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년 수련한 축구선수-91화 (91/173)
  • < 하이퍼 소닉 (1) >

    “토트넘의 선발 라인업 되겠습니다.”

    [토트넘 핫스퍼 FC (4-3-1-2) 감독 :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GK 위고 요리스

    CB 얀 베르통헨

    CB 토비 알더웨이럴트

    LB 벤 데이비스

    RB 키어런 트리피어

    MF 에릭 다이어

    MF 무사 시소코

    MF 크리스티안 에릭센

    MF 델레 알리

    FW 손흥민

    FW 해리 케인

    4-3-1-2를 들고 나온 포체티노의 토트넘.

    다이어, 시소코, 에릭센이 3선을 이루고, 델레 알리가 공수 연결을, 그리고 손흥민과 해리 케인이 투 톱을 이루는 전형.

    포체티노 감독은, 매 시즌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감독이었다.

    언제나 초반 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기세를 올리는 팀들이, 꼭 포체티노의 토트넘을 만나면 한 번씩 삐끗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었으니까.

    그 기반에는, 포체티노 감독의 맞춤 전술을 짜는 능력이 있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오늘도 마찬가지.

    최근 가공할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는 토트넘이었다.

    맨유의 수비진이라고 해도 얼마든지 다득점을 해보일 수 있는게 최근 토트넘의 공격진.

    흔히 DESK 라 불리우는 케인, 알리, 에릭센, 손흥민의 공격진은 최근 5경기에서 14득점을 합작하고 있을 정도니.

    어쩌면 마찬가지로 공격 쪽에 비중이 높은 맨유로써는 가장 난적을 만난 셈이 될 수도 있었다.

    축구는 분명히 전술 상성도 무시할 수 없는 스포츠니까.

    “삐이이익-!”

    그 경기가 시작 되었다.

    ‘초반.’

    케인의 선축으로 시작되는 경기를 지켜보는 포체티노 감독.

    지금껏 도훈의 맨유를 상대했던 다른 팀들과는 조금 다른 쪽에 포커스를 맞춘 포체티노 감독이었다.

    그 포커스는, 다름 아닌 경기 초반에 빠르게 몰아쳐 선제 득점을 얻어내는 것.

    백도훈을 상대하면서 절대로 내주지 말아야 할 게 하나 있다면, 포체티노 감독은 리드를 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뛰어난 득점 감각.

    그 뿐만 아니라 경기를 지배하는 조율 능력까지 가지고 있는게 백도훈.

    그걸 지난 맨시티 전에서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백도훈과 맨유를 상대로 끌려가는 경기를 한다면,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포체티노 감독은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자신들의 공격수들을 믿고 있기도 했고.

    “시소코, 오른쪽의 에릭센에게 내줍니다.”

    “오늘 에릭센은 3선 자원으로 분류가 되겠지만 사실상 프리롤이죠? 시소코와 다이어를 뒤에 받쳐두고, 에릭센은 거침없이 공격에 가담할 겁니다.”

    “이렇게 말이죠.”

    최전방과 에릭센 사이를 연결하는 델레 알리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으며 전진하는 에릭센.

    시작부터 빠르게 몰고 올라가는 토트넘.

    덴마크의 천재 미드필더가 맨유의 수비진을 빠르게 훑었다.

    파아앙-!

    그리고 루크 쇼와 스몰링 사이로 패스를 찔러 넣는 에릭센.

    순간, 관중석에 있던 한국 팬들의 탄성이 일었다.

    “손흥민!”

    빠르게 라인을 부수고 들어가는 손흥민.

    포메이션 자체는 투 톱이지만, 오른쪽 윙처럼 움직이는 손흥민의 움직임은 맨유 수비로써 불편했다.

    빠른 속도.

    따라붙는 스몰링보다 훨씬 빠르게 박스 오른쪽으로 흐르는 패스를 향해 달려가는 손흥민.

    “...”

    손흥민은 슬쩍 박스 쪽을 살핀 뒤, 뒤에서 오는 공을 잡지 않고 그대로 때렸다.

    뻐어어엉-!

    촤아아아-

    “아앗!”

    파포스트를 향해 꺾어 때린 슈팅.

    슈팅은 땅볼로 파고 들었으나, 생각보다 더 꺾여 골대 밖으로 흘렀다.

    그리고 그 슈팅에 해리 케인이 몸을 날리며 발을 뻗어 보지만,

    “그대로 나갑니다!”

    한 발 느렸다.

    그대로 골문을 벗어나는 손흥민의 슈팅.

    “자, 지금은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지만요. 토트넘 선수들의 몸놀림이 상당히 가벼워 보이죠?”

    “케알에손. 이 네 명의 공격수들이 모두 가담한 공격은 맨유로써도 상당히 부담스러울 겁니다. 지금도 한 끝 차이였어요.”

    아쉬움을 삼키는 손흥민.

    그러나 토트넘 선수들은 서로에게 엄지를 치켜 세워 보였고, 이대로라면 선제골을 빠르게 터뜨릴 수 있겠다는 직감이 드는 첫 번째 공격 시도였다.

    “올라가! 올라가!”

    팔을 휘휘 저으며 골 킥을 준비하는 픽포드 키퍼.

    그리곤,

    뻐어어어엉-!

    길게 처리.

    최대한 상대 진영으로 깊게 보내 상대 선수들 자체를 눌러 내리려는 골 킥.

    파아앙-!

    “시소코가 공을 따냅니다.”

    골 킥은 루카쿠에게로 향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루카쿠를 이겨내고 헤더를 따내는 시소코.

    황소코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피지컬이 좋은 시소코는 어느 덧 토트넘 허리의 기둥이 된 지 오래.

    시소코는 따낸 공을 베르통헨에게 연결했고,

    뻐어어어엉-!

    베르통헨이 곧바로 전방을 봤다.

    “좋은 패스입니다!”

    상대를 밀어내려던 픽포드 키퍼의 깊은 골 킥.

    때문에 맨유 선수들은 상대 진영으로 밀고 올라가고 있던 상황.

    그러나, 시소코의 헤더와 베르통헨의 좋은 시야로 곧바로 토트넘의 역습 상황이 되어 버리는 순간.

    “다시 손흥민입니다!”

    뒷 공간을 파고드는 베르통헨의 패스와 손흥민.

    질풍같은 스프린트에 터져 나오는 홈팬들의 탄성.

    ‘슈퍼 소니’ 라 불리우는 손흥민의 오늘 컨디션은 상당히 좋아 보였다.

    이런 날의 손흥민은, 프리미어 리그의 어떤 윙어보다도 위협적.

    특히나 지금처럼 넓은 공간에서의 역습은.

    파아앙-

    타타타탓-!

    오른쪽에서 공을 간결하게 차놓고 그대로 속도를 이어가는 손흥민.

    그 사이에 빠르게 따라붙은 스몰링이 손흥민에게 붙었다.

    그 순간,

    쉬이익-

    타타탓-!

    잠시 속도를 줄이는 듯하던 손흥민이 왼발로 헛다리를 친 뒤, 오른쪽으로 차놓고 달리기 시작했다.

    잠깐의 순간 벌어지는 둘 간의 거리.

    그 틈에,

    뻐어어어엉-!

    손흥민이 벼락같이 오른발 슈팅을 때렸고,

    슈우우우웅-

    이게 픽포드 키퍼의 머리 위를 지나치며,

    철썩-!

    골망을 흔들어 버렸다.

    “손흥미이이인-!”

    전반 4분만에 손흥민의 선제골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됐어!”

    손흥민의 슛이 골망을 가르는 순간.

    주먹을 불끈 쥐며 여느 때보다 기뻐하는 포체티노 감독.

    제대로 먹혔다.

    선제 득점은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했던 오늘 경기.

    그 선제 득점이 4분만에 터져 나왔으니, 포체티노 감독이 뛸 듯이 기뻐할 수밖에.

    “손흥민-!!”

    멋진 득점으로 한국팬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내는 손흥민.

    그런 팬들에게 손흥민은 하트를 그려 보이는 셀레브레이션을 선보였다.

    ‘역시.’

    그 모습을 보며 슬쩍 미소를 흘리는 도훈.

    상대 베르통헨의 패스가 머리 위를 지나치는 순간 도훈은 직감할 수 있었다.

    불과 며칠 전, 같은 팀으로 뛰었었던 흥민이 형이 사고를 칠 수도 있겠다는 걸.

    함께 훈련을 하고, 경기를 뛰며 느꼈던 건 손흥민의 폼이 현재 최상의 상태라는 것이었다.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동료들에게 일러둔 상태였건만, 역시나 스피드라는 무기는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최고의 무기였다.

    “팀이 선제 실점을 했는데 웃고 있는 건가요?”

    “백도훈 선수가 웃네요. 같은 한국인 선수가 득점을 했기 때문일까요.”

    잠깐이었는데 카메라에 포착되고만 도훈의 미소.

    딱히 그런 의미의 미소는 아니었다.

    그 미소의 의미는, 5분 뒤면 밝혀질 것이었다.

    “루크 쇼, 린가드에게.”

    루카쿠의 킥 오프로 재개된 경기.

    토트넘의 빠른 기세에 맨유는 자기 진영에서 공을 돌리며 분위기를 가라 앉히려 하는 듯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가라 앉히긴 커녕, 곧바로 동점골을 사냥하려는 듯 빠르게 올라가는 맨유.

    파아앙-

    루크 쇼의 패스를 곧바로 중앙으로 연결시키는 린가드.

    그 패스를 도훈이 넘겨 받았고,

    파팡-!

    번개같은 유령신보로 가볍게 에릭센을 제쳐내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앞을 빠르게 차단하는 시소코와 에릭 다이어.

    그 둘의 압박감은 상당했다.

    모두 힘이 좋고 거친 플레이를 마다하지 않는 선수들.

    상대하기 편한 타입은 아니었다.

    파아아앙-!

    “오른쪽으로!”

    “안토니 마샬에게!”

    도훈은 그 정면에 들이받는 대신 오른쪽으로 패스 길을 열었다.

    정적일 때, 토트넘의 수비는 언뜻 상당히 단단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넓게 흔들며 들어간다면 생각보다 허술한 점이 많은 게 토트넘의 수비.

    “마샬, 해보나요.”

    벤 데이비스를 앞에 두고 툭툭 치고 들어가는 안토니 마샬.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드리블을 잘 하는 마샬이기에 박스 안으로 웅크리는 토트넘 수비들.

    그러나 드리블로 파고들듯 하던 마샬은 중앙을 봤다.

    파아앙-!

    박스 안 쪽으로 찌르는 크로스가 아닌, 박스 뒷 편으로 내주는 패스.

    그 곳에 어느 새 도훈이 있었다.

    순간적으로 마샬에게 주의가 끌려 도훈과 거리가 벌어진 다이어.

    도훈 곁에 남은 건 시소코 뿐이었다.

    그런 시소코 혼자는, 도훈에게 위협이 될 수 없었다.

    파팡-!

    다시 한 번 유령신보.

    “제쳐냅니다!”

    시소코를 제쳐내고, 박스 중앙을 파고드는 도훈.

    온 더 볼 최강, 백도훈.

    공을 가지고 돌파하는 그 움직임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저 자신감만 느껴질 뿐.

    툭, 툭-

    막아서는 알더웨이럴트과 베르통헨.

    두 센터백 모두 프리미어리그 정상급의 센터백들.

    그 둘이 한번에 막아서는 순간.

    그러나 그것 역시도 도훈을 주춤거리게 할 순 없었다.

    그 순간이, 도훈이 왜 실점을 당했는데도 웃을 수 있는지를 설명해주는 순간이었다.

    스르륵-

    뻐어어엉-!

    벼락같은 슈팅.

    도훈은 짧게 공을 굴린 뒤 그대로 슈팅을 때려 버렸다.

    워낙에 드리블이 좋은 도훈이었기에, 박스 안임에도 베르통헨과 알더웨이럴트는 달려들지 못하고 각만을 좁히려 나오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발견된 빈틈.

    아니, 발견이라기 보단 만들어냈다고 할까.

    도훈은 짧게 공을 굴리며, 골대의 빈 공간과 알더웨이럴트의 벌어진 다리 사이, 그리고 공이 일직선을 이루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반박자 빠른 슈팅.

    촤아아아-

    그다지 강할 필요도 없이 타이밍을 빼앗는 슈팅이었다.

    철썩-!

    손흥민의 선제골이 터진 지 불과 5분만에 도훈의 동점골이 터지는 순간.

    “와아아아-!”

    어느 쪽이라도 좋은 걸까.

    다시 한 번 한국인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

    유유히 손가락 하나를 치켜 세워 보이며 코너 플래그를 향해 달리는 도훈.

    그리고, 달려든 동료들과 셀레이브레이션을 마친 뒤, 도훈은 관중석의 한 켠을 향해 손 키스를 날리려다,

    ‘에이.’

    말았다.

    뭔가 멋쩍어서.

    대신,

    ‘더 멋있게 넣고..’

    다음에 더 멋지게 골을 넣은 뒤엔 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 도훈이었다.

    10분만에 터져 나온 두 한국인 공격수의 골들.

    동점.

    뜨겁게 달아오르는 웸블리의 열기.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되고 있습니다.”

    “양 팀 물러섬이 없어 보이죠.”

    잠깐이나마 리드를 잡았으나, 곧바로 동점.

    절대 상대에게 리드를 줄 수 없는 토트넘.

    리드를 잡고 쉽게 경기를 풀어가고 싶은 맨유.

    둘 다 한 방씩 얻어 맞았지만, 그럼에도 주먹을 뻗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

    난타전 양상으로 흘러가는 경기.

    “케인, 중앙으로 접고, 그대로 슈웃-!”

    린델로프와의 경합을 이겨내고 그대로 중거리 슈팅을 때리는 케인.

    “린가드, 린가드. 어디까지. 슛-!”

    왼쪽을 파고들어 슈팅까지 가져가는 린가드.

    주고받는 양 팀.

    그러나 이런 양상에서,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편할 수 있는 건 맨유쪽이었다.

    이전 상황에서도 그랬듯, 리드를 내주고도 언제든지 동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여유는 있었으니.

    반대로 말하면, 급한 쪽은 토트넘쪽이라는 것.

    도훈은 그걸 상기하고 있었다.

    사실, 많은 언론들이 이 경기에 포커스를 맞출 때, 역습이 강한 토트넘과 지공에 능한 맨유의 대결로 포커스를 맞추는 경향이 있었다.

    맞는 말이었다.

    손흥민으로 대표되는 빠른 스피드의 역습은 토트넘의 강력한 무기이니까.

    하지만, 맨유에겐 반만 맞는 말이었다.

    지공에 능한 건 맞았다.

    하지만 역습은?

    그 또한 마찬가지였다.

    전반 14분.

    한 발 더 먼저 나서야 하는 토트넘이, 강점인 역습이 아니라 먼저 공을 잡고 지공을 펼치고 있을 때였다.

    ‘이 상황은 괜찮아. 케인만 조심하면.’

    케인에게 잘 붙어 있는 스몰링과 동료 수비수들.

    그 모습을 보며, 분명히 역습 찬스가 날 수 있다고 판단한 도훈은 슬금슬금 위치를 전방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알리, 에릭센에게. 에릭센, 케인을 봅니다!”

    아니나 다를까.

    지공 상황에선 케인을 통해 공격을 가져가는 토트넘.

    그러나,

    “린델로프의 좋은 수비!”

    스몰링과 린델로프의 협력 수비로 공을 탈취해내는 맨유.

    “전방!”

    뻐어어어엉-!

    곧바로 번개처럼 린델로프의 롱 패스가 쏘아져 나갔다.

    마치 첫 골때, 베르통헨의 패스처럼.

    그리고 그 패스를 향해 달려가는 도훈의 스피드는, 분명히 손흥민과 비슷했으나,

    “빠릅니다! 무서운 속도!”

    한층 그를 능가하고 있었다.

    < 하이퍼 소닉 (1) > 끝

    ⓒ 한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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