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년 수련한 축구선수-64화 (64/173)
  • < 불균형한 시소 (2) >

    FC 바르셀로나.

    2000년 후반부터 2010년대까지.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팀을 만들어냈던 팀을 뽑으라면, 아마 열 명 중 다섯 명은 바르셀로나를 꼽을 것이었다.

    과거 세얼간이라 불렸던 사비, 이니에스타, 부스케츠라는 최강의 중원과 펩 과르디올라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축구가 합해져 완성된 그 시절의 바르셀로나.

    또한 MSN 이라는, 다른 팀들이 보기엔 치사할 정도로 강력했던 쓰리톱을 앞세워 세계를 평정했던 시절의 바르셀로나.

    그러나, 시간의 간극이 있는 두 팀 모두에서 언제나 중심의 자리를 지켰던 건, 역시나 리오넬 메시였다.

    리오넬 메시.

    메시를 제외하곤 그간 바르셀로나의 10년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드디어 만나는군.’

    그 메시를 만나게 됐다.

    도훈은 대진추첨 결과를 접한 뒤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비록, 메시는 올 해로 서른 셋의 노장.

    그러나 여전히 세계최고의 선수 중 하나로 꼽히는 그는 작년 발롱도르 수상자.

    통산 6회 발롱도르 수상에 빛나는, 메시.

    그가 이끄는 바르셀로나를 꺾고 결승으로 향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게 된 도훈이었다.

    뿐만이랴.

    호날두, 메시를 꺾고 득점왕에 올랐던 최고의 스트라이커, 루이스 수아레즈.

    그리고 올 해 발롱도르 수상이 유력하다던 네이마르까지.

    재결성된 MSN은 그 파괴력이 과거의 신화가 아닌 현실임을 올 해 다시 입증하고 있었다.

    그 셋이 한 팀에 있는 것만으로, 이미 불공평한 축구.

    상대가 시소의 앞 자리에 타고 있다면, 그들은 반대편의 끝 자리에 타고 있는 듯 했다.

    시작부터 불공평한 싸움.

    그러나.

    그 반대쪽에 타고 있는 게 도훈이라면.

    ‘해볼만 할지도.’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지 몰랐다.

    “여기서 그는 어떤 존재입니까?”

    “캄프 누에서 메시요?”

    주간에 있었던 피오렌티나 전을 깔끔하게 승리하고 돌아온 스페인.

    바르셀로나.

    도훈은 경기 하루 전, 관중석이 텅 비어 있는 캄프 누에서 적응 훈련을 마친 뒤 코치에게 물었다.

    밀란의 코치 중에 바르셀로나에서 8년간 코치 생활을 했던 사람이 있어 그는 이 곳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신이죠. 경외 받습니다. 누구나 그를 좋아합니다. 언제나 기립 박수를 받죠.”

    거대한 경기장을 둘러 보며 상상해보는 도훈.

    이 거대한 경기장이 관중들로 가득 들어차고, 그 모든 관중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단 한 명의 선수.

    이 곳에서만큼은 신으로 추앙받는 그런 선수.

    리오넬 메시.

    도훈에게, 메시라는 선수는 꽤나 의미가 있는 인물이었다.

    “내가 지금까지의 수련으로 만들어낸 재능은 메시의 7살 수준이다.”

    동굴에서 수련을 거듭할 때.

    메시는 항상 기준, 척도와 같은 인물이었다.

    항상 한 가지 수련이 끝나면 그에 비해 어떤 수준까지 올랐는지 스승님께 물었고, 여전히 부족하다면 더욱 더 자극을 받고 수련에 정진했다.

    “이젠 어떻습니까?”

    “사실, 비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껏 했던 얘기도 나의 짐작일 뿐이지, 정말로 비교를 원한다면 그와 직접 맞붙어 보는 수밖에 더 있겠느냐.”

    그러나, 어느 순간부턴 도훈의 질문에 스승님이 답하지 않기 시작했다.

    그저 비교할 수 없다고만 하셨다.

    때문에 이 궁금증은 거의 20년간을 지속되어 온 것이었다.

    ‘메시가 나보다 잘해?’

    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고 하니, 도훈도 오랜만에 경기를 앞두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드디어 내일.

    궁금증의 대한 답이 나오는 날이었다.

    ㆍㆍㆍ

    “여기야. 와, 진짜 오고 싶었는데.”

    “그렇게 맛있는 곳이야?”

    “이 맛을 못 있어서 휴가때마다 맨날 왔었지.”

    밝은 표정의 수소.

    그리고 수소가 데리고 온 도훈.

    이 곳은 바르셀로나의 한 식당.

    수소가 스페인에 있던 시절 정말 자주 찾았다던 단골 식당이라는데, 같이 갈 사람이 없어 도훈이 따라오게 된 것.

    “안녕하세요!”

    “오오, 헤수스! 오랜만이네요.”

    식당에 들어서자 주인장이 반갑게 인사하는 걸 보니, 확실히 단골이 맞긴 맞는 모양.

    그런데,

    “어? 이게 누구야!”

    주인장이 더 놀란 건 수소가 아니라 도훈을 발견했을 때였다.

    “백도훈 선수!?”

    주인장이 흥분한 목소리로 도훈의 이름을 말하자 순식간에 매장 안 손님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다들 눈이 커지더니,

    “백도훈이잖아!”

    “와, 백도훈!”

    다들 일어나 도훈에게 몰려드는 것이 아닌가.

    “아,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와, 스페인어도 잘 하시네? 아주 좋구만!”

    도훈은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며, 당황했다.

    일부러 모자를 쓰고 조용히 먹다 가려고 한건데, 어떻게 알아들 본건지.

    사실, 이 곳은 적지가 아닌가.

    이 곳은 바르셀로나니까 이들도 당연히 바르셀로나의 팬들일 것이었다.

    그런데, 적인 자신에게 왜 이리 호의적인건지, 도훈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년엔 어디서 뛸 겁니까?”

    “당연히 우리 팀이죠? 기사 봤어요. 우리 팀이 영입을 제안했다며요? 바르셀로나로 올 거죠?”

    그러나 그들이 하는 말을 들으니, 이유를 곧 알 수 있었다.

    이들은 이미 도훈을 내년부터 바르셀로나의 일원이 될 선수로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도훈도 기사를 접한 적은 있었다.

    백도훈이 바르셀로나와 접촉 중이다, 협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이다 하는 기사들을.

    사실 그건 멘데스 쪽에서 낸 기사들이었다.

    도훈이 바르셀로나 행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기사들 말이었다.

    그러나 그건 당연히 의례적인 과정일 뿐이었다. 몸값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 경쟁이 붙어야 몸값이 오르는 건 당연한 거니까.

    하지만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이들은 마치 이미 도훈이 자기네 식구인 듯.

    그러나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도훈을 영입할 수 있을만한 팀이 연고로 있는 도시 어딜 가더라도.

    도훈은 환영받을 것이었다.

    모두가 도훈이 자기네 팀으로 오길 바라고 있으니까.

    지금의 도훈은, 모두의 도훈인 것.

    “메시의 뒤를 이어줘요!”

    “그만하쇼, 그만. 자, 뭐 드릴까? 맨날 먹던 걸로?”

    질척이는 손님들을 떼어내고 자리를 마련해주는 주인장.

    잠시 후 수소가 주문한 음식들이 나오고, 도훈은 맛있게 식사를 시작했다.

    “어때?”

    “맛있네.”

    식사를 하며 수소의 눈치를 흘끗 살피는 도훈.

    괜히 어색했다.

    자신은 이 곳에 바르셀로나를 꺾기 위하여 온 것인데, 바르셀로나 팬들은 자기네 팀으로 오라며 도훈을 아군 취급했다.

    올 해가 끝나면 당연히 밀란을 떠날 선수인 것처럼.

    수소 입장에서는 도훈이 어떻게 보였을까.

    “바르셀로나 팬들은, 자존심이 세지?”

    “응? 그렇지. 어디에도 비할 수 없지.”

    “그럼 재밌겠네. 내일, 우리가 이기면 이 사람들이 어떻게 변할 지.”

    도훈을 바라보다, 피식 웃는 수소.

    “보고 싶다. 내일, 무조건 이기고 싶어.”

    “그래. 무조건 이겨야지.”

    지금은 밀란의 일원일 뿐.

    도훈은 밀란의 선수로서, 승리를 다짐했다.

    그 모습을 보며 수소는 잠시 도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뻔한 자신을 반성했다.

    ㆍㆍㆍ

    “안녕하십니까, 캄프 누입니다. 오늘은 FC 바르셀로나와 AC 밀란의 챔피언스 리그 4강 1차전을 중계 해드리겠습니다.”

    9만여석이 가득 들어찬 캄프 누.

    온통 바르샤의 팬들만이 가득한, 그야말로 장관.

    과연 왜 이 곳에서 34승 5무라는, 8년 연속 챔피언스 리그 홈 무패라는 괴랄한 성적이 이어진 것인지 이해가 될 정도의 열기.

    캄프 누는 그야말로 원정팀의 무덤이었다.

    8년 동안 챔피언스 리그의 어느 팀도 이 곳에서 바르셀로나를 이기지 못했다.

    그걸 깨부숴야 하는 게, 오늘의 도훈이었고.

    “먼저 바르셀로나의 선발 명단 보시겠습니다.”

    [FC 바르셀로나 (4-3-3) 감독 : 로랑 블랑]

    GK 안드레 테어 슈테겐

    CB 사무엘 움티티

    CB 클레망 랑글레

    LB 호르디 알바

    RB 세르지 로베르토

    MF 세르히오 부스케츠

    MF 이반 라키티치

    MF 필리페 쿠티뉴

    FW 네이마르 jr

    FW 루이스 수아레즈

    FW 리오넬 메시

    “베스트 멤버가 나왔죠?”

    “한 치의 방심도 없습니다. 바르셀로나는 캄프 누에서 확실하게 끝내버릴 생각인거죠.”

    올 시즌 챔피언스 리그 베스트 일레븐이 한 명의 누수도 없이 그대로 출전한, 말 그대로 풀전력의 바르셀로나.

    이 멤버로 바르셀로나는 조별예선에서 리버풀을 4대1로 꺾었고, 16강과 8강에서 첼시와 바이에른 뮌헨을 합산으로 각각 6대3, 5대3으로 꺾었다.

    그만큼 올 시즌 이 멤버의 바르셀로나는 다시 한 번 바르샤 왕조를 구축하려 하고 있는 막강한 전력.

    “아무리 밀란에 백도훈 선수가 있다고 하지만, 이미 양 팀의 전력차는 많이 기울어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단순히 몸값으로 비교해봐도 상대가 안되는 게임.

    경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기울어져 있는 시소.

    “굿 게임.”

    “굿 게임.”

    입장을 마치고, 악수를 나누는 선수들.

    테어 슈테겐, 움티티, 부스케츠, 수아레즈와 악수를 한 도훈은, 네이마르와도 악수를 나눴고,

    “...”

    “...”

    리오넬 메시와도 손을 마주 잡았다.

    자그마하지만 단단해 보이는 체구.

    축구장 밖에서 만났다면 그저 평범해 보일 뿐인 이 선수가, 캄프 누의 신.

    ‘신을 꺾는다.’

    챔피언스 리그 4강 1차전이 시작 되었다.

    “부스케츠, 쿠티뉴에게.”

    경기가 시작된 후.

    역시나 주도권을 잡고 시작하는 건 바르셀로나.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필리페 쿠티뉴가 공을 잡고 전방을 살폈다.

    그러나 이내,

    툭-

    동료에게 공을 건내준 뒤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쿠티뉴.

    공을 건네 받은 건 메시였다.

    ‘모든 플레이의 시작..’

    도훈은 아래쪽 위치에서 메시를 마주하며 그를 응시했다.

    바르셀로나엔 너무도 많은 재능들이 있지만, 역시나 공격의 시작은 저 메시의 발 끝에서 시작된다.

    도훈은 자신이 그걸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지 않으면, 누구도 막을 수 없을테니.

    “백도훈이 붙어 줍니다.”

    “메시, 그리고 백도훈!”

    편하게 전방을 살피지 못하도록 메시에게 다가가는 도훈.

    메시는 그런 도훈을 흘끗 바라보더니,

    파아아앙-!

    왼쪽의 네이마르에게 공을 넘겼다.

    그 모습에서, 8강때 만났던 그리즈만을 떠올리는 도훈.

    과연 같은 전략인 것일까?

    ‘지금은 그렇겠지.’

    패스를 내준 뒤 여유롭게 걷는 메시를 뒤로 하고 수비 라인으로 내려가며 생각하는 도훈.

    메시의 플레이는 몇 번이고 분석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상황에서, 메시는 활발히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알아냈고.

    특히나 초반에는 패스 위주로 천천히 경기를 풀어나가는 걸 즐기는 게 메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긴장을 늦출 순 없었다.

    조금이라도 긴장이 풀어졌을 때,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번개처럼 파고드는 게 메시니까.

    때문에 도훈은 그런 메시의 동향을 계속해서 주의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공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하지만,

    “네이마르, 돌파 합니다! 칼라브리아를 제쳐내고 들어가는 네이마르!”

    바르셀로나에 메시만 있는 게 아니었다.

    어쩌면 더 큰 경계를 해야하는 건 메시가 아니라 저 네이마르일지도.

    네이마르의 전성기는 지금이니까.

    “커버! 계속 대비해!”

    수비수들에게 외치는 도훈.

    한 명이 네이마르에게 붙었다고 해도, 나머지 또한 계속해서 대비하고 있어야 했다.

    언제 뚫릴 지 모르는 일이니.

    어느 새 박스 왼쪽에서 공을 소유하고 있는 네이마르와 그 쪽에 미드필더들 까지 내려와 방벽을 세우는 밀란.

    파아앙-

    네이마르는 다시 뒤쪽으로 공을 내줬다.

    그 공을 받은 라키티치는 다시 중앙의 메시에게 공을 내줬고, 메시는 이번엔 오른쪽으로 패스를 열었다.

    그리고,

    스르륵-

    쿠티뉴가 그 공을 받아 돌파할 듯 하더니 뒷발로 흘려줬고, 뒤로 돌아 들어가던 세르지 로베르토가 그 흘린 패스를 다이렉트 크로스로 연결했다.

    파아앙-!

    박스 안으로 송곳처럼 찔러 들어가는 땅볼 크로스.

    분명 박스 안은 밀란 선수들로 밀집 되어 있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 크로스에 가장 먼저 발을 댄 것은 루이스 수아레즈였다.

    뻐어어엉-!

    슈우우웅-

    파아앙-!

    “아앗, 시작부터 골대를 맞추고 시작하는 수아레즈!”

    감각적인 논스톱 슈팅.

    그러나 슈팅은 골 포스트를 맞고 튕겨 나갔다.

    안도하는 밀란.

    아쉬움을 삼키는 수아레즈.

    짝짝짝-

    하지만 관중석에선 거대한 박수가 터져 나왔고, 바르셀로나 선수들도 서로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 보이며 오늘 느낌이 좋다는 표정들을 지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이건..’

    도훈은 고민에 빠졌다.

    지금까지, 유벤투스나 레알, 아틀레티코를 상대했을 때에는 느껴보지 못한 느낌을 받았기에.

    ‘수비로는.. 답이 안보여.’

    상대의 패스 길은 어느 정도 보였다.

    그러나, 빨랐다.

    도훈의 몸은 하나.

    패스가 그렇게 유기적으로 이뤄진다면, 도훈이라고 해도 어쩔 수가 없는 일.

    바르셀로나의 공격은, 도훈으로서도 답이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지금의 밀란 수비로는.

    ‘역시..’

    밀란의 골 킥으로 재개되는 경기.

    이제 경기가 시작된 지 5분.

    그러나, 도훈은 자신에게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또한, 답은 하나뿐이라는 것도.

    '공격 뿐이다...'

    답은 공격 뿐이었다.

    < 불균형한 시소 (2) > 끝

    ⓒ 한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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