그리고 이 승부의 패배자는,

    상대를 향해 주먹을 뻗는 대신 그 손으로 가드를 올리는 쪽이 될 것이었다.

    라스트 펀치를 때리는 쪽이 승리자가 될 것이고.

    < 라스트 펀치 (1) > 끝

    ⓒ 한명현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