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화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는 상태로 계속 있다가, 몸이 옮겨지는 것 같다가, 갑자기 퀘스트 속으로 들어왔다. 왜 그렇게 생각했냐면, 눈앞에 아냐 누나를 닮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시간에 아냐 누나를 만날 리 없으니, 저건 아냐 누나가 아니라 리온의 부인인 에밀리였다.
그래서 어제 하던 대로 입술박치기를 시도했다.
"음?“
그런데 반응이 이상했다. 마음속이야 어찌 됐든 지금 나는 리온의 모습이고, 어제 보았던 그녀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열렬히 환영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지금은 가만히 있었다. 내 옆에서 자고 있긴 했지만, 몸이 기억하고 알아서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어제의 그녀 행동을 생각해보면, 요녀 같던 행동을 떠올려보면, 분명 그랬어야 했다. 지금처럼 키스는 처음인 듯 입술을 닫고 있는 게 아니라.
“으음...”
닿고 있는 입술 사이로 신음인지, 잠꼬대인지 모를 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 순간 나는 화들짝 놀라며 전신의 근육을 사용해 그녀의 몸에서 떨어졌다. 앞뒤 안 가리고 움직인 탓에, 침대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쿵.
“우응?”
침대 아래에 처박히고 나니 주변 상황이 보였다. 여긴 퀘스트 속이 아니었다. 꽤 큰 침대가 있는 모텔이었다. 유리로 된 샤워부스가 모텔 중에서도 특수한 모텔임을 알려줬다. 그 와중에 침대 위에 있던 사람이 일어나 내 시야에 들어왔다.
“...일어났어?”
그 사람은 부스스한 머리 모양에 눈곱이 끼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름다움을 감출 수 없는 사람, 아냐 누나였다.
“...누나?”
“응! 좋은 아침! 그런데 왜 나 침대 위에서 자고 있어? 그냥 엎드려만 있었는데... 너는 왜 바닥에 누워 있고?”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누나의 표정은 그런 거였다. 거기에 대고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말할 수는 없었다. 아니, 그런 표정이 아니더라도 말할 수는 없었다. 이건 평생 숨겨야 할 문제였다.
“왜, 왜 제가 여기에 있는 거죠?”
“아... 유비가 데려다 줬어. 유비가 그래 보여도 힘이 꽤 세거든.”
“그럼... 누나는 언제 온 건데요?”
“나? 나는 유비가 불러서 왔어. 내가 왔을 땐 넌 이미 자고 있었지... 술자리가 있다고 해서 갔는데 끝나서 얼마나 실망했는지 알아?”
“그, 그러면 왜 여기 계시는 건데요? 집에 가시지 않고...”
술술 얘기하던 누나가 이 말에는 조금 당황했다. 귀여웠다. 평소에도 귀엽긴 했지만, 오늘은 막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그, 그게 네가 너무 정신이 없어 보이니까... 돌봐 주려고...”
“...예지를 부르면 되잖아요?”
“그게 너무 늦었잖아? 폐가 될까봐서...”
스스로도 궁색한 변명인 걸 아는지, 그녀는 내 쪽을 보지 못했다. 빨개진 볼과 귀가 내 눈에 다 보이고 있다는 건 생각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게 또 귀여웠다. 오늘따라 왜 이러는지, 릴리에게 했던 것처럼 폭 하고 끌어안고 싶었다.
“그, 그보다 설마 너 아까까지 여기 누워 있었던 거야?”
“...네.”
“꺆!”
누나는 황급히 침대 아래로 내려가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래서 내가 일어나 누나를 쫓았다. 누나는 내게 등을 돌린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부끄러운가 보다. 다 자기가 해놓고는 부끄러운가 보다.
“그러면 꼭 무슨 일이 있는 거 같잖아요.”
“...그, 그래도 어쩐지... 흐응.”
좀 더 다가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그 머리를 쓸어내렸다. 장소와 분위기 탓일까? 누나가 진짜 신음소리 같은 걸 냈다. 순간 손을 움직여 진심으로 누나를 안을 뻔 했다.
...어?
놀라서 손을 뗐다.
누나의 모습에서 로젤리나가 수에르테가 레베카 백작이, 에밀리가, 누구보다도 릴리가 겹쳐져 있었다.
“...너, 네가 무슨 오빠인 줄 착각하지 마. 내가 누나거든?”
그러면서도 여전히 얌전하게 등을 돌리고 있으니, 그 말엔 설득력이 부족했다. 귀엽기만 해서 누나의 권위라고는 없었다.
...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진짜 모르겠다. 술에 취해서 실수할 수는 있다. 떡이 되도록 술을 먹었다면, 퀘스트와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누나에게 입맞춤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민아?”
슬며시 돌아보는 누나의 동작 하나하나가 내 눈에 박혔다. 가슴 속에서 사랑스러움이 마구 피어오른다. 뭐가 잘못된 건지, 그동안 억눌려 있던 마음이 한 번에 폭발했다.
베르트랑의 마음이,
테디오의 마음이,
루이스의 마음이,
해리의 마음이,
카너의 마음이,
리온의 마음이,
“민아?”
이건 내 감정인가? 평소에 누나에 대한 감정은 어땠지? 물론 싫어하지는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좋아하는 쪽이겠지. 그런데 그게 이 정도로 반응할 거였나? 이놈들은, 어디에 있다가 튀어나오는 걸까. 그리고 왜 튀어 나오는 걸까?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아님 죽어서?
무심코 고개를 돌리는데, 커튼 아래로 빛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 시계도 아침을 가리키고 있었다.
“...누나, 일단 나가요. 아침이에요.”
“어? 아, 그래...”
자리를 뜨고, 혼자 생각을 하고 싶었다. 머릿속이 한 가지 질문으로 가득 찼다.
'나'는 어디에 있는 거지?
+ + +
문을 닫고, 체크아웃을 하고, 모텔을 나서는 동안 나는 침묵했고, 누나도 가만히 있었다. 다행이었다. 누나가 무슨 말을 하면, 그게 어떤 말이라도 과장된 말투와 몸짓으로 반응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문 앞에선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모텔은 집 근처라 난 걸어 돌아가면 되지만, 누나는 버스를 타야 했으니까.
“...그럼, 나는 갈게.”
아직 부끄러운지,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누나였다.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은 걸 억지로 참았다. 이건 내 감정이 아니었다. 분명 내 감정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데도 저절로 움직이려는 이 손은 뭘까.
“...!”
손은 엉거주춤하게 공중에서 멈췄다. 내 의지는 아니었다. 나는 좀 전부터 미친 듯이 싸우고 있었지만, 손을 멈추지 못했다. 하지만 외부의 자극은 내 손을 멈추게 했다.
“민아?”
내 이상을 눈치 챈 누나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뒤, 서로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만 한 거리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
누나도 몸이 굳어 버린 듯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누나와 내가 나온 모텔은 집 근처에 있는 거였고, 집 근처에 있다는 말은, 또 다른 누군가의 집 근처라는 말이 되니까.
툭.
예지는 들고 있던 봉지를 땅에 떨어뜨리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서 사라졌다.
“예지야! 잠깐만! 민아! 뭐해! 어서 쫓아가지 않고!”
“네? 아, 네...”
누나가 나를 다그쳤지만, 내 안에는 혼란만 가득했다. 지금 벌어진 일이 다행이라고 말하는 자아가 있었다. 예지를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도 많았지만, 그 자아는 무시 못 할 수준의 크기로 내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아는 누나의 호들갑을 싫어했다. 나는 그 자아의 생각을 따라 무심코 내뱉었다.
“...누나는 제가 싫으세요?”
“...뭐?”
“...누나는 제가 싫으시냐고요?”
“...그, 그게 지금 할 말이야! 빨리 쫓아가!”
“...아, 아, 네!”
누나의 호통에 나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예지를 쫓았다. 하지만 이미 늦어서, 그녀는 집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전화도 안 받았다.
나, 진짜 어떻게 된 걸까...
============================ 작품 후기 ============================
원고료 쿠폰 주셔서 너무나 감사 합니다!
5편 정도면 끝납니다...
댓글과 추천을 기다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이보고파요 강민의 현재 스킬입니다.
[A급 라이트닝 소드 lv.8 10.54%]
[S급 헬 파이어 lv.2 18.021%]
[S급 천강지체 lv.6 85.768%]
[S급 이프리타 소환 lv.7 80.341%]
[D급 힐 lv.2 40.78%]
[S급 분심 lv.4 62.498%]
[R급 드래곤의 키스 Master]
150209 많이 수정했습니다... 여러분이 충격을 덜 받으시도록요...하하하
150412 완전 수정했습니다