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개의 퀘스트-119화 (119/160)
  • 119화

    [축하합니다. 서른네 번째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셨습니다. 퀘스트 보상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염화미소(炎火微笑) 로이터'의 능력 중 하나를 배울 수 있습니다. 어떤 걸 선택하시겠습니까?]

    미티어 스트라이크를 사용하는 마스터급 마법사. 로이터는 어디를 가도 떵떵 거리며 살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다. 그럼에도 그는 변방에 있기를 자처했고, 끝내는 목숨까지도 걸었다.

    내가 들어가 그와 그의 부하들을 살려준 이후에도, 그는 변방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는 평생 그 자리를 지켰다. 한결 같은 미소를 짓고서.

    [[헬파이어 Master]를 배우시는 게 확실합니까?]

    "그래."

    [확인했습니다.]

    [S급 [헬파이어 Master]의 경험치 40%를 S급 [헬파이어 lv.3 12.07%]에 더합니다. 경험치가 상승하여 [헬파이어 lv.8 62.04%]가 됩니다.]

    평행세계에서 내가 마법사였던 적은 단 두 번이었다. 하지만 그 두 번 다 마스터급 마법사. 올라갈 일이 없을 거라고 여겼던 헬파이어의 레벨이 한순간에 쑥 올랐다.

    위력이 강해진 건 물론이다. 게다가 lv.7을 넘어가면서 새로운 부가기술도 익혔다.

    [자유자재] - 지옥의 불꽃을 소환하는 데 익숙해졌다. 이제 등가교환은 마스터. 다음은 작은 힘으로 큰 불을 일으키는 거다!

    즉, 헬파이어를 쓸 때마다 체력 고자가 되는 일은 없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위력은 떨어진다. 그러나 지옥의 불꽃이 어디 가는 게 아니다. 조그맣게 소환되더라도 지옥 불은 지옥 불. 다 태워버릴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 불은 그 크기와 상관없이 위력적이다.

    + + +

    예지와 함께 쇼핑 중이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위이이잉.

    화면에 김철곤 중령이라는 이름이 떴다.

    "강민군?"

    "네, 중령님."

    "출동이네."

    목소리부터가 다급하더니, 역시 짐작대로다. 하긴, 이 일이 아니고서 김철곤 중령이 나에게 전화를 한 적은 없었다.

    "어딥니까?"

    "한 블럭 옆. 위치는 폰으로 전송해주지. 자네가 가장 가까워."

    "상대는요?"

    "오거 다섯 마리일세. 빨리 움직여 주게나. 뒤처리 부대는 금방 보내주도록 하겠네."

    "네."

    전화를 끊자마자 화면에 오거의 위치가 떴다. 그의 말대로 한 블럭 옆이었다. 그러나 한 블럭이라곤 해도 꽤 멀어서, 여기에선 아무것도 눈치챌 수 없었다.

    "일인가요?"

    예지의 목소리엔 걱정이 담겼다. 걱정할 사람은 난데.

    "응. 금방 갔다가 올게. 이프리타!"

    이프리타는 내 부름에 금방 나타났다. 붉은 여우가 어깨 위에 앉았다.

    [...이번에도?]

    [부탁할게.]

    마음속으로 전한 뜻에 그녀는 훌쩍 뛰어 예지의 어깨 위에 자리 잡았다. 이프리타는 현재 내 눈에만 보이는 스텔스 모드라서 예지 눈에는 안 보인다. 그러나 그 무게감은 느껴진다. 예지가 움찔했다. 여러 번 겪은 일이지만 예지는 여전히 어쩔 줄 몰라 했다.

    "아, 안녕하세요. 이프리타님."

    [안녕 못하다.]

    이프리타가 고개를 획 돌리며 불평했다. 이제 편해질 법도 한데, 그녀는 아직 예지가 못마땅한 모양이다.

    "이프리타도 안녕이래. 나 빨리 갔다가 올 테니까,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어. 무슨 일 있으면 이프리타가 지켜줄 거야."

    [무슨 안녕이냐!]

    "네. 오빠도 조심하세요."

    꼬리를 세우며 항변하는 이프리타, 웃고 있지만 걱정이 한가득인 예지. 그 둘을 보며 미소 짓고는 점프했다.

    제자리에서 뛴 높이가 4m. 육체의 힘만은 아니었다. 라이트닝 소드 그랜드 마스터에 오르고 나서, 육체에도 의지를 실을 수 있었다. 그 덕에 나올 수 있는 높이였다.

    최고점에 오른 나는 떨어지지 않았다. 내 발아래 어느새 녹색의 새가 소환되었다.

    중급 바람의 정령.

    날개를 뺀 몸통만 내 상체만 한 녹색의 새는 빠르게 하늘로 올라 빌딩을 위를 날았다. 저 멀리 도망치는 사람들이 보였다.

    정령은 내 의지에 따라 빠르게 이동했다. 기찬의 서프보드보다는 느렸지만, 금새 옹기종기 모여 있는 오거 다섯 마리 위를 날고 있었다.

    날아오는 동안은 도망치는 사람을 잔뜩 봤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혼란의 도가니였다. 하지만 정작 오거 주변은 고요했다. 거리엔 차도, 사람도 없었다. 가게들도 격벽을 내려 외부와 차단된 상태였다. 남아 있는 거라고는 주인 없는 좌판들뿐이었다.

    몬스터가 처음 나타난 날은 '몬스터 대침공'이라 이름을 얻었다. 그 날로부터 한 달. 사람들은 도망치는 것 하나만큼은 익숙해졌다.

    "크르릉."

    오거 한 마리가 정령을 눈치채고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이미 그 머리 위로 떨어지는 중이었다. 손에는 특수 제작된 단검을 들고서 말이다.

    단검에 의지를 실었다. 검은 검기가 단검의 날을 따라 맺히더니, 이내 1m 길이까지 길어졌다. 내 뜻에 따라 손잡이도 길어졌다. 그 검으로 오거를 정확하게 이등분했다.

    쿵, 쿵.

    오거가 좌우로 갈라지며 바닥에 떨어졌다. 다른 오거들이 그걸 눈치챘을 때, 나는 이미 또 다른 오거의 허리를 양분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오거의 몸에서 피가 튀길 때는 또 다른 오거의 다리를 자른 후 넘어뜨려 심장을 찌르는 중이었고... 그런 식으로 오거 다섯 마리는 비명 한 번 제대로 질러보지 못한 채 길 한가운데서 죽었다.

    "피가 튀었네."

    손목 근처에 녹색 동그라미가 생겼다. 실수했다. 예지가 보면 걱정할 텐데... 아, 뒤처리부대에 지울 만한 게 있지 않을까? 도로에 튄 피를 지울 때 쓰는 거라든가.

    전화기를 꺼내 김철곤 중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강민군? 벌써 해결한 건가?"

    "네. 해결하고 부대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언제 오는 겁니까?"

    "5분, 아니, 3분이면 갈 걸세."

    빠르네. 그렇게 빠르게 올 거면 왜 날 불렀지?

    "다른 부대원들은 어디 갔습니까?"

    "오늘만 세 번째 발생이야. 지금 파주에 한 팀, 부천에 한 팀 가 있네. 앞으로는 자네처럼 후보자 한 명씩 움직여야 할지도 모르겠어."

    세 번째라...

    "자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별말씀을요. 공짜로 하는 거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지. 이번에도 수당은 입금해주지."

    한 번 출동에 받는 돈은 천만 원. 나뿐 아니라, 모든 부대원이 그렇게 받는다. 현재로써는 많은 돈이다. 오거 다섯 마리라도, 군부대가 출동하면 막을 수 있는 수준이니까.

    나중에 가면 싼값이 되겠지만, 그때가 되면 돈이 의미가 있을지...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뒤처리부대에 넘겨주고 떠나겠습니다. 다음에 또 연락해주세요."

    "알겠네."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군용차량 몇 대가 시야에 나타났다. 국방색으로 칠해진 SUV와 트럭 두 대였다. 가장 먼저 SUV가 달려와 내 앞에 섰고, 이어 도착한 트럭 두 대가 덜컹거리며 길을 막았다.

    SUV에서 한 사람이 내렸다. 다이아몬드 하나를 단 장교였다. 그는 정확한 자세로 내게 인사를 했다.

    "충성!"

    "그렇게 인사하지 않으셔도 돼요. 천소위님."

    "아닙니다. 강중위님."

    "..."

    공식적으로 내 직함은 국방부 직할 대이능부대 제1 전투대 소속 강민 중위다. 저 반응이 이해는 간다. 심적으로 이름만 올려놓은 거라 좀 부담스럽지만.

    "도착했을 때 주변에 사람은 없는 것 같았는데, 한 번 더 확인해 주세요. 혹시 이번 출몰로 다친 사람이 있나요?"

    "보고받은 바 없습니다."

    다행이다.

    "그런데 여기 오면서 보니까 1차 저지선도 제대로 안 만들었던데, 주변에 경찰서나 주둔 부대가 아예 없어요?"

    몬스터의 시야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경찰과 상시 주둔부대가 1차 저지선을 만들기도 되어 있었다. 오크나 오거 정도는 소총으로 상대하는 게 가능했다. 직접 제압을 하는 건 좀 다른 문제지만, 일단 가둬놓는 건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하늘에서 보니, 주변에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확인하고 보고하겠습니다."

    "보고는 저한테 말고, 중령님께 올리세요. 그럼 저는 갈게요."

    "네! 수고하셨습니다. 충성!"

    다시 절도 있게 인사를 건네는 천소위를 뒤로하고, 나는 다시 바람의 정령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예지에게로 돌아가려다, 생각난 게 있어 다시 내려왔다. 천소위가 의아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 이거 지울 수 있는 거 있나 해서요."

    나는 그에게 내 소매를 보여 줬다.

    + + +

    "괜찮아요?"

    "응, 괜찮아. 별문제 없어. 봐, 깨끗하지?"

    예지 앞에서 한 바퀴 빙 돌았다. 소매도 깨끗하게 지웠다. 싸움의 흔적은 하나도 없었다.

    [냄새난다. 그만해.]

    아... 이프리타의 지적에 겨우 깨달았다. 오거의 체취가 지독하다는 걸. 다행히 예지는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대신 다른 걱정이 많았다.

    "...아직은 이겠죠."

    그녀의 말대로, '아직은'이다. 한 달 만에 오거 다섯 마리까지 늘어났다. 오늘만 해도 서울 근방에서 세 번째.

    나중에는 어떻게 되는 거지?

    고개를 가로저으며 생각을 털어냈다. 예지랑 있는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다.

    "...어쩔 수 없잖아? 이런 이야긴 그만하자. 아직은 이니까."

    "...알았어요. 그럼 이제 어디 가죠?"

    "살 거 계속 사야지. 옷 산다며?"

    "이 주변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데... 괜찮네요?"

    "사람은 어디서나 사는 법이니까."

    한 블럭 너머에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여기는 조금 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약간의 잡음은 있지만, 사람들은 기현상에 익숙해져 갔다. 가끔은 아예 즐기는 사람도 있었다.

    "얘, 명동에 검은 검사가 떴었데!"

    "진짜? 동영상에 찍혔어?"

    "누가 빌딩에서 찍었나 봐."

    "화질은? 그 사람 진짜 멋있던데. 얼굴도 분명 잘 생겼을 거야."

    "화질도 별로고, 이번에도 모자를 푹 눌러 써서..."

    "아아..."

    고딩으로 보이는 여학생 둘이 지나가면서 나누는 대화였다. 그 대화에 예지가 물끄러미 나를 쳐다봤다.

    "...잘 생기긴 했네요."

    "그렇지. 하하하."

    [잘들 논다.]

    [어... 너 아직 안 갔어?]

    [...갈 거다!]

    어깨를 누르던 이프리타가 사라진 걸 예지도 느낀 모양이다.

    "가셨어요?"

    "응."

    "...삐지셨죠?"

    "응? 아, 아니야. 걔가 왜 삐져."

    "흐음..."

    어떻게 알았지?

    + + +

    [서른다섯 번째 퀘스트, 알렉스가 암살당할 수 있도록 도우세요.]

    이게 무슨 소리야?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알렉스는 내가 들어가 있는 몸의 주인이었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원고료 쿠폰 주신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염화미소 로이터의 불교의 그 염화미소와는 다른 겁니다.

    중간에 나온 군용 SUV는 코란도 스포츠고, 트럭은 육공입니다...

    주인공은 군인이긴 하지만 나이롱이라.... 아무것도 모릅니다...하하하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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