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데스 열중쉬어 (1) >
바이에른 뮌헨전이 끝난 후.
충격적인 분데스리가 데뷔를 선보였던 도훈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에 헤트트릭, 올림픽은 시작에 불과! (댓글 3,241개)
ㄴ매 번 충격이다. 뮌헨 상대로 첫 경기에 헤트트릭... 역대급 재능이다 진짜..
ㄴ국뽕 풀충전 ㅋㅋㅋ 쥘레고 노이어고 아무고또 못하네 데뷔전 맞냐 진짜
-[Mk스포츠, 강대효 기자] ‘경이로운 데뷔전’ 백도훈은 u23이 문제가 아니었다 (댓글 3,897개)
ㄴ드디어 강따이효우도 인정 ㅋㅋㅋㅋㅋㅋ
ㄴ솔직히 이건 강대효도 할 말 없지 ㅋㅋㅋㅋ 따이효우도 태세전환하게 만드는 백도훈 그는 도대체... 반도체...
-[영상] 노이어 앞에서 헤트트릭, 백도훈의 쐐기골! (조회수 310,322회)
ㄴ벌써 8번 정도는 돌려본 듯. 미쳤다 이건 애국가 나올 때 나와야 되는 거 아니냐
ㄴ박지성, 김연아, 반기문, 싸이, 방탄소년단, 그리고 백도훈의 두 발이 있는 게 바로 대한민국이다. 다시는 대한민국을 무시하지 마라
한국은 발칵 뒤집혀 버렸다.
여태껏 분데스리가에서 뛴 그 어떤 한국인 선수도 보여주지 못했던 충격적인 활약상을 도훈이 해버렸으니.
때문에 24시간이 넘도록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가,
1위 백도훈
2위 백도훈 골
3위 백도훈 칩샷
4위 백도훈 노이어
5위 뮌헨 라이프치히
6위 백도훈 황희찬
7위 백도훈 헤트트릭
8위 백도훈 일본 반응
9위 누진세
10위 백도훈 극찬
도훈과 관련된 검색어로 도배된 것은 당연했다.
국내반응 뿐만이 아니었다.
전세계인이 이용하는 아이튜브 사이트엔 도훈의 골 영상이 화제의 동영상 순위 1위에 올랐고, 해당 영상의 조회수가 삽시간에 500만이 넘어가기도 했다.
sns 역시 관심이 폭발한 것은 당연했고.
유럽의 축구 관련 티비 프로그램들 역시 그 주의 가장 주목할 만한 주제로 도훈의 활약을 꼽았다.
“이건.. 믿을 수 있나요? 메시도 데뷔전엔 이렇게 못했어요.”
“리네커씨가 그렇게 말하실 정도면. 얼마나 대단했었는지 다들 짐작을 하실 수 있겠군요.”
언제나 리오넬 메시를 최고라고 찬양해 마지않는 축구 전문가 게리 리네커 역시도 이번 라운드는 도훈이 최고였다며, 메시의 데뷔전보다도 훨씬 충격적이었다고 표현했다.
사실 그 누구의 데뷔전을 가지고 온다한들 비교가 될 수 있을까.
17살의 나이에,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헤트트릭을 기록해 팀을 승리로 이끌었고 최고 평점을 받았다.
이 보다 충격적일 정도로 완벽할 순 없었다. 단순히 그 한 경기뿐이라고 해도.
물론 한 경기로 끝날 활약은 아니었다.
그건 운이 아니라 실력이었으니까.
도훈의 분데스 점령은 이제 한 걸음을 디뎠을 뿐이었다.
ㆍㆍㆍ
첫 경기부터 뮌헨과 맞붙었던 도훈은, 두 번째 상대로 하노버 96 을 상대하게 되었다.
사실, 도훈에겐 뮌헨도 쉬웠었다.
그랬는데, 지난 시즌 15위로 간신히 강등을 면했던 하노버는 어떠했겠는가.
“쿤하, 백도훈에게. 백도훈, 슈우웃-!”
동료의 패스를 받아 기가 막힌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찌르고,
“백도훈이 찹니다! 이야, 들어 갔어요! 멋진 프리킥 골!”
26미터 거리에서 아름다운 프리킥 골을 넣는가 하면,
“단독 돌파! 슛, 고오올-! 세 번째 골입니다! 이로써 두 경기 연속 헤트트릭을 기록하는 백도훈!”
드리블 돌파로 만들어낸 찬스를 스스로 마무리하기까지.
모든 걸 보여준 도훈은 그 경기에서 또 다시 헤트트릭을 기록했다.
하노버의 수비력으론 도저히 도훈을 억제할 수 없었고, 도훈은 날아 다녔다.
경기가 끝난 뒤, 받은 평점은 또 다시 최고점을 기록했고.
사실 데뷔전이 뮌헨전이 아니었다면, 더욱 충격적인 데뷔전을 했을지도 몰랐던 도훈이었다.
“죄송합니다. 품절이에요.”
“뭐? 그럼 마킹 없는 걸로 줘요. 직접 하게. 야, 야. 스펠링이 뭐냐? 비, 에이, 이, 케이? 오케이.”
역시 가장 열광한 것은 라이프치히의 팬들일 것이었다.
개막 3주차가 되서야 홈개막전을 갖게 된 레드불 아레나.
리그 3라운드 레버쿠젠과의 경기를 위해 홈구장 레드불 아레나가 개장했을 때, 유니폼을 판매하는 샵은 도훈의 유니폼을 사려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심지어 일찌감치 품절이 된 탓에 일반 유니폼을 사 그 위에 도훈의 마킹인 ‘BAEK’ 를 새기는 팬들도 부지기수.
단 두 경기면 충분했다.
도훈이 라이프치히의 새로운 구세주, 라이징스타가 되는 것은.
도훈 하나 덕분에 레드불 아레나가 평소보다 훨씬 더 붐비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는 오랜만이네.”
“다들 걔 보러 온 거겠지?”
“그렇겠지. 우리도 그러니까.”
시즌 개막 후 첫 홈경기기에 사람이 많은 건 당연할 지도 몰랐다.
하지만, 라이프치히의 오랜 팬들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평소의 홈개막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았다는 걸.
확실히, 백도훈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수가 대부분일 것.
그런 사람들의 기대에 걸맞게, 도훈은 오늘 역시 선발 출장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레버쿠젠 역시 개막전에 이어 지난 주 2승째를 거뒀구요. 오늘 경기에서 3연승을 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라이프치히 역시 최근 기세가 무서우니 쉽진 않겠지요. 역시나 모두를 놀라게 했던 백도훈, 이 선수를 오늘도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겁니다.”
2승씩을 올리고 있는 팀간의 대결.
그러나, 라이프치히의 1승은 바이에른 뮌헨에게 거둔 것.
뮌헨의 1패는 그 어떤 팀의 1패 보다도 큰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레버쿠젠도 그 경기를 철저히 분석해 오늘 경기를 준비해 온 상태.
“뮌헨이 안일했군.”
분석 결과는 자명했다.
넘버 13, 백도훈.
이 선수를 막지 못한다면 라이프치히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
그것을 인정하고 전술을 짜지 않는 한, 굉장히 고통스럽게 시달릴 것이라고 예상될 정도로. 뮌헨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었다.
만약 뮌헨이 올바른 전술로 라이프치히를 상대했다면, 그런 결과는 절대 나오지 않았을 경기였다는 게 레버쿠젠의 분석이었다.
“라스가 전담을 붙는다. 더해서 13번이 공을 잡으면 3초안에 두 명이 지원해 사방에서 압박해야 돼.”
그리고 레버쿠젠은 본인들이 생각하는 그 '올바른 전술' 로 라이프치히를 상대할 생각이었다.
상대 에이스를 거칠게 다루고, 숨도 못 쉬게 만들어 준다.
레버쿠젠의 수비형 미드필더인 라스 벤더를 전담 마크로, 그에 더해 누구든 13번이 공을 잡으면 협력 압박을 강하게 넣는 전술.
에이스만 봉쇄하면 된다는 게 레버쿠젠에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그게 지난 시즌부터 보여준 레버쿠젠의 장기였으니까.
분데스리가엔 바이에른 뮌헨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레버쿠젠은 연이은 활약으로 분데스리가를 만만히 볼 지도 모르는 도훈의 기강을 자신들이 잡아주겠다는 생각이었다.
‘이 조그만 녀석이 뮌헨을 무너뜨렸단 말이지..’
선수 입장 전.
터널에 일렬로 서 있는 선수들.
라스 벤더는 기껏해야 자신의 턱까지 오는 도훈을 슬쩍 내려다 보았다.
이런 유형의 선수를 잘 아는 라스 벤더였다.
그리고,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도.
‘내 선에서 막는다.’
협력 따윈 필요 없다는 마음가짐.
“선수 입장!”
선수들이 터널을 차례차례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와아아-!”
“꼬맹이! 너 보러 왔다!”
“오늘도 뮌헨전 때처럼 해보라고! 유니폼에 네 이름을 새겼으니까!”
선수입장과 동시에 울려 퍼지는 환호.
도훈은 그 환호성에서 들려오는 자신의 이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아니 거의 대부분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자신을 바라보며 환호하고 있었다.
순간 돋는 온 몸의 소름.
인종도 다르고, 나라도 다르다.
이 팀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기 전까지, 저들에게 자신은 그저 동양인 소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저들은 자신을 찬양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도훈은 그들의 환호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을 느꼈다.
선 보이고 싶다.
멋진 플레이를.
저들을 더욱 환호하게 만들고 싶다.
“경기가 시작되겠습니다!”
휘슬이 울리고, 도훈이 힘차게 달려 나갔다.
‘귀찮게 하네, 이 멀대가.’
오늘 도훈이 맡은 포지션은 4-4-2에서 쳐진 스트라이커쯤의 위치.
그러나 나겔스만 감독은 포지션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었다.
공을 잡기 위해서라면 어디든 자유롭게 위치 이동하고, 하고 싶은대로 플레이하라는 지시가 있었을 뿐.
나겔스만 감독은 도훈을 완전히 신뢰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
때문에 도훈은 전방에만 위치하지 않고 빈 공간을 찾아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움직였다.
하지만 위치에 구애받지 않는 선수는 상대팀에도 존재했다.
바로 라스 벤더.
라스 벤더는 포백 보호라는 임무를 더블 볼란치인 도미닉 코어에게 맡긴 채 도훈만을 따라 다녔다.
공이 있든 없든, 도훈의 곁만을 따라 다니며 절대 혼자두지 않겠다는 모습.
도훈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돈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과연 뮌헨보다는 자신을 상대할 준비는 되어 있는 팀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자신을 막을 수 있을까?
도훈은 고개를 저었다.
파아앙-!
“백도훈에게 공이 갑니다!”
도훈에게 첫 패스가 흘러올 때였다.
‘실력을 좀 볼까.’
도훈은 공을 잡자마자 돌아서, 오늘 지겹게 맞상대하게 될 라스 벤더의 실력을 보려 했다.
도훈이 가장 좋아하는 1대1을 걸어보려 했던 것.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러니까 도훈이 공을 잡기도 전에 먼저 달려든 것은 라스 벤더였다.
공이 아니라 도훈을 향해.
퍼억-!
“억..?”
충돌.
허벅지 뒤쪽에서 둔탁한 통증이 느껴짐과 동시에 도훈이 앞으로 넘어졌다.
“삐이익-!”
당연히 심판의 휘슬이 울렸다.
다리를 문지르며 일어서는 도훈.
“시작부터 반칙질이냐!”
“반칙 아니면 못 막겠지!”
반칙을 범한 라스 벤더에게 쏟아지는 홈팬들의 비아냥.
그러나 라스 벤더는 담담한 표정으로 도훈을 내려다 보다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라스 벤더는 도훈이 공을 잡으려 할 때마다 거칠게 달려 들었고, 공과 상관이 없을 때에도 어깨로 밀치는가 하면 교묘히 뒷꿈치를 차거나 손으로 밀어 버리는 등의 행동을 했다.
축구를 하기보다 격투기를 하러 나온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런 플레이를 당하며, 도훈은 알 수 있었다.
상대가, 그리고 라스 벤더가 오늘 자신을 어떻게 구워 삶을 생각인지.
‘거칠게 다뤄 주시겠다?’
간단한 방법일 것이었다.
물리적으로 자신을 거칠게 다뤄, 마음대로 활개치고 다니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
한 마디로 기를 죽여 기강을 잡아주겠다는 건데.
그게 될 것 같아?
"삐이익-!"
"벌써 세 번째 반칙입니다, 라스 벤더."
"백도훈 선수를 철저히 괴롭혀주고 있군요."
경기가 시작된 지 7분만에 세 번째 반칙에 넘어지는 도훈.
그러나, 도훈은 고통을 호소하며 심판에게 어필하는 대신 오뚜기처럼 벌떡 일어났다.
파아앙-!
그리고 손에 든 공을 땅에 거칠게 찍으며,
파아앙-!
“짧게 프리킥을 전개 합니다.”
프리킥을 전개 시켰다.
체격이 왜소하다고 만만한 놈으로 봤다면, 그건 오산이었다.
‘미안한데, 니들 누구도 날 포기하게 만들 순 없을 걸?’
도훈을 포기하게 만드려면, 100년 동안 동굴 안에 갖히는 형벌 이상은 되어야 할 것이었다.
그러나, 상대의 그 누구도 그 반의 반의 반도 도훈에게 시련을 주진 못할 것이었다.
더군다나 아무리 반칙을 가하고, 거칠게 군다 해도 물리적인 위협으론 절대로.
동굴에서 어떤 수련을 해왔는데.
“여기!”
재개되는 경기.
박스 앞에서 도훈이 공을 달라고 소리 쳤다.
라스 벤더가 여전히 뒤에 찰싹 붙어있지만,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어딜.’
역시나 이번에도 먼저 달려드는 라스 벤더.
라스 벤더는 다가오는 공은 보지도 않은 채, 도훈의 등을 보고 달려 들었다.
‘다친다, 임마.’
라스 벤더는 자신이 달려들면 이번엔 도훈이 몸을 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세 번이나 꽤나 아프게 허벅지를 걷어 차줬으니까.
그간의 경험상, 세 번이면 겁을 집어 먹고 몸을 사리기 충분한 횟수였다.
다른 선수들도 그러한데 꼬맹이가 오죽할까.
이젠 위축된 녀석이 몸을 먼저 사리는 틈에 공을 뺏어내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퍼어억-!
“삐이이익-!”
“심판! 저 새끼 경고 안주고 뭐해! 아까부터 몇 번째야!”
“성질머리 드럽네, 저 새끼!”
다시 울리는 휘슬.
그리고 홈팬들의 욕설 소리들.
“이번에는 심판도 그냥 넘어가진 않죠.”
라스 벤더에게 달려와 옐로카드를 들어 보이는 심판.
이미 한 차례 라스 벤더에게 구두 경고가 주어진 상황이었다.
예상치 못한 옐로 카드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라스 벤더.
그러나 정말 예상치 못한 건, 옐로 카드가 아니라 몸을 피하지 않은 꼬맹이의 행동이었다.
도훈은 피하지 않았다.
무섭지 않았으니까.
무섭기 보단, 재밌었다.
‘이 정도론 안 돼.’
자신을 조져 놓으려고 애를 쓰는 상대의 모습이 재밌을 뿐이었다.
그러나 스승님을 제외하곤 그 누구도 자신을 조져놓을 순 없었다.
< 분데스 열중쉬어 (1) > 끝
ⓒ 한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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