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화
쓸고, 닦고, 사용한 물건을 제자리에 넣었다. 몸은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데, 왜 마음은 움직일 수 없을까. 내 것인데. 아니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뭘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러고 퀘스트 안에 들어가면 죽겠지?
"이프리타."
가게 중앙에서 불꽃이 피어난다. 내게 남은 유일한 위안, 영혼의 친구가 내 앞에 나타난다.
[…….]
[나, 또 죽을지 몰라.]
[들어가면 일단 나를 불러라.]
허, 산 넘어 산이다. 자기를 부르라고? 결과가 눈에 선하다. 나 대신 적의 공격을 막고, 죽어갈 이프리타가 힘들일 필요도 없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건 그녀에게 내가 겪은 죽음을 겪게 하는 일이다. 그녀는 나처럼 돌아올 수도 없다.
[아니, 그럴 수 없어. 적이 누군지 확인되면, 그때 부를게.]
[강민,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지?]
그녀는 정령왕이다. 정령왕으로서의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이런 취급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녀는 늘 죽음을 각오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러면 나는? 그녀가 죽고 나면 새로운 정령왕, 새로운 이프리타를 소환하겠지만, 나는 어쩌라고!
[……너까지 잃을 수는 없잖아!]
[…….]
[…….]
[……알았다. 죽지 마라.]
마음으로, 그녀의 간절함이 전해져 온다. 퀘스트를 즐겼던 기억이 다 꿈같다. 이 지옥에서 벗어나고만 싶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 + +
[말해 봐. 왜 나야? 왜 나야? 왜 나냐고! 이 빌어먹을 것들아! 뭐가 영웅인데, 뭐가 영웅이냐고! 너희가 원하는 게 뭔데! 뭔데 사람을 이렇게 괴롭혀! 목숨이 무슨 장난감이냐! 이 세계의 모든 이들도 다 생명이 있을 텐데, 매번 죽고, 또 살고……, 도대체 이렇게 해서 너네가 얻는 게 뭔데. 나나 유비를 강하게 하고 싶은 거야? 왜? 그런 강함 따윈 필요 없다고. 이렇게 아픈, 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 이런 것 따윈……. 나가고 싶어! 나가고 싶다고! 제발! 끝내는 방법을 말해줘. 끝내고 싶다고…….]
말 없는 시스템을 향해서 막말해댔다. 얼마나 해댔는지 모르겠다. 시간 단위는 지난 것만 같다. 그저께와 다름없는 장면, 에밀리의 알몸을 보고 있자니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 우울하기도 했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듣고 있다는 표시는 한다. '시작이라고 말씀해 주세요.'란 메시지가 계속 반짝인다. 전엔 본 적이 없는 반응이다. 아, 빨리 시작하라고 그러는 건가?
빌어먹을 새끼들. 아니 새낀지 년인지 알 수도 없고, 들인지 아닌지도 알 수가 없다. 하하하, 하하하. 결국 아는 게 하나도 없구먼. 젠장, 젠장, 젠장맞을!
"시작!"
'쾌감'이라고 명명된 전기 자극이 아래쪽에서부터 왔다. 요물이다. 그러나 그저께와 달리 감흥은 없다. 몸은 명기에 자극받아 제멋대로 움직이지만, 마음은 차갑게 식어 있다. 그리고 몸도, 결국 수그러든다. 몸은 이렇게나 말을 잘 듣는데, 마음은 왜 그렇게 제멋대로인지. 나도 나를 모르겠다.
"하아, 하, ……당신?"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는 에밀리의 얼굴 위로 아냐 누나의 얼굴이 겹친다. 이런 식의 관계는 그녀에게도 좋지 않겠지. 그렇다고 리온에게 몸을 맡기고 저 멀리 떨어져 있기도 싫다. 내가 움직일 수 있다면, 내가 움직인다. 더는 평행 세계의 나에게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몸에서 내 물건을 빼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그녀 위에 아냐 누나의 얼굴과 누나의 몸매, 아니, 누군지 모를 몸매가 겹친다. 그 위에다 이불을 덮어 버렸다.
"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
'넌 누구냐!'
안과 밖에서 내 존재에 관해서 물음을 던져왔다. 그런데 어쩌냐. 나도 내가 누군지 잘 모르겠는데……. 대답할 필요도 없다. 지금 상태라면 몸을 빼앗길 것 같지도 않고, 그녀도 어차피 내일이면 기억이 리셋 되어 버릴 테니까.
"몰라도 돼."
"……."
'넌 누구냐니까!‘
안과 밖의 반응이 다르다. 에밀리는 차디찬 내 목소리에 일단 주춤했지만, 리온은 더 불같이 달려든다. 당연하다. 자신을 빼앗기면 사람은 화를 내는 법이다. 어떡할 줄을 모르게 되는 법이다. 하지만 그건 약과다. 그는 고작해야 몸을 빼앗겼을 뿐이지만, 나는 정신을 침범당했으니까.
'닥쳐. 말해도 모르니까.'
'……아니, 넌 누구냐…….'
그냥 신경을 껐다. 지금도 계속 내게 말을 걸고 있지만, 무시했다. 저러다가 제풀에 지치겠지.
옷을 대충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 게이트에서 정체불명의 생명체를 맞이해야 한다. 맞이하고 싶진 않지만,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이 퀘스트에서 나가는 방법은 그것뿐일 테니까.
+++
"……저기 보십시오. 문이 열립니다."
찌지지직!
검은 번개가 공터를 오가며 문을 열기 시작했다. 깊은 어둠,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다. 다시 봐도 불길한 구멍이었다. 왜 저런 걸 열었을까. 이 마법사는. 그러고 보면 이 마법사를 죽이면 다 해결되는 거 아닌가? 이미 늦었지만.
"근위대장, 우리를 대체 왜 부른 거지?"
"별일 아니면 나중에 큰 경을 칠 게야."
‘젊은 신성’이래 봐야 50대는 된 매튜 공작과, 이제 막 70대가 된 노검사 패트릭 공작은 이 자리에 함께 있었다. 퀘스트 목적이 두 공작이 올 때까지 리온을 지키라는 거였으니까, 먼저 부른 것이다. 솔직히 이러면 끝이 날 줄 알았다. 그러나 문이 열리는 순간까지도 퀘스트는 끝나지 않았다.
적이 나타나야 끝나는 건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면 제가 다 책임을 지겠습니다. 그러니……."
그때였다. 검은색 레이저가 게이트에서 쏘아졌다. 이번에는 모두 네 줄기. 나는 공격이 올 걸 알고 있어서 바로 발견했는데, 두 공작도 나와 거의 비슷하게 발견한 듯 움찔했다. 역시, 리온보다 뛰어나다는 소리를 듣는 두 사람답다.
메시지가 뜬 것도 그때였다.
[열한 번째 퀘스트, 두 공작과 함께 적 대장을 물리치세요!]
튜토리얼 끝났다고 이제 한 번 나온 게 바뀌기까지 하냐!
케니스와 가장 가까이 있는 건 나였고, 그래서 이번에도 케니스를 밀쳐야만 했다. 이 사건의 원흉이라고 생각하며 죽이고 싶었지만, 살려두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지.
내 쪽으로 오는 레이저는 손쉽게 피했다. 저번보다 빨리 발견했고, 긴장하고 있던 덕이다. 그리고 등 뒤로 몸을 돌렸다.
"조심하십시오! 적은 정체불명의 이동기술을 가졌습니다!"
"이건 뭐지?"
"자네는 어떻게 그런 걸 아는가?"
"크윽 ……갑자기 왜?"
이걸로 케니스는 도움이 안 되는 걸로 판명 났다. 상황 파악이 느렸다. 두 공작은 역시 믿음직하다. 둘 다 피할 필요도 없다는 듯, 레이저를 그 자리에서 막아냈다.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갑자기 올 겁니다! 긴장하십시오!"
적이 나타나지 않아서 혹시 일이 꼬이진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할 필요도 없었다. 적은 내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났다. 나타난 건 모두 네 마리로, 넷 다 우리의 등 뒤에서 갑자기 등장했다.
나는 재빨리 고개를 숙이며 목을 노리는 공격을 피했고, 검기를 일으켜 적의 목을 베었다. 붉은 피부에 작은 키, 뿔, 불타는 꼬리. 흔히 생각하는 악마의 생김새였다. 검기는 그 목을 쉽게 갈랐다. 기습엔 강하지만, 그것 외엔 약한 놈이었던 것 같다.
푸욱. 끼아악!
두 공작은 여유가 넘쳤다. 패트릭 공작은 케니스를 노리던 악마도 처리했다. 나는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할 수 없었던 건데.
"괴상하게 생긴 놈들이군."
"케니스, 이계에는 별 볼 일 없는 놈들만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 그게……."
"매튜, 지금 그걸 논할 시간이 아닌 것 같네. 저길 보게나."
망루의 아래에는 마법사들이 하나하나 죽어가고 있었다. 뒤에서부터 목이 찔린 그들은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쓰러져 갔다. 이어 비슷하게 생긴 악마들이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왔다.
"젠장, 케니스, 이 일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네도. 일단 이 일을 해결하고 보세나."
그 말을 남기고 둘은 사라졌다. 눈에 보이긴 했지만, 따라가긴 어려운 속도였다. 우측은 매튜 공작이, 좌측은 패트릭 공작이 맡았는데, 마법사들을 죽이고 근위병과 마법사를 죽이려고 움직이던 악마들은 둘의 검 아래에 순식간에 녹았다.
"근위병은 게이트를 포위하라! 석궁을 장전해! 아직 끝이 아니다! 마법사단도 마법을 준비하라! 가장 강한 걸로! 방어는 두 공작님께서 해줄 것이다!"
보통 근위병의 무장은 검이 끝이지만, 여기에 데려오면서 완전무장을 지시했기에 석궁과 투창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내 명에 재빨리 움직였다.
서걱, 서석, 끼아악!
두 공작만으로도 상황은 종료될 듯 보였다. 둘은 그만큼 강했다. 같은 삼대검이라고 불리지만, 이제 겨우 마스터의 중간쯤에 도달한 리온과 그랜드 마스터인 둘은 엄연히 클래스가 달랐다.
하지만 긴장을 놓을 순 없었다. 이대로 끝일 리가 없다. 이 더러운 퀘스트가 말이다.
"케니스! 저 빌어먹을 게이트를 닫아!"
"……닫을 수 없소. 한 번 열린 게이트는 에너지 공급이 멈춰야 닫히오. 아니면 주입한 에너지의 열 배가 필요하오. 지금부터 준비해도 내일이나 돼야……."
"젠장, 그러면 저쪽에서 에너지를 주입하면 계속 열려 있단 말이야?"
"그건 아니오. 여는 술식은 이쪽에서 짰으니까. 여기에서 공급된 에너지만큼만 열려 있을 거요."
"그게 얼만데!"
"10분이오."
10분, 10분이면 어떻게 가능하지 않을까? 악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두 공작이 잘 막고 있다. 악마들은 기습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였고, 저 정도 수준의 기습으로는 둘의 털끝도 못 건드린다.
그러나 역시나 그렇게 호락호락할 리 없었다.
찌지지직.
검은 물결이 요동을 쳤다. 스파크가 거세졌다. 땅도 함께 진동했다. 게이트가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분위기로는 게이트보다 큰 녀석이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정작 나온 건 키가 2m 50cm 정도 되는 악마였다.
대장이다. 그렇게밖에 안 보였다. 외모부터가 남달랐다. 3, 4등신이었던 이전 악마들과 달리 지금 나온 악마는 8등신이었다. 몸은 가늘었지만 근육은 탄탄했고, 등 뒤에 달린 큰 박쥐 날개를 보면 엄청나게 빠를 게 분명했다. 뿔, 두 번 꺾여 있는 긴 뿔은 날카로웠다. 저기에 찔리면 사는 건 힘들어 보였다.
"좋아! 그동안 적수가 없어서 심심했는데, 너는 상대할 만하겠군! 덤벼라!"
"혼자 싸울 적이 아닌 것 같구먼."
패트릭 공작의 말대로, 혼자 싸울 수 있는 녀석이 아니었다. 악마 대장에게서 풍기는 기세가 두 공작의 위였다. 주변 마나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의 주변 마나는 그에게 이미 굴복한 듯 이상하게 고요했다. 그건 분명 그랜드 마스터에 도달한 마법사만이 보일 수 있는 경지였다. 거기까지라면 두 공작도 그랜드마스터니 문제는 없겠지만, 더 큰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거다. 악마 대장은 딱 봐도 전사형 체격이다.
"마법사단, 전력으로 발사! 근위병은 석궁을 쏴라! 이어서 투창!"
슈우우웅. 콰가가강!
주로 불과 바람의 마법이 악마 대장을 향해 날아갔고, 그 앞에서 터졌다. 하지만 마법이 그에게 닿기 전에 터져 버린 것이 느껴졌다. 화살과 창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은 그에게 닿기 전에 알아서 그의 몸을 비켜가거나 땅으로 떨어졌다.
마나 역장.
주변의 마나를 완벽히 통제하여 마법을 취소시키고, 투사체의 방향을 바꾸는 물리력을 행사한 것이다. 할 수 있다고는 봤지만, 이렇게 많은 대상을 상대로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정도 수준으로 펼치려면 얼마나 대단한 거지?
악마 대장은 폭발의 여파를 뚫고서 게이트를 지나 땅 위로 내려섰다. 혹시 공중에서 공격을 받으며 다시 게이트로 떨어져 다시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 계획도 실패였다.
**환영이 거칠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매튜 공작이 바로 뛰어가 검을 휘둘렀다. 검강이 맺혀있는 푸른 검, 그 검은 위협적인지, 악마 대장은 검을 피했다. 이어 공격해 오는 패트릭 공작의 검도 피했다. 그러면서 그는 손에서 핏빛 손톱을 뽑아내더니, 두 공작을 공격해갔다. 두 공작은 검강으로 그 손톱을 막았는데, 손톱은 잘리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자를 수 있다는 검강이 말이다. 두 공작은 움찔하며 놀랐지만, 이어지는 공격에 다시 정신을 집중하는 듯했다.
그렇게 셋은 공방을 주고받았다.
“근위병! 마법사단! 악마 잔당들을 처리해라! 등을 맞대고 적이 이상한 방법을 쓰지 못하게 막아! 이동 기술만 막으면 약한 적이다!”
셋의 공방이 이어지는 동안 남은 악마들은 근위병과 마법사단으로 어떻게 처리할 수 있었다. 그것마저도 피해는 심했다. 두 공작이 사전에 적의 수를 줄여주지 않았다면, 전멸한 건 우리 쪽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이제 남은 건, 악마 대장뿐이었다. 게이트도 어느새 닫혀 버렸다. 하지만 그런데도 악마 대장은 여유로웠다. 우리를 다 죽이고 게이트를 다시 열 속셈인지도 모른다. 퀘스트도 끝이 나지 않는 걸 보면, 여기서 어떻게든 저걸 죽여야 끝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셋의 싸움은 호각이었다. 검강은 대장의 몸에 닿지 않고, 손톱은 두 공작의 몸에 닿지 않았다. 셋 다 체력도 괴물 같을 테니, 당분간 무슨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없었다. 악마 대장이 마법을 쓰면 달라지겠지만, 두 공작의 공격이 날카로워 다른 곳에 신경쓸 여유가 없는 것 같았다.
결국 내가 참여해야만 했다. 여기서 셋의 공방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유일했고, 그나마 따라갈 가능성이라도 있는 건 나뿐이었으니까.
그런데 내가 할 수 있을까? 저 손톱에 찔리거나, 저 뿔에 꿰여 죽어 버리는 게 아닐까? 아니면 갑자기 쓴 마법에 죽는 건 아닐까? 아직까지 마법을 쓰진 않았지만, 못 쓰는 게 아니라, 여유를 부리는 거일 수도 있잖아?
…….
“아니야, 아니야. 해야 해. 할 수 있어.”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털어냈다. 할 수 있을 거다. 죽지 않을 거다. 분명, 이길 수 있을 거다.
“후우우……. 좋아, 간다!”
검강을 형성하며, 망루 아래로 뛰어내렸다. 공격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빈틈을 만들어줄 생각이었다. 갑자기 뛰어들면 나를 주목할 테고, 내게 무언가를 할 가능성이 높았다. 나는 그저 그걸 막을 생각만 했다. 검강이면,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악마 대장의 주의가 나를 향한 틈을 타 두 공작이 끝을 내줄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망루 위에서는 제 형체를 유지하던 검강이, 대장의 옆에 가까이 갈수록 흩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더니 완전히 가까이 가자, 검강이 취소되고 검기만 남아 버렸다.
푸욱.
검기로는 악마 대장의 핏빛 손톱을 막을 수 없었다. 손톱은 검을 자르고 내 심장을 파냈다.
“리온 백작!”
“젠장, 근위대장!”
심장이 몸에서 뽑히는 고통이 그대로 느껴졌다. 예전에는 이런 고통은 알아서 지워줬는데, 이젠 그렇지 않았다. 뇌가 멈출 때까진, 몸이 비명을 지르는 걸 그대로 느끼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 후에는 더 큰 고통, ‘죽음’이라는 걸 겪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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