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년 수련한 축구선수-94화 (94/173)

< 황금 공의 사나이 (2) >

“됐어!”

도훈의 이름이 호명되고, 황금 공 앞에 도훈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아버지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높은 곳에 서있는 도훈이 들을 수 있도록 크게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백도훈 선수의 아버지시군요.”

그 모습에, 빠르게 주변으로 번져 나가는 박수 소리.

이윽고 시상식장은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로 가득 채워졌다.

아버지는 발롱도르라는 단어 자체를 몇주 전에 처음으로 들어봤지만, 그 의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 한 해, 최고의 선수.

전 세계의 축구 선수 중 가장 축구를 잘한 한 명에게 주어지는 상.

그리고 그러한 상 중 가장 권위있는 상.

지금 이 순간은, 지구에서 가장 축구를 잘 하는 선수가 바로 자신의 아들이라는 걸 전 세계가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아버지가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건 당연했다.

그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이 미소를 지었고, 감수성이 풍부한 몇몇은 코 끝이 찡해졌을 정도.

도훈은 황금 공을 두 손으로 들어 모두에게 보였다. 특히, 아버지가 잘 보실 수 있도록.

그런 뒤, 황금 공에 입맞춤을.

“2021 발롱도르, 백도훈 선수입니다. 자, 먼저 이 황금 공을 거머쥐게 된 소감이 궁금한데요. 백도훈 선수, 지금 소감이 어떠십니까?”

“네.. 일단 지난 1년 동안 제 활약을 인상 깊게 봐주시고, 이 상을 저에게 주셔서 감사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1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밀란에서 멋진 동료들과 멋진 추억을 만들기도 했고요.”

도훈이 밀란을 언급하자, 카메라가 유일하게 30인에 든 밀란 선수인 수소를 비추었다.

도훈을 바라보며 자랑스러운 미소를 짓는 수소.

“대표팀 동료들과도 함께 자랑스러운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고 뛰기도 했었죠.”

그리고 도훈과 더불어 30인안에 최초로 이름을 올린 손흥민의 모습도.

지난 번 경기에서 마주했을 때 도훈은 너무나 무서운 존재였지만, 오늘만큼은 손흥민도 자랑스럽기 그지 없었다.

함께 대한민국 축구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몸에 같은 붉은 피가 흐르는 동지의 입장이니.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뛰고 있는 지금, 저는 너무나 재밌게 축구를 하고 있습니다. 라이프치히 시절에도 함께 했었던 나겔스만 감독님, 그리고 우리 동료들과 함께요.”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길 기다리고 있던 듯 포그바는 스웩 넘치는 제스쳐를 취해 보였다.

“물론 제가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계시는 에이전트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조르제 멘데스.

“그리고, 이런 저를 낳아주신 아버지.”

아버지는 여전히 박수를 치고 계셨다.

“아무것도 없던 제가 축구를 하겠다고 했을 때, 믿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몇달 전에도 이런 자리에서 말씀드린 것 같으니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앞으로 행복한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는 끝내 눈물을 흘리며 도훈보다 더 감격했다.

“저에게 너무나 큰 영광입니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던 그 목표를 이뤄 냈으니까요.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닙니다. 저에겐 더 큰 목표가 있고, 오늘은 그저 거쳐 가는 날이 될 뿐일 겁니다. 앞으로 저는 더욱 열심히 앞으로 달려 나갈 겁니다. 제가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제 축구의 극에 달하는 날까지요. 감사합니다.”

도훈의 수상 소감이 끝나자,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2021년, 올 해 최고의 선수.

최연소 발롱도르 위너.

아시아인 최초 발롱도르 위너.

축구계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백도훈에게.

“올 해 황금 공의 사나이, 백도훈 선수였습니다!”

도훈은 다시 한 번 황금 공을 번쩍 들어 올려 보였다.

시상식이 끝나고.

“잘 부탁 드립니다. 많이 피곤하실텐데.”

도훈은 멘데스를 비롯한 에이전트 관계자들,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식사 자리를 가졌다.

아버지는 근처 고급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내일 관계자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한국으로 돌아가실 예정.

“고생해라.”

“예. 가볼게요. 오래 못 있어서 죄송해요.”

“아니다. 좋은거다. 오늘은 오늘일 뿐이야. 항상 겸손하게 정진하는 게 맞는거다.”

도훈은 주최 측에서 준비해준 전용 헬기로 곧바로 맨체스터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다른 선수였다면, 발롱도르라는 최고의 명예를 거머쥔 오늘만큼은 신나게 파티를 벌일 법도 하건만.

“도착 했습니다.”

도훈은 홀로 다시 맨체스터의 집으로 돌아왔다.

“...”

그리고, 묵직한 황금 공을 택배 상자라도 되는 것처럼 식탁 위에 올려두고.

답답했던 수트를 벗어 던진 뒤 훈련복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시간을 많이 뺏겼네. 잠을 줄이는 수밖에.”

그런 뒤, 공을 가지고 도훈은 뒷마당의 개인 훈련장으로 향했다.

도훈의 수상 소감은 절대로 빈 말이 아니었다. 멋있어 보이려고 하는 말도 아니었다.

진심이었다.

오늘은 그저 스쳐가는 날 중 하나일 뿐.

도훈에게 있어 오늘 스케줄 중 가장 중요한 건, 발롱도르 수상보다도 오늘치 훈련량을 채우는 일이었다.

도훈은 알고 있으니까.

오늘날의 자신을 만든 건.

이 황금 공을 거머쥐게 해준 건 잘난 자신의 재능이 아니라, 100년간 죽도록 매달렸던 그 성실함이라는 걸.

그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도훈은 쉴 수가 없었다.

그저 계속해서 앞만 보고 달려 나갈 뿐이었다.

이 축구의 극에 달하는 날까지.

ㆍㆍㆍ

-[오피셜] 발롱도르, 백도훈 수상.. 아시아인 최초이자 역대 최연소

ㄴ자랑스럽다 진짜... 아직도 안 믿긴다. 매 주 우릴 즐겁게 해주니 익숙해졌을 뿐이지만, 우린 정말 역사를 보고 있는거다.. 감사합니다 백도훈 선수.

ㄴ고생하셨습니다. 내년에도 이대로만 가즈아~~~

-백도훈, 역대 최고 득표수차로 발롱도르 수상.. 득표율 79%로 2위 메시(11%)와 68% 압도적 차이

ㄴ전체 득표로 따져서 저 정도고 1위 득표율은 90퍼 넘음 ㄷㄷㄷ 빛 도 훈

ㄴ프랑스 기자 애들은 아시아인 주기 싫어서 그런지 메시 찍었네 ㅋㅋㅋ 니네가 그러고도 기자냐. 발롱 받은 건 좋은데 지들 스스로 권위를 깎아 먹네

-발롱도르 위너 백도훈, 시상식 끝나고 한 일은? ‘자택으로 돌아가 개인 훈련’

ㄴ날두형도 챔스 첫 우승하고 집에 가서 훈련했댔지... 백도훈은 날두형만큼 롱런할 듯. 아니 그 이상으로 갈 듯.

ㄴ단순한 축구 선수가 아니라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저렇게 하는 게 쉽다면 누구나 백도훈이 될 수 있을테니 우리같은 사람들은 따라하는 것조차 어렵겠지만, 조금이라도 배우자. 나도 내년부터 열심히 살아야 겠다

-‘아시아 축구가 세계 레벨을 압도하다’ 백도훈 발롱도르 수상 소식에 자부심 갖는 일본.. ‘니네가 왜?’

ㄴ기자 빡침 ㅋㅋㅋㅋ ㄹㅇ 지들이 갑자기 왜 뿌듯해 함?

ㄴ아시아 축구가 세계 레벨을 압도한 게 아니라 그냥 백도훈이 압도한건데. 게다가 최종 30인에 이름 올린 아시아 선수는 백도훈이랑 손흥민 두 명밖에 없음 ㅋㅋㅋ 일본 전멸

-열일곱에 모든 걸 이룬 백도훈.. 이제 남은 건 월드컵 우승뿐. 가능할까.

ㄴ메시도 호날두도 못한 게 월드컵 우승인데.. 물론 백도훈이 저 둘보다 역대급 선수가 될 자질은 충분해보임. 하지만 포르투갈, 아르헨티나에 비해 우리나라 전력이 떨어지는 것도 팩트. 하면 좋겠지만 못한다고 절대 백도훈에 대한 평가가 절하되서는 안된다.

ㄴ하면 진짜 역사에 남는거고, 못해도 전혀 상관없음. 이미 메이저 우승 트로피 따위로 평가받을 선수가 아니니까. 내 바람은 딱 8강 진출임. 백도훈에 지금 세대들 전력이면 가능하다고 봄.

도훈의 발롱도르 수상 소식에 환호하는 아시아 전역.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역시도 최초 아시아인 발롱도르 소식에 함께 환호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 때처럼.”

“아.. 예.”

맨유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 번 9월, 도훈이 피파 올 해의 선수상을 받았을 때, 경기 전 트로피 셀레브레이션으로 홈팬들과 함께 도훈의 수상을 축하해줬었던 맨유.

이번엔 발롱도르니, 더 성대하게 해주고 싶은 구단의 마음은 당연했다.

하물며, 올드 트래포드에서 펼쳐질 이번 주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의 상대가 다름 아닌 레드 더비의 오랜 라이벌.

리버풀이었으니 더더욱.

“올드 트래포드입니다.”

리버풀을 홈으로 불러들인 맨유.

사실 맨유의 일정 자체는, ‘그 전 감독’ 이었다면 상당히 큰 불만을 공개적으로 토로했을 것이 분명할 정도로 험난한 일정이었다.

6라운드에 맨시티를 상대했고, 8라운드에 토트넘을 상대했으며 9라운드에는 리버풀을 상대하는 일정이었으니. 게다가 사이 사이 챔피언스 리그 경기와 A매치로 인한 선수 차출까지 있었고, 그 경기들을 마치면 이제 박싱데이의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맞이한 라이벌, 리버풀.

리버풀은 상당히 호조의 전반기를 보내고 있었다.

8라운드까지 6승 2무.

오늘 경기 전까지 한 번도 패배가 없는 리버풀.

그 중심에는 모하메드 살라로 대표되는 막강한 공격진도 있지만, 누가 뭐라 해도 리버풀 전력의 절반이라고 까지 평가받는 버질 반 다이크가 있었다.

“백도훈 선수의 발롱도르 수상을 축하하는 셀레브레이션이 있겠습니다.”

양 팀의 선수 입장이 끝나고.

맨유 선수들이 반원을 그리고 선 가운데, 빛나는 황금 공을 들어 홈팬들 모두에게 자랑스럽게 내보이는 도훈.

한 명도 빠짐없이 기립한 채 박수갈채를 보내는 맨유의 관중들.

세계 최고의 선수가 속한 팀.

그 팀의 팬이라는 자부심이 온 몸을 타고 흐르는 순간.

“...”

그 모습을 바라보는 리버풀 선수들.

그리고, 반 다이크.

‘올 것이 왔군.’

17/18 시즌부터 명실상부 현역 최고의 수비수라는 평가를 받기 시작한 반 다이크.

반 다이크는 그러한 활약을 몇 년간 꾸준히 이어만 간다면, 역대 수비수 반열에 들 수도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그 당시부터 받아왔었다.

그리고 21/22 시즌인 지금.

반 다이크는 최고의 활약을 그 3년간 이어왔고 지금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 현재 반 다이크에 대한 평가는,

“말디니, 네스타 등의 레전드들과 충분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고, 어쩌면 앞으로 그들을 능가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그럴 수 있을 겁니다.”

최고였다.

그런 반 다이크의 리버풀과, 도훈의 맨유가 격돌하려 하고 있었다.

“리버풀의 선발 라인업부터 살펴 보시죠.”

[리버풀 FC (4-3-3) 감독 : 위르겐 클롭]

GK 알리송 베커

CB 조 고메즈

CB 버질 반 다이크

LB 앤드류 로버트슨

RB 알렉산더 아놀드

MF 조던 헨더슨

MF 조르지니오 바이날둠

MF 알렉스-옥슬레이드 체임벌린

FW 사디오 마네

FW 모하메드 살라

FW 로베르토 피르미누

“알리송 키퍼, 그리고 조 고메즈와 반 다이크의 중앙 수비. 올 시즌 리버풀이 리그 8경기를 치루는 동안 단 3실점만을 한 원동력들입니다. 그 중앙을, 발롱도르 위너 백도훈과 맨유의 공격진이 어떻게 뚫어낼 수 있을 지. 오늘 경기 정말 지켜보는 재미가 있겠습니다.”

“네! 루카쿠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됩니다!”

리그 8라운드가 시작됐다.

“역시나 리버풀의 색깔대로 경기 초반을 시작합니다.”

위르겐 클롭이 이끄는 리버풀.

그 답게, 초반부터 빠르게 전방 압박을 올라가며 시작부터 경기에 불을 지피는 양상.

당연히 맨유로써도 오늘 경기를 준비하며 이런 양상으로 경기가 시작될 것을 예상한 바.

위르겐 클롭은 자신만의 색채로 성공한 감독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맞춤 대응 전술을 짜는 것도 용이한 감독.

뻐어어엉-!

“린델로프, 길게 차냅니다.”

“요즘 린델로프의 롱 패스 감각이 좋습니다. 지금도 루카쿠에게 정확히 향하네요.”

오늘 중앙 수비로 선발 출장한 빅토르 린델로프.

롱 킥 감각이 좋은 린델로프를 활용해 전방압박을 건너뛰는 전술을 준비해 온 나겔스만 감독.

파아앙-

그 공을 루카쿠가 머리로 따냈다.

그리고, 곧바로 그 세컨볼을 따내는 도훈.

“발롱도르 위너, 백도훈!”

단순히 공을 잡았을 뿐인데 환호성이 이는 관중석.

다른 누구도 아닌, 발롱도르 위너가 공을 잡았다.

도훈이 공을 잡은 위치는 리버풀 진영의 중앙쯤.

그러나 그렇게 비교적 위험지역이 아님에도, 곧바로 반 다이크가 뛰어 나와 앞을 가로 막았다.

‘무슨 생각인 지 알 것 같네.’

그런 반 다이크를 앞에 두고 생각하는 도훈.

도훈과 반 다이크의 첫 맞대결이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 황금 공의 사나이 (2) > 끝

ⓒ 한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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