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년 수련한 축구선수-61화 (61/173)

< 신의 방패 (3) >

드디어 방패들 사이로 튀어 나온 창.

패스를 가로채 곧바로 달려 나가는 도훈.

타타타탓-!

그 속도가 무서웠다.

그러나,

‘왔군.’

AT 마드리드는 당황하지 않았다.

솔직히, 실제로 보니 영상에서 느낀 것보다도 빠른 것 같아 놀라긴 했어도.

경기 내내 점유율 100퍼센트를 가지고 있을 순 없는 일.

몇 번은 백도훈에게도 기회가 갈 것이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이 순간을 위해 모두가 집중적으로 훈련 했으니까.

단 한 사람.

백도훈을 막기 위한 훈련을.

시즌 동안 수많은 경기를 뛰는 최고의 선수들이, 단 한 명을 상대하기 위해 따로 훈련을 했을 정도였으니, 오히려 오늘 써먹지 못했으면 아쉬울 뻔.

“둘러 쌉니다!”

공을 몰고 하프 라인을 향해 달리는 도훈.

마드리드의 대처는 빨랐다.

순식간에 사방을 둘러싸는 네 명의 상대 선수들.

왼쪽에서 니게즈가, 뒤에선 그리즈만이, 오른쪽에선 르마가, 그리고 앞에선 로드리까지.

볼만한 풍경이었다.

네 명이 한 명을 둘러싸고 달리는 광경은.

그러나 특이한 점이 있다면,

“경비병들을 달고 뛰는 것 같네요!”

“섣불리 달려들지 않습니다!”

그렇게 포위망을 두면서도, 누구 하나 섣불리 도훈에게 먼저 달려드는 선수가 없었다는 것.

넷은 그저 그렇게 둘러싼 채 도훈과 같이 달리고 있을 뿐이었다.

무려 네 명이었다.

한 명쯤은 가까이 달려들어 드리블을 저지할 법도 하건만.

그러나, AT 마드리드는 그것조차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꾹 인내했다.

한 명만 제쳐져도 모두가 뚫린다.

그게 가능한 것이 바로 이 백도훈의 드리블 실력.

이 포위망이 깨지지 않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어차피 목적은 실점을 하지 않는 것뿐.

이 뒤에선 고딘과 히메네즈가 기다리고 있고, 그 라인까지 간다면 그 때 달려 들어도 늦지 않았다. 그 땐 무려 여섯 명이 되니까. 마드리드는 여섯 명이라는 숫자를 100퍼센트로 보고 있었다. 여섯 명이면 무조건 도훈을 막아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네 명으론 무조건이 아니었기에.

백도훈은 그 정도였다.

‘나 참.’

도훈도 그런 상대의 자세에 공을 몰고 달려 가면서도 헛웃음이 나올 지경.

누구도 붙지 않는다라.

확실히 상대는 자신을 크게 경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쪽에서 먼저 붙는다면?

타타타타탓-!

“백도훈! 빠릅니다!”

“속도로 빠져 나가려 하고 있어요!”

공을 가진 채로 속도를 높이는 도훈.

“...!”

포위망의 정 가운데에 위치해 있던 도훈의 위치가 점점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

도훈이 공을 가진 채로 앞의 로드리를 따라잡기 시작한 것.

너무도 단순한 포위망 돌파.

그리고 하프 라인을 넘는 순간,

파아앙-!

도훈은 로드리의 오른쪽으로 공을 차놓고, 몸은 로드리의 왼쪽을 지나치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를 악 물고 공을 향해 달리는 도훈.

폭발하는 스피드.

그러나, 이내 도훈은 공을 잡은 뒤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처음의 포위망은 떨쳐냈지만, 새롭게 형성된 포위망이 다시 자신을 둘러 싸고 있었으니.

“집중 견제입니다!”

제쳐냈던 로드리가 이젠 뒤를 맡는 형세에, 앞에선 고딘과 히메네즈, 뤼카 에르난데스가 라인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이렇게도 자신을 집중 견제하는 상대를 만나는 건 처음.

그럼 다른 쪽은?

‘젠장.’

왼쪽에서 이과인이 달려가는 것을 확인한 도훈.

이과인에겐 단 한 명의 수비, 아리아스가 붙어있을 뿐.

한 명의 수비를 달고 뛰는 이과인과, 거의 6명 가까운 상대에게 둘러싸인 자신.

6명을 바보로 만드려면 패스를 하는 게 당연한 일.

하지만, 왜인지 도훈이 고민하는 이유는, 바로 그게 상대가 원하는 선택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긴 싫었다.

‘이런 건 나도 처음인데.’

6명 사이에서 다시 도훈이 공을 툭툭 치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기어이 그 사이를 뚫어내겠다는 듯.

“저 사이를!”

“너무 공간이 좁은데요! 이젠 AT의 수비도 지키고만 있진 않겠죠!”

박스 지근거리.

이젠 달려들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한꺼번에 도훈에게 달려 드는 여섯 명의 마드리드 선수들.

진풍경이었다.

말도 안되는 집중 견제.

하지만, 그 상대가 언제나 말도 안되는 드리블 능력을 보여준 도훈이었기에 가능했던 일.

‘공간이..’

빠르게 빠져 나갈 구멍을 찾는 도훈.

정말 좁았다.

선수들의 간격이 워낙 좁아 서로의 다리가 닿을 수 있을 정도로 좁혀진 상황이었으니.

도훈의 눈에도 도저히 그 사이로는 빠져나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았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선수들 사이의 틈은 좁았어도 넓게 열려있는 틈은 있었다.

바로 머리 위에.

스르륵-

슈우우웅-!

“...!”“...!”“...!”

그 순간.

여섯 명의 머리 위에 동시에 느낌표가 떠오르는 듯.

모두의 시선이 한 방향을 향해 움직였다.

모두의 고개가 하늘로 젖혀진 것.

“저, 저게...!”

“레인보우 플립!”

사포였다.

도훈이 그 사이에서, 두 다리 사이에 공을 집어넣은 뒤 부드럽게 띄워 올린 것.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기술에 반응이 늦는 선수들.

그리고 이미 도훈은,

‘실례.’

히메네즈와 고딘의 사이를 비집고 포위망을 탈출하고 있었다.

기어이.

정말 기어이라는 말이 딱.

도훈이 기어이 그 여섯 명 사이를 뚫고 나오는 순간.

명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정말 오랫동안 축구를 봐온 팬이라도 처음 볼 수밖에 없을.

그러나,

슈우우웅-

타타타탓-!

그 치욕의 순간이 영원히 영상으로 남도록 만들 수 없다는 듯.

약간은 길게 띄워진 공을 향해 달려 나오는 얀 오블락 키퍼.

현 시점 세계 최고의 키퍼인 얀 오블락은, 신의 방패라 불리우는 AT 마드리드에서도 가장 두터운 최후의 방패이자 보루.

그런 오블락이 이를 악물고 달려나와,

파아아앙-!

“펀칭!”

슈퍼맨처럼 팔을 뻗으며 주먹으로 공을 쳐냈다.

터치 라인 바깥으로 나가는 공.

간발의 차이.

정말 간발의 차이였다.

오블락의 팔이 10센티만 짧았어도, 도훈이 먼저 채갔을 지 몰랐던 공.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마드리드 선수들과,

“으아앗!”

머리를 쥐어뜯으며 아쉬워하는 가투소 감독.

그러나 이내,

짝짝짝짝-!

가투소 감독은 광폭해 보일 정도로 과격하게 박수를 쳤다.

그리고 이내 관중석에서도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고.

오블락의 빠른 판단에 아쉽게 막히고 말았지만, 그 전에 보여준 도훈의 예술적인 돌파는 수만 명의 입을 벌어지게 만들기 충분했으니.

“...”

그리고 그 중 한 명에는, 시메오네 감독마저도 포함이었다.

자기도 모르게 벌어진 입을 곧바로 감추긴 했지만.

‘어이가 없군.’

100퍼센트라 봤던 여섯 명의 포위.

그러나 그걸 기어이 뚫어내고 나온다라.

과연, 그 동안의 고민이 시간낭비는 아니었나.

아니, 오히려 더 고민했어야 한다는 말인가.

시메오네 감독은 어이없다는 듯한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음은 나도 모른다.”

공이 자신의 손에 닿은 후.

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오블락 키퍼가 동료들에게 말한 뒤 골대로 돌아갔다.

다음은 모른다라는 말.

그건 이미 마드리드 선수들도 느끼고 있는 바.

‘다음은 모른다.’

이번엔 막았지만, 다음엔 어떻게 될 지에 대해선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다음을 모르겠다는 건 도훈도 마찬가지긴 했다.

방금은 순간의 기지를 발휘해 뚫어내긴 했으나, 과연 다음에도 그렇게 여섯 명이 달라붙는다면, 그 결과는 도훈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었다.

뻐어어엉-!

스로인을 전달 받아 곧바로 반대로 전환시키는 도훈.

분명 명장면을 만들어낸 도훈이었다.

그 사이를 뚫고 나온 것만으로 모두가 입을 쩍 벌렸던 상황.

그러나 도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쨌든 막힌 거잖아.’

결국 골을 못 넣었으면, 막힌 것.

뚫어내 보이고 싶었다.

여섯 명이 아니라, 그걸 넘어 골망까지 흔들고 싶다.

유럽 최고의 방패라 불리우는, 저들의 방패를 뚫어내고 싶다.

간만에 도전의식이 생기게 하는 상대가 아닐 수 없었다.

“밀란도 점유율을 조금씩 되찾습니다.”

“흐름이 밀란에게 온 거죠.”

후방에서 볼을 돌리는 밀란.

마드리드는 디에구 코스타만이 가볍게 압박을 가할 뿐, 전반 초반처럼 올라서지 않았다.

확실히 공포탄의 효과가 컸을까.

도훈의 파괴력을 직접 맛 본 마드리드 선수들이었으니.

때문에 전반 후반, 흐름은 밀란에게로 넘어오고 있었다.

파아앙-

“백도훈.”

“양 팀이 사실상 똑같은 전술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리즈만의 역할이 백도훈의 역할이라고 보시면 돼요.”

마드리드 공격의 지휘관이 그리즈만이라면, 밀란의 지휘관은 도훈.

다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그리즈만이 막아 섭니다. 그리즈만은 수비 가담도 좋은... 아!”

도훈은, 제일 앞에 서서 이끄는 타입의 지휘관이라는 것.

즉 그 자신이 지휘관이자 돌격대장.

타타탓-!

도훈은 앞을 가로막는 그리즈만을 가볍게 제쳐냈다.

도훈을 철저히 피하던 그리즈만과는 다른 모습.

하지만, 이미 말했듯 그리즈만을 제쳐낸다고 해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상대의 올가미 사이로 들어가게 되는 꼴.

4-4, 두 줄 수비의 사이.

도훈도 그 돌파로 인해 좁은 늪에 스스로 발을 디딘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확인했듯, 이 공간으로 진입하면 상대는 자신의 주위로 확 좁혀든다.

이용하면 그만.

뻐어엉-!

아니나 다를까, 도훈이 그리즈만을 제쳐내고 중앙으로 접어들자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순간 확 간격을 좁히며 모여들었고, 도훈은 왼쪽 사이드로 패스를 열었다.

공을 잡는 수소.

수소는 곧바로 스피드를 살려 왼쪽을 파고 들었고,

뻐어어엉-!

크로스를 올렸다.

박스 안에는 이과인과 도훈이.

‘음.’

주변을 살피는 도훈.

크로스는 이과인에게 향했다.

파아앙-!

그리고 고딘의 헤더.

확실히 공중볼에 강점이 있는 히메네즈와 고딘 라인.

히메네즈와 고딘이 한꺼번에 이과인을 견제하며 뛰어 오르자, 이과인은 사이에 끼어 제대로 점프조차 하지 못했다.

“코너킥으로 이어집니다.”

“로마놀리와 자파타도 올라 옵니다.”

코너킥으로 이어지는 공격.

원래라면, 키커인 도훈이 코너킥을 차러 가야 했다.

하지만,

“...”“...”

도훈은 코너 플래그까지 가서, 수소와 귓속말을 나누더니 다시 박스로 돌아왔다.

세트 피스 상황에서 도훈이 박스 안에 있는 일은 거의 없는 상황.

그러나 마드리드 선수들은 딱히 의식하지 않았다.

언제나 도훈은 제 1 경계대상이지만, 단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그건 바로 세트피스 상황.

모든 부분에서 월드 클래스지만 단 하나, 공중볼에서만큼은 예외인 도훈이었으니까.

이 때만큼은 도훈도 경계대상이 아니었다.

그걸 방금 확인했던 도훈이었다.

수소의 크로스가 올라올 때.

자신의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크로스가 이과인에게 향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 전에, 이미 상대는 이과인에게 크로스가 갈 것이라고 예상한 듯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

도훈의 근처에 있던 건 그나마 도훈과 키가 비슷한 아리아스뿐이었다.

‘걸어볼까.’

3일전 훈련의 감각은 아직까지 몸에 남아 있었다.

비록 1성의 경지는 아니었다.

때문에 성공 확률을 스스로도 가늠할 순 없었다.

하지만, 걸어볼만은 했다.

배팅에 비해서, 손에 넣을 수 있는 대가는 비할 수 없이 클테니.

“수소의 코너킥!”

뻐어어엉-!

왼발로 프리킥을 감아 올리는 수소.

보통 왼쪽에서의 코너킥이라면, 오른발 잡이가 차 골대 쪽으로 감아 들어가게끔 하는 게 대부분.

그러나 역방향으로 오히려 골키퍼에게서 멀어지는 킥.

그 킥은, 도훈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킥을 차기 전 약속한 대로.

마드리드 선수들이 이과인이나 로마놀리, 자파타 등을 마크하느라 정신이 없는 틈에, 자유로운 도훈에게로 향하는 킥.

‘급하면 안 돼.’

떠오는 공을 바라보며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도훈.

중요한 건 타이밍.

횡으로 지나가는 공에 직각으로 때려 맞혀야 하는 킥이니만큼.

“...”

그리고 공이 마침내 박스의 절반가까이를 지날 때쯤.

도훈이 몸을 뒤틀며 하늘을 향해 뛰어 올랐다.

슈우우웅-

하늘을 바라보게 된 도훈의 시야.

그리고, 오른쪽에서부터 지나가는 공.

그 공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도훈이 오른발을 쭉 뻗었고,

뻐어어엉-!

정확한 타이밍에 발등에 공이 얹히는 느낌이 드는 순간,

도훈의 전신을 타고 전율이 흘렀다.

‘PERFECT.’

훈련 때, 10번 시도하면 한 번쯤 나올까 말까한 느낌.

말 그대로 퍼펙트 타이밍.

그게, 터져 버리고 만 것이었다.

바로 지금.

슈우우웅-

도훈의 슈팅이 골대를 향해 멋진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순간.

도훈은 그라운드 위에 등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골대를 슬쩍 확인한 뒤,

철썩-!

코너 플래그를 향해 달렸다.

“와아아아아아앗-!!”

곧바로 산 시로가 거대한 함성에 휩싸였다.

< 신의 방패 (3) > 끝

ⓒ 한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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