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년 수련한 축구선수-29화 (29/173)

< 자존심 강한 두 천재 (2) >

“본격! 초세계급에게 도전하는 초고교급! 두 천재들의 대결!”

이름 : 킬리안 음바페(Kylian M'bappe)

출생 : 1998. 12. 20. 프랑스

신체 : 178cm, 72kg

소속 : 레알 마드리드 C.F

주요 경력

-17세에 프로 데뷔(그 해 리그앙 우승, 챔피언스 리그 4강)

-리그앙 우승 4회

-리그앙 슈퍼컵 우승 4회

-월드컵 우승 1회

-A매치 41경기 24골

-프로 통산 182경기 146골

-현재 2경기 5골 1도움

이름 : 백도훈(Baek Do-hoon)

출생 : 2004. 06. 20. 대한민국

신체 : 173cm, 61kg

소속 : AC밀란(RB라이프치히)

주요 경력

-2020 더 찬스 한국 우승

-유에파 유스리그 우승 1회

-올림픽 대표

-현재 2경기 6골

“대단하네. 이렇게 약력만 본다면 전혀 비교가 되지 않는데 말이죠?”

“그렇죠. 나이 차이가 꽤나 납니다만, 음바페 선수의 경력 대부분은 평생을 바쳐도 이루기 힘든 것도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월드컵 우승이라던지.”

일본의 한 방송.

조별 리그 2패로 일찌감치 탈락이 확정된 일본은 할 게 없으니 음바페와 도훈을 집중조명하는 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다.

방송의 주제는 ‘두 천재의 대결이 된 올림픽.’

“하지만 앞선 두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만은, 용호상박이었지요. 음바페 선수야 모두가 예상했던 바지만, 백도훈 선수는 상당히 의외였는데요.”

“저희로서는 그랬지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미 다들 기대하고 있던 모양입니다. 두 경기가 끝난 후 현지반응은 대부분 ‘예상한대로 대단했다’, ‘기대에 부응했다’ 라는 반응이었으니까요.”

“참 특이한게, 한 아마추어 발굴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이전까지는, 그냥 평범한 고교생이었다면서요?”

“그래서 초천재인 거지요. 이건 뭐 세계 8대 불가사의로 지정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자, 대진상 대한민국과 프랑스가 모두 조 1위로 8강에 오를 경우, 두 팀은 결승전에서 만나게 됩니다. 프랑스야 결승 진출이 충분히 가능해 보이지만, 중요한 건 백도훈 선수가 한국을 이끌고 결승에 오를 수 있느냐 하는 것이지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번 결승전은 정말 재밌는 결승전이 될 겁니다. 앞으로의 시대를 이끌어갈 두 천재의 대결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스바라시네~ 과연 한국의 도안 리츠가 음바페라는 세계의 천재를 만날 수 있을지.”

도훈이 제 2의 도안 리츠라며 말도 안되는 소리를 떠드는 사회자.

어쨌든, 그 맞대결이 성사될지는 지켜봐야 아는 일이었다.

ㆍㆍㆍ

“이 이름은..?”

정말 임찬주가 이력서를 보냈을까 숙소에서 이메일을 확인하던 도훈은 더 찬스때 알게된 그 쪽 관계자 하나가 보내 온 메일 하나를 읽을 수 있었다.

거물급의 한 에이전트가 도훈의 연락처를 알고 싶다며 직접 연락을 취해왔다는 내용.

그 이름이 상당히 낯익었다.

“조르제 멘데스..”

분명 들어본 이름이었다.

동굴에서 축구 역사에 대해 공부할 때, 들어봤던 이름.

축구 에이전트계에선 빠질 수 없는 이름이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하메스 로드리게스

-다비드 데 헤아

-베르나르도 실바

-델레 알리

-헤나투 산체스

-마르코스 로호

-디에구 코스타

.

.

.

이들은 모두 조르제 멘데스가 에이전트를 담당하고 있는 선수들.

어마어마한 선수들에 더불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세계 최고의 선수로 만들어낸(?) 사나이가 바로 조르제 멘데스였다.

현재 업계에선 단연 한 손가락으로 꼽히는 인물이 아니던가.

그런 멘데스가 직접 도훈의 에이전트를 맡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다는 것이었다.

조르제 멘데스라.

-이런 정도의 에이전트가 직접 연락을 하고 싶다고 밝혀오는 건, 네 잠재력을 상당히 높게 쳐주고 있다는 뜻이야. 뭐, 구단들 사이에선 눈엣 가시같은 사람이지만 수완 하나는 업계 탑이니까. 아무튼, 내 마음대로 연락처를 가르쳐줄 순 없으니 메일을 보낸다. 어떻게 생각하나?

메일을 읽어본 도훈은 턱을 쓰다듬었다.

‘과연 업계 탑..’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 조르제 멘데스가 어떤 행보를 보여왔는지는 사실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저 왜 그가 업계 탑까지 올라갈 수 있었는 지를 알 것 같았을 뿐.

‘선수 보는 눈이 이렇게 뛰어나니..’

자신에게 이렇게 빠르게 연락을 보내왔다는 건, 그가 그 만큼 선수를 잘 본다는 증거.

나쁠 거 뭐 있나.

시간이 나면 만나는 보는 거지.

도훈은 대회가 끝난 뒤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내용이 담긴 답장을 보내 주었다.

ㆍㆍㆍ

“경기에 나가겠다고? 갑자기 왜..”

“당연한 것 아닙니까?”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는 일정.

이미 1위를 확정지은 프랑스는 마지막 경기에서 굳이 힘을 뺄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음바페와 뎀벨레 등의 주전 선수들을 쉬게 해주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음바페는 경기에 출전 하겠다고 스스로 나섰다.

“득점왕 때문에 그래? 한 경기쯤은 쉬어도 상관 없잖아.”

“상관 없죠. 전 그저 모든 경기를 뛰고 싶을 뿐입니다만.”

득점왕이라는 말에 음바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모두가 백도훈이라는 한국의 소년이 제 2의 음바페라느니, 라이벌이라느니, 득점왕 경쟁이라느니 떠들어 대고 있다.

음바페는 그런 것들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감히?’

코웃음을 치는 음바페.

누가 감히 자신의 라이벌이란 말인가?

아직 성인 무대 경험도 없는 아시아의 선수가?

자신은 이미 세계최고 반열에 오른 선수였다.

17살의 나이에 모나코를 이끌고 그 누구도 보여주지 못한 돌풍을 보여줬고, 스무살이 되기 전에 월드컵을 손에 넣었다.

리오넬 메시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거머쥐지 못한 그것을, 자신은 성인이 되기 전에 해냈단 말이다.

“아무튼, 나가겠습니다. 모든 경기에서 이기고 싶습니다.”

그런 자신이 아무것도 없는 녀석을 의식한다는 걸, 음바페는 티내고 싶지 않았다.

“대단하네요. 당연히 출전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나와서 최선을 다합니다. 자세가 대단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음바페는 결국 마지막 경기, 코스타리카전에 출전했다.

그리고 기어이 3골, 헤트트릭을 터뜨린 후 72분에 그라운드를 나왔고.

올림픽 같은 단기전, 그리고 국가대항전에서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고 해도 모든 경기에서 이런 활약을 펼쳐 보이기란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음바페는 해보이고 있었다.

3경기, 8골이라는 말도 안되는 퍼포먼스로.

감히 듣보잡을 라이벌이라 떠들어 대는 언론에 대한 음바페의 무력 시위였다.

“나가겠다고?”

“혹시 체력 때문에 걱정되신다면, 전 문제 없습니다. 조 1위가 더 중요하죠.”

고집은 도훈도 마찬가지였다.

도훈 역시 마지막 경기에 나서겠다고 한 것.

도훈의 말마따나 한국이 2승을 거뒀으나 1위를 확정지은 것은 아니었다.

아르헨티나가 가나를 큰 점수차로 제압했고, 덴마크마저 꺾는다면 골득실에서 2위로 밀려날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었으니.

체력 문제도 사실이었다. 기 조절만 잘 한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가나를 상대로 다량의 기를 소모할 일도 없을 것이었고.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다른 것이었다.

음바페의 경기를 봤기 때문이었다.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그렇게 도훈은 가나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사실 가나와의 마지막 경기가 쉽게 생각되는 상황이 아닌 건 맞았다.

가나 역시 1무 1패로 어려운 상황이나, 탈락이 확정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

오히려 이런 팀이 상대하기엔 까다로울 수 있었다.

1승을 위해 죽기살기로 덤빌테니까.

도훈은 그게 마음에 들었다.

음바페가 오늘 경기를 볼 것이라고 믿고 있었으니까.

제대로 된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녀석의 야망..’

음바페는 모든 우승컵을 들고, 모든 기록을 깨고 역대급 반열에 들고자 하는 녀석이었다.

모든 것에서 최고가 되고자 하는 그 야욕.

자신과 너무나도 똑같다.

분명히 녀석은 의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 야욕을 위협할만한 녀석이 나타났으니까.

설마,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면 오늘 경기로 가르쳐줄 것이었다.

여태껏 순탄한 듯 했던 세계정복의 계획을 무너뜨릴 녀석이 나타났다고.

그 날, 가나와의 경기를 도훈은 이때껏 해왔던 그 어떤 경기보다 열심히 뛰었다.

물론 토너먼트를 준비하는 게 더 중요하다보니 초식의 사용은 자제했다.

자제해도 충분했다.

“이렇게 편안하게 경기를 지켜본 게 이번 올림픽이 처음 아닌가요.”

“사실 결과에 관계 없이, 우리나라 대표팀의 경기를 지켜볼 때면 손에 땀을 쥐는 느낌을 받는 게 당연한데, 이번 선수들은 정말 저희를 편안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가나가 이 경기를 잡아 보려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됐던 건 딱 하나, 도훈을 봉쇄하는 일이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도훈을 막는다면 이 경기를 잡고 16강에 갈 수도 있는 것이고 못 막는다면 그대로 탈락인 것.

그런 각오의 가나였다.

그래서 오히려 가나는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못 막으면 진다는 걸 알고 나왔는데, 못 막았으니 탈락할만하다고.

피식-

후반 7분, 도훈은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카메라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골 셀레브레이션 자체를 거의 하지 않는 도훈이기에, 사람들은 특이하게 생각했다.

그것이 가족에게 보내는 미소가 아니겠느냐 생각했고.

하지만,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그 미소를 보낸 이나 받는 이나 알고 있었다.

‘보고 있지?’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마라..’

도훈은 그 미소를 음바페가 보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음바페는 자신에게 보내는 것이라고 느낄 수 있었다. 언론같은 데서 물어본다면 관심 없으니 보지 못했다고 대답할 것이었지만.

어쨌든 도훈은 세 골 정도 더 집어넣고 싶었지만 후반 16분 교체 되어 나왔다.

고작 3일 뒤에 치뤄지는 8강전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그런고로, 도훈과 음바페의 조별예선 골 기록은 동일한 채로 끝나게 되었다.

둘 모두 3경기에서 8골.

얼굴을 마주하진 않았지만, 둘의 대결은 계속해서 이어질 듯 보였다.

ㆍㆍㆍ

3승으로 B조 조 1위를 차지한 대한민국.

8강 상대는 A조 2위 이라크였다.

역시나 관건은 체력.

9일간 세 경기를 치루고, 다시 3일 뒤 8강전을 치루는 일정은 사실 비상식적일 수도 있는 일정.

거기에 18명의 선수단만으로 그 일정을 치뤄야하니 사실 이건 누가 더 똑똑하게, 체력을 아끼며 경기에 임하느냐 싸움이 될 수도 있는 토너먼트였다.

그런 점에서 이라크를 만난 건 조금은 운이 좋지 못한 것 일수도 있었다.

이라크는 1승 2무, 1득점 0실점으로 8강에 올라온 팀.

끈적한 팀이었다.

흔히 말하는 늪 축구.

텐 백을 기본으로하는 이라크는 토너먼트로 올라오면서 더 강한 면모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팀이었다.

기본적으로, 무승부로만 이끌어가도 마지막에 승부차기로 결과를 낼 수 있는 게 토너먼트니까.

그런 이라크를 상대해야 하는 한국이었다.

경기는 예상대로였다.

이라크는 시작부터 텐 백으로 완전히 물러섰고, 한국은 경기 내내 70퍼센트 부근의 점유율을 가져가며 경기를 주도했다.

중요한 건 빠르게 선제득점을 취하는 것이었다.

만에 하나 경기를 주도하다가도 득점을 올리지 못한다면, 분위기가 이상해질 수 있었다.

그러다 운 나쁘게 역습이라도 허용해 끌려가기라도 한다면, 그때부턴 이라크의 장기 중 하나인 ‘침대’ 에 당할 수도 있었으니까.

도훈으로서도 만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이라크는 조직적인 수비를 하는 팀이었다.

팀 훈련의 절반 이상을 수비 전술 훈련에 할애하는 팀이었단 말이었다.

기본적으로 도훈이 공을 잡으면 두세 명이 붙어왔고, 그 두세 명을 제쳐낸다고 해도 잠시 후면 네다섯 명으로 불어나 있는 이라크 수비.

도훈은 기어이 그 사이를 뚫으려 했다.

왜냐?

뚫을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었고, 그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으니까.

그리고, 실제로 뚫어냈다.

전반 32분에서야, 유령신보와 지주신보를 사용해서였지만, 어쨌든.

도훈은 그 조직적인 밀집 수비를 개인 능력으로 부숴내고 결국 한국에 선취득점을 안겼다.

그러나, 도훈은 그 골을 넣은 뒤 한 가지 느낀 게 있었다.

어쩌면 이라크를 8강에서 만난 건 행운일 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아니, 조별리그에서 먼저 만났다면 더 행운이었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 밀집수비를 뚫어내려고 혼자 아둥바둥하면서 느낀 게 있었으니.

동굴 안에선 배우고,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낀 적이 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러나 동굴에서 나온 뒤론, 한두번에 불과했다.

모르던 걸 배웠다고 생각한 적은 있어도, 스스로 성장했다 싶었던 적은 없었다.

그 깨달음은 이라크와의 전반전이 끝나고, 하프타임때 일어난 일 덕분이었다.

< 자존심 강한 두 천재 (2) > 끝

ⓒ 한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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