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개의 퀘스트-113화 (113/160)

113화

"키르카우스 제국이 휘안 왕국을 쳤다는데?"

1강 2중 5약. 대륙은 그렇게 나뉘어 있었다. 그중 1강인 제국이 5약 중 하나인 휘안 왕국을 쳤다. 전황은 심각해서, 왕국은 오늘내일 하고 있었다. 하지만 2중의 한 축을 포보스 왕국까진 그게 잘 전달되진 않았다. 포보스 왕국은 대륙 반대편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 그거 돈 좀 되겠는데?"

그래서 중소상인 애쉬튼은 그렇게만 반응했다. 전쟁은 돈이 되는 법이다. 특히나 그와 같은 상인에게는. 전쟁 전에도, 전쟁 중에도, 전쟁 후에도, 물자는 계속 필요하니까.

"그럼 동쪽으로 가는 건가?"

"그래야지. 지금 가면 좀 늦으려나?"

"제국이 전쟁 한 번으로 끝내겠냐? 휘안을 한 번 휘저으면, 소이즈 왕국도 한 번 치겠지. 지금 빠르게 준비하면 한 몫 챙길 수도 있을 거야."

"좋아. 그럼 빨리 움직이자고, 친구."

애쉬튼은 친구이자 동업자인 제임스를 재촉했다. 그의 정보력은 좋은 편이긴 하지만, 거리가 너무 머니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 + +

애쉬튼은 상단을 이끌고 국경에 도착했다. 십여 대의 짐마차에는 밀이 가득 차 있었다. 전쟁 준비를 할 게 뻔 한 소이즈나 탈란 왕국에 팔기 위해서였다. 휘안 왕국을 친 제국의 다음 목표는 언제나 그 두 왕국이었다. 지난 30여 년간, 항상 그래 왔다.

"애쉬튼, 전쟁이 벌써 끝났어."

"그거야 그렇겠지. 쳇, 조금 늦었나? 다음은 어디를 친대?"

애쉬튼이 제임스의 말에 가볍게 반응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지난 30여 년간 그래 왔듯, 제국은 휘안 왕국을 약탈하다시피 유린하고, 다른 왕국을 칠 것으로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이번은 좀 달랐다. 여관방 문에 앞에 서 있는 제임스의 표정은 심각했다. 조금 늦었어도 전쟁의 조짐이 있다면 가지고 온 물건은 팔 수 있을 거고, 나름대로 수익을 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

"제임스? 뭐 잘 못 됐어?"

"……휘안 왕국이 사라졌어."

"뭐?"

애쉬튼은 예상치 못한 말에 펜을 떨어뜨렸다. 검은 선이 정리 중인 서류에 아무렇게나 그려진다.

"제국이 휘안 왕국을 점령했다."

"왜?"

1강인 키르카우스 제국과 2중인 포보스 왕국, 워즈 왕국의 세력은 비등했다. 그런 셋이 소모적인 마찰을 겪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게 5약이었다. 그런데 그런 왕국 중 하나를 없앴으니 의문이 드는 건 당연했다.

게다가 세 국가의 국경을 따라 만들어진 5약은 처음부터 험난한 지형을 가지고 있었다. 점령한다고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게릴라 활동이 일어난다면 통제하기도 힘든 지역이다. 따라서 제국은 한 번씩 약탈과 같은 전쟁만을 벌일 뿐, 지난 몇 십 년의 세월 동안 5약을 점령한 적은 없었다.

'설마, 본격적으로 서진을……?'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야. 휘안 왕국에서 제국에 큰 실수를 저질렀나 봐. 정확한 건 알 수 없지만, 황제의 심기를 건드렸나 봐. 같은 하늘 아래 존재할 수 없다나?"

"그거야 제국의 설명이잖아? 그냥 명분 싸움 아니야?"

"그게, 제국이 적극적으로 서진의 생각은 없다고 말하고 있어서……, 심지어 다른 왕국들에게 소란을 피워 미안하다는 사신과 선물도 보냈다고 해."

"……그게 더 수상하지 않아?"

"그렇지. 하지만 이미 왕국은 사라졌고, 돈은 받았는데, 지금 와서 뭘 하겠어? 5약, 아니 이제 4약에 속하는 왕국들은 지켜볼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나 워즈 왕국은 아직 반응이 없어. 소식이 막 전해졌을 테니, 뭔가 반응이 있긴 하겠지. 아무튼, 지금은 전쟁이 더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야."

충격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애쉬튼은 곧 잊었다. 전쟁이 확산할 조짐이 없다면, 눈앞에 일을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가 가지고 온 밀은 어떡하지?"

"……빨리 팔아야지. 일단 전쟁 준비는 할 테니까, 이득은 볼 수 있을 거야. 그리 클 것 같진 않지만……."

"빨리 움직이자! 거래처는 찾아봤지?"

"일단 사겠다는 사람들을 만나보기는 했지."

"역시!"

철두철미한 준비에, 애쉬튼은 제임스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편으론 제국의 이상 행동에 관해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이내 머릿속에서 지웠다. 나라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 믿었다. 백 년 이상 2중의 위치를 지켜 온 나라니, 일개 상인보다는 잘 판단할 거로 여겼다.

+ + +

그로부터 8년 후. 애쉬튼과 제임스는 여전히 수도와 국경을 오가며 상단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 규모는 아직 고만고만했다. 8년 간 이득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실패도 그만큼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한 차례의 상행을 마쳤고, 내일이면 수도로 돌아간다. 애쉬튼은 여관방에서 남은 일거리를 처리하며 내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제임스가 문을 부술 듯이 열고는 뛰어 들어왔다.

"전쟁이야! 이번엔 소이즈 왕국!"

"뭐? 국경분쟁이 아니라? 전쟁?"

"그래, 제국이 8년 만에 대규모 군대를 일으켰데. 8년 전이랑 비슷한 상황이라는데?"

그 말에 애쉬튼은 휘안 왕국의 멸망을 떠올렸다. 벌써 8년이나 지나 이제 1강 2중 4약이 익숙해졌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그 당시 느꼈던 충격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럼 또?"

"아마도. 내 감은 그렇게 말하는군."

+++

제임스의 감은 틀리지 않았다. 키르카우스 제국은 결국 소이즈 왕국을 점령했고, 저번과 같은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지난번처럼 소란을 피워 미안하다며 사절을 보냈다.

포보스와 워즈 왕국은 그러한 제국의 행동을 비난하고 성명을 발표했지만, 격렬한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그건 수도의 시민들에게서도 느껴졌다.

"제국이 요즘 몸이 달았나 봐. 소이즈 왕국도 먹었다던데? 그럼 이제 다음은 어디지? 탈란? 리투아니아?"

"크큭, 그래봐야 우리한테 되겠어? 게다가 이번엔 왕자님 신부로 워즈 왕국 공주님이 온다며?"

"그래, 맞아. 미의 여신이 시기할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이라던데? 왕자님이 푹 빠졌다나 봐."

"이러다 우리 한 나라 되는 거 아냐?"

"뭐, 그러면 어때. 원래 한 나라였는데, 제국만 아니면 되는 거 아냐?"

"그렇지."

"그런데 우리는 언제쯤 예쁜 부인을 만나냐?"

"예쁜 부인은, 네 얼굴엔 왼쪽 골목의 니나면 딱 맞거든?"

"뭐? 그럼 너는 뭐 대단한 줄 알아? 너야말로 왼쪽 골목의 니나면 감지덕지라고!“

옆자리의 이야기를 듣던 애쉬튼은 니나라는 이름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도 니나가 누군지는 알고 있었다. 왼쪽 골목에서 몸을 파는 니나는 꽤 유명했으니까. 그 못생긴 얼굴로 말이다.

"왕자님이 결혼하시는 건 몰랐군. 그래서 이렇게 미적지근한 건가?"

"그럴지도. 우리나라와 워즈 왕국의 사이만 좋다면야 제국이 제멋대로 할 순 없을 테니까. 어차피 옛 5약의 땅이야 가치가 없는 곳이기도 하고."

"그건 그래. 우리한테도 잘 된 일인가? 이러면 국경 물가가 좀 올라가지 않겠어?"

제임스의 의견에 애쉬튼은 놀랐다. 그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제임스는 그런 그에게 한마디 했다.

"너, 어떻게 상인 하고 있냐?"

"그거야……, 그냥 하는 거지."

한심한 소리를 들어서 그런가, 그는 어쩐지 맥주 맛이 평소보다 씁쓸하다고 느꼈다.

+ + +

다시 10년.

이제 세상은 5약보다 3약에 익숙한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무엇보다 대부분을 차지하는 20대들이 그랬다.

그래서 그럴까. 제국이 다시 군대를 일으켜 탈란을 점령했을 때, 그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몇 없었다. 제국의 변명대로, 황제의 심기를 심하게 거슬러 일어난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평민들뿐 아니라, 왕궁에서도 그런 의식이 팽배했다. 포보스 왕국의 왕비는 현 워즈 국왕의 누이였다. 안 그래도 뿌리가 같아 사이좋은 두 왕국이, 지금은 거의 한 나라처럼 문물을 교류하고 있었다. 제국이 탈란을 점령하든 말든 무서울 게 없다는 자신감이 온 나라에 가득했다.

게다가 탈란이 무너졌어도, 리투아니아와 오렘 왕국이 남아 있었다. 이제 2약이 된 두 왕국 덕분에 포보스와 워즈 왕국은 아직도 제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지 않았다.

1강 2중 5약의 시대를 기억하는, 이제 50대가 된 애쉬튼도 탈란 멸망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제임스……."

그는 독한 술을 들이켜며 오랜 친우의 이름을 불렀다. 제임스는 2년간 병을 앓다가 며칠 전에 죽었다. 거의 무일푼으로 시작해서 포보스 왕국 10대 상인에 오르기까지, 30년의 세월을 함께한 친구였다. 게다가 그의 감 덕분에 목숨을 건지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술로 달래지 않고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우리의 시대는 갔지만……, 그래도……."

한 잔, 또 한 잔. 창문 너머 달빛을 보며, 그는 친우를 떠올렸다. 그런 그의 뒤, 침대에서 몸을 반쯤 일으킨 부인은 안쓰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부인은 예지를 닮았다.

+ + +

그 후로 10년. 이제 완전히 노쇠한 애쉬튼은 수도의 저택에서 국경으로부터 밀려들어 오는 소식을 접하고 있었다.

"제국에서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대상은 리투아니아! 그런데 그 규모가 심상치 않습니다. 리투아니아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게 정보원의 예상입니다."

제임스가 만들어 놓은 정보 조직은 유능했다. 호사가들이 포보스 왕국 3대 정보조직을 말할 때, 꼭 빼놓지 않는 수준의 명성을 지녔다. 그런 조직의 정보원이 내린 판단은 정확했다.

"상단주님! 제국이 이 나라를 쳐들어왔습니다. 지금 국경에서부터 밀고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애쉬튼은 놀라지 않았다. 제국의 야심이야 이미 예전에 제임스가 말해주었으니까. 이렇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왕국에서도 예상하고 잘 대비할 거라 믿었다. 이를 위해서 워즈 왕국과 공조체계를 구축한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후에 들려온 소식은 충격적인 것들뿐이었다.

"우리를 도와주러 내려오던 워즈 3군단이 방향을 꺾어 오렘으로 쳐들어갔다는 소식입니다!"

"북쪽 국경으로 워즈 두개 군단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총력전입니다! 수도 방위군과 1군단이 막으러 움직였지만, 그 전에 많은 영토를 빼앗길 것으로 보입니다! 상단주님! 남쪽으로 피하셔야 합니다!"

'너무 평화에 찌들어 있었나…….'

식솔들과 함께 수도를 떠나는 그는 떵떵거리던 왕국의 몰락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움직일 기력은 없었다. 그는 이미 60대다. 무언가를 바꾸기엔 늦은 나이였다. 그저 흐르는 대로 살아갈 뿐.

그는 아들딸과 함께 남쪽으로 내려가 전쟁을 피했다.

+ + +

그 후 5년.

대륙은 2강 1약의 체제로 돌아가고 있었다. 2강은 제국와 워즈 왕국, 1약은 포보스 왕국이었다. 백 년의 영화를 누렸던 왕국은 한 번에 무너지지 않고, 대륙 남쪽 구석에서 나라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왕국에서 여전히 잘 나가는 상단주인 애쉬튼. 60 후반이 된 그는 슬슬 은퇴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도 대부분의 일은 아들, 손자가 알아서 하니, 이름만 내려놓으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그는 또 전쟁의 소식을 들었다.

"아버지, 제국과 워즈 왕국이 전면전을 벌인다고 합니다! 승자는 아마도 제국! 숨겨 놓은 힘이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그는 그 소식에 충격을 받지도 않았다. 당연한 순서라고 생각했다. 너무 오래 살았다. 그런 생각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제국은 다음으로 우리를 노리겠지? 너희는 남쪽 바다의 무인도로 도망쳐라. 나는, 여기서 우리나라의 최후를 봐야겠다. 이만큼 살았으면 많이 살았으니."

"안 됩니다! 아버지. 어찌 아버지를 두고……."

그때, 그의 말을 끊고 하인이 들어왔다.

"크, 큰일입니다! 지금 국경 쪽에 제국군이 쳐들어왔다고 합니다!"

+++

애쉬튼은 결국 도망가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그것도 제일 마지막으로. 일행을 쫓아온 제국군은 후미에서부터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했고, 제일 앞에 있던 그는 마지막에 죽었다. 그는 아들과 손자가 죽는 걸, 아내가 죽는 걸 눈앞에서 봐야 했다.

"으아아아악!"

그는 제국군에게 덤볐다. 제국군이 쳐들어올 때만 해도 생을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살 만큼 살았으니, 쉬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들딸이, 아내가 죽는 걸 보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저항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혼자 남은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푸우욱.

"큭, 늙은이치고는 꽤 기개가 있는데?"

젊은 제국군의 비웃음을 들으며 그는 눈을 감아야만 했다.

'……제임스, 자네가 부러워. 먼저 죽었어야 했는데…….'

+++

"어라?"

애쉬튼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자신이 국경 도시에 있는 걸 깨달았다. 그것도 예전 포보스가 잘 나갈 때의 국경 도시였다. 그보다 더 놀라운 건, 그다음 일이었다.

"애쉬튼, 전쟁이 벌써 끝났어."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제임스의 목소리가 그가 가진 기억과 겹쳐졌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았다.

'나, 돌아온 건가?'

+ + +

그는 그때부터 제국의 야욕을 막기 위해 애썼고, 나는 그의 몸에 들어와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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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세서 감사합니다^^

@서른여섯마리 일단 그게 프롤로그는 아닙니다. 1부일 뿐이지요ㅎㅎㅎ 그리고 그게 프롤로그라 하더라도 프롤로그 보오온편 정도의 비율 예정입니다.

@화메리어 금방이라지만.... 최소 7-80편은 씁니다.... 그게 금방인가요????

@토론토너 7편이 아니라 70번이겠죠? 암튼 능력치는 가끔 올려 드리겠습니다.

@wth2865 갑자기 31은 아니고, 1부 마지막에 30번째 퀘스트를 마쳤습니다!

@책이보고파요. 현재 스킬입니다.

[A급 라이트닝 소드 Master 96.83%]

[S급 헬 파이어 lv.3 12.07%]

[S급 천강지체 lv.8 30.87%]

[S급 이프리타 소환 lv.7 92.39%]

[D급 힐 lv.7 29.05%]

[S급 분심 lv.6 47.42%]

[R급 드래곤의 키스 Master]

[B급 중급 바람의 정령 소환 lv.3 4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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